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잠깐 동안의 행복. ---> 베히모스 [4]
쿵.....!!......
경비병이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지는 경비병의 옆에 서서 검을 쥐고 있던 한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이제 시체가 되어버린 경비병에게 다가가 두 발을 잡고는 천천히 구석진 수풀로 끌고 갔다.
"좀 찝찝하지 않아? 그래도 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동료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
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 아름다운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어둠속에서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들려왔기에 심장이 약한 사람은 심장을 싸잡아 쥐고 쓰러질 정도였다. 하지만 남자는 알고 있었던 듯, 전혀 놀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둠 속의 어딘가를 바라보곤 말했다.
"웬일이십니까? 세라일 님."
"후훗.. 놀라지도 않는 거야? 베이언."
그런 소리가 들리고 어둠의 저편에 서있던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폭포수 같은 검은색의 머릿결에 몸이 감싸인 듯한 모습의 여인.. 아니, 남자인가? 확실히 모르겠다.
미소년이 등장할 가능성이 다분한 이 소설을 읽고 계신 분들께서는 지금 서술자인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등장했지만 의심을 해야만 하는 이 비극적인(?) 상황을........
흐릿한 달빛에 드러났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얼굴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약간은
날카로워 보이는 갸름한 턱선.... 그리고 우수에 젖은 듯한 속눈썹..... 그 아래에
약간은 장난끼가 엿보이는 눈웃음....... 간단한 여행자 차림의 옷이었지만, 꽤
비싼 재질의 옷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굴곡이 완연한 몸매와 긴 귀.... 엘프였다.
"오늘 밤 작전이 실행되리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그곳에 계신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요. 당신은 언제나 자신의 일을 끝내고 다른 사람이 일하는 곳을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시니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저길 보십시오."
베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왼쪽을 가리켰다. 불과 몇 분전까지도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던 그곳에는 어느 새 빛이 밝혀져 있었다.
"어? 뭐지?"
그렇게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세라일. 그녀는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이언은 가늘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일단은 작전의 성공유무가 중요하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이 폭주(?)하지 않기를 바랬다.
"빨리 가 보셔야 할 겁니다. 아니면 나중에 브리드 님께......"
베이언의 입에서 '브리드'란 이름이 튀어나오기가 무섭게 세라일은 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이언은 중얼거렸다.
"이 주위를 정리하고 빨리 나도 저기로 가봐야겠군...."
누군가가 숲을 급하게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숲의 정적을 깨면서 멀리 퍼져나갔다. 나무 사이를 급하게 가로 지르는 두 개의 검은 그림자. 그 속도는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따라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들의 목적지는 전방에 보이는 어느 한 광장.... 그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들리는 칼이 부딪히는 소리는 경고하고 있었다. 큰일이 벌어졌다고......
달려가던 두 개의 그림자는 달려가던 속력 그대로 나무를 걷어차면서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가벼운 움직임이라 그리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윽고, 두 그림자는 광장의 주위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섰다.
"후우... 후우.... 언니, 저기 싸우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 일행이 있는 것 같아?"
허리를 굽힌 채 숨을 몰아쉬던 한 그림자가 말했다. 말하는 것을 들어봐서는 아마도 둘 다 여자인 모양이었다.
다른 한 그림자는 숨을 몰아쉬는 기색도 없이 자리에 서서 광장을 바라보았다. 대략 10미터 정도나 되는 높이였지만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한참 광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톤 고렘 두 마리와 대략 50여명 가량의 경비병들의 사투를 바라보던 그림자는 말했다.
"아니, 없는데... 아마도 리오스가 너무 걱정을 한 모양이야."
까앙! 한 경비병이 최선을 다해 던진 창이 한 스톤 고렘의 몸에 부딪혔다.
하지만 작은 흠짓 하나 내지 못하고 창은 튕겨 나왔다. 고렘의 몸에 상처를 내기에는 경비병의 어깨 힘으로는 택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경비병들이 모여 있을 줄이야.... 이건 아무래도 누군가가 꾸민 함정인 모양이야......."
경비병 여섯 명 정도가 고렘에게 다가가서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모양이다.
