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15 + 마지막회
1. 검찰 청사 앞 ( 아침 )
피곤한 표정의 흥삼이 걸어 나온다.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던 독사와 운전수 부하, 달려와서 목례한다.
독사 :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대꾸없이 지나쳐서 차로 가는 흥삼. 독사, 먼저 가서 뒷문을 열어 준다.
차에 오르려다 뒤를 돌아보는 흥삼.
역시 밤샘 조사를 마친 세훈이 지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짧게 스치는 형제의 시선.
2. 펜트 하우스 ( 낮 )
흥삼 부하의 안내 받아 들어서는 태호. 그새 샤워 끝내고 말쑥한 차림으로 침실에서 내려오는 흥삼.
태호 : 마중 못나가서 죄송합니다.
흥삼 : 얼굴 팔고 돌아다니면 안되잖아, 너.
오디오로 가는 흥삼, LP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듣는다.
태호 : (표정 살피다가) 말로는 전면 재검토지만, 미래도시 사업... 중단될 겁니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비용도 되찾을 방법이 없구요. 한중그룹하고 계약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흥삼 : (마뜩찮게 보는) 옛날엔 말야... 입 바른 소리하는 신하들, 사약 아니면 귀양 보냈어.
임금도 사람인데 거슬리는 소리는 듣기 싫거든.
태호 : (담담하고) 회장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넌지시 떠보는) 아니면... 다른 대책이라도 세우신 겁니까?
흥삼 : (책상으로 가서 서류를 꺼내는) 세화 네트워크 작전은 취소해. 따로 지시할 때까지 자금도 묶어 놓고.
태호 : (흠칫 놀라는) 네?
다가온 흥삼, 서류 봉투를 툭 던져준다. 내용물 확인하고 어지간히 놀라는 태호.
소파에 앉는 흥삼.
태호 : 이게... 3단계 작전입니까?
흥삼 : (끄덕) 10월에 한중그룹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말만 임시 주총이지, 차기 후계 구도를 공식적으로 굳히는 자리가 될 거야.
태호 : (고개 드는) 윤재성... 부사장입니까?
흥삼 : (끄덕) 그 망나니가 한중건설 지분을 끌어 모으고 있어. 기존에 지주 회사였던 한중생명을 한중건설로 바꾸는
물밑 작업도 시작했고... (표정) 거길... 치고 들어갈 거다.
태호 : (서류를 내려놓고) 불가능합니다.
흥삼 : (일축하는) ...가능해.
태호 : (어이없는) ...?
흥삼 : 미래도시 사업 재검토 발표난 뒤, 한중건설은 물론, 계열사 주식이 폭락하고 있어. 벌써 반토막난 종목도 있고.
태호 : 그룹 차원에서 주가 부양책을 발표할 겁니다.
흥삼 : 그 전에 사들여야지. 한중의 값어치가 바닥을 치는 지금...
태호 : 주식 매수는 자금 싸움이에요. 회장님 자금을 다 퍼부어도 윤회장 부자가 확보한 지분만큼 사들일 순 없을 겁니다.
흥삼 : 이쪽에도 지분을 가진 사람이 있어.
태호 : (설마 싶은데, 티내지 않고) 누구... 말입니까?
흥삼 : (표정) 윤회장 딸내미, 윤정민. 내 동생하고 사귀고 있거든.
태호 : ...!!
3. 윤회장 저택 / 서재 ( 낮 )
상석에 윤회장, 그 양쪽에 세훈, 정민, 재성이 앉아 있다.
윤회장 : 다음 주 월요일,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쇄신책과 신규 사업 계획을 발표할 게다.
세훈 : (표정) ...!
정민 : (미처 몰랐던) 아빠?
재성 : 난 날짜 맞춰서 이라크로 갈 거야. 거기서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한 MOU도 체결해야 되거든.
정민 : 기전실하고 상의 한마디 없이 갑자기 이런 법이 어딨어요?
윤회장 : (무표정하게 보는) ...
재성 : 아버지 결정이셔. 그룹 회장님이신데... (세훈을 슬쩍 보는) 일일이 부하 직원한테 보고해야 되냐?
세훈 : (표정 관리하며) 기전실은 뭘하면 됩니까?
윤회장 : 그룹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한 긴급 대책일세. 월요일 발표때까지 보안 유지가 최우선이야.
세훈 : (실망스럽지만, 차분히) ...알겠습니다.
정민 : (안타깝게 세훈을 보는) ...
4. 펜트 하우스 ( 낮 )
내려놨던 서류를 만지작거리는 태호. 그러다 결연한 눈빛으로.
태호 : ...천 사백억.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 정도는 퍼부어야 싸움 비슷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능합니까?
흥삼 : (자신만만한) 모자란 액수는 채워 넣어야지. 자금 조달은 나한테 맡기고 넌 거래에 쓸 차명 계좌부터 모아.
최소한 50개는 필요할 거다.
태호 : 정말... 자금을 구할 데가 있는 겁니까?
흥삼 : (의미심장한 미소) ...
5. 고급 식당 / 주차장 ( 저녁 )
태호가 문을 열어주면 차에서 내리는 흥삼. 고급스런 식당 전경. (일식집 혹은 한정식)
비장하게 바라보던 흥삼, 식당으로 향한다. 서류 가방을 든 태호가 뒤따르고.
6. 고급 식당 / 내실 ( 저녁 )
서류를 검토하는 태호. 그 옆에 앉은 흥삼, 맞은 편의 사내를 바라본다.
차갑고 깐깐한 인상의 최변호사(50대 중후반),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흥삼 : (정중한) 최변호사님이 나오실 줄 몰랐습니다. 왕회장님,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니지요?
최변 : (고개 드는, 고압적이고 딱딱한) 곽회장, 농담이 느셨구만. 이런 거래에 어르신께서 몸소 거동하시는 거 봤는가?
흥삼 : (꿈틀! 그러나 차분하게) 용처가 급한 자금이라 염치 불구하고 손 벌렸습니다.
너그럽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 왕회장님께 꼭 전해 주십시오.
최변 : (귓등으로 흘리며 다시 서류 검토하는) ...
흥삼 : (끄응... 언짢지만 참고)
태호 : (서류 덮고, 흥삼에게만 나즈막히) 이자가 너무 셉니다. 이 정도면 폭리가 아니라 폭력이에요.
흥삼 : (역시 낮게) 알아.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이만한 액수를 융통할 상대는 왕회장 밖에 없어.
최변 : 어르신께서도... 곽회장에게 전하라는 말씀이 계셨네. (자기가 검토했던 서류 가리키며) 자네가 담보로 내세운 이 부동산들,
이것만 갖고는 부족해.
흥삼 : (난감해지는) 제가 동원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만...
최변 : (안경을 고쳐 쓰는) ...곽회장 자네 본인.
흥삼, 태호 : (놀라는) ...!!
최변 : 최소한 목숨을 담보잡지 못할 거면 내 돈 갖다 쓰지 말라... 그게 회장님 전언일세.
흥삼 : (놀랐던 표정이 싸늘해지며, 각오) ...아깝네요. 제 모가지가 열 개쯤 됐으면, 더 넉넉하게 빌려썼을 텐데...
그럼, 도장 찍겠습니다?
7. 고급 식당 / 주차장 ( 저녁 )
최변호사가 비서의 시중 받으며 차에 오른다. 정중하게 인사하는 흥삼. 태호도 함께 인사하고...
최변의 차가 출발하자 흥삼의 표정이 무거워진다. 그 기색을 살피는 태호.
태호 : ...두려우십니까?
흥삼 : (흘끔 돌아보는) ...
태호 :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걸... 한번에 다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흥삼 : 그래서 넌? ...겁나냐?
태호 : ...아뇨.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결연한) 대동 바이오때 실패한 작전,
그 날부터 추락한 제 인생을 되돌려 놓을 마지막 기회...
흥삼 : (의미심장하게 보는) ...
8. 폐건물 / 창고 ( 저녁 )
어두운 실내, 자루처럼 구겨져있는 사마귀. 심신이 모두 소진된, 유령같은 모습이다.
희미한 눈빛으로 겨우 버티는데, 그 표정에서...
9. 뒷골목 일각 ( 과거, 낮 )
피투성이가 된 어린 노숙자, 사마귀(13, 14세), 직접 만든 조악한 날붙이를 들고 벽에 기댄 채 헐떡거리고 있다.
어딘가 찔리거나 물어 뜯긴 독사 부하 둘이 쓰러져 신음한다.
패거리 이끌고 서 있는 독사, 쓰러진 부하들을 한심하게 보더니 사마귀를 쳐다본다.
날붙이를 겨누며 싸우려는 사마귀.
독사, 코웃음 치면서 부하들에게 눈짓한다. 사내들이 한발 다가서자 사마귀, 눈빛 사나워지는데!
흥삼 : 그만!
독사와 부하들, 흥삼이 다가오자 황급히 허리 굽힌다.
