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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순회법회 12일째인 오늘은 제천, 충주, 원주에서 법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제천법회가 오후 1시부터 있었기 때문에 오전에 스님께서는 평화재단에서 실무자들과 실무자들의 인사에 대해 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간단히 점심공양을 한 후 스님께서는 제천법당으로 향했습니다. <!--[endif]-->
오늘의 첫 법회장소인 제천법당은 6년 정도 월간정토 모임과 가정법회를 진행하다가, 2007년 5월에 개원하여 7년 가까이 법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법당 내부는 통나무주택처럼 나무로 인테리어를 해서, 분위기가 아늑하고 법문을 들으면서 삼림욕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법당 외부에는 회원들이 직접 가꾸면서 생태순환을 실천하는 텃밭도 있습니다. 오늘은 초창기 가정법회 때 식구들부터 작년 가을에 입학한 불교대 신입생, 그리고 제천 덕산법회 회원들까지 약 50여명의 사람들이 스님을 뵈려고 법당을 가득 채워 앉았습니다. <!--[endif]-->
스님께서는 지난 1년간 정진하면서 있었던 어려움이나 정토회 활동하면서 생긴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법회의 취지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사랑방처럼 모여서 얘기를 해보자 하시니 네 분의 질문자들이 차례로 질문을 드렸습니다. 화내고 짜증내는 도반에게 상처를 받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다른 사람이 짜증이나 화를 낼 때 편안하게 대할 수 있으려면 어떤 마음을 내야 하는지, 몸이 건강하지 못한 것에 늘 걸림이 있어 당당하지 못하고 일을 할 때에도 몸을 사리는 마음이 된다고 하시는 분, 현재에 깨어있으려면 숨쉬기에 깨어있는 것이 좋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분, 법회 전에 삼귀의를 하는데 귀의불, 귀의법은 되는데 언론에 나오는 스님들의 행태를 보니 귀의승이 안된다 분등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endif]-->
그중에서 건강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일할 때 몸을 사리게 된다는 40대 초반 여성 법우님과 스님의 문답을 옮겨보겠습니다.
“제 몸이 건강하지 못한 것에 늘 마음에 걸림이 있습니다. 100% 건강해지는 건 환상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실생활에서 일을 할 때는 늘 몸에 대해 사리는 마음이 안떨어져 나갑니다. 조금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아니야 난 안될 것 같아 힘들 것 같아 하면서 주춤하게 됩니다. 직장에서도 제가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걸 숨기니 떳떳하지 못하고, 저 스스로도 당당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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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비실비실한 게 벽에 똥칠할 때 까지 산다’ 그런 말 들어봤어요? 어릴 때부터 병치레 많이 하는 사람이 80세 이상, 노망할 때까지 산다 이런 얘기예요. 그런데 60살이 될 때까지 병원 한 번 안 가봤다 감기 한번 안 걸려봤다, 이런 사람이 어느날 팍 꺾여 죽어요. 그 이유는 몸이 약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늘 조심을 해요. 무리를 안 한다는 얘기고, 몸이 안 아픈 사람은 몸에 겁이 없기 때문에 늙어서도 무리하기 때문에 몸이 감당하지 못해 갑자기 죽기도 합니다. 건강하게 살아온 평생의 성격이 몸을 사려본 적이 없잖아요. 변한 몸을 자기가 인식을 못해요. 그래서 무리를 해서 팍 꺾여서 넘어가거든요. <!--[endif]-->
그런 면에서 딴 사람 몸을 흉내내서 기준으로 할 필요도 없고, 또 몸이 약하면 자기 몸에 맞춰가지고 그 수준으로 꾸준히 하는 게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한꺼번에 단방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108배를 10분 만에 했다면 나는 30분 만에 하면 되는 거예요. 시간을 좀 많이 투자를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해서 자기 몸에 맞게 조절해서 해야 되는데, 우리는 108배를 하라 그러면 나는 몸이 아파서 안 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꾸 접근을 한단 말이에요. 다른 사람이 10분 만에 108배를 해도 나는 30분 만에 하면 되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내 몸에 맞춰서 나는 시간을 좀 더 투자한다. 조금 길게 한다. 이런 마음으로 하면 됩니다. <!--[endif]-->
몸을 무리해서 아픈 사람도 있고 반대로 몸이 아프다고 아무것도 안하려고 몸을 사리는 사람도 있는데 둘 다 극단에 치우친다고 볼 수 있어요. 항상 자기 몸의 상태를 기준으로 해서 지나친 무리도 하지 말고 반대로 두려워도 하지 마라. 항상 몸에 맞춰서 꾸준히 하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자처럼 몸을 사리는 스타일일 때는 극복을 한번 해봐야 합니다. 명상수련에 가서 다리가 아파도 뛰어넘는 연습을 하면 몸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항상 어떤 고비가 있어요. 그 고비를 못 넘고 주저앉는데, 그걸 넘어가버리면 별 거 아니거든요. 고개를 탁 넘으면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endif]-->
