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산하, 들꽃 이야기
세명고등학교 교사 김태원
언제나 들꽃 탐사길은 설래임이다. 특히나 새로운 식물을 만나러 가는 길은 묘한 설래임으로 밤잠까지 설치게 만든다. 몇 년간 가슴알이를 하다가 보고 싶었던 꽃을 만나거나 우연히 찾았을 때의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이다.
가장 최근의 일로 울릉도 선모시대를 만나러 갈려고 생각했던 일이라든지, 강원도 일부 저수지에만 자생한다는 각시수련을 만나러 갈려고 생각했던 때, 강원도 모처의 광릉요강꽃을 만나러 갈려고 했던 때의 상황은 하루 전날 밤잠을 설치는 일까지 있었다. 제주도의 여름새우난초는 또 어떠한가? 아름다움의 극치를 가져다주는 꽃이다.
선모시대는 우리나라의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면서 개체수도 손으로 꼽을 정도로 개체수가 적어 보호가 절실한 식물인데, 아직 그 구체적인 보존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립수목원에서 개체 증식과 현지복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잘 복원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강원도 속초를 지나 석호에 각시수련을 보러 가는 길, 각시라는 단어는 보통 작고 아름답다는 의미의 접두어로 사용되어진다. 이름에도 풍겨오듯이 수련에 비해 작고 훨씬 더 아름답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꽃이 작아서 애기수련이라고도 불리는 각시수련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기도 하다. 또한 광릉요강꽃은 야생화 사진가라면 한번쯤은 만나고 싶은 꽃이다. 아니 간절히 보고 싶은 꽃 중에 하나이다. 멸종위기식물 1급에 해당하는 꽃으로 그만큼 자생지 보호가 절실하다는 의미이다. 이 꽃이 자생하는 몇 몇 곳은 이미 사람의 출입을 할 수 없도록 철망을 처 놓았다. 다행히 이 꽃을 보러 갔을 때 강원도 쪽은 아직 철망을 치지 않아 현장을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여름새우난초는 또 어떠한가? 한라산의 깊은 숲속 여름에 꽃을 피우는 연보라색의 새우처럼 생긴 꽃, 한번 보고 나면 황홀경에 빠질 정도이다. 너무나 아름다워 사람의 손을 상당히 많이 타는 꽃이다. 그래서 자생지에서 그 개체가 급감하는 종중에 하나이다. 그 꽃을 보러 작년 여름방학때 몇 몇 지인들과 제주도로 향했다. 개체수가 작고 귀한 꽃은 그 꽃을 한번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인간의 손길이 자주 닿게 되면 그들의 삶도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들끼리 아름다운 숲속의 향연 펼쳐가길 기원해 보면서 위에 언급된 식물들과 더불어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본다.
선모시대를 찿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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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모시대↑] 2011.8.27.울릉도
아마추어 동호인들 중엔 이 선모시대를 야생상태에서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꽃을 최초로 발견한 분과 이 초롱꽃속을 연구하는 교수 및 국립수목원의 식물연구원들 이외에는 이 꽃을 본 사람이 별로 없다. 울릉도에 자생하기는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피어 있단 말인가? 국립수목원에 친한 분이 있어 이 꽃의 자생지를 물으니, 개략적인 위치만 알려준다. 현장에 가서 산을 뒤져 찿아야 한다. 여름방학때 이 식물을 찾아보고자 8월초에 2박3일간을 비워 놨다. 그런데 정작 그 때는 저간의 사정으로 울릉도를 들어가 보지 못했다. 8월 말경에 한 분이 울릉도 들어간다고 하길래 개략정인 위치를 알려줬더니, 현장을 뒤져 이 꽃을 찾았다지 뭔가? 그래서 1박 2일 양일간 이 꽃을 보러 도움을 받아 현장을 다녀왔었다. 현장의 정상부근에 도도하게 피어 있는 선모시대, 울릉도특산식물이면서 아직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 져 있지 않은 꽃, 개체수도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통꽃의 형태도 모시대는 길쭉한데 반해 이 꽃은 통통하고 시원스럽게 더 크다. 현장에서 이 꽃을 보고 있노라니 아름답고 당당하게 서 있기는 하지만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꽃은 절개가 있어 보이는 도도한 모습으로 똑바로 서 있다. 그래서 선모시대라는 이름을 얻었으리라. 가히 범인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너희들만의 삶 영원히 이어가렴. 한참이나 현장에서 머물다가 산 정상에서 해가 저물려한다. 큰일이다. 잘 곳도 아직 정해 두지 않았는데, 빠른 걸음으로 태하까지 가야 한다. 태하로 가서 천부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나리분지까지 가야 하는데 천부에 가니 이미 나리분지로 가는 마지막 버스는 없다. 나리분지에 가면 이용하는 민박집이 있는데, 주인이 참 좋아서 매년 이용하는 집이다. 연락을 하니 다행히 차를 보내겠다고 한다. 반주겸 저녁식사를 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잠이 든다.
다음 날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넘어 도동으로 내려와 썬플라워호를 타고 포항으로 오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인데, 성인봉쪽엔 이 시기에 별 꽃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아침 일찍 나리분지 주변만 돌아보고 천부로 내려와서 해안가 식물을 탐사하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천부로 내려왔다. 버스안 차창가에 스치면서 지나가는 울릉장구채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천부에서 내려 다시 울릉장구채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다를 보고 당당하게 서 있는 장구 형태의 꽃, 울릉도에만 자생한다하여 울릉장구채라는 이름을 얻은 꽃, 역시 울릉도특산식물이다. 8월 말이면 이 꽃은 절정기가 지난 모습인데, 일부 개체는 지금 아름다움을 한 껏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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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장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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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현삼↑]
선모시대를 찾아 온 탐사 길에 울릉장구채도 보고, 해안가를 걸어가면서 섬현삼도 보았다. 섬현삼 배경엔 저 멀리 코끼리바위도 바다위에 떠 있다. 이 3종은 모두 전세계에서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아주 귀한 꽃들이다. 잘 보존되어 한국을, 울릉도를 빛내는 자원식물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