(시기상, 종구가 방화죄로 감옥에 가고, 흥삼이 서울역을 정리해나가는 초기)
흥삼 : (혀를 끌끌) 꼬맹이 데리구 뭐하는 짓이냐?
입맛이 쓴 독사, 할 말 없다.
흥삼, 쓰러진 사내를 툭 차고, 사마귀에게 다가간다. 눈높이 맞추려고 쪼그려 앉는 흥삼, 싱글싱글 웃는다.
흥삼 : (날붙이를 보는) 니가 만들었냐?
사마귀 : (노려보는) ...
흥삼 : 손재주 좋다, 야. (손 내미는) 줘 봐.
사마귀 : (긴장 풀지 않고) ...
흥삼 : (더 가까이) 좀 보자니깐.
순간, 휙! 허공에 날붙이를 긋는 사마귀. 긴장해서 빗나갔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손 내밀고 있는 흥삼.
흥삼 : (여전히 미소) 안줄 거야?
사마귀 : (이런 상대는 처음이다, 기에 눌린, 천천히 날붙이를 내민다)
흥삼 : (받아서 보는) 제법이네. 근데... 이런 걸루는 사람을 못죽여. (고개 들어 보는, 싱글거리며) 내가... 좋은 칼, 하나 사줄까?
사마귀 : ...!
10. 폐건물 / 창고 ( 현재, 낮 )
앞 씬의 흥삼이 현재의 흥삼으로 바뀐다.
쪼그려 앉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흥삼, 그 손에 사마귀 칼이 들려 있다.
흠칫 놀라는 사마귀.
흥삼 : (냉랭한) 그냥 있어.
사마귀 : (잔뜩 잠긴) ..회장님.
흥삼 : 작전 날자가 정해졌다.
사마귀 : (표정) ...!
흥삼 : 니 실수만 아니었으면,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을 텐데...
사마귀 : (울컥해지며, 파르르) 기회를... 주십시오.
흥삼 : 기회는 내가 주는 게 아냐. 니가 만드는 거지. (은근하게) 그 기회, 다시 만들어볼래?
겨우 끄덕이는 사마귀. 그제야 씩 웃는 흥삼, 결박을 칼로 자른다.
11. 상가 사무실 ( 다른 날, 낮 )
소파에 모여있는 태호와 해진, 조회장, 오십장, 영칠.
태호 : 디데이는 금요일, 장이 열리는 9시 정각부터 시작합니다.
해진 : (긴장한) 작전 사무실은?
태호 : 곽회장이 직접 지켜 본다고, 펜트 하우스에 세팅하랍니다.
영칠 : (화들짝) 진짜요? 난 뒤에서 누가 감시하면 엄청 신경 쓰이는데.
태호 : 어쩔 수 없어. 깡으로 버텨 봐.
오십장 : 그라믄 우덜은 12시부터 움직이는가?
태호 : (끄덕) 해진씨하고 회장님, 아저씨는 개별 행동해야 돼요.
12. 지하도 일각 ( 다른 날, 낮 )
악어와 부하들이 노숙자에게 신분증를 받아내고 있다.
태호 : (소리) 작전에 쓸 명의는 총 60개. 악어가 누구누구한테 걷어가는지 정확히 파악하세요.
계좌를 개설한 다음, 신분증은 제가 돌려줄게요.
악어 패거리가 가면, 해진이 다가와서 노숙자에게 뭔가 묻고, 이름을 적고 은밀하게 쑥덕인다.
13. 공원 일각 ( 낮 )
오십장이 노숙자 서 너명 앞에 서서 열심히 설명 중이다. 행여 누가 볼까봐 연신 주변을 살피는 오십장.
태호 : (소리) 명의를 넘긴 노숙자들은 작전 당일에 따로 집합시켜야 합니다.
그 전에 독사나 악어한테 들키면 끝장이니까, 보안 유지는 필수!
저만치에 독사와 부하들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오십장, 얼른 노숙자들 데리고 안보이는 곳으로 피한다. 간을 졸이며 살피는 오십장.
14. 증권회사 앞 ( 낮 )
어느 건물 앞에 서는 조회장, 간판을 본다. ‘재영증권-서울역 지점’
태호 : (소리) 재영증권, 국제에셋, IN투자증권... 총 세군데 회사니까 오프라인 팀은 당일 방문할 업장도 미리 확인하시구요.
15. 상가 사무실 ( 다시 현재, 낮 )
11씬에 둘러앉은 상태로 설명하는 태호.
태호 : 장이 마감되기 전까지 본인들이 직접 창구에서 담보대출을 신청해야 됩니다.
어차피 대금은 영업일 기준으로 3일이 지나야 현금화시킬 수 있거든요. 그걸로 오프라인 작전은 끝납니다.
해진 :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곽흥삼이 눈치챌 텐데, 그건 어떡하려구?
태호 : (영칠을 돌아보는) 영칠아.
영칠 : 오프라인 작전 스타트하면, 가짜 HTS를 돌릴 거에요. 어깨 너머로 기웃거려봤자, 완전 정상 그래프로 보일 걸요?
오십장 : 고것은 뺀트 하우스 콤퓨타만 그라제, 다른 데서 한패가 눈치채믄 총알같이 전화 때릴 거 아녀?
태호 : (표정) 그건 따로 대책을 세워 뒀어요.
일동 : (의아해서 보는) ...?
조회장 : 헌데 말야, 장이사. 그 큰 돈을 빼돌리면... 그 담엔 어떻게 할 건가?
해진 : 회장님두 참... 장이사가 그걸 들구 튀겠어요? (그러다 문득, 태호를 노려보는) 혼자 먹튀할 거야?
태호 : (해진의 배를 퍽 치는)
해진 : 윽!!
태호 : (웃음기 거두고, 흥분을 억누른 채 담담한) ...딱 6시간입니다.
곽흥삼을 바닥까지 털고, 서울역의 주인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일동 : (비장한 표정으로 태호를 보는) ...
16. 더 클럽 / 내실 ( 저녁 )
잔을 만들어 건네는 미주. 흥삼, 한모금 삼킨다.
표정을 살피는 미주.
미주 : ...긴장돼요?
흥삼 : (흘끔 쳐다보는) ...
미주 : 큰 돈 들어가는 작전이라면서요? 나같으면 간이 떨려서 그런 도박 못 할 거에요.
흥삼 : 넌 이미 큰 도박했잖아.
미주 : ...?
흥삼 : 그때... 류씨 옆에 남지 않구 날 따라나선 거.
미주 : (술잔으로 시선 떨구며) 옛날 얘기 취미없어요.
흥삼 : (지긋이 보다가) 돈 벌려구 하는 작전이 아냐.
미주 : (보는) ...?
흥삼 : 내 가족, 내 인생... (눈빛 서늘해지며) 내가 빼앗겼던 전부를 되찾는 싸움이지. 이제... 마침표를 찍는 일만 남았다.
미주 : (안스럽게 보는) 그 싸움... 회장님이 질 수도 있어요.
흥삼 : (꿈틀) ...!
미주 : 아니면 지금... 멈출 수도 있구요.
노려보던 흥삼, 일순 소리없이 큭큭 웃는다. 담담하게 보는 미주.
흥삼 : (웃음기 거두고, 결연한) 이 싸움을 멈추라는 얘기는... 내가 살아온 이유를 없애라는 말이나 같아. 살아갈 이유까지 전부.
미주 : ...안됐네요.
흥삼 : (표정) ...?
미주 : 장태호씨나 저, 그리구 아저씨... 회장님이 쳐놓은 거미줄에 갇혔다구 생각했는데...
진짜 스스로를 옭아맨 사람은 회장님 본인이었어요.
흥삼 : (싸늘한 미소) 작전,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려면... (웃음 끝이 날카로워지며) 미주, 네 도움이 필요해.
미주 : (긴장하는) ...?
17. 할매 식당 ( 저녁 )
보글보글... 뚝배기에 끓는 찌개. 문 닫은 식당에 태호와 나라만 마주 앉아 있다.
의아해서 쳐다보는 태호.
나라 : (생글생글 웃는) 열심히 머리 굴려 봤는데, 내가 태호씨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루 없더라구요.
그래서 뭐, 밥이나 챙겨주자... 기왕에 우렁각시 소리 듣는데, 싶어서요.
태호 : (먹먹한, 미안하고) 아... 이거, 뭐라구 해야 되나...
나라 : 뭘 뭐라구 해요? 고맙다, 그러구 난 담에 맛나게 먹으면 되죠.
태호 : (웃는) ...고마워요.
나라 : (뻐기는) 알아요.
수저를 드는 태호, 국물 뜨고 맛있다는 표정. 방긋 웃는 나라.
태호, 그제야 허기를 느끼는지 후후 불어가며 열심히 먹는다.
나라 : 태호씨네 회장님 모시는 그 경호원 있잖아요.
태호 : (의아해서 보는) ...?