질문자는, “그동안 마음에 묵혀왔던 문제를 남 앞에서 얘기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마음을 후련하게 해 줘서 질문하길 아주 잘했고 감사하다”며 기뻐하셨습니다. <!--[endif]-->
1시간 30분 예정이던 법회가 두 시간동안 진행되어 스님은 바쁘게 두 번째 법회 지역인 충주로 향하였습니다. 충주법당은 작년 9월에 개원하여 수행법회와 불교대학을 진행하고, 부총무님을 비롯한 봉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전법을 하셔서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스님이 처음 방문하신 오늘 법회에도 7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하셔서 법당에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한 젊은 엄마가, 등 뒤에는 가방을 메고 앞으로는 생후 76일된 아기를 안고 서서 법문을 듣는 모습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희망차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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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에서도 네 분이 질문을 하셨는데, 부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보살님이 다른 사람들한테 법회 참가나 보시, 봉사를 권유하기가 힘들다는 질문,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결과물이 좋지 못해서 자기 갈등에 많이 빠져있다는 질문, 학교 복학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이 학교 다닐 때 반 아이들의 시기질투 등에 힘들고 자존감도 떨어져서 학교를 쉬었는데 자꾸 그때 생각이 나서 두렵다는 질문, 화가 많고 가부장적이던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 자기가 아이들에게 그러고 있다는 질문이었습니다. <!--[endif]-->
“뭔가 열심히 하려고 시도는 하는데 근성이 없어서인지 결과물이 좋지 못해서 항상 자기 갈등에 빠진다”는 질문에 대해 스님께서는 “‘열심히’ 좀 빼세요. 말하는 중에 ‘열심히’가 벌써 열 번도 더 들어갔어요.” 하시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 말은 하기 싫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성적이 좋게 나올 리가 있나요? 그러니 열심히 하지 마세요.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됩니다. 뭐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해서 스트레스 받나요? 해서 손해나면 아무리 좋은 것도 안해야 되고, 이익이면 싫은 것도 해야 합니다. 복 받으려면 복을 짓고 복 짓기 싫으면 복 안받으면 됩니다. 이게 진리예요. 얼마나 쉬워요? 가볍게 하세요.”라며 격려해주셨습니다. <!--[endif]-->
충주 법회가 끝나고 스님께서는 다시 마지막 법회가 있는 원주로 향하셨습니다. 원주법당은 2년 넘게 가정법회를 하다가 2012년 3월에,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삶과 사상이 깃들어있는 밝음신협 건물 5층에 법당을 개원하였습니다. 2년 동안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회원들이 많아져서, 더 큰 법당으로 이전하여 원주뿐 아니라 강원도의 중심법당으로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 중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법회에는 원주 회원뿐 아니라 춘천, 강릉, 태백, 평창, 홍천 회원들도 함께 하셔서 강원지부 정초법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ndif]-->
스님께서는 “강원도에 눈 폭탄이 와서 난리라더니 여기는 강원도가 아닌가 봐요?” 웃으시면서 안부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원주에는 눈이 없었지만 평창, 태백, 특히 강릉 회원들은 얼마 전 1미터가 넘는 폭설로 고생을 하셨고, 오늘도 눈이 내리는 길을 뚫고 법회에 오셨다고 합니다. <!--[endif]-->
“자연현상이라는 게 이렇게 신비하게 보면 한없이 신비롭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이런 자연에 대응해서 싸우겠다고, 그래서 정복하겠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이겼다 하는 순간에 돌아보니까 어때요?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어요. 우리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도리어 재앙을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endif]-->
인생살이도 꼭 이래요. 행복을 향해 줄달음질쳐서 살만하다 이러면 어때요? 죽을 때가 다돼 가거나 재앙이 닥쳐요. 그래서 뭔가를 이룰 때까지는 참고 살아야지 하면 행복하기가 어렵습니다. 항상 아침에 눈 떠보고 아이고 오늘도 살았네하고 안 죽고 산 건 기적이에요. 여기까지 살은 건 기적이고 대성공이에요.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사는 게 행복이고 사는 게 기쁨이다. 이렇게 되는 게 수행입니다.” 이렇게 자연현상을 통해 삶과 수행의 이치를 말씀해주셨습니다. <!--[endif]-->
이어서 지난 3년 동안 대중 강연 등의 봉사로 수고한 원주법당의 활동가들을 격려하시고, 법당을 이끌어 갈 사람들의 기운이 밝고 맑아야 법당에 오는 사람도 함께 기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법회가 수고한 활동가들을 위한 자리임을 말씀하시면서 활동가들과 불교대생부터 질문하라 하시니 준비된 다섯 분의 질문이 차례로 이어졌습니다. <!--[endif]-->
