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민사17단독(판사 조민혜)은 최근 주택관리업자 A사가 세종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사의 청구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지난 2018년 12월경 B아파트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에 참가해 낙찰자로 선정됐으나 입대의 측은 불공정한 행위가 발견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탁관리계약 체결 절차를 진행하지 않다가 2019년 3월경 입주민 투표 결과 과반수가 A사와의 계약체결에 반대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A사에 통지했다.
이에 대해 A사는 “입대의는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자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고 중대한 하자가 없음에도 계약체결을 거부했다”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낙찰금액 상당인 약 3,33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입대의 측은 “입대의 임원 C씨가 입찰 전에 A사를 방문하고, C씨와 동대표 3명이 A사가 주택관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다른 동대표들을 회유하는 등 입찰에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절차상 부정이 있다”면서 “이는 입찰공고에서 명시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아파트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에는 A사를 포함해 5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동대표 14명이 업체별로 사업계획의 적합성, 협력업체와의 상생발전지수를 평가하는 적격심사평가에서 C씨와 위 동대표 3명만이 모두 A사에 영역별로 최고점인 5점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우선 관련 법리에 대해 “국가계약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계약 체결을 위한 입찰절차에서 입찰서의 제출에 하자가 있다 해도 다른 서류에 의해 입찰의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고 심사 기타 입찰절차의 진행에 아무 지장이 없어 입찰서를 제출하게 한 목적이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면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당해 입찰을 무효로 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그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할 뿐 아니라 상대방도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또는 그러한 하자를 묵인한 낙찰자의 결정 및 계약체결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그 절차에 관해 규정한 국가계약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무효가 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기준은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실시되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특히 B아파트의 경우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에서 평가주체인 입대의 부회장 및 동대표들 일부가 사전에 입찰참가자인 A사를 2회 개별적으로 방문하고, 다른 동대표들에게 A사가 낙찰자로 선정되도록 평가점수를 주도록 회유한 사정은 입찰참가자들이 공고된 판단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게 될 위험을 발생시키는 절차상 하자”라며 “그 하자는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인 A사로서도 입찰 이전에 입대의 부회장 등과 개별적으로 접촉했던 이상 그러한 사정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입찰을 무효로 하지 않으면 주택관리업자의 선정절차에 관해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입찰절차상 하자는 입찰공고에서 낙찰을 무효처리하는 사유로 명시한 ‘부정’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이에 따라 “A사가 적법한 낙찰자 지위에 있지 않은 이상 입대의에 A사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할 의무는 없다”고 A사의 청구를 배척했다.
한편 A사가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이 같은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