나라 : 아무래도 저하구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거 같아요.
태호 : (놀라는) 그 친구가요?
나라 : 그런 아이들이 종종 있었어요. 부모한테 버려지거나,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아이들.
전... 그런 친구들에 비하면 운이 좋았던 거죠.
태호 : 그건 나라씨가 죄책감 느낄 일이 아니에요.
나라 : 죄책감이 아니라 안타까운 거에요. 서울역에서 이렇게 사는 거, 태호씨도, 그 친구도 자기가 선택한 거라구 믿지만 실은...
어쩔 수 없는 길로 내몰린 게 아닐까...
태호 : (무겁게 보는) ...
나라 : (물을 따라주며) 그래도 난... 장태호씨 믿어요.
태호 : (수저 들다가 보는) ...?
나라 : 세상은...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망가지는 게 아니라, 악행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무너진대요. (차분하게 보는) 태호씨는... 지금까지 어긋난 길, 다시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태호 : (먹먹하게 보는) ...
미주 : (소리) 나라씨한테 아직 얘기 안했어요?
18. 폐버스 안 ( 밤 )
여권과 그 사이에 끼워진 항공권을 만지작거리는 태호. 맞은 편에 서서 내려다보는 미주.
미주 : 설마... 온다간다 말두 없이 사라질 생각이에요?
태호 : (착잡한) ...작별인사할 자격이나 있나요?
미주 : (냉랭하게) 상처 줄 자격은 있구요?
태호 : (고개 들어 보는) 종구 형님하구 똑같은 소릴 하네요.
미주 : (표정) ...?
태호 : 예전에 그랬거든요. 상처 줄 자격두 없으니까 나라씨하구 시작도 하지 말라구.
미주 : (잠시 보다가, 덤덤한) 아저씨두 은근히 엉뚱해요. 자기한테 필요한 충고를 남한테 하구 그랬네.
태호 : (씁쓸한 미소) ...
미주 : (웃지 않고 보다가) 암튼, 그쪽 남녀 문제까지 내가 상관할 바 아니구... 장태호씨는 다른 문제부터 해결해야 될 거에요.
태호 : (표정) ...?
19. 더 클럽 / 내실 ( 몇 시간 전, 저녁 )
기척에 돌아보는 미주.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마귀가 서 있다. 특유의 무표정과 살기로 지켜보는.
흥삼 : 장태호... 대동 바이오때 끝장났어야 할 녀석이... 너무 길게 왔고,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미주 : ...!!
흥삼 : (술잔을 들고 불빛에 비춰보는) 마담이 여기 약을 타면 나머지는 사마귀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싸늘해지며) 내일 축하주가... 장태호가 이승에서 마시는 마지막 술이 될 거다.
미주 : (두려움에 보는) ...!
20. 폐차장 ( 밤 )
팡팡! 타이어를 때리는 태호. 잡념을 잊으려고 구슬땀을 흘린다.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여권과 항공권이 소파 위에 놓여 있다.
마지막 펀치를 날리고 타이어 안은 채 헉헉대는 태호, 비장한 눈빛...
21. 펜트 하우스 ( 밤 )
흥삼, 가족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그러더니 사진을 ‘들장미’LP의 커버에 집어 넣는다.
거실 일각에 설치된 작전용 컴퓨터와 모니터들.
흥삼, 결전을 앞둔 펜트 하우스를 비장하게 둘러보는.
22. 서울역 전경 ( 아침 )
화면 밝아지면, 서울역 新舊 역사가 한 눈에 보인다. 그 위로.
태호 : (소리-힘찬) 9시 정각. 장이 열리는 즉시, 작전 개시합니다!
23. 펜트 하우스 ( 오전 )
흥삼이 소파에 앉아 있고, 태호는 그 앞에 서서 설명 중. 영칠은 컴퓨터 앞에서 대기 중이다.
문가를 지키는 사마귀.
태호 : 차명 계좌를 이용, 한시간 단위로 그래프 추이 확인하면서 물량 매수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페이스 조절하다가
마감 두시간 남겨놓고 대량으로 사들일 겁니다. 단타를 노리는 개미나 기관이 따라 들어올 텐데,
그때부터는 계좌를 풀가동, 자금으로 승부를 냅니다.
흥삼 : (흘끔 영칠을 보는) 둘이서 되겠어?
영칠 : (시선 마주치자 뜨끔! 자세 고치고 서는)
태호 : 작전 자체는 단순하니까, 충분합니다. 어차피 타이밍 싸움이구요.
흥삼 : (시간을 확인하면 8시 40분) ...준비해.
태호 : ...네.
태호, 영칠에게 다가가는데 문이 열리고 독사와 악어, 부하 몇이 들어선다.
긴장해서 지켜보는 태호와 영칠.
독사 : 혹시 몰라서 호텔 로비하고 복도에 애들 배치해놨습니다.
악어 : 호텔 앞에두 쫙~ 깔아 놨으니께 훼방꾼은 얼씬두 못할규.
흥삼 : 최이사를 빼돌렸던 게 진짜 정만출 부하들이면, 방심할 수 없다.
독사 : (그 말에 흘끔 사마귀를 본다. 니 실수아니냐, 하는 눈빛) ...
사마귀 : (무표정하고) ...
태호 : (영칠에게 나즈막히) 곽회장 컴퓨터에두 프로그램 심어 놔.
영칠 : (긴장한 채, 끄덕) 5분이면 돼요.
(뭔가를 상의하는 흥삼과 독사 보면서) 근데 우리... 끝내고 무사히 빠져나갈 순 있는 거에요?
태호 : (흥삼쪽을 돌아보는, 긴장한) ...
24. 할매 식당 / 안채 ( 오전 )
안방에서 나오는 나라.
마침 쪽방에서 나오는 해진과 조회장, 오십장. 세 사람 모두, 정사장 작전때 샀던 옷으로 차려 입었다.
나라 : (내려서서 다가오는) 우와, 오늘 무슨... 날이에요? 다들 새신랑같네!
해진 : (표정 관리하며) 전국 노숙인 대표자 회의가 있어서...
나라 : (눈이 커지는) 진짜요?
해진 : 뻥이야. (조회장 부축하며, 자리 피하려는) 자자, 갑시다!
나라 : 잠깐만요!
해진 일동 : (멈칫! 긴장하는) ...!
나라 : (조회장 넥타이를 고쳐 매주며) 회장님, 이렇게 차려 입으니까 진짜 근사하시다.
(해진과 오십장을 돌아보는) 아저씨들두 서울역 노숙자라구 하면 아무도 안믿겠어요.
오십장 : 태어날 때부텀 노숙자가 워딨것어? 언제구 이 생활 벗어나야제.
조회장 : (진지한) 그 날이... 오늘 아닌가?
나라 : 네?
해진과 오십장, 화들짝 놀라며 조회장 부축해서 나간다. 나라에게는 부랴부랴 인사 던지고...
미심쩍게 대문을 바라보는 나라.
25. 펜트 하우스 ( 오전 )
태호와 영칠, 모니터 앞에 나란히 앉아 대기 중이다. 8시 59분.
그 뒤에 서 있는 흥삼, 긴장과 흥분이 역력한 표정.
흥삼 : ...태호야.
태호 : (시선은 모니터 향한 채) 네.
흥삼 : (태호 어깨에 손을 짚는) 이 싸움이 진짜 파티다. ...이겨야 한다.
태호 : (다른 뜻을 담은, 형형한 눈빛) ...이기겠습니다.
드디어 시계가 9시 정각에 닿는다.
그와 동시에 여러 대의 모니터를 훑으며 민첩하게 클릭하는 태호, 에이스 주포답다. 보조 맞추며 클릭하는 영칠.
흥삼은 상기된 표정으로 지켜보고...
26. 편집 화면
/ 공터 일각.
해진과 조회장, 오십장이 노숙자들 인원 파악 중.
해진, 줄을 세 개 만들고, 이름 파악한 뒤, 본인 신분증 나눠주고 해당 줄에 세운다.
오십장은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고.
/ 헤드셋을 낀 태호, 부지런히 영칠에게 말을 건네며 HTS프로그램을 돌린다.
미세하게 상승 곡선을 그리는 주가 그래프. 흥삼은 책상에서 자기 모니터에 뜨는 추이를 지켜본다.
/ 세훈의 사무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세훈, 작전대로 흘러가는 듯, 눈빛이 여유롭다.
/ 거리 일각.
뭉쳐서 걸어오던 해진과 조회장, 오십장, 노숙자들. 갈림길에 선다.
결연한 눈빛으로 하이파이브하는 세 사람. 노숙자들 이끌고 세 무리로 흩어진다.
/ 태호와 영칠, 이쪽 저쪽 모니터를 부지런히 살피며 마우스 클릭한다.
주가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린다. 눈을 빛내며 지켜보는 흥삼.
27. 윤회장 저택 / 서재 ( 낮 )
황급히 들어서는 정민. 책상 앞에 윤회장, 경황없는 표정이다.
