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얘가 효나 맞아. 맞는데..."
"아 형 맞으면 맞는거죠 뭘 사족이예요."
"상민이 넌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유건형 이랬지? 동생이니 말 놓을께. 효나가 맞기는 하지만 그애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저급 술집에서 일한게 아니었어. 비서실이라고 텐프로인데 4년제 인서울 다니는 애들
이상만 집어넣기로 유명한 곳이야. 유학파들도 많이 일하고. 거기 홍대마가 큰손중에 큰손이라 허접한 손님
들어오지도 못하기로 유명한 가게고. 거기서 1년도 안일하고 열심히 돈모아서 유학간걸로 알고있어."
"...그러니까 효나가... 제 여자친구가 맞다는 말씀이시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은 은퇴한 애고 내가 알기론 화류계 사람들이랑도 연락 다 끊었다던데? 왜.
거기서 그애가 한 행동들 중에 보통의 여자애라기엔 너무 저급하거나 싸구려로 느껴진적이 있어?"
소박하고 단정한것을 좋아하며 여성스럽고 조용한 아이. 술자리에도 자주 참석치 않고 클럽에서도 자신이
끌어내야지만 겨우 조금씩 춤을 추며 수줍게 웃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건형은 고개를 저으며 혼란스런
눈으로 상민이 아는 형이라는 그사람의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알기론 가정교육도 잘 받은것 같고 암튼, 화류계엔 어울리지 않던 여자아이가 제자리로 돌아간거야.
그렇게 이해해주면 안될까? 사진 보니까 효나가 너 많이 좋아하는것 같던데. 지금 공부 열심히 하면서 둘이
좋게 잘 만나는거라면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
"형! 무슨말을 그렇게 해요! 아 진짜. 건형아. 일단 우리 나가자."
"그럼... 인주... 아니, 효나는 몸을 팔거나 한적이 없는게 확실한가요?"
"내 친구가 들인 돈이 천단위가 넘어가는데 단 한번도 걔랑 키스조차 한 일이 없는걸로 알고있어."
물론 황이사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적이 있지만 자기 눈으로 보지 않는이상은 말을 옮기지 않는 그.
"그 송천만형이 그렇게 돈을 뿌렷었어?"
"아는척 하지 마. 그녀석 다혈질이라 널 가만 안둘거다."
"알았어. 암튼... 텐프로에서 일한건 사실이잖아."
"상민이 넌 귀가 있는거냐 없는거냐? 지금껏 내가 한말은 다 귓등으로 들은거야?"
친하다는 형의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분명 짜증이 나는것을 꽉꽉 눌러참고 물음에 답해준것 같은 그가
화를 터트릴까봐 겁을먹은 상민이 '아, 아냐 그만 갈께.' 하고서는 건형을 잡아끌어 카페를 나갔다.
건형은 상민과 헤어져 길을 걸으며 수많은 생각을 했다. 비싼 키링, 지갑, 파우치 등등 평소 하고다니는 차림과
어울리지 않던 소품들과 가끔 보이던 명품 신발.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친구들이 돈을모아 생일선물이라도
해줬거나 전에 사귄 남자친구가 기념일마다 선물을 해준거라 여기며 넘겨왔었다. 하지만 '텐프로' 일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키워드를 끼워맞추니 과연 어떻게 2년도 되지 않아서 돈을 모아 혼자힘으로 유학을
올 수 있었는지 그제야 모두 이해가 갔다. 아마도 가방이나 시계, 명품의류는 유학비용을 위해서 팔았겠지.
텐프로라고 해도 어찌되었든 술자리에 앉아 몸을 은근히 더듬는 남자들을 상대해왔을것이 아닌가.
청순하고 깨끗한 그녀의 이미지가 무너져내린다. 아침에 그를 깨우며 미소짓던 모습, 할머니가 오셨을때
보여준 예의바르고 수줍음 많던 태도,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필기를 하던 그녀의 옆얼굴이 그의 감은
눈 속으로 스쳐지나갔다. 집에서 얼마나 서포트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렇게까지 해서 유학을 왔을까?
마음 한켠에서는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모든것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와서
너에게 헌신하며 열심히 살고있잖아. 그 형이 그렇게 감싸는걸로 보아선 싸게 행동했다고 볼 수 없어.
전에 비서실을 가본 그는 고급스럽고 도도한 가게 분위기를 알기에 조금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그의 머릿속은 실망과 좌절감에 어지러웠다. 정숙하다고 여긴 여자친구가 과거에 술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니... 아무리 몸을 팔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남자 저남자 비위맞추며 술을 따랐겠지.
집에 돌아오니 할머니가 멍한 그를 눈치채지 못하시고서 그를 불러 쇼핑백을 안긴다.