"빨리 그 모험가들을 불러와라!!!!!"
그렇게 외친 한 경비병은 다른 동료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아무래도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란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경비병들이 일정한 거리이상 물러서자 고렘은 마치 움직이지도 않은 듯이 조용해졌다. 어느 정도 물러서면 고렘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언니... 그렇다면 리오스가 위험하지 않을까?"
숨을 몰아쉬던 그림자가 허리를 펴면서 물었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른 그림자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괜찮아, 리오스라면..... 절대 죽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그림자는 갑자기 들려온 앙칼진 목소리에 흠칫해서는 아래를 바라봤다.
"스톤 고렘! 가서 저 경비병들을 쓸어버려!!"
경비병들을 눕히고 조용히 베히모스에게 걸어가던 나는 갑자기 들려오는 말소리에 놀라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리가 꽤 가까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의 목소리는 아니고..... 아마도 아까 저쪽에 눕혀놓고 온 남자의 일행인 모양이었다.
흐음.... 어쩐다..?... 만약을 대비해서 저기까지 가서 눕히는 게 나을까...
아님.........
[그대는 누구인가?]
베히모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목소리가 아니었고, 뭐랄까.. 그래, 뜻 자체를 전달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것도 나에게만 들리게........
언어 마법인 [엔도우 제노글라시아]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엔도우 제노글라시아]는 내 입에서 나오는 언어를 뜻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그 전환된 것을 내 이야기를 듣는 다른 사람, 즉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 들려준다. 물론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어떤 방식으로 마나가 움직여서 그렇게 되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난 아직은 내 '존재의 위치'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존재의 위치'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위의 것을 깨달으면 나머지(고난도의 마법에서 마나가 움직이는 방식 같은 것....)의 궁금 점은 모두 풀린다고 할아버지께서 그러셨으니........
어쨌든지 [엔도우 제노글라시아]는 그런 식으로 언어를 전달하는 반면에 베히모스가 쓰는 언어 전달은 자신이 머릿속에 품고 있는 뜻을 내 자신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 같았다.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하는 것일까...
그런 아직 어린 성룡 특유의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했다.
그냥 말해도 베히모스가 알아들을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일단은 인간의 언어로.....
"난 리오스. 베히모스여.. 무엇때문에 이곳에 묶여있는가?"
[그걸 말해야 할 의무가 내게는 없다. 인간이여..... 뭘 바라고 내게 다가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만 가주길 바란다.]
호오... 알아듣는 구나... 그런데 왜 저렇게 서글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거지? 무슨 사연같은 게 있는 걸까?
"베히모스여... 성스러운 짐승이여....... 왜 이곳에 있는 것인가? 혹시.........
당신의 새끼를 위해서 이곳에 일부러 잡혀온 것 아닌가?"
약간 반짝이는 듯하더니 내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 베히모스의 눈. 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움직일 힘은 없는 듯 했다.
왜지...?...... 만약 내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날 죽이려고 당장에 마법을 쓰거나 앞발로 나를 뭉개려고 해야 할 텐데..........
[어떻게 그것을 안거지? 네가 내 새끼를 데려간 자인가?]
후훗.... 무슨 섭한 말씀을...... 그러고 보니 아주 중요한 일이 하나있는데.......
"그전에 내 질문에 답을 해준다면 네 질문에도 답해주마.. 네 새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
마치 이상한 놈 본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베히모스의 눈길... 으윽.!!....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라구.... 나라고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서 하냐?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확실히 해두자는 생각에 이러는 거지......... 에구...........
그렇게 나를 쳐다보던 베히모스의 눈가에 가느다란 웃음기가 생겨났다. 그 다음 순간 그는, 아니 그녀는 대답했다.
[후훗.... 왜 그런 걸 묻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네가 그리 나쁜 인간같지는
않구나....... 좋아, 대답해주지.......... 크기는 대충 잡아도 너보단 크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꽤 큰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 녀석이라서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씁쓸한 어조로 말하는 베히모스. 으음... 그렇군... 나보다도 크단 말인가. 그럼 그 고양이는 뭐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기.... 베히모스... 그럼 네 새끼가 크기를 맘대로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건 없지?"