정민 : 부르셨어요? (하다가 윤회장 표정에 멈칫) 왜 그러세요, 아빠?
윤회장 : (모니터 보며) 한중건설 주식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민 : (놀라는) ...!!
윤회장 : 어디선가... 정보가 샌 게야! (고개 드는) 재성이한테 연락해! 강실장 한테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보고!
정민 : (사태의 심각함을 깨닫고) 네!
28. A 증권사 건물 앞 ( 낮 )
노숙자들 십 여명을 이끌고 오는 조회장, 일전에 방문했던 증권사 건물로 향하는데... 경비원이 막아선다.
경비원 : 뭐요?
조회장 : (점잖게) 이 회사 고객들이요. 다들 여기에 계좌가 있다오.
노숙자들, 일제히 끄덕이면 경비원, 어이없어서 보는.
29. B 증권사 / 상담 창구 ( 낮 )
해진과 또 다른 노숙자들이 줄을 서 있다.
직원과 손님들, 인상 찌푸리며 쳐다보는데, 해진은 태연하게 창구 직원에게 신분증 내민다.
해진 : (태연하게) 오늘 산 주식, 담보 대출 신청하려구 왔는데요.
30. C 증권사 / 상담 창구 ( 낮 )
오십장과 노숙자들이 창구마다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대출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그 뒤로 차례 기다리는 노숙자들 줄줄이...
31. 펜트 하우스 ( 낮 )
열심히 클릭하던 태호, 시간을 확인한다. 2시가 가까워진 시각.
태호, 흘끔 뒤를 돌아본다. 피로한 듯 목을 돌리고 어깨를 푸는 흥삼.
태호, 살짝 시선을 준다.
재빨리 키보드 두드리는 영칠. 작전용 모니터에 HTS 프로그램이 화면 아래로 사라졌다가 똑같은 형태의 가짜 HTS가 다시 뜬다.
흥삼의 모니터에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만, 흥삼은 눈치 못채고... 안도의 눈빛을 나누는 태호와 영칠.
32. 한중그룹 / 복도 + 더 클럽 / 내실 ( 낮 )
초조하게 걸어오는 정민. ‘발신자 표시제한’ 울리자 받는.
정민 : 여보세요?
미주 : (내실 안쪽에 서서) 윤정민씨 핸드폰 맞나요?
정민 : (경계하는) 누구시죠?
미주 : (사무적인) 강세훈 실장하고 잘 아는 사람이에요.
정민 : (표정) ...!!
미주 : 윤정민씨 이메일로 자료를 몇 개 보냈어요. 강세훈씨에 대해 재밌는 걸 많이 알게 될 거에요.
정민 : 여보세...
정민이 말을 마치기 전에 전화 끊어진다. 뜨악한 정민, 이메일 어플을 열어서 익명으로 보내진 메일을 확인한다.
첨부 파일을 터치하는 정민, 충격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는. (첨부 파일 내용은 안보여도 무관)
33. 한중그룹 / 세훈의 사무실 ( 낮 )
모니터를 보던 세훈, 표정 굳는다. 상승 곡선을 그리던 그래프가 기세가 꺾인 채 소강상태.
사색이 된 세훈, 핸드폰 단축 번호를 누른다.
세훈 : (다급한) 형, 저에요.
세훈이 뭔가 말하려는 순간, 벌컥! 문이 열리고 정민이 들어선다.
세훈 : (멈칫했다가) 다시 걸께요. (전화 끊고 모니터에 HTS를 끄며, 목소리 추스르는) 무슨 일이에요?
정민 : (이글거리며 노려보는) ...
세훈 : (내심 작전 때문에 초조하고) 내가 좀 바쁜 일이 있는데...
정민 : 뒤로 미뤄요.
세훈 : (표정) 정민씨?
정민 : (겨우 참으며) 내가... 궁금한 게 아주 많거든요. 곽흥수씨한테...
세훈 : (쿵!! 경악하는) ...!!
34. 펜트 하우스 ( 낮 )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기다리는 흥삼. 세훈의 전화는 오지 않는다.
표정 바꾸고, 모니터를 본다. 상승 곡선이 확연한 그래프. (세훈이 본 것과 다른 추세)
흡족한 흥삼, 일어나서 태호 책상으로 다가간다.
흥삼 : (시간 확인하고) 조금 있으면 장 마감이야.
태호 : 예정대로 매수 끝나갑니다.
흥삼 : (생기에 차는 눈빛) 이제... 윤일중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만 남았다. 그 자가 우리 아버지 약병을 걷어찼던 것처럼...
태호 : (표정) ...
흥삼 : (흥분과 자신감으로 이글거리는) ...
/ 시간 경과.
2시 59분 57초, 58초, 59초... 3시 정각!
휴우... 한숨 내쉬며 의자에 기대는 태호와 영칠. 흥삼은 득의만만한 미소 번지고.
35. 편집 화면 ( 낮 )
팍! 문을 열고 나서는 해진과 노숙자들, 위풍당당한 모습!
/ 오십장과 다른 패거리도 성큼성큼, 계단 내려선다.
/ 줄지어 걸어오는 조회장과 노숙자들. 다른 쪽에서 나타난 해진, 오십장 일행과 합류한다.
거리를 활보하는 수 십명 노숙자들!!
36. 펜트 하우스 ( 낮 )
사마귀 지시를 받아 부하들이 작전용 컴퓨터와 책상을 실어내고 있다.
가방을 챙기는 영칠. 태호도 대강 서류를 추리는데...
흥삼 : 축하주나 한잔 하자. 이따 강실장 오면 다음 일도 상의해야 되구.
태호 : (멈칫 봤다가) ...네. (영칠에게) 먼저 가 있어.
영칠 : (나즈막히) 조심해요.
흥삼의 눈치 살피며 나가는 영칠. 엇갈리며 들어서는 미주.
흥삼 : 어서 와. 아마추어보다 프로가 만드는 술이 낫지.
미주 : 잘... 끝났어요?
흥삼 : (흡족한 미소) 지는 싸움, 안한다고 했잖아.
흥삼, 주방으로 가면서 태호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태호와 미주, 짧게 시선 스치고 주방으로 간다.
마주 앉는 태호와 흥삼. 미주는 술을 준비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서있는 사마귀, 지켜본다.
흥삼 : (지긋이 보다가) ...태호야.
태호 : (고개 들어 보는) 네, 회장님.
흥삼 : (미소) 넌 운이 나쁜 녀석이야. 하필 서울역까지 와서, 하필 나를 마주쳤으니까...
근데 그 악운을 뒤집고 내 오른팔이 됐으니... 그건, 재능이라고 봐야 되나?
태호 : (담담하게) 재능도, 운도 아닙니다. 살아 남으려는 본능같은 거죠.
미주 : (술잔을 두 개 만들어서 건네고)
흥삼 : 마담두 한잔 하지.
미주 : 괜찮아요, 전.
흥삼 : (찰나에 눈빛으로 묻는) ...?
미주 : (눈을 내리깐다, 시킨대로 했다는 뜻) ...
흥삼 : (잔을 들고) 어쨌든 살아 남았구, 성공했구나.
태호 : (의미심장한) 말씀드렸잖습니까? 실패하지 않을 거라구.
건배하는 태호. 잔이 비는 걸 확인하고 자기 잔을 마시는 흥삼.
흥삼 : 배중사하고 파티하던 날, 나하구 처음 만났지. 기억나냐?
태호 : ...네.
흥삼 : 너 그때, 가진 거라군 눈빛 하나 밖에 없었다.
태호 : 지금도... 가진 건 없습니다.
흥삼 : 그때로 되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갈래? 아니면 서울역 오기 전으로.
태호 : 무슨 뜻입... (하다가 휘청하는!)
흥삼 : 여우 피하려다 들어온 호랑이굴에서... 제법 오래 살았다, 장태호.
직감하고 꿈틀! 일어나는 태호, 그러나 일순 의식 잃으며 바닥에 쓰러진다.
표정 변화없는 흥삼, 싸늘하게 내려다본다. 다가서는 사마귀.
사마귀 : 공장에서 처리하겠습니다.
흥삼 : 니가 직접해. 독사한테 맡기지 말구.
사마귀 : ...네.
태호의 팔을 잡고 질질 끌어내는 사마귀. 착잡하게 보는 미주.
흥삼 : 왜? 양심의 가책, 뭐 그런 거... 한마디 하구 싶니?
미주 : (표정 고치고, 냉랭한) 시키신 일은 했으니까 가볼게요.
흥삼 : (돌아서는 미주 등에) 미주야.
미주 : (멈칫, 그러나 돌아보지 않고) ...
흥삼 : 이제... 다 끝났어. 나한테는 너만 남았구.
미주 : (천천히 돌아보는, 서글픈 눈빛) ...그러네요. (다른 뜻을 담아) 정말... 다 끝났네요.
