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이 모든 일들이 빛 바랜 사진이 되고 말테지만.
-Chrispi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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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칙한 여자들 이야기、
제 1장. 여러가지 인연, 그리고 입학
16. 하이제 베레이
일순간에 우리 셋은 꽝꽝 언 동태가 되었다. 분명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고, 평가 기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해고는 심한 처사였다는 것이
우리 셋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에 안나도 크게 동조하였다. 이 사실은 아직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퍼지지 않았는지 주변에서 '점수가 왜 다 D야? 그 여자 뇌가 제대로 박혀 있긴 한 거야?' 등등의
말들만이 오갔기 때문이다.
“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어,” 안나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 갔다.
“ 흥미로운 점? 그게 뭐야?” 제니가 물었다.
“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안 게 에미리라고 했잖아. 그게…에미리가 우연히 마사의 방을
지나게 됐나봐. 그런데 사보레아와 마사가 심각하게 다투더래. 한 오분 뒤에
마사가 '당신은 해고야!' 라고 그랬고, 사보레아는 '정말 고맙네, 친절하게 해고
시켜주고!' 라고 그랬대.”
“ ……다툰 이유는?” 스피나는 허를 찌르는 질문을 했다.
“ 그게 바로 에미리가 듣지 못했던 부분이야. 에미리가 갖은 추측을 해보고 있는데
썩 좋은 해답은 찾지 못한 것 같아.”
나는 묵묵히 안나의 말을 듣기만 했다. 혹시…그 때문은 아닐까? 그녀는 몇 마디 더
하다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려주어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안나가 1학년
여학생들 사이에서 어느 덧 정보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문을
내는 것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스피나와 제니는 마사와 사보레아가 무엇 때문에
다툰 것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나는 나 혼자 고민에 빠졌다.
**
그리고 안나의 소식은 정말로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그 다음날 곧바로 증명되었다.
1층 학생 홀에 붙어 있는 공식 학생 게시판에 사보레아의 사임에 대한 공지가 떴기 때문이다.
공지에는 교장의 승인 도장까지 찍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교장 마저도 사보레아의 사임에 동의한
모양이었다. 학생들은 수군수군거렸고, 사보레아의 해고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더불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체육 수행 평가는 모두가 공평하게 만점을 처리되었다. 어쨌든 성적에 지장을 주진 않았지만
녀석과 열심히 연습했던 것, 아니, 녀석에게 당한 걸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
***[발칙한 여자들 이야기]***
우리는 요새 들어 뻔질나게 학생 공부방을 드나들었다.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중간 고사가 벌써 한 달도 채 안 남은데다가 하이제 선배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피나에게 세계사 문제를 물어보고 있을 때,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났다.
저 멀리서 하이제 선배가 두툼한 3학년 교과서를 끌어 안고 학생 공부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동안 공부방에 있던 거의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하이제 선배를 '존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어? 너희는 저번에 봤던 그애들이네!”
선배는 쿨하게 책을 꽝 내려놓고 우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슬금슬금 선배와
가깝게 앉았다. 우리 셋은 그날 이후 '도대체 벚꽃 축제가 뭐하는 거지?'라며 궁금했기
때문이다. 활달한 제니가 먼저 말문을 텄다.
“ 하이제 선배님, 벚꽃 축제 얘기해주세요! 선배 만나려고 계속 공부방 왔었는데….”
“ 선배님이라니, 그냥 편하게 대해. 벚꽃 축제는 사실 3학년들에게 유명한 축제야.
왜냐하면 가장 유명한 코너인 '프롬(Prom)'은 3학년만 참가할 수 있거든.”
“ 에?!” 제니의 표정은 삽시간에 가뭄을 겪는 논처럼 변했다.
“ 그런데 프롬도 예외적으로 1,2학년 들도 참가할 수 있으니까 너무 그러지 말라구.”
제니의 표정은 다시 아침 햇살처럼 환해졌다. 나는 하던 세계사 문제집도 덮어버리고
하이제 선배의 눈을 쳐다보았다. 선배의 싱그러운 미소는 같은 내가 보아도 정말
'멋있었다'. 선배의 고동색 눈동자는 초롱 초롱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선배는
털털하니 말을 재미있게 할 줄 알았다. 이미 다른 1학년 학생들도 선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들도 벚꽃 축제라는 말을 듣고 솔깃했던 모양이다.
“ 프롬만 설명해줄게. 다른 건 1,2학년도 필수적으로 참가해야하니까 유인물이
나갈 거야. 프롬은 3학년들에게 인상 깊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만든 거야.
여학생들은 드레스, 남자들은 멋진 연미복을 입고 학교측에서 예약해 놓은 유람선 위에서
댄스를 즐기는 거지. 이 때, 파트너는 필수로 있어야하는데, 먼저 신청하는 쪽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해. 대부분 남학생들이 해. 1,2학년도 다른 학생들로부터 프롬 신청을
받으면 올 수 있어.”
“ 우와…. 그럼 3학년 뿐만 아니라 1,2학년들도 많이 오겠네요?” 제니가 쾌활하게 물었다.
“ 그런데 의외로 별로 없어. 신기 하지? 학생들이 부끄러워서 그런지 프롬 신청을
잘 안해. 그리고 자금도 딸리구.”
“ 여학생이 프롬 신청해도 되는 거죠?” 나는 희망을 품고 질문했다.
“ 그럼! 나도 내가 프롬 신청하려고 했는데 먼저 선수친 놈이 있었지 뭐야. 하하하.”
선배의 이야기는 끝도 없었다. 프롬 신청 기간은 따로 있고, 그 기간 안에만
신청을 받아야지 프롬에 참가할 수 있다고 했다. 프롬 기간은 중간 고사가 모두 끝난
다음날 부터 2주일 간이라고 한다. 심장이 갑자기 쿵덕거렸다. 중학교 때부터
용돈을 꾸준히 모아왔었으니 비용의 삼분의 이 정도는 해결이 될 것이다.