한창 추억에 빠져있는 베히모스에게 물었다. 어딘가를 멍하게 바라보던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대답했다.
[물론이다.]
으음... 이럼 또 심각해지는데...... 이를 어쩐다......
쿠와아아아아아아!!
어라? 이건 무슨 소리지? 그리고 또 이 살기는 뭐야? 갑작스레 들려온 고함소리와 그 한순간에 터져 나온 처절할 정도의 살기. 아주 잠시였지만 느껴졌다.
응? 뒤에 인기척이......?........ 뒤를 흘끔 바라보니 아까 내게 얼굴을 얻어맞고 날아가 기절했던 남자가 내 뒤에서 쪼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포션을 사용한 것일까.. 그의 얼굴은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이런..... 꽤 큰일이 될 것 같군... 아무래도 성수의 힘을 원하는 인간들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안 그런가?..."
처음과는 달리 내게 반말을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내 이름은 브리드라고 하네. 성 따윈 없어."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하는 브리드. 그의 얼굴에는 알지 못할 어떤 근심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성이... 없다고.....?... 그럼........
"뭐야? 그럼 넌 '중성'이었냐?"
내 말에 휘청거리는 브리드. 그는 쓰러질 뻔한 자신의 몸을 간신히 가누곤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뭐냐... 그 눈빛은.. 이게 아니었냐?
그리고 뒤에서 나를 찌르는 듯한 다른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베히모스마저도 내 앞에 서있는 브리드란 남자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양이었다.
뭐, 뭐야.. 다들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 거지? 저 녀석이 먼저 말을 이상하게(?) 꼬아서 한 거잖아!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브리드가 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후훗.... 너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난 이만 가봐야겠어.... 아무래도 내 일행이 저곳의 싸움에 연관된 것 같거든...."
브리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듯이 말하고는 걸어갔다. 아무래도 나는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다. 참... 그러고 보니 나도 가봐야 하지.. 우리 일행 중의 누군가 연관되었을지 모르잖아?
[리오스..... 넌 무슨 목적으로 내게 다가온 것인가?]
막 달려다가려던 나를 베히모스가 불렀다. 난 베히모스를 바라보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런 일에 끼어든 것일까...........?...........
허억 아무런 이유가 없다!.......
콰콰콰쾅!!
에궁...... 이미 벌여놓은 일 어쩌겠어.... 얼른 해결하고 손 씻는다는 마음으로
해야지... 에휴... 괜히 이런 일에 끼어들어서는... 약속도 못 지킬 뻔하고......
담부턴 안 이래야지...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 으아아아악! 머리를 싸잡아 쥐던 나는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베히모스의 시선을 느꼈다. 쳇.... 이럴 때가 아니지.....
"베히모스. 넌 네 새끼를 되찾으면 어떻게 할 거야?"
이젠 아예 반말 투로 말하는 내가 같잖다는 것일까, 아님 재밌다는 것일까.....
의미를 알 수 없는 눈웃음을 지은 베히모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 레어가 있는 테라로어드 산맥으로 돌아갈 것이다.]
흐음... 역시... 아니지, '마을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말은 안 했잖아....
"설마 마을을 무너뜨리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절대로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
얼레? 이거 뭔가 좀 이상한 걸......
"저기..... 저녁에 네게 마수라고 부르면서 검을 휘두르던 소년, 생각나?"
[아... 왠지 모를 원독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소리치며 검을 휘두르던 소년 말이군. 물론...]
"그 소년의 부모님을 네가 죽였다고 사람들이 말하던데... 어떻게 된 거야?"