흥삼 : (미주 말뜻을 모른 채, 엷은 미소) ...
미주 : (서로 마지막이 될 흥삼을 아프게 응시하는) ...
37. 달리는 차 안 - 거리 일각 ( 낮 )
운전하는 사마귀. 뒷좌석의 태호,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다. 그러다... 슬며시 눈을 뜨는 태호.
사마귀는 눈치채지 못하고 운전 중.
/ 신호대기에 멈추는 차. 왼쪽에 승합차가 나란히 멈춘다.
무심코 돌아보는 사마귀. 승합차 조수석의 해진, 손 흔들며 방긋 웃는다.
사마귀, 멈칫하는데, 스프링처럼 튀어오른 태호, 사마귀의 목을 조른다.
사마귀, 버둥대면서 칼을 꺼내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해진이 재빨리 사마귀 품에서 칼을 찾아낸다.
칼을 건네받은 태호, 목을 겨누는.
사마귀 : (쥐어짜듯, 으르렁) 마담이... 어리석은 짓을 했군요.
태호 : ...진정해. 까불면 다친다.
해진 : 자기 칼두 아프지. 남 쑤실 땐 모르겠지만. (소매 걷어 보이면 최이사 때 팔뚝에 남은 상처!)
사마귀 : (흠칫 놀랐다가 싸늘해지는) 장태호씨는... 회장님을 배신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태호 : 곽회장이, 그 자가 부린 탐욕이... 자초한 일이야.
사마귀 : 당신은... 내 손에 죽게 됩니다.
태호 : 문지기한테 죽는 건, 내 계획에 없거든? (순간 칼자루로 목덜미 가격)
사마귀 : (의식 잃으며 고개가 꺾이고)
38. 펜트 하우스 - 달리는 차 안 ( 낮 )
LP를 꼼꼼하게 닦는 흥삼, 가족사진이 잘 들어있나 확인하고 다시 집어 넣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번호 확인하고 미소짓는 흥삼.
흥삼 : 임마. 바로 전화한다던 녀석이...
세훈 : (운전 중인, 다급히 말 자르며) 장태호 어딨어요?
흥삼 : 공장으로 보냈다. 작전은 잘 마무리됐고.
세훈 : (울컥) 무슨 소리에요, 지금!! 물량이 다 빠졌는데!
흥삼 : (멈칫) 뭐?
세훈 : (사색이 된) 계좌 확인해 봤어요?
황급히 책상으로 가는 흥삼, 마우스를 클릭한다. ‘패스워드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꿈틀하는 흥삼, 다른 계좌를 클릭. 역시 같은 메시지가 뜬다.
하얗게 질리는 흥삼, 정신없이 다른 계좌를 확인하는데.
세훈 : 장태호가 내 정체까지 폭로했어요! 정민씨가 다 알았다구요!
흥삼 : (멈칫) ...!!
그때, 입구가 소란해진다. 비명, 우당탕! 문이 벌컥 열리며 흥삼 부하 하나가 거실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뒤이어 들어서는 검은 양복의 저승사자 다섯 명, 조용하고 단단한 인상들.
직감하고 표정 굳는 흥삼.
세훈 : 형! 무슨 일이에요? 형... (하는데)
흥삼 : (전화를 끊는, 사내들 향해 선다) ...왕회장님이 보냈나?
저승사자 : (정중한) 담보를... 받아 오라고 하십니다.
흥삼 : (섬뜩한 살기, 천천히 다가서는) 시간 맞춰 잘 왔어. 아무래도 피를 좀 봐야 분이 풀릴 거 같았는데...
리더를 중심으로 펼쳐서는 저승사자들. 적의 움직임을 재빨리 눈으로 훑는 흥삼,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리더가 눈짓하는 순간! 흥삼에게 달려드는 사내들.
흥삼, 몸을 날려 피하고 반격, 다시 반격! 죽음이 예정된 1대5의 싸움이 격렬해지고.
39. 펜트 하우스 / 복도 ( 낮 )
다급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사마귀, 흠칫 놀란다. 복도에 쓰러져있는 흥삼의 부하들.
사마귀, 사태를 직감하고 문으로 뛰어가는.
40. 펜트 하우스 ( 낮 )
우당탕! 나가 떨어지는 흥삼, 겨우 벽을 짚고 일어나는데... 피투성이다.
난장판이 된 실내. 두 명은 이미 제압당해 쓰러져 있지만 아직 세 명의 저승 사자들이 흥삼을 둘러싸고 있다.
눈가에 흘러내린 피를 쓱 닦는 흥삼, 죽더라도 끌려갈 생각은 없는...
저승사자들, 끝내려고 다가서는 순간, 쏜살같이 뛰어드는 사마귀! 한 명 찍어 넘기고, 두 번째와 공방!
흥삼도 마지막 기력을 모아 남은 사내를 상대한다.
그러나 완력, 기술이 앞서는 저승사자들, 흥삼과 사마귀를 압도한다.
구석에 몰리는 흥삼, 탈진 상태. 그를 노리는 칼날!
재빨리 자기 상대를 처리하고 돌아서는 사마귀, 칼을 든 사내를 가격한다.
사마귀 : (흥삼을 부축하며) 괜찮으십니까, 회장...(하는데) ...!!
푹! 사마귀 등에 칼이 꽂힌다. 움찔, 경직되는 사마귀.
눈이 뒤집힌 흥삼, 남은 힘을 쥐어짜서 상대를 짓이긴다. 축 널부러지는 저승사자.
흥삼 : (허겁지겁 사마귀를 부축하는) 마귀! 마귀야!
사마귀 : (잔뜩 충혈된, 슬픈 눈빛) 장태호를... 놓쳤습니다.
흥삼 : (멈칫) ...!!
사마귀 : 죄... 송...합니다, 회장... 님... (서서히 눈이 감기는)
흥삼 : (악에 받쳐 흔들며) 죄송하면 눈 떠, 이 새끼야! 마귀!!
스르르 힘이 빠지는 사마귀, 결국 흥삼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흥삼, 충격과 분노로 이글거리는데... 독사와 부하들이 우루루 뛰어 들어온다. 일어나려는 저승사자를 짓밟는 부하들.
독사가 다급히 다가오는.
독사 : 형님... (하다가 숨진 사마귀를 보자 멈칫) ...!!
흥삼 : (야수같은 눈빛, 그러나 목소리는 서늘한) 장태호... 그 놈부터 잡아.
41. 상가 사무실 ( 저녁 )
쾅! 문을 부술 듯 뛰쳐 들어오는 악어와 부하들. 무기 꼬나쥐고 서슬이 시퍼런데...
가구와 컴퓨터도 다 치워지고 텅 빈 사무실. 씩씩대는 악어, 박스를 걷어차며 분풀이.
42. 폐차장 ( 저녁 )
독사 부하들이 버스 안팎을 거칠게 뒤집어 엎는다. 화분들이 박살나고, 가재도구가 내팽개쳐지고...
찌푸린 채 지켜보는 독사.
43. 빈 사무실 ( 저녁 ) (상황에 따라 낡은 창고여도 무방)
태호와 해진, 조회장, 오십장, 영칠이 책상을 둘러싸고 서 있다.
책상 위에 놓인 스포츠백 다섯 개.
해진 : 태호씨가 미리 빼돌린 돈, 계좌 주인들한테는 적당히 나눠줬어. 방 한 칸 얻고, 한동안 생활비는 될 거야.
해꼬지 당할 수도 있으니까 서울역엔 나타나지 말라구 했구.
태호 : 뒷일은 걱정 안해도 돼요. 곽흥삼... 조만간 제거될 겁니다.
일동 : (쳐다보는) ...?
태호 :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돈을 갖다 썼거든요. (씁쓸해지며) 정사장 욕심을 이용해서 함정에 빠뜨려놓구,
자기도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구요.
조회장 : 남의 눈에 티끌은 보여두, 내 눈에 들보는 안보인다고 하지 않나. 욕심이... 그래서 무서운 게지.
태호 : ...네. (영칠에게) 담보대출 신청한 거, 현금화되면 저번에 말한 세탁 과정 거쳐서 한군데 계좌로 모아.
영칠 : 전에도 해봤는데요 뭐. 걱정마세요.
오십장 : 근디... 우덜 공동 명의루 만들라믄서? 그 많은 돈을 워째야 쓰까?
태호 : 그건 여러분이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써야 가치있고, 의미있는 돈이 될 수 있는지... 전 제 몫만 챙겨 갈께요.
영칠 : (서운한) 진짜... 뉴욕으로 가는 거에요?
태호 : (미안한 미소로 끄덕) ...
해진 : ...나라짱은?
태호 : (미소가 흐려지며 고개 젓는) ...
일동 : (섭섭하게 보는데) ...
태호 : (둘러보며)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다들... 고마웠어요.
조회장 : (수첩에서 ‘1억원’ 뜯어 건네며) 돈은 더 필요없겠지만... 이건 내가 주는 용돈일세.
