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기간 임대 후 임차인 혹은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소위 분양전환 아파트들의 분양가를 둘러싸고 대한주택공사와 입주민 간에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5년간 임대 후 일반분양으로 전환되는 아파트가 올해에만 1만가구 이상 쏟아지는 등 분양전환 아파트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분양가를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동남아파트와 청솔아파트(약 1450가구) 주민들은 주공측에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 한상혁씨는 “입주때 평형별로 수천만원씩의 보증금과 월 6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살아왔는데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분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했다”며 “임대아파트 건설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주공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부터 분양 전환중인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성서6 주공아파트’(21평형 464가구)도 주공 제시 분양전환가(가구당 평균 6141만원)와 주민들이 계산한 적정 분양가(평균 5846만원)가 차이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입주민 측 윤태원 변호사는 “주공이 지난 95년 당시 토지공사로부터 택지(3895평)을 45억9174만원에 매입했으나 69억1081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산정, 가구당 택지비(499만7998원)를 부풀렸다”며 “임대 당시 평당 택지비(14만7351원)가 일반건설업체보다 낮았는 데도 분양가는 오히려 평당 29만5199원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분양전환을 앞둔 전주시 송천주공아파트도 입주민들이 주택공사 전북본부를 방문, 시위를 벌이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입주민 대표 강대성씨는 “주공 제시 분양가는 19평 A형이 6100만원, 19평 B형이 6400만원 수준이다. 3개월 전 인근에서 분양한 민영아파트 분양가는 5100만∼5400만원대로 주공보다 1000만원가량 낮다”며 “균열, 곰팡이, 습기 등 건축상 하자도 많은 이 아파트의 적정 분양가는 5000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3월 말로 임대 만료된 전남 나주시 용산2단지주공아파트는 분양가 갈등이 나쁜 결과로 이어진 경우다. 주민들은 대부분 영세민인 입주민 상황을 고려해 임대기간 연장과 분양가 인하(평당 130만원 이하)를 요구했지만 주공이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부, 결국 절반가량의 가구가 인근 지역으로 이주했다.
입주민들은 이사를 가야했고 이로인해 해당 지자체는 인구 및 세수 감소, 주공은 분양 저조로 3자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
한편 주택공사는 입주민들이 국민임대아파트의 특성과 구조를 모른채 일방적으로 주공만 비난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공 전북지부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10만가구 관리에 연간 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데도 정부의 임대주택 건설 할당량은 계속 늘고 있다”며 “재정, 인력, 택지 등 무엇 하나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공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증금을 늘리거나 분양가를 높여 재정 부족분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며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 주택가격에 금융비, 감가상각비, 감정평가액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 적정 분양가로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는 분명히 낮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경기도 동두천 지행주공2단지(11월), 충남 조치원 신흥주공(6월), 충북 제천 장락주공 2단지(7월), 충주 용산주공(10월), 옥천 문정주공3단지(12월), 대구시 영천 망정주공3,4단지(5월), 남구 이천주공1지구(8월), 북구 국우동 칠곡주공1단지(12월) 등 대단지 임대아파트들이 잇따라 분양전환될 예정이지만 입주자와 주공의 입장차이가 커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대주택연구소 김무원 소장은 “가격이 저렴하고 임대 만료 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점, 그리고 청약통장이 필요없다는 점 등 임대주택의 장점을 계속 살리고 분양전환시 입주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