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 시달리던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양산분회장 숨진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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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나 죽음으로 인해 승리해달라”
정혜규 기자 jhk@vop.co.kr
발행시간 2014-05-18 11:51:42 최종수정 2014-05-18 11:59:20 18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조탄압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34) 분회장의 유서를 공개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탄압 등에 시달려 온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7일 오후 1시 30분께 강원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의 한 연수원 부근 공터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34) 분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염 분회장은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 안에서 숨져 있었다. 이를 마을 주민(71)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차량 조수석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으며, 부모에게 쓴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앞서 염 분회장은 지난 12∼14일 양산분회 등 전국 노조원들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의 원청인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과 수원 본사 등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2박3일간 노숙 투쟁을 벌였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그동안 각 센터와 삼성전자 측에 성실교섭 촉구, 건당 수수료 제도 폐지와 월급제 도입,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해 왔다
노조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염 분회장 죽였다"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삼성의 무노조경영이 염 분회장을 죽였다"고 반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염 분회장은 2010년 6월 입사해 가전제품 방문수리 기사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건당수수료제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다 2012년 10월 퇴사했으며 숙련기사를 원하는 사측의 요청으로 지난해 재입사했다.
염 분회장은 지난해 7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된 이후 노조에 가입했고, 8월 분회장에 선임됐다. 지난해 11월 사측 간부가 조합원들에게 "노조하면 빨갱이"라고 말하자 항의방문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 고소·고발에 연루되기도 했다.
염 분회장은 김해·진주·통영 분회 등 경남·부산 지역 4개 분회 노조원 150명과 함께 지난 9일부터 사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무기한 전면파업을 벌이는 등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그가 노조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는 참혹했다. 노조는 "염 분회장의 3월 월급은 70여만원, 4월 월급은 41만원이었다"며 "조합원 표적탄압과 생계압박만 없었다면 죽음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서비의 협력업체 소속직원들인데, 노조는 사측에서 조합원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등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전자제품 수리 건당 서비스수수료 형태의 임금을 받는 상황으로 수리 건수가 적으면 임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염 분회장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5월 총력투쟁 함께하자"며 "6~9월부터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결의를 했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
공개된 유서에서 그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다"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저를 바친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희 동료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있다"며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 마련 부탁드린다"고 했다.
현재, 염 분회장의 시신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 2층 5호실에 안치돼 있으며 노조는 수도권 전 조합원에게 빈소로 집결하라는 쟁의지침을 내렸다. 또 18일 오전 10시 중앙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과정 논의에 들어갔다.
한편, 지난해 노조 설립 이후 칠곡센터의 임모(33세)씨가 과로로 목숨을 잃고 천안센터 최종범(33세)씨가 노조탄압에 항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공개된 염호석 분회장 유서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입니다.
저를 친동생처럼 걱정해주고 아껴주신 부양지부 여러분 또 전국의 동지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여러분 곁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 마련 부탁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의 그 날까지 투쟁
양산분회 분회장 염호석
첫댓글 자살이 아니라 삼성의 타살입니다
완전범죄를 노리는 범인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삼성의 타살. 노사와의 관계를 이런식으로밖에 해결 못하는 것 보면 삼성도 오래 못 갈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