태호 : (받고는, 먹먹하게 보는) ...잘 쓰겠습니다, 회장님.
영칠과 굳게 악수하는 태호. 오십장은 악수하다가 와락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준다.
해진도 먹먹함을 감추고 악수하는...
태호, 더 있다간 눈물이라도 쏟아질 거 같다. 돈가방을 하나 들고, 얼른 돌아선다. 어깨에 걸쳐매고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해진 : (외치는) 서울역엔 다시 오지 마!
태호, 멈칫! 섰다가 손만 들어보이고 다시 걸어간다. 동료들을 뒤로 하고 멀어지는 태호의 그림자.
44. 폐공장 안 / 수술실 ( 밤 )
수술대에 싸늘히 식은 사마귀. 가슴에 붕대 매고, 셔츠만 걸친 흥삼, 무표정하게 내려다본다.
들어서는 독사와 악어.
뜨거운 숨을 삼키는 흥삼, 시트를 가만히 덮어준다. 표정 고치고 돌아서는.
독사 : 장태호는 물론이구, 그 패거리까지 잠수탔습니다.
악어 : 명의 넘겼던 놈들두 벌써 다 날랐슈.
흥삼 : (어금니를 깨무는) ...클럽은?
악어 : 출근도 안했구유, 집에두 없슈. 마담 핸드폰은...
흥삼 : (말 자르는) 꺼져 있겠지. 펜트하우스에서 나가자마자 사라졌을 거야.
독사 : 형님두 피하셔야 됩니다. 왕회장 부하들이 여기도 찾아낼 겁니다.
흥삼 : 아니! 장태호부터 처리한다. 뒷일은 그때 가서 수습해도 돼.
악어 : 작정하구 숨은 놈을 워디 가서 찾겠슈?
흥삼 : 힘들게 찾아다닐 거 없어. (살기로 번득이는) 장태호가... 직접 찾아오게 해야지.
45. 무료 병원 / 진료실 ( 밤 )
야근 중인 나라, 병실에서 나온다. 문득 걱정되는 표정. 핸드폰을 꺼내서 버튼을 누른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안내.
소리없이 한숨 쉬는 나라, 간호사실로 들어가려는데... 쿵!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서는 사내들.
놀라서 돌아보는 나라. 독사, 험악한 눈빛으로 나라를 노려본다.
나라 : (두렵지만 용기내서) 여긴 병원이에요. 조용히 해주세요.
독사 : ...장태호 어디 있어?
나라 : (멈칫) ...!
독사 : 이 아가씨 아무것도 모르네? 애인이 대형사고 치고 튀었는데.
나라 : 뭐... 라구요?
독사가 눈짓하자 부하들이 나라를 붙잡는다. ‘놔요!’ 왜 이래요!‘ 소리치지만 힘없이 끌려나가는 나라.
병실에서 기웃거리며 내다보는 노숙 환자들. 독사와 부하들이 눈빛으로 윽박지르자 겁에 질리는...
46. 다세대 주택 앞 ( 아침 )
건물 입구에서 남자아이(5세~6세)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논다.
그 앞에 멈추는 태호,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앉는다.
태호 : (미소로) 너, 아람이지? 아빠 이름은 박민수.
아이 : 누구세여?
태호 : 아저씨? 아빠 친구.
아이 : 우리 아빠 미국 갔는데? 돈 벌러.
태호 : (멈칫, 다시 미소) ...알아. 엄마는?
아이 : 청소.
태호 : (끄덕) 아저씨가 아빠 심부름 왔거든. (품에서 봉투 꺼내는) 이거 엄마 갖다 드려, 아람아.
의심스레 보던 아이, 갑자기 봉투를 탁! 나꿔채더니 ‘엄마!’ ‘엄마!’ 부르며 뛰어 들어간다.
씁쓸하게 보던 태호, 서둘러 돌아서는.
47. 공항 / 출국장 ( 낮 )
의자에 앉아 있는 태호, 착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누군가 다가오더니 트렁크를 세워놓고, 태호 옆에 앉는다. ...미주다.
미주 : (작은 가방을 보더니) 미국 가는 사람치구, 짐이 가볍네요.
태호 : 마담은... (표정 고치고) 미안해요. 미주씨는 파리로 정한 겁니까?
미주 : 거기서 계속 지낼지, 다른 나라로 갈지...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껏 한 곳에 묶여 살았으니까, 좀 자유로워지려구요.
태호 : (이해하는 듯 보다가) 은지는... 만났어요?
미주 : (끄덕) 외삼촌이 하는 식당일을 돕구 있더라구요. (엷게 미소) 다행히 아저씨를 안닮아서 건강하고, 예뻤어요.
태호 : (미소) ...
미주 : 장태호씨가 아저씨 몫으로 준 돈도 놓구 왔어요. 누구라고 밝히기 곤란해서 메모만 남겨 놨구요.
(씁쓸한 미소로 트렁크를 보는) 곰인형도 주고 왔어야 되는데... 그건 내가 챙겼네.
종구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추는 태호와 미주.
출국 전광판에 ‘파리’행을 알리는 표시가 뜬다. 시간차가 있지만 ‘뉴욕’행도 보이고...
미주 : (일어나는) 슬슬 가야겠어요.
태호 : (따라 일어나는) 저두 들어가야죠.
미주 : 앞으로... 다시 볼 일은 없겠네요. (손 내밀고) 행운을 빌어요.
태호 : (가볍게 악수하는) 미주씨도... 행복하기 바래요.
짧은 미소로 작별하는 태호와 미주.
미주가 먼저 트렁크를 끌고 걸어가다가... 문득 돌아본다. 그 자리에 선 채, 다른 생각에 잠겨있는 태호.
그 눈빛을 보고 짐작하는 미주, 다시 걸어와서 태호 앞에 서는.
미주 : 내가 잘못 알았네요.
태호 : (고개 드는) ...?
미주 : 회장님하구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는데... 장태호씨는 아저씨를 더 닮았어요.
태호 : (표정) ...!
미주 : (씁쓸한 미소) 그 사람도 그랬거든요.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지 못하구... 서울역으로 되돌아갔죠, 바보같이.
태호 : (여권을 내려다보며) 그냥... 생각해봤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남의 이름으로 사는 건 어떤 의미일까,
결국 이것두 도망치는 꼴 밖에 되지 않나... 그런 생각.
미주 : 그 고민, 더 들어주고 싶은데 시간이 별루 없네요. 장태호씨도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은... 힘이 없거든요.
태호 :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
말 마치고 돌아서는 미주, 또각또각 걸어간다.
우두커니 지켜보던 태호, 그 표정에 결심이 떠오른다. 휴지통에 항공권과 여권을 처넣는 태호, 돌아선다.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태호와 미주.
48. 폐공장 / 창고 ( 낮 )
들어서는 흥삼. 의자에 앉아 있던 나라, 흠칫 고개 든다. (묶인 상태는 아닌)
지치고, 불안하고, 화가 나지만... 겁먹지 않고 노려보는 나라.
흥삼 : (다정하게) 잘 잤어요? 누추한 곳으로 모셔서 미안해요.
(눈빛이 서늘해지며) 내가 상황이 좀 여의치 않게 됐거든, 장태호 덕분에.
나라 : ...절 잡아 둔다구, 태호씨를 잡을 순 없어요. 우리, 그럴 만한 사이두 아니구요.
흥삼 : 나도 아는 걸 나라씨가 모르네.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건가?
나라 : (멈칫) ...!
흥삼 : 그 녀석은 내가 잘 알아요. (웃고 있지만 살기가 드러나는) 100프로 다 못채우고 남은 1프로...
장태호는 그 알량한 양심 때문에 나타나게 될 거야.
독사가 황급히 들어선다. 흥삼에게 귓속말하는 독사. 미간을 찌푸리는 흥삼.
나라는 혹시 태호 소식인가 싶어 두려워지는!
49. 거리 일각 ( 낮 )
해진과 오십장, 영칠 그리고 노숙자들 십 여명이 살기등등해서 걸어온다.
근처에 널부러졌던 노숙자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는데.
양씨 : (영문 모르는 노숙자들 향해) 나라가 잡혀갔대!
노숙1 : (놀라며) 급식소 그 아가씨?
최군 : (흥분해서) 곽흥삼이 잡아갔어요! 죽일지도 모른대요!
노숙2 : 할매 식당 나라 말여? 병원서 일하는?
노숙3 : (벌떡 일어나며) 이런 젠장할!!
수근대거나 목청 높이면서 해진 일행에 합류하는 노숙자들. 다른 골목에서도 소식을 들은 노숙자들이 나타나 대열에 동참한다.
결전을 각오한 해진과 오십장, 영칠은 전에 없이 비장하고.
50. 폐공장 앞 ( 낮 )
독사와 부하들 이끌고 건물을 나서는 흥삼. 끼익! 차가 멈추고 세훈이 황급히 내린다.
