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 2
유럽인이 가져온 각종 질병은
남북아메리카 전역에서 유럽인 사이에서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각 부족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죽어간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는
콜럼버스 이전 인구의 95%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국 개척시대에 그들은 왜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데리고 왔을까? 바로 전염병으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95%가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갖고 온 홍역, 장티푸스, 천연두 등 풍토병으로 원주민들은 사라지게 된다. 유럽인들은 이미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원주민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걸어 다니는 세균병기였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시기 이전부터 이미 원주민들은 유럽에서 건너온 전염병에 의해 소멸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용맹한 콜럼버스가 미개한 원주민을 하나씩 몰아내고 신대륙을 만들어낸 개척자라 배웠지만 유럽의 여러 전염병 바이러스균의 수혜자였던 것이다.
왜 유럽인들은 총·균·쇠를 가질 수 있었을까? 다시 말해서 원주민들은 왜 총·균·쇠를 가질 수 없었을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농경 생활 시작을 인류 역사상 최대 사기극이라며 부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총·균·쇠』에서는 농경 생활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동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는 곧 훨씬 더 많은 식량과 조밀한 인구를 의미했다.
그 결과 잉여 식량이 생겼고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동물을 이용하여
그와 같은 잉여 식량을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났다.
그 두 가지는 정치적으로 중앙집권화되고 사회적으로 계층화되고 경제적으로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혁식적인 정주형 사회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선행 조건이었다.
그러므로 가축화·작물화된 동식물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유라시아에서 제국, 문자, 쇠 무기 등이 제일 먼저 발달했고
다른 대륙에서는 그보다 늦어지거나 끝까지 발달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궁극적 원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