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
#울트라여행_2006_트레일런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46)
#쇼팽 전주곡 15번 D플랫장조 Op.28-15 <빗방울>
#마이클_호페 Lincoln's Lament
#바흐 파사칼리아와 푸가 c단조 BWV.582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정희성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송별 울트라 여행을 다녀와서>
1.
어제는 바오로 형님과 송별 울트라 여행을 다녀왔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꽉 채운 하룻동안의 울트라 여행
비록 몸은 나 혼자였지만 그 여행 내내 형님의 영혼은
나와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감사의 송별 울트라 여행이었다.
당초 나는 문상을 마치고 이제는 마음으로부터
형님과 이별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목요일 저녁 운구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반사적으로 흔쾌히 승낙을 했다.
아하......아직 나에게는 형님과 이별 의식을 나눌 시간이 남아 있구나....
2.
다음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아내에게 노모의 약복용 등을 부탁한 후
새벽 4시 40분 평소처럼 일어나 서둘렀는데도 6시 조금 지나 안양으로 향했다.
7시 30분 출관 의식, 이어 8시 장례 미사 등을 마치고 드디어 운구 시작.....
백발이 성성한 내가 안쓰러웠는지
누군가가 어깨를 당기며 젊은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한다.
아니 나는 바로 이 운구를 하기 위해 온 것이고
나는 아직 100키로를 완주할 수 있는 현역 울트라 러너가 아닌가?
단호하게 내가 할 수 있다고 내 뜻을 밝히고는 운구를 하는데
오랜만의 운구여서인지 제법 무겁게 느껴진다.
아직 세상 짐을 내려놓지 못한 형님의 안쓰러운 마음의 무게일까?
3.
이제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으로 가는 길
창밖을 보니 여기는 바로 형님의 체취가 듬뿍 묻어나는 성지순례 길
올해 4월에도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 구간을 지났고
4년만의 대회 참가로 비산대교 부근에서
울트라 사상 처음으로 알바를 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는 형님과 함께 달릴 수 없는 이 성지순례 길.......
비몽사몽하는 사이 어느듯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
오후 1시로 예약된 화장 시간까지는 3시간여 남은 시간이다.
근래 화장문화가 정착되면서 화장장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여기서도 실감한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앞당겨진 12시 30분 이제는 마지막 운구 시간
운구 인원에 여유가 생겼지만 여기서도 역시 나는 앞장서 운구를 시작했다.
이제 정말 형님과 육신으로 이별한다는 생각이 스치며
형님에게 안녕이란 인사를 건넨다.
화장이 끝나 수골실로 모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수골한 후 항아리에 담긴, 한 줌의 재로 변한 형님의 육신
과연 삶은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인가?
내 육신과 영혼은 어떤 형태로 연결되어 있을까?
잠시 철학자가 되는 숙연한 시간이다.
4.
이제 형님의 육신이 안식할 안성 추모공원으로 향한다.
안성은 바로 형님과 나의 각별한 사연이 담긴
'미리내 가는 길'이 생각나는 곳 아닌가?
2005년 성지순례 울트라 코스 답사를 나섰다가
처음 형님을 만나 금방 의기투합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형님 동생이 되었다.
그 해 첫 도전한 성지순례 울트라에서 나는
143키로 '불꺼진 여주휴게소' 앞에서
저체온증을 우려하여 중도포기를 했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하지 못한 내가 잠시 잠을 잔 곳은 차디찬 돌의자였던 것.
그때 나를 태우러 온 형님의 차에 올라 내가 가장 먼저 한 말은
"형님, 추워 주겠어요. 빨리 히터를 틀어주세요~~!!"
그러고는 나는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런 나를 형님은 얼마나 안쓰럽게 바라보았을까?
이런저런 사정으로 2006년 대회가 개최되지 않자
나는 형님과 몇 차례 '미리내 가는 길' 트레일런을 떠났었고
이어 미리내 성지에서 배티성지와 성거산 성지를 잇는
제2의 울트라 코스를 개척하기 위해 여러번
이 미리내 성지 언저리를 답사하곤 했었다.
그러니 미리내 성지가 멀리 가늠되는 안성 추모공원 일대는
형님과 내게 각별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시골길을 꼬불꼬불 돌아 도착한 안성 추모공원
죽전 집에서 가까운 천주교 용인 공원묘지를 여러번 가보았지만
그곳보다 규모가 더 커 보인다.
형님의 육신이 안식할 야외 납골당
납골당은 물론 납골묘는 널리 알려졌지만 내게는 생소한 매장문화다.
대리석으로 석축을 쌓아 항아리 하나가 겨우 들어갈 공간이 마련된 곳
지대가 제법 높은 여기서 안성의 산하를 굽어보니
저 멀리 미리내 성지가 가늠된다.
형님의 육신은 이제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하지만
영혼은 저 미리내 성지를 사모하며
때때로 이곳을 찾아 우리가 함께 달렸던
'삼덕의 길' '미리내 가는 길'을 거닐곤 하지 않을까?
형님의 안식처로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5.
이제는 다시 안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길이다.
장지에서부터 세차게 바람이 불더니 기어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도 슬피 우는 것인가?
그런데 안양에 가까이 갈수록 잦아들던 비가
안양 중앙성당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친다.