흥삼, 독사 패거리를 눈짓으로 보낸다.
세훈 : (독사네가 멀어지자, 다급히) 형, 여기서 뭐해요? 빨리 서울역부터 떠야죠!
흥삼 : (이글거리는) ...정리할 게 남았어.
세훈 : 다 끝났어요! 복수도, 윤회장도... 이젠 다 소용없다구요!
흥삼 : 이런 고비, 한 두번 겪은 줄 아니? (광기가 번득이는 미소) 천만에, 다시 시작할 거다!
곽흥삼이 이 판을 어떻게 되돌려놓는지, 제대로 보여줘야지! 그 전에... 귀찮은 버러지들부터 밟아 놓구.
세훈 : (팔을 잡는) 미쳤어요, 형?
순간, 퍽!! 세훈을 갈기는 흥삼. 안경이 날아가며 바닥에 나뒹구는 세훈.
서슬 퍼런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흥삼.
흥삼 : 아직두 몰랐냐? 미쳤으니까... 움켜쥔 거다, 서울역 넘버원.
세훈 : (절망, 체념으로 보는) ...
흥삼 : (휙 돌아서서 가버리고)
51. 철도창 ( 낮 )
태호가 오십장 상대로 첫파티를 붙었던 곳.
해진을 필두로 수 십명의 노숙자들이 걸어온다. 맞은 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악어와 부하들.
거리를 두고 마주 서는 두 패거리, 팽팽한 긴장감.
해진 : 나라짱... 내놔라.
악어 : 장태호부텀 데불구 와.
오십장 : (으르렁) 싸가지읎는 눔이... 뒈져야 정신 차리것냐! 나라양 워딨냐고!
악어 : 하이고, 선상님들... 싸움은 쪽수로 하는 것이 아녀요.
악어가 눈짓하는 순간, 부하들이 함성지르며 치고 나간다. 해진 패거리도 괴성과 함께 맞붙는다.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패싸움! 숫자가 많은 노숙 패거리가 잡고 늘어지고, 매달리고... 필사적이다.
몸집으로 버티며 싸우는 오십장. 어설프지만 악으로 싸우는 해진과 영칠.
52. 할매 식당 ( 낮 )
들어서는 태호, 멈칫 본다. 테이블을 닦던 조회장이 놀라서 보는.
조회장 : 장이사... 미국 아직 안갔나?
태호 : 어떻게 된 거에요? 왜 회장님이...
조회장 : (쉿, 조용히 하라는 듯) 여사님은 안에서 쉬시라고 했네. 나라양이 병원에 일이 많아서 못온 줄 아시거든.
태호 : 네? (표정) 나라씨가 왜요?
53. 철도창 ( 낮 )
피투성이가 된 양쪽 패거리. 그래도 숫자 많은 노숙자들이 악어 부하들 깔아 뭉개서 패고, 걷어차고... 우세하다.
악어도 겨우 뒷걸음질치면서 상대하는데... 뒤편에서 우루루 나타나는 독사 패거리, 연장까지 들고 있다.
그 뒤에 천천히 걸어오는 흥삼.
독사 : 전부 제껴!
일순, 싸움판에 뛰어드는 독사 부하들. 악어패와 비교가 안되는 살벌함으로 노숙자들을 제압한다.
사색이 되는 해진과 오십장. 맞고, 깨지고, 나가 떨어지고... 전세 역전당한 노숙자들, 처절하게 당한다.
뒤편에 서 있는 흥삼. 그 광경을 싸늘하게 지켜보는.
54. 거리 일각 ( 낮 )
미친 듯이 뛰어오는 태호. 일분 일초가 다급한... 쿠릉! 천둥이 친다.
55. 철도창 ( 낮 )
우당탕! 나가 떨어지는 해진. 오십장도 피떡이 돼서 쓰러진다. 영칠과 다른 노숙자들도 만신창이.
승패는... 이미 끝났다. 쏴아!! 비가 퍼붓고, 철도창 지붕에 빗소리가 요란하다.
뚜벅뚜벅 걸어온 흥삼, 독사에게 칼을 건네받아 해진 앞에 쪼그려 앉는다.
흥삼 : 장태호... 어딨나?
해진 : (입가에 피를 흘리며) 사지선다로 드릴께 맞춰보셔. 미국, 일본...
흥삼 : (순간 허벅지를 푹 찌르는)
해진 : (고통스러운 비명) !!!
흥삼 : (칼을 뽑고, 발목을 잡는) 다음은 아킬레스건이야. 장태호... 어딨어?
해진 :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힌트... 남았거든. 프랑스...
흥삼 : (꿈틀! 해진의 발목에 칼날 대는 순간)
태호 : 곽흥삼!!!
흥삼을 비롯, 일제히 돌아보는 사람들. 빗 속에 서 있는 태호.
일어나는 흥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해진과 오십장, 영칠은 괴롭게 보는.
흥삼 : (이글거리는) 그래. 올 줄 알았다. 이래야 내가 믿구 아끼는 장태호지.
태호 : (다가오면서 천천히 재킷을 벗는) 날두 궂은데, 빨리 끝냅시다.
(영칠에게 재킷 건네며 나즈막히) 나라씨부터 찾아. 공장에 있을 거야.
해진 : (원망스레 보는) 오지 말라니깐, 빙신같이...
태호 : (씩 웃어 보이고, 흥삼 앞에 서는) ...
흥삼 : ...영광인 줄 알아라. 넘버원하고 파티.
태호 : ...아니. 파티고 나발이고, 그건 당신이 정한 규칙이고... 이건 그냥 내 싸움이야.
흥삼 : (눈빛 매서워지는) ...왜 그랬냐? 똑똑한 녀석이.
태호 : 서울역 와서 알았거든. 내가 별루 똑똑치 못한 거.
흥삼 : (천천히 싸울 준비하며) 죽고 나면 모를 테니까 알려주지. 니 시체부터 공장으로 보낼 거야.
그 다음엔 니 패거리들 조져서 내 돈 되찾고, 마지막엔 니 애인... 몸값 후하게 팔아 넘길 거다.
태호 : (꿈틀) ...!!
흥삼 : 이자는 챙겨야지. 니가 깽판 쳐놓은 작전...
순간, 울컥하는 태호, 흥삼을 향해 달려든다. 예상한 듯 받아치는 흥삼. 치고, 받고... 일진일퇴하며 맞붙는 두 사람.
긴장해서 지켜보는 양쪽 패거리. 영칠이 오십장을 끌고 슬그머니 뒷걸음질친다.
짐승같은 눈빛으로 격돌하는 태호와 흥삼, 죽음을 불사한 싸움이 치열해지고.
56. 폐공장 / 창고 ( 낮 )
불안해서 서성거리는 나라. 그때 밖에서 퍽! 윽! 감시하던 사내가 쓰러지는 소리.
황급히 들어서는 오십장과 영칠.
나라 : 아저씨!
오십장 : 괜찮여? 어데 상한 데는 없는 것이제?
나라 : 어떻게 여길...
영칠 : 태호형이 왔어요! 지금 곽회장하고 일대일로 붙었거든요!
나라 : (표정) ...!!
57. 철도창 ( 낮 )
나라가 오십장, 영칠과 함께 달려온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격렬한 파티 중인 태호와 흥삼.
나라, 피투성이가 된 태호를 보자 숨이 탁 막힌다.
파상 공격을 퍼붓는 흥삼을 상대로 겨우 막아내거나 반격하는 태호. 실력으로 확실히 밀리는 양상.
흥삼의 발차기에 맞은 태호, 빗줄기 속으로 나뒹군다. 두 사람의 동선이 움직일 때마다 따라 움직이는 흥삼 패와 노숙자들.
일어나는 태호를 재차, 삼차 걷어차는 흥삼. 기진맥진한 태호를 깔고 앉아 주먹을 퍼붓고 머리를 찧는다.
빗물, 핏물로 엉망이 된 태호, 방어할 기력도 없이 고통스러운데.
흥삼 : (헉헉대며, 으르렁) 넌... 날 배신하지 말았어야 해.
태호 : (핏물로 쓰라린 시선) ...
흥삼 : 그 빚은... 니 목숨으로 받으마.
태호 : (흥삼 셔츠 속 붕대가 얼핏 보이는) ...!
흥삼 : 넌... 류씨 있는 데루 보내줄... (하는데)
순간, 태호가 흥삼의 부상당한 복부를 힘껏 찌른다. 고통스럽게 뒤로 꺾이는 흥삼.
그 틈에 몸을 굴리는 태호, 누운 채로 발길질해서 흥삼을 떨어뜨리고 비틀비틀 일어난다.
태호 : (얼굴에 핏물 닦으며) 어디서 개소리야? ...쉬워 보이냐, 내가?
흥삼 : (힘겹게 일어나는, 씩 웃으며) 하아... 진짜 이 새끼...
살기어린 눈빛이 엇갈리는 순간, 주먹을 주고 받는 태호와 흥삼.