"오늘 너희엄마랑 백화점 갔다가 예뻐서 샀다. 요즘 애들은 그렇게 맞춰서 잘 입는다며? 돌아가서 인주랑
그거입고 사진찍어서 보내라. 아주 요즘 대세인가 보더라. 뭔 다 커플룩 천지여. 운동화도 사고싶었는데
내가 인주 발 사이즈를 알아야지 원. 다음번에 같이 들어오면 그때 데려가서 사주마."
방으로 돌아와 열어보니 커플 후드티 두개와 커플잠바가 들어있었다. 건형의 손이 떨려왔다.
집에서도 인주를 이렇게 아끼시고 그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하필이면 이런 사실을 알게되다니.
상민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상민은 예전부터 그를 많이 고까워하는 친구 중 하나였다. 공부해서 인서울 K대학을
갔지만 건형의 대학보다는 랭킹이 낮은 곳이라 미팅을 나갈때면 건형보다 은근히 무시당하곤 했고 그럴때마다
그에게 '부모님이 밀어주셔서 좋~겠다' 면서 슬슬 비꼬곤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였기에 못들은척
그냥 넘겨왔다.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부모님의 빽으로 대학에 간것은 사실이기에 당당하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꼭 인주에 대해서 이렇게 알려야만 했을까? 그 형은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였는데... 분명히 지금쯤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떠벌려대며 신나할 상민의 얼굴을 떠올리니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인주가 원망스러웠다.
비행기 안에서 그가 내내 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인주가 그간 진실을 말하지 못한것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 어떻게 해야할지. 받아들인다고 해도 예전과는 달라질 두사람일게 분명하다. 과연 인주와 결혼까지 할 수
있을까? 이미 친구들 사이에는 인주가 텐프로에서 일했던것이 다 소문나 있을텐데. 하지만 헤어지자니 그동안
만들어온 소중한 추억들이며 애정이 남아있기에 마음이 아팠다. 인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좋다고 날 마중나오겠지.
그래. 까짓거 용서하자. 용서해버리자. 인주도 너도 서로 없이는 못살정도로 사랑하고 있잖아. 집안 어른들 귀에만
안들어가게 조심하면 결혼까지 무사히 치뤄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크게 엇나가도록 극단적이었다. 그녀는 울지도, 용서를 빌지도, 그를 붙잡지도
않았다. 마치 과거를 알게된 그를 책망이라도 하듯이 짐을 모두 싸더니 너무도 쉽게 이별을 말하며 사라졌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그녀를 용서하기로 힘겹게 마음먹었는데 그의 노력은 가볍게 무시당했다.
내가 어떻게 했어야만 하니, 인주야. 그냥 그 일을 마음에 묻고 네게 말하지 말았어야만 했던걸까?
말해줘. 내가 어떻게 해야하니 지금. 나 너무 힘들고 혼란스럽다. 제발 말해줘. 인주야.
4일 뒤, 전화기를 꺼놓았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남은 물건을 언제 가지러 가면 될까요] 라는 내용이었다.
건형은 기가막혀서 한참동안 그 문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잠을 자지도 못하고 그녀에게 수십번 전화를
걸며 어디로 간건지 걱정했건만 달랑 이런내용의 문자 한통이라니. 하지만 이게 그녀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오늘 저녁에 들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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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전 몬트리올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었죠. 하하하.
그 얘기도 올려드릴까요? 저 캐나다에서 아르바이트 참 많이했는데.
건형이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인주입장 조금만 이해해줬음 하는 마음이 ㅜ
밍크님 캐나다에서 일했던 얘기들도
올려주세용^^
너무너무 궁금해용^^
건형이를 마구 욕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볼때는 건형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요 휴
사람은 항상 드러난 겉 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죠 ..
어쩔수 없는 당연한 현실 ㅠ 너무 맘이 아프네요 ㅠ
이대로 헤어지는건가요ㅡㅡ
참 ... 현실이 무섭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ㅠㅠ
그랴도건형이가인주를잡앗으면......
건형이 이해가 되기도해요
악 ㅠㅠ 인주 너무 불쌍해요 ㅠㅠ
건형이 이해되고 인주는 불쌍하고ㅜㅜ
잘 읽고 갑니다^^
담편 기대되용^^
인주어쩜좋죠ㅠ
더과거는알지못했으면좋겠어요ㅠㅠ
과거는 과걸일뿐인데... 상민이라는 저 친구 되게 밉네요....
다음편으로
아 얄미운 상민이 ..진짜 얄밉네요...
리사랑 같은 사람이네요 리사는 인주에게 상민은건형이에게 인주에게
다음편 기개되요! 잘보고 가요!
휴!!..한번깨진 믿음!!두번은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