과도한 감정이입일지라도 나는 형님의 마음씀이 각별히 느껴졌다.
퇴근시간과 맞물려 죽전 집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8시
새벽부터 시작된, 자상했던 형님과 함께 한 송별 울트라여행
오래 기억에 남을 뜻 깊은 울트라 여행을 마친다.
역시 내게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다.
<주어계곡의 수묵산수화>
나는 그동안 주어계곡의 수묵산수화를 떠올릴 때면 늘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듣곤 했었다.
그런데 2006년 트레일런 연습주 때
비내리는 주어계곡에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선정하여 들었는데
그 분위기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이 곡을 무척 좋아한다.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고 늘 말하곤 하던 아내가
이 윤디 리의 연주를 감상하더니 너무 아름답게 들린다고 한다.
우수의 느낌보다는 정화되고 승화된 슬픔이 느껴진다고 할까?
피아노 소리가 촉촉히 젖어들기 보다는 맑게 울린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YUNDI - Chopin Prelude no.15 ‘Raindrop’, op.28
https://youtu.be/tmXjrkdQatw
Lincoln's Lament - Michael Hoppe
아름다움과 슬픔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서정시,
이것이 바로 마이클 호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음악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슬픔의 절묘한 하모니는
'뼈에 사무치는 낭만(piercingly romantic)'이라고 불릴 만큼 긴 여운을 남긴다.
'Lincoln's lament'는 남북전쟁 당시
5명의 아들을 전장에서 잃어 실의에 빠진 한 어머니에게
아브라함 링컨이 보낸 친서의 편지를 보고
Michael Hoppe가 감동 받아 작곡한 곡이라 전한다.
https://youtu.be/eet4bGC90UQ
<바흐의 '파사칼리아'와 삶의 '오스티나토' >
오스티나토 파사칼리아는 모두 저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프레이징을 뜻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파사칼리아는 바소 오스티나토를 주제로 한
변주곡으로 볼 수 있다.
바흐의 파사칼리아는 1716~1717년 무렵인 바이마르 후기의 작품인데,
도입부분에 오르간의 페달을 사용하여 오스티나토의 음형을 먼저 들려주고,
8마디의 이 오스티나토가 20번 반복되는 동안 위 성부의 음악은
점차 복잡함과 화려함을 더해 간다.
오스티나토는 반복되기는 하지만 계속 같은 형태가 아니라
선율변주와 같이 변화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바흐의 파사칼리아는 대위법적이고 구조적인 기교를 모두 흡수한 걸작이다.
그래서인지 바흐는 이 한 곡외엔
파사칼리아를 작곡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마치 수백년 동안 견고한 토대위에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을 건축한 후
그 완성을 본 듯한 느낌과도 같이.....
바흐의 오스티나토, 어쩌면 계속 반복하는 인간의 본질적 외침은
화려하고 장대한 구조 속에서는 쉽게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지만
끊임없이 반복된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도 혼란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어찌보면 삶이란 사실 자연스러움 안에서 아주 단순하게 반복되는 것이다.
'길(calle)'을 제대로 '걸어간다(pasar)'면 그 삶의 이치를 깨달을 듯도 싶다.
[출처] 채승기의 톡클래식에서 발췌
Marie-Claire Alain, organ
https://youtu.be/EdgoxJXO4FI
ZIMERMAN plays BACH Passacaglia & Fugue BWV 582 Piano Transcription
(LIVE 1994)
https://youtu.be/FKM6eL3bG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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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_2023
<미리내 가는 길>
2006년 연말
세번에 걸쳐 <미리내 가는 길> 울트라 연습주가 있었다.
한 번은 용갑 형님이 주도했고 두 번은 내가 했었다.
시어골을 통해 용인 최고봉이라는 마구산에 올라 찍은 한 컷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데 느긋하게 쉬고들 있군........
<미리내 가는 길_라이딩>
2014년 라이딩을 즐기던 때
미리내 가는 길을 회상하며 미리내 코스로 라이딩을 갔었다.
*
오늘은 안성 미리내성지에 왔습니다^^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이신 김대건 신부님과 관련이 있는 성지죠^^
미리내 울트라코스도 구상했던 나에게는 애착이 가는 곳~~
번잡하던 세상사를 잊게 하는 고요함이 주위에 넘쳐 흐릅니다^^
다음엔 별빛이 흐를 때 오리라 다짐하며 석양의 미리내를 떠납니다^♥^
2014년 6월 29일 오후 7:06
석양이 지는 미리내에서 종완
<마이웨이 성지순례 울트라>
코로나로 인한 3년간의 긴 공백기간을 끝내고
올해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울트라 주로에 섰다.
청남대에서 85키로 마지막 CP에서 중도포기를 선택했던 나는
이어 우중주 속에서 성지순례 울트라 101키로 하프 코스를 완주하면서
'돌아온 울트라 러너'라는 자긍심을 마음 깊이 새겼었다.
바오로 형님은 대회 감독관으로 나와 주로를 누비며 응원과 함께
달리는 내 모습을 앵글에 담아주기도 하고 대회 후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경부 고속도로 죽전 정류장까지 태워주기도 했었다.
이제는 빛 고운 사랑의 추억만 남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