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를 바라보는 일반적 시선과 화가가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
오현철 작가입니다.
우리나라는 컬렉터 층이 두텁지 않습니다.
그 예로 경제가 좋았을 때는 땅과 그림을 바꾸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니 그런 말은 사라지고 많은 미술경매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까요~
또 미술 펀드가 있었는데 초반에는 수익이 좀 나다가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봐서는 수익을 내기가 다른 펀드에 비해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잘 나가는 몇몇 화가들은 스폰을 받아 작업을 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덜하지만 그 외 대다수의 화가들은 자신의 시간과 자비를 들여 작업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것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흔히 모르는 분들은 그림을 몇 일에 한 점 그리니 1년에 몇 십점 그리겠구나! 라고하시고 또 어느 분은 그림 그리는 것 외의 일들은 모두 큐레이터가 하는 줄 압니다.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작품을 만들고 액자를 하고 캔버스와 물감을 사러다니고 다른 작가작품도 보고 책도 읽고 여행도 다녀고 해야, 그림을 한 점 그릴 수 있고, 전시가 다가오면 전시장계약, 전시 디스플레이, 포스터와 팜플렛제작, 현수막과 브로슈어제작, 작품철수와 작품배송까지 작가의 몫이기 때문에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것 이외에도 많은 일을 합니다.
많은 컬렉터들이 화가가 그림을 즐거워서 그리는 줄 압니다만 막상 30년 정도 그림을 그려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 사명이고 이것을 함으로써 세상이 좀 더 다양하고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그 속 마음을 들여다보면 작품발표가 논문실적이기 때문에 매년 힘들어도 해야하는 상황이고 예전처럼 예고와 미술학원에서 일만 할 때는 바빠서 그림을 못 그리던 시기는 우울증으로 죽을 것 같으니까 작업을 하는것일 겁니다.
인사동과 사간동 그리고 큰 미술관에서 학,석, 박사학위 청구전과 연구실적으로 작품발표하는 사람 빼고 순수하게 작업을 해서 발표하는 젊은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화가라는 사람들은 평생 그림만 그려왔기 때문에 남들처럼 잘 놀 줄도 모릅니다.
아마 이러저런 조건들은 잘 갖춘 화가들이라면 교수를 하고 있겠지요.
인사동이나 사간동 전시를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교수들은 연구실적 때문에 작품발표를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우리가 그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그 분들은 따로 학교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작업에만 목숨을 걸고 하는 분들은 아닙니다. 그러니 놀 줄도 알고 삶의 여유도 있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교수임용을 꿈꾸는 사람들은 정말 거의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람들을 보면 다른 모든 일들을 그것을 위해 투자하며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니 자의든 타의든 그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정서를 위해 한 부분은 봉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교수보다 작가를 더 우대해 준다는군요. 교수로 있는 제직 기간은 작가의 경력에서 빼는 경우도 있고요~
미술계쪽의 우수게 소리로 '진정한 작업은 교수임용되기까지만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전업작가는 절실함이 있습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제 주변에는 많은 작가들이 손가락 빨면서 작업을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니까 무엇인가 많이 갖고 있는 줄 알지만 실상은 모든 에너지를 여기에 쏟고 1년을 고민하며 작업해 개인전을 하기 때문에 개인전 발표 때는 가장 좋은 조건으로 전시를 하고 싶은 심정일겁니다.
저도 10번의 개인전을 했는데 쉬엄쉬엄 했던 5번까지의 개인전은 할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은 연구실적 때문에 매년 작업한 것을 발표하려니 창작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년내내 불안과 초조속에서 살아야하고 깊히 잠들지도 못합니다. 딸과 1년에 딱 한번 3박4일 휴가여행을 갑니다. 제가 혼자가는 여행은 작업에 대한 모티브를 찾기 위해서거나 너무 지쳐있어서 에너지가 필요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과 가지는 않습니다.
이런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저도 45세 까지만 임용에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제가 작업하고 싶을때 하고 개인전을 열고 싶을 때 열고 싶습니다.
올해 같이 문예지원금을 기다리다 못 타게 되면 시간이 늦여 원하는 날짜에 전시장을 잡을 수도 없거니와 개인초대전을 빌미로 이용하려는 화랑에게 상처만 입기 일수입니다. 제가 이제껏 개인화랑에서 3번의 개인전을 했는데 3번 모두 처음 계약조건과 말이 달라 지는 것을 보면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랑들은 처음에는 납득할 만한 조건을 제시히지만 팜플렛이 나오고 지인들께 팜플렛을 발송하거나 전시가 끝나갈 무렵에는 말이 달라집니다. 이럴때 작가는 갑, 을 관계에서 힘없는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 주변을 돌아보면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정년퇴임하고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이 인생을 즐기며 그림 그리는 사람이지 20대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린 3~40대 화가들은 절실함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이 사람들은 회원들의 격려와 관심이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우리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에 관심과 격려가 절실히 필요 합니다.
다행이 저는 전시를 하면 전시비용은 빠지는 정도까지는 왔습니다.
저를 지켜봐 주시는 회원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회원님들의 격려 한마디 덕분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한마디만 더 하고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어느 장르이던 간에 기초학문이 무너지면 그 사회는 근간이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회화는 디자이너, 인테리어, 광고 등 시각매체, 미디어, 출판물,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셀러리맨들에게 마음에 정화를 줍니다.
인사동, 사간동, 청담동, 그리고 각 도시에 있는 갤러리들은 입장료를 거의 받지 않습니다.
한번씩 둘러 보셔서 전시관람하시면 그것이 화가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기초학문은 연구하는 사람들의 바램이며 사회가 관심을 갖여줄 때 비로서 실현 가능하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공감하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