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빈 집 / 김민수
종기처럼 그을린 마을이 늙을 때마다
빈 집 하나씩 늘어갑니다
허전한 맘에 빗물은 아무데서나 울며 흘러가고
꼭두새벽 소죽 끓이며 아침을 열던 부엌도
밖으로 나와 하늘만 봅니다
관절염처럼 삭여진 기둥 옹이에
마파람 설렁설렁 드나들어 휘어지고
지붕은 어느새 어깨까지 내려찍으며 힘들뿐입니다
궁핍한 삶을 고스란히 찍어두던 형광등도
깜빡거릴 기력도 없고
구석마다 참견하던 햇살도
추하게 널브러진 마당에 안쓰럽게 서성입니다
평생을 품안에 안고팠던 담장은
어느 날부터 시름 누워 있고
문패 하나 세우지 못한 죄로 대문은 충혈되어
세월의 녹만 멍처럼 번집니다
김민수 시인
한맥문학 등단(2002). 솟대문학 추천완료(2007. 시). 제17회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2008)
시집 <겨울강> <동백정>
[심사평]
상상력의 활달함과 표현의 신선성
김재홍(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교수)
2008년도 수상자로 <안녕, 치킨> 등의 이명윤 시인을, 그리고 신인상 수상자로 <빈 집>외의 김민수 시인을 선정한다. 이명윤 씨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상상력이 자유분방하고 감수성이 신선하다. 젊은 시정신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뜻이 되겠다.
<이번엔 불닭집이 문을 열었다/ 닭초상이 활활 타오르는 사각 화장지가/ 집집마다 배달되었다 -중략- 낙엽, 전단지처럼 어지럽게 쌓여가는 십일월/ 벌써 여러 치킨집들이 문을 닫았다/ 패션쇼 같은 동네였다 가게는 부지런히 새 간판을 걸었고/ 새 주인은 늘 친절했고 건강한 모험심이 가득했으므로/ 동네 입맛은 자주 바뀌어갔다 -중략- 일수쟁이처럼 떠오르는 해가/ 새벽의 모가질 사정없이 비튼다/ 온 동네가 푸다닥,/ 홰를 친다> 라는 구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신선한 비유와 생동감있는 감각으로 일상성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서정을 노래하되 긴장력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감수성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의 이사> <폭설> <라디오 여왕> <그 동네 신발들은 공손하다> <일용직 정씨의봄> 이들 속에는 일상성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과 함께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넘실거리고 있어서 관심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김민수의 <빈집> 등의 시편들에도 가난한 일상의 아픔과 슬픔들이 신선한 감각과 비유로 표현되어 주목된다. <종기처럼 그을린 마을이 늙을 때마다/ 빈 집 하나씩 늘어갑니다/ 허전한 맘에 빗물은 아무데서나 울며 흘러가고/ 꼭두새벽 소죽 끓이며 아침을 열던 부엌도/ 밖으로 나와 하늘만 봅니다/ 관절염처럼 삭여진 기둥 옹이에/ 마파람 설렁설렁 드나들어 휘어지고 -중략- 문패하나 세우지 못한 죄로 대문은 충혈되어/ 세월의 녹만 멍처럼 번집니다>처럼 시적 직관과 표현력이 돋보인다.
사실 이 두 분의 시뿐 아니라 최종심에 남았던 김판길, 박재홍, 전정숙, 최우민, 황종배 시인들도 수상작 수준에 들었지만 상대적인 면에서 한 편씩만 뽑는 것이어서 다음 기회로 넘겨졌음을 밝혀둔다. 모쪼록 수상자 두 분이 더욱 정진하여 구상솟대문학의 생명사랑, 인간사랑, 평화사랑의 정신을 더욱 기리고 살려 나아가기를 기원하며 축하의 뜻을 전한다.
구상솟대문학상운영위원회
심사위원 : 유안진, 김재홍, 방귀희
첫댓글 민수형님 오랫만입니다. 올해는 형님이 계시는 가까운 곳에서 만나길 소망합니다. 우리 형님 고운 주말 보내셔요
우리 민수형님 보고 싶어요
우리 민수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