체력이 모두 소진된, 오직 악으로 치고 깡으로 받는, 말 그대로 진흙탕 개싸움이다.
지켜보는 표정들도 두려움에 질린... 나라, 어쩔 줄 모르고 연신 뒤를 돌아보는데...
그때!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악어 : (흠칫) 성님... 튀어야 돼유. 여그 있다간 우덜까지 딸려 들어가유. (독사 소매를 끌며) 우덜두 할 만큼 했슈... 야?
독사 : (뿌리치는) 애들 데리고 피해. 나까지 가면... 혼자시잖냐, 형님.
악어 눈짓을 신호로 연장을 버리고 슬금슬금 자리를 뜨는 부하들.
노숙자들도 사이렌 소리에 웅성대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은 아랑곳 없이 처절하게 뒹구는 태호와 흥삼. 이젠 싸움이라기보다 발악같은 몸부림...
문득 사이렌 소리에 돌아보는 흥삼. 저만치 경찰차가 보이고, 경찰 여러 명이 달려온다.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은 나라, 해진과 오십장, 영칠, 독사 뿐이고...
흥삼이 한눈 판 사이 퍽! 태호 펀치가 작렬! 무너지듯 쓰러지는 흥삼. 헐떡대며 내려다보는 태호.
태호 : 이제... 그만 합시다.
흥삼 : (멍하게 보는) ...
태호 : 끝났어... 나두... 당신두...
그 말을 부정하려는 듯, 휙! 몸을 굴려 버려진 칼을 잡는 흥삼, 그대로 태호의 다리를 긋는다.
해진이 ‘태호씨!’ 외치고 나라도 악!
칼을 쥔 흥삼, 기어가서 태호 위에 올라 탄다. 그와 동시에 경찰관들이 둘러싸며 총을 겨눈다.
경찰1 : (겁에 질린) 칼 버려!
경찰2 : (무전기에 대고) 아, 여기 순23! 서울역 철도창! 무기 소유자가 난동 중이다! 지원 바람!
경찰1 : 칼 버리구 손 들어! 이 새끼야!
흥삼 : (무표정하게 경찰을 보다가, 다시 태호를 내려다보는) ...
태호 : (헐떡거리며, 싸늘하게 보는) ...미안하지도 않아, 당신?
흥삼 : (아무 감정없는) 내가 한 일은... 후회 안해... 내가 하지 않은 일이... 후회되는 거지. (천천히 칼을 치켜드는)
경찰1 : (당황하며) 바... 발포한다!!
흥삼 : (묘한 미소가 번지며, 다정하게) 다음 작전은... 성공하자... 태호야.
흥삼이 죽을 각오임을 직감하는 태호! 흥삼, 마지막 미소와 함께 칼을 내리 찍는 순간, 탕!!
/ 빛바랜 색감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컷들.
마당에서 동생과 공놀이하는 소년 흥삼. 전파사 앞에서 종구의 인터뷰를 보는 소년 흥삼.
뒷골목에서 종구를 남겨놓고 건들거리며 가는 흥삼. 서울역 앞, 갈 곳을 잃고 미주와 나란히 있는 흥삼...
/ 이마의 총상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 내린다. 푸대자루처럼 태호 위로 엎어지는 흥삼, 숨이 끊어졌다.
태호, 겨우 몸을 빼고 흥삼의 시신을 본다. 울컥... 치밀어오르는 아픔, 안타까움.
경찰관들이 곧바로 태호를 쓰러뜨리고 수갑을 채운다. 나라가 달려 가려는데 오십장과 영칠이 말린다.
해진은 절뚝이면서 다가오고, 독사는 침통하게 서 있고... 그런 모습이 부감으로 보이면서... 화면 어두워지고.
58. 교도소 / 감방 ( 낮 )
서서히 화면 밝아지면... 죄수복 입은 태호가 벽에 기대 앉아 편지를 읽고 있다. 담담하고 표정 없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나라 : (소리-차분한) 태호씨 떠나고 첫번째 여름이에요. 아저씨들 소식 궁금 할 거 같아서... 답장 없는 편지를 또 쓰네요.
59. 대학교 / 연구실 ( 낮 )
PC 앞에 둘러선 학생들, 영칠의 작업을 구경한다.
현란한 키보드질로 프로그램을 짜는 영칠. 다들 감탄하자 으쓱하는 표정.
나라 : (소리) 영칠씨는 부모님이랑 화해하구 대학원에 갔어요. 한달에 한번은 식당 들러서 밥 먹고 가요.
60. 거리 일각 ( 낮 )
조회장이 ‘일억원’ 적힌 종이를 양씨와 최군에게 건넨다.
못말리겠다는 듯 웃는 양씨. 어벙한 최군은 진짠가 싶어 앞뒤로 살펴보고.
나라 : (소리) 회장님은 시설 좋은 요양 병원에 들어가셨는데, 심심하면 서울역에 놀러 오세요.
올 때마다 몇 십억은 쓰고 가시는 거 같아요.
61. 아파트 단지 주차장 ( 낮 )
트럭 운전석에 걸터 앉은 오십장, 한심하게 뒤를 쳐다보고 있다.
배추와 무가 가득한 짐칸 위에서 확성기 들고 호객하는 해진.
그 과장스러운 몸짓과 멘트에 호기심을 느낀 주부들이 하나 둘 모여 들고.
나라 : (소리) 해진 아저씨랑 오십장 아저씨가 트럭 장사 시작한 건 전에 얘기했죠?
맨날 티격태격하는데 그래도 장사는 제법 잘되나봐요.
62. 할매 식당 / 안방 ( 밤 )
밥상을 책상 삼아 스탠드를 켜놓고 편지 쓰는 나라. 할매는 옆에서 입 벌리며 자고 있고...
나라 : (소리) 할머니는 여전히 욕도 잘하시구, 찌개맛도 그대로에요. 전 병원일이 바빠서 눈코 뜰새 없구요.
펜을 멈추는 나라, 표정이 우울해진다.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는...
나라 : (소리) 이렇게 편지를 써두... 답장 못받을 거 알아요. 아저씨들이 면회가두, 한번두 안나왔다면서요?
...알고 싶어요. 지금 무슨 생각하는 지, 다음 여름이 돌아오면 태호씨가 어디에 있을지...
착잡하고 쓸쓸해지는 나라의 표정에서 화면 어두워진다.
63. 달리는 트럭 ( 낮 )
어두운 화면에 자막 ‘1년 후’ 화면 밝아지면
오십장이 운전하고, 해진이 통화 중이다. 61씬과 다른 의상, 다른 헤어 스타일.
해진 : (잔뜩 열 받은) 아, 몰라! 완전 허탕쳤어, 나라짱! 갔더니 벌써 오전에 출감했다 그러더라구!
장태호 이 인간, 암튼 재수꽝이야!!
오십장 : (핀잔 주는) 아따, 말허는 뽄새 보소.
해진 : 환영 파티고 뭐고 그냥 우리끼리 고기나 궈 먹자구! 어! 이따 봐!
(전화 끊고, 서운한 마음에 투덜거리는) 어디루 튄 거야, 대체...
오십장 : (태연) 아무 걱정 말랑게. 회장님이 그러셨구마. 올 사람은 올 거라고.
64. 건물 옥상 ( 낮 )
서울역이 바라보이는 건물 옥상. 난간에 서 있는 수트 차림 사내의 뒷모습... 태호다.
예전보다 차분하고 깊어진 시선으로 서울역을 바라보는 태호.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면... 먹먹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나라.
나라 : (눈은 흘기지만, 목소리 떨리는) 딱 보니까 알겠네. 또 밥때 놓쳤죠?
태호 : (표정 추스르고, 따뜻한) ...화났어요?
나라 : (다가오는) 돈은 있어요? 한끼 정도는 공짜로 줄께요.
태호 : 나... 엄청나게 많은데요, 돈.
나라 : 그 돈을 다 어떻게 써야 되나, 행복한 고민중이었어요?
태호 : (미소) 돈... 좋죠. 근데... 다른 고민하구 있었어요. (서울역을 바라보며) 감옥에 있는 내내 결정을 못했거든요.
나라 : 그게... 뭔데요?
태호 : 내 안에 있는 늑대 두 마리... 어느 쪽에 먹이를 줄까...
나라 : (표정, 잠시 보다가) ...그래서 결정했어요?
태호 : (나라를 돌아보는) ...네.
나라 : ...어떻게요?
태호 : (물끄러미 미소) ...
나라 : (기다리는) ...
태호 : 밥 먹구 말해주면 안돼요? (진심을 담아) 나... 배고파요.
어이없이 보는 나라.
편안하게 웃는 태호, 나라의 손을 잡는다. 나라, 멈칫! 부끄럽지만 손을 빼지는 않고...
다정하게 손잡고 돌아서는 태호와 나라. 출입구로 향하는 그들 뒤로 서울역 전경이 길게 보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