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택 SBS예술단장의 내 삶의 멘토: 채명신 전 주월 한국군 사령관
채명신 주월 한국군 사령관. 그는 영웅이었다.내가 10대시절이었던 1960년대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장병들을 파병한 후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국군의 활약소식은 늘 들뜨게 만들었다.
특히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방영되는 '리버티뉴스'에서는 베트남전장을
진두지휘하는 채 사령관님이 매번 소개됐는데 당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베트남전장에서 보내오는 승전보뿐만 아니라 베트남현지 마을 주민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한국인의 사랑과 우정을 전해주는 멋진 사나이. '한손엔 총, 한손엔 꽃을 들고 싸우겠다.''는
그의 각오는 내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유.소년 시절을 거쳐 청.장년에 이르기까지 그는 내마음속에서 때묻지 않은 영웅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그를 직접 만난건 내 나이 50세가 넘은 뒤였다. 채 사령관님은 고희가 훌쩍 지난때였다. 하지만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내삶의 가치관과 방향을 확 바꿔 놓은 주인공이면서 내인생의 작전참모나 마찬가지였다.
하나님이 중매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만남이었다. 2002년초,SBS 예술단장으로 바쁜나날을 보내던중
이화여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 출신 모임인 '알프스회'로부터 합창단 지휘자로 올 수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
빡빡한 스케줄때문에 거절하기를 몇 차례. 그러던중 짧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합창단원을 전도하자!'
그렇게 합창단을 맡은뒤 자연스럽게 알프스회 총동창회장을 알게 됐다.
바로 채 사령관의 부인인 문정인여사였다.
그후 자연스럽게 부부동반 모임을 통해 처음으로 채 사령관과 대면할 기회를 얻었다.
'나의 영웅이었던 쓰리스타 장군을 여기서 뵙는구나!'
처음 뵈었을 때 받았던 느낌을 잊을 수 없다d.. 사령관님은 상대방에 대한 겸손과 배려, 친절이 철저하게
몸에 밴 분이셨다.그가 건넨 말씀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나는 지금까지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살아온 사람이에요.
하나님을 위해,나라와 민족을 위해 써달라고 기도했더랬어요."
장군출신은 그저 박력있고 용감하고 꼿꼿이 선 채 두려울것 없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를 만난뒤
편견임을 깨달았다.사령관님이 꺼내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하나님 사랑과 나라사랑, 생사를 함께 했던
전우들을 향한 사랑이 가득 묻어났다.
거울속의 나를 바라봤다. '지난 50년동안 나는 누구를 위해,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진정 하나님을 위해,나라와 민족을 위해
나를 믿고 따르는 연주인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가' 부끄러웠다.
그가 펴낸 '베트남전쟁회고록'과 '6.25전쟁증언록'은 나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나를 위해 살 것 인가?,남을 위해 살 것 인가?'
부끄럽지만, 사령관님이 추구했던 삶의 가치관을 내 직업을 통해서도 조금씩 적용할 수 있었다.
3년전부터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방방곡곡 소외 이웃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일이다.
40여명에 달하는 예술단원들을 전도하는 일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의 연장선이라 생각했다.
90퍼센트 넘는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였다. 사령관님을 만나지 못한채 그저 '마음속의 영웅'으로만
남아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마주할 때 마다 나는 영락없이 작아진다.
노령으로 약해진 몸인데도 불구하고 찾아뵐 때마다 꼭 끌어 안아 주시는 손길에서
평안과 위로를 얻는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전장의 사선(死線)을 넘나들 때나 전 국민의 영웅으로 추앙받을 때도 늘 하나님 앞에서는
연약한 존재임을 고백하며,자신을 낮추셨다.
그는 내 인생의 멘토이자 VIP보다 더 소중한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로 남아있다.
*김정택 SBS예술단장/1950년 서울출생,서울대 기악과 졸업. 1987년 한국일보 백상예술대상.
'밤이면 밤마다'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등 대중가요 290여곡을
편,작곡. SBS예술단에서만 18년째 활동중.높은뜻 숭의교회 장로,성가대장.
*채명신 전 주월 한국군 사령관/1926년 황해도 곡성출신. 육군사관학교 졸업.1948년 소위로 임관,
6.25전쟁 당시 제7사단 5연대장, 제3사단 참모장등 역임. 1965년8월~1969년
5월 주월한국군 사령관.주 스웨덴,그리스,브라질 대사를 지냈으며,현재 6.25
참전유공자회장,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장.
국민일보/ 미션기획-내 삶의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