[....... 아, 예전에 이 마을 근처에서 봤던 사람 2명을 말하는 모양이군.... 예전에 새끼가 인간들에게 납치되었을 때, 아무리 마을의 근처에 대고 위협을 해도 인간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더군.... 그래서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 그 둘을 납치.... 좀 부끄럽군..... 납치를 해서 내 레어속에 뒀다. 그런데 인간들은 내가 그 둘을 먹으려고 잡아간 걸로 생각하고 있더군. 쯧, 맛도 없고, 비린내만 잔뜩 나고, 더구나 몸집은 작은 것들이 머리만 좋아서 쓴맛이 나는 부분.. 인간의 언어로는 그것을 뇌수라던가? 하여튼 그 부분은 왜 그리 많은지..... 그런 것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것을 먹는 몬스터들이나.... 다들 이해가 되진 않아...]
우웃... 안 먹는다는 베히모스 치고는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내가 그녀를 의심하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오, 오해하지 마라. 내가 그런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예전에 고블린들이 차고 놀던 인간의 머리(...--;;.)때문에 안 것이니까....]
호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난 지금 가봐야겠어. 아, 그리고 만약 나중에 내가 네 새끼를 찾거나 보게되면 내게 데려다 줄께..."
쿠와아아아아아앙!
무언가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괜히 늑장부리다가.........
달려갈 시간도 아깝다!
"[워프]."
슈웅...!!... 눈을 떠보니 광장같은 곳이 보였다. '개판'이란 말이 이럴때 쓰이는
말인가 보다. 한쪽 구석에는 수십 명의 경비병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에 짓눌린 듯이 온몸이 납작했는데 그 주위로는 피가 작은 시냇물을 이뤄 흐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불에 까맣게 그을린 시체가 많았다. 너무 타버려서 누구인지 신원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까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저 사람들을 죽일 때 사용한 마법이 폭발하며 난 소리였나 보다.
쳉! 쳉! 쳉! 쳉!
아직도 소란스러운 곳을 바라보니 왠 엘프 한 명이서 경비병 수십 명을 몰아붙이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저런 일이 가능... 하구나.......
슈욱!
엘프의 레이피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자 경비병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기에 바빴다. 분명히 수는 경비병들이 많은데, 어째서 엘프 한 명에게 쩔쩔매는 걸까...
어라? 저건....?..... 레이피어가 퍼렇게 빛이 나네... 설마..... 저 엘프도.....
소드 마스터?!............................. 요즘엔 소드 마스터가 많이 나온다더니 그게 사실이었구나...... 잠깐.... 이렇게 소드 마스터가 많다는 것은.............
으음... 어느 책에선가 읽었는데..... 어느 한 시대에 뛰어난 인재가 많이 나온다면 그건.... 그건.... 으음... 뭐더라?............. 생각이 안 나네......
"꺄하하하하!! 죽어!! 죽어! 죽으란 말야!!"
엘프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댔다. 경비병들이 스피어를 던졌지만 그것은 엘프의 레이피어의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공중에서 조각나 버렸다.
으음...... 미친 엘프같군... 저런 엘프는 첨보네.. 그런데 우리 일행은 없는 듯..
하구나...... 저건...... 브리드?
엘프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곳을 바라보다가 잠깐 주위를 살피니 브리드가 그 엘프의 뒤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호오... 저 엘프가 일행인 모양이군.. 고생 꽤나 하겠는걸.......
그러나저러나..... 일행이 어디 있을 듯한데....... 으음.... 우웅....... 아, 저기 이레나와 세리스가 서있군... 나를 본걸까... 이레나와 세리스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럼... 뛰어서 가볼까......"
가볍게 나무에서 뛰어오른 나는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차면서 세리스와 이레나가 서 있는 나무로 다가갔다.
마을의 어두운 골목.... 그곳에는 두 명의 사람이 보였다. 소녀와 손바구니를 든 중년의 신사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으음.. 어떻게 된 걸까요? 아직까지 소식이 없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음.... 네 이름이... 아그네스라고
했던가.....?"
중년의 남자가 소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아그네스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름을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아네스란 애칭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귀엽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아그네스를 바라보던 중년의 남자는 소녀가 자신의 이름의 뜻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애칭에 담긴 말뜻도..........
"그럼 아네스라고 불러줄까?"
자신에게 그렇게 물어오는 레일을 바라본 소녀는 이제야 자신이 바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새 자신들이 걱정하던 것을 까맣게 잊은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멀리서 아련히 들려오는 폭음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