그 돈을 다 털고, 엄마한테 좀 더 보태달라고 하면 내가 신청해도 무관할 것이다.
그 애에게…. 그리고, 이번 기회에 더불어서 확실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기간이 끝나서 다시 가버리기 전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이야기할 것이다.
***[발칙한 여자들 이야기]***
@시이나 이야기
망할 무슨 '벚꽃 축제'인가 하는 행사 때문에 본의 아니게 바빠지고 말았다. 다름 아닌
'밴드부' 때문이었다. 밴드부 부장은 연습에 굉장히 집착했고, 멤버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우리는 늘 '최고'의 밴드부였다고 주장하곤 했다. 물론 그건 맞는 말 같기는 했다.
내 노래실력이야 내가 알 바 아니지만, 데미안 저 녀석만큼은 신들렸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드럼을 잘 쳤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의 열정이 좋긴 했다. 하지만 샤를의 싱그러운
미소가 훨씬 더 좋았다.
그 날도 밤늦게까지 데미안과 나는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샤를에게 13번째 계란 쿠키를─사실 계란 쿠키 이후의 쿠키들은 너무 어려웠다─전해주려고
연습실에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내가 음료수를 사 마시러 매점에 갔다오니 그 쿠키 상자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데미안은 미친 듯이 드럼을 두들겨댔다.
“ 데미안 ! 너 여기 있던 쿠키 상자 못 봤어?”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 ……글쎄.” 그는 목소리를 잔뜩 내리깔며 대답했다.
“ 야, 글쎄라니! 그거 중요한 거야. 나한테 소중한 거야.”
사실, 내가 샤를에게 쿠키를 몰래 갖다주기 시작한 이래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샤를에게 쿠키를 준 것을 목격한 그 이후부터 데미안의 태도는 살짝 싸늘하게
변해버렸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별 의미 없는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대답하곤 했다. 나는 단지 그에게 안 좋은 일이 있겠거니 했지만 꺼림칙했다.
게다가 룸메이트와 냉전 기운이 흐르면 그닥 좋을 게 하나 없다는 것을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화낼 이유가 뭔가? 없지 않은가?
“ 샤를 라비린드를 위해서, 중요한거겠지. '너'한테 중요한 게 아니라.”
“ 너 진짜…그 때 이후로 내가 계속 샤를에게 쿠키를 갖다 준다고 생각한거야?”
좀 더 나은 분위기를 위해, 깨끗한 룸메이트 관계를 위해 나는 거짓말을 시도했다.
워낙에 표정 변화가 없는 나였기에 거짓말을 식은 죽 먹기였다. 나는 진담도 거짓말처럼,
거짓말도 진담처럼 말할 줄 알았다. 내가 지난 날 살아오면서 습득한 기술이기도했다.
급속도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그의 눈빛이 마치 한 마리 굶주린 '매' 같다고나 할까.
연습실은 약간 어두운 편이었는데 그의 눈빛만큼은 달빛만큼 번뜩였다.
“ 어. 상자엔 늘 'S를 위하여,' 라고 쓰여 있으니까.”
“ 난 네가 왜 이렇게 민감하게 구는 지 모르겠어. 그나저나, 내 쿠키들 어쨌어?
누굴 주던지 네 일이 아니잖아.” 나는 냉정하게 따졌다.
“ 내가 직접 샤를을 갖다주려고 했지. 넌 노래 연습하느라 바쁘니까. 그러다가 샤를의
룸메이트 제니 소프트를 만났어. 그랬더니 걔가 친절하게 갖다주겠다며 가져갔어.”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제니는 내가 샤를에게
쿠키를 갖다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만큼은 내 진심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계란 쿠키 이야기만 나오면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다. 아무튼 나 역시 데미안에게 실망했다. 멋대로 쿠키 상자에 관여하다니.
엄연히 내가 만들었고, 내가 전해줘야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인데. 나는 거칠게 남은 음료수를
마신 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나도 눈을 부라리며, 아니, 그를 흘겨보았다.
“ 사과해. 왜 네 멋대로 행동하는데.” 나는 냉랭히 말했다.
“ ………그래, 엄청 미안하게 됐어.”
그는 스틱을 내동댕이쳐버리고는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쾅하고 닫히는 문 소리가
심장을 강타하는 듯했다.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차다.
나는 분명 잘못한 게 없다고 나 자신에게 타일렀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나도 노래할 맛이 나지 않았다.
목이 꽉 막혀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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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냉전 만들기는 재밌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떡해 ㅜㅜ 난 너무 사악한 가 봐요... 바아커플 냉전만들 때도 혼자 신났었는데 <-
첫댓글 앗, 저거 항가다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그렇군. 항가언니였서
^/^꺅 나 인기짱이야ㅋㅋㅋㅋ이거 너무 좋은 전갠데-_-* 앞으로 이대로 쭈욱쭈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애라면 과연 누구일까?(두둥)
존이져!
시이나, 마음을 확실하게 하라고! 감히 데미안을 화나게 하다니ㅠㅠ
아, 데미안도 급 불쌍해 지는데ㅇ<-<
꺄햘 시이나는 밀고당기기를 너무 잘해 <편애
몇번 봐도봐도 시나랑 성격이 정말 판박이.(중얼)
나랑 시이나랑 성격이 똑같은거야 모 ^.^ <-야
아나 너무 재밌다!!!!!!!
아잉....얽히고섥힌사랑관계♡ 더 얽히게 해버려!!! (...)
데미안.. 소설 속의 데미안이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