沙溪書院上梁文[淸陰先生集 卷之十四 上梁文]

[蘭石齋주인]

沙溪書院上梁文[淸陰(金尙憲, 1570~1652)先生集卷之十四 上梁文 在鎭岑]

退溪栗谷牛溪之後。學問淵源之有傳。錦江熊津荊江之間。俎豆絃誦于其所。儒風不墜。士林攸依。竊惟後學之宗先儒。粤自古世而匪今日。河南郿縣。有程張象賢之祠。紫陽婺源。爲朱呂妥靈之地。肆我禮義之俗。慕玆尊尙之風。若道峯陶山之竝隆。而石潭坡平之紹建。沙溪先生。名家挺出。天性自然。鯉庭白眉。敎服詩禮之訓。龜門絳帳。學窮性命之原。旣事文成。又從文簡。先治經學。後專禮學。眞心無飾。何嘗立異爲奇。盛德若愚。恒在不言而信。每謹愼於樂而肆。終庶幾乎安且成。歸歟田里以居。晩而弟子益進。堅持整肅。蓋多立雪之徒。浸灌流通。亦有聞風而起。將期小子之造。冀見薄夫之敦。恃浩天之無忘。善者以勸。嗟吾道之不幸。哲人其萎。未敢效斯文將喪之歎。尙誰慰諸生安放之痛。如思矜式之道。盍圖祠廟之營。望之就之以求。卽無遠於杖屨來往之地。藏焉修焉有所。亦奚異乎函丈從容之時。爰詢多士之僉謀。乃卜外城之遺址。山川環拱。形勢效揖讓之儀。庭宇昭明。規制表正大之體。豈止一方士尙之美。寔由百年文敎之崇。穀朝是差。脩梁將擧。

兒郞偉抛梁東。睡起疏簾日色紅。庭草野花渾不管。圖書一榻坐春風。兒郞偉抛梁西。平林漠漠夕陽低。門前却怕黃昏近。多少行人失路迷。兒郞偉抛梁南。朱明天地氣炎炎。藤簟竹床涼似水。天根月窟坐來探。兒郞偉抛梁北。白雪飛花亂薝葍。汲泉烹茗餉山人。棐几明窓談太極。兒郞偉抛梁上。仰看天宇何昭曠。雲銷雨霽月華明。坐到中宵分氣象。兒郞偉抛梁下。詩書講誦無冬夏。請君川上試來看。混混何曾晝夜舍。伏願上梁之後。齋明不替。型範如新。會友輔仁。共收切磋之效。高山景行。永肩觀感之心。

[사계서원(沙溪書院) 상량문 진잠(鎭岑)에 있다.]

퇴계(退溪)와 율곡(栗谷)과 우계(牛溪)의 뒤를 이어 학문의 연원이 전수되었고, 금강(錦江)과 웅진(熊津)과 형강(荊江) 사이의 사람들이 제사 지내고 학문을 익히는 곳으로 되었다. 이에 유풍(儒風)이 실추되지 않아 사림(士林)들이 의지하는 바가 되었다. 적이 생각하건대, 후학이 선유(先儒)를 높임은 예로부터 그래 온 것으로 오늘날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하남(河南)과 미현(郿縣)에는 정자(程子)와 장자(張載)의 어진 덕을 본받으려는 사당이 있으며, 자양(紫陽)과 무원(婺源)에는 주자(朱子)와 여동래(呂東萊)의 영령을 모시는 장소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 예의의 풍속은 이렇게 존숭하는 풍속을 사모하여, 도봉(道峯)과 도산(陶山)에 나란히 높였고 석담(石潭)과 파평(坡平)에 잇달아 사당을 세웠다.

사계 선생께서는 명가(名家)의 걸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천부적인 성품이 자연스러웠다. 이정(鯉庭)의 백미(白眉)로서 시례(詩禮)의 가르침을 익혔으며, 구문(龜門)의 강장(絳帳)에서 성명(性命)의 근원을 탐구하였다. 이미 문성(文成)을 섬겼고 또한 문간(文簡)에게도 배웠는데, 먼저 경학(經學)을 익히고 뒤에는 예학(禮學)을 전공하였다. 참된 마음으로 꾸밈이 없었으니 어찌 일찍이 이론을 제기하는 것을 기발함으로 삼았겠으며, 성대한 덕은 마치 어리석은 듯하였으니 항상 말하지 않아도 미더움이 있었다. 매양 즐거움으로 인한 방자해짐을 삼갔으며, 마침내는 편안하게 성숙됨에 거의 도달하였다.