첫 번째 질문은 8차년에 총무 소임을 맡을 보살님께서 현재 원주법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당 이전에 대해 스님께 조언을 구하셨고, 두 번째는 85세 노보살님께서 전에 다니시던 절의 스님 건강이 나쁘신데 가봐야 하는지 걱정하시는 질문, 세 번째는 남편과 아들의 술버릇에 대한 질문, 네 번째는 부처님 당시 정반왕이 부처님께 보낸 사람들이 출가를 하고 돌아오지 않았는데 부처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길래 그랬는지, 다섯 번째는 아주버님과 살고 계시는 무서운 시어머니를 앞으로 모시고 살려고 하니 너무 걱정이 된다는 질문이었습니다. <!--[endif]-->
법당 이전에 대해서는, 현재 법당에 더 있자는 의견과 법당 바로 옆에 더 큰 사무실이 비어있는데 그쪽으로 옮기자는 의견, 강원도 전체의 비전을 보고 터미널 근처로 가자는 세 가지 의견이 있어서 조언을 구하니, 스님께서는 의견이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 하시면서, 불사는 지역 형편에 맞게 기쁜 마음으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늘 대중의 뜻을 모아서 가는 것이 최고의 발전 정책라는 관점에서 해나가면 좋겠어요”라는 말씀에서 불사를 하는 관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85세이신 노보살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시는데, 노보살님께서는 잘 들리지 않아 못 알아듣자 스님께서 마이크를 내려놓으시고 보살님을 법상 앞으로 나오게 하셔서는, 바로 앞에서 큰 소리로 문답을 하셔서 감동과 웃음이 넘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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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 질문하게 되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로 질문을 시작하신 불교대학생의 질문은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다 보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치고 나서 그 소문을 듣고 정반왕이 사람을 보냈는데 보내는 사람마다 돌아가지 않고 다 출가를 했는데, 부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그렇게 한방에 출가를 했는지 가장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endif]-->
“부처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법당에 한바탕 웃음이 퍼졌습니다. “이 방에 있는 사람이 지금 스님 얘기에 대해서 듣는 게 내용이 같을까요, 다를까요? (다 달라요.) 그래서 ‘들을 귀’가 있어야 됩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아무리 많이 출현해도 볼 눈이 없으면 부처님이 안 보입니다. 그러니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되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됩니다. 근데 우리는 대부분 볼 수 있는 눈도, 들을 수 있는 귀도 없어요. <!--[endif]-->
정반왕이 보낸 사신은 이렇게 부처님한테 찾아갈 때까지는, 가서 ‘정반왕이 오라 그럽니다’ 이 얘기 하러 간 것입니다. 출가하러 간 것도 아니고 도에 관심도 없었는데, 그 기원정사에 딱 가니까 숲 속에 아무도 없는 거예요. 자기가 찾아가면 막 부처님 제자가 천 명이라 그러니까 가면 막 왁자지껄 하겠다 생각하며 갔더니 개미 새끼 한 마리 안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숲속에 들어가니까 갑자기 천 명이 딱 앉아 있는 거예요. 천 명이 있으면 시끄러워야 되는데, 조용한 거예요. 근데 저 앞에서 부처님이 법문을 한단 말이요. 그러니까 자긴 법문 들으러 간 게 아닌데, 전부 조용하게 있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듣게 된 거예요. 그때 들을 귀가 준비된 것이지요. 그러니 마음의 무지가 깨진 것입니다. <!--[endif]-->
꿈 속에서 강도한테 쫓겨서 막 도망을 가다가 살려달라 살려달라 하니까 관세음보살이 나와서 살려 줬어요. 그때 눈을 딱 떠보면 나를 해치는 강도가 따로 있고, 나를 구해 준 관세음보살이 따로 있을까요? 깨고 나면 아무도 없어요. 그러나 꿈속에서는 분명히 강도가 있고, 분명히 관세음보살도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눈을 뜨면 없다고 말하는 거고, 눈을 감으면 있다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처럼 그들은 깨어났기 때문에 무지의 상태에서 생각한 심부름을 할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끝으로 스님께서는 “바깥에서 아무 일이 안 일어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일어나는 일들은 그때는 장애지만 이겨내고 나면 다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 됩니다. 너무 작은 일에 애걸복걸, 우왕좌왕하지 말고 조금 큰 눈으로 보시고 임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시며 회원들에게 계속 수행할 것을 당부해주셨습니다. <!--[endif]-->
법회를 마치고 나가시면서도, 질문자가 말씀하신 법당 옆 사무실을 살펴보러 가시는 스님을 뵈면서 대중에 대한 사랑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ndif]-->
스님께서는 오늘 모두 3곳의 법회를 마치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end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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