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최고의 전망대 구탄봉 가는 길
길은 여전히 남대천을 따라 이어진다.
인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차도의 한켠을 빌어 걸어야 하지만 차량 통행이 적어 부담스럽지는 않다.
남대천의 풍광을 즐기며 그렇게 1km 남짓 걸으면 푸르미 아파트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이곳에서 구탄봉 길 이정표를 따라 11시 방향 샛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구탄봉 산책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정표를 따라 방향을 잡으면 아스팔트는 흙길로 모습을 달리한다.
아스팔트에 비해 걷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맡아져오는 흙냄새가 참 정겹다.
길의 시작에서 마주한 짧은 오르막을 오르면 지금껏 함께하던 남대천이 어느새 눈 아래 놓이고,
이내 울창한 숲길이 시작된다. 깔끔한 진입로에 비해 왠지 날것의 느낌이 강하게 전해지는 숲이다.
숲으로 발을 들이면서 느꼈던 약간의 긴장감도 아마 그런 숲의 겉모습 때문이었던 듯싶다.
하지만 막상 밟아본 숲길은 투박한 첫인상과는 달리 참 순한 모습이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길의 모양새도, 사박사박 밟히는 흙의 느낌도. 겉과속이 어찌 이리 다른지.
마치 딱딱한 껍질 속에 꼭꼭 숨겨둔 달콤한 속살을 한입 베어 문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구탄봉 산책로는 크게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어볼 수 있다.
게다가 도심에 자리한 산치고는 그 골도 제법 깊어 걷는 재미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산허리를 타고 돌기도 하고, 작은 개울을 지나기도 하는 구탄봉 산책로는
걷는 재미와 숲의 매력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구탄봉 산책로는 산행 들머리에서 구탄봉 전망대까지 1.5km 정도다.
대부분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전망대에 이르는 100여m는 제법 가파르다.
일명 ‘깔딱고개’라 불리는 구간이다. 그래도 중간 중간 쉼터와 나무계단이 마련돼 있어 쉬엄쉬엄 오르면 된다.
구탄봉 전망대에 오르면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시원스런 풍광이 펼쳐진다.
고려시대 지술가 도선이 아홉 번 올라 아홉번 감탄했다는 바로 그 풍광이다.
한 장의 거대한 파노라마 사진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시원스런 장면이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양양시내는 물론 크게 돌아가는 남대천과 시리도록 푸른 동해
그리고 설악산의 웅장함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양양최고의 전망 포인트라는 명성이 결코 허투루 붙은 건 아니라는걸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구탄봉 산책로는 이곳에서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