전원으로 돌아와서 살았으며, 늘그막에 제자가 더욱 많아졌다. 정숙(整肅)함을 굳게 지니니 입설(立雪)하는 무리가 많았고, 유통(流通)하여 흠뻑 적셔 주매 풍모만 듣고서도 흥기하였다. 이에 장차 젊은이들이 진전됨을 기약할 수 있었고, 각박한 이가 도타워짐을 기대할 수 있었다. 높은 하늘이 어긋나지 않음을 믿으매 착한 자가 권면되었는데, 슬프게도 우리 도학이 불행해져서 철인(哲人)이 시들었도다. 사문(斯文)이 장차 망할 것이라는 탄식을 감히 바칠 수는 없으나, 어느 누가 흠모하는 여러 후생들의 비통함을 위로하겠는가. 만약 존숭하여 받드는 방도를 생각한다면 어찌 사당을 짓는 것을 도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라보고 찾아가서 구해 보매 평소에 지팡이를 짚고 오가시던 장소에서 멀지 않고, 장수(藏修)하고 유식(游息)하는 장소가 있게 되었으니 또한 스승 앞에서 조용히 가르침을 받던 때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에 많은 선비들의 의견을 물어보고서 성 바깥의 남아 있는 터를 잡았다.

산과 시내가 두르고 안아서 형세는 읍양(揖讓)하는 의식을 본받은 듯하며, 정원과 처마가 밝고 밝아서 규모는 정대(正大)한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다. 그러니 어찌 한 지방 선비들만이 숭상하는 아름다움에 그치겠는가. 참으로 백 년 동안 문교(文敎)를 숭상함이 이로 말미암을 것이다. 이에 좋은 날을 가려서 긴 대들보를 올리게 되었다.

어기영차 들보 머리 동쪽 향해 떡 던져라(兒郞偉抛梁東)/잠을 깨자 성긴 발에 붉은 햇살 비치누나(睡起踈簾日色紅)/뜨락의 풀 들판의 꽃 모두 상관하지 않고(庭草野花渾不管)/책상 위에 도서 놓고 춘풍 속에 앉아 있네(圖書一榻坐春風)/어기영차 들보 머리 서쪽 향해 떡 던져라(兒郞偉抛梁西)/평평한 숲 아득 멀고 석양빛은 나직하네(平林漠漠夕陽低)/대문 앞에 문득 황혼 다가옴이 두렵거니(門前却怕黃昏近)/적지 않은 행인들이 길을 잃고 헤매리라(多少行人失路迷)

어기영차 들보 머리 남쪽 향해 떡 던져라(兒郞偉抛梁南)/주명절의 하늘과 땅 뜨건 기운 치솟누나(朱明天地氣炎炎)/삿자리에 대 침상이 서늘하기 물 같은데(藤簟竹床凉似水)/천근에다 월굴까지 앉은 채로 탐구하네(天根月窟坐來探)/어기영차 들보 머리 북쪽 향해 떡 던져라(兒郞偉抛梁北)/꽃잎처럼 날리는 눈 치자꽃이 날리는 듯(白雪飛花亂薝葍)/샘물 길어 차 끓여서 산사람과 마시면서(汲泉烹茗餉山人)/밝은 창가 궤안 기대 태극 이치 담론하네(棐几明窓談太極)

어기영차 들보 머리 위를 향해 떡 던져라(兒郞偉抛梁上)/푸른 하늘 우러르매 그 얼마나 밝고 넓나(仰看天宇何昭曠)/구름 개고 비 걷히어 달빛 환히 비치거니(雲銷雨霽月華明)/밤 깊도록 앉아서는 그 기상을 나눠 받네(坐到中宵分氣象)/어기영차 들보 머리 아래 향해 떡 던져라(兒郞偉抛梁下)/시서 강독하는 데는 여름 겨울 따로 없네(詩書講誦無冬夏)/그대에게 내 청하니 시냇가에 나와 보소(請君川上試來看)/끊임없이 흘러 언제 그친 적이 있더이까(混混何曾晝夜舍)

엎드려 원하건대, 들보를 올린 후에 재실(齋室)이 밝게 빛나 변함이 없고, 옛 모범이 새로워지는 듯하여, 벗을 모으고 인(仁)을 도와 함께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효험을 거두게 하고, 높은 산을 바라보고 큰길을 따르듯이 길이길이 보고 느끼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