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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소개>
김 세 희(덕성여대 초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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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글에서 장르별로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림책은 아동문학의 모든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림책의 특수성 때문에 대부분의 아동문학 이론서에서는 아동문학의 장르 중 그림책을 판타지나 시처럼 장을 따로 두어 소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림책의 재료가 되는 글의 종류에는 옛이야기(민담, 신화, 전설, 우화), 판타지, 운문(전래동요, 동요, 시), 사실적인 이야기, 정보나 지식, 영아들의 개념 발달을 위한 단순한 지식(색, 모양, 숫자, 글자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그림책은 글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의 유기적인 결합으로서 단순히 이야기의 전달을 넘어서기 때문에 제3의 새로운 도서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림책의 일반적인 형식들인 표지, 면지, 저작권 페이지, 속표지(타이틀 페이지), 본문, 뒤표지의 독특한 구성은 특별한 매체로서 여겨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림책은 글자와 이미지가 결합되고, 색상, 글자체나 판형을 비롯한 인쇄체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성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그림책은 ‘새로운 예술 형식’, ‘고유한 예술 형태’라는 타이틀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학자들에 따라 그림책을 분류하는 방식은 서로 달라서 통일된 기준이 없습니다. 다양한 기준, 즉 글과 그림의 비중(예: 글 없는 그림책), 어린이의 연령(예: 영아 그림책), 주제나 소재(예: 가족), 장르(예: 판타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림책의 장르는 그 명칭이나 종류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옛이야기 그림책, 판타지 그림책, 사실주의 그림책, 운문 그림책, 정보 그림책으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동문학에 없는 장르인 정보 그림책이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의 분류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독특합니다. 그러나 정보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의 분류에서 제외될 수 없으며, 정보 그림책 중에는 문학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책도 있습니다. 한편 어떤 그림책의 경우, 어떤 한 장르로 분류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더구나 그림책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로 앞으로는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책이 점점 많이 출간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의 장르별 분류는 그림책 연구자들이 연구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그림책 소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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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이야기 그림책
옛이야기 그림책은 전승문학인 신화, 전설, 우화, 민담을 글감으로 하여 만든 그림책입니다. ‘전래동화 그림책’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으므로 일단 차이점을 분명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래동화란 ‘민담에서 어린이들에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택하여 플롯 등 기본틀을 훼손하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비교육적이거나 적합하지 않은 내용을 빼거나 수정하는 재화과정을 거친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전래동화를 글감으로 한 그림책을 ‘전래동화 그림책’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림책 작가가 기존의 전래동화를 글감으로 하기보다는 옛이야기(민담, 신화, 전설, 우화)의 원전을 글감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옛이야기 그림책’으로 부르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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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담 그림책
민담 그림책에는 환상적 모티브인 마술이라든지 의인화된 동물이나 무생물, 초현실적인 존재(요정, 거인, 난쟁이 도깨비, 마녀, 용왕, 옥황상제, 신령 등)가 등장하고, 요술적인 장소(하늘나라, 용궁 등), 신비한 물건(부적 , 동아줄, 요술 반지, 요술 지팡이 등)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환상적인 모티브는 현대 판타지 그림책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판타지에 담긴 환상적 요소의 뿌리는 옛이야기’라는 말은 이러한 연유에서 기인합니다.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민담을 글감으로 한 옛이야기 그림책도 많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그 예는 <밥 안먹는 색시>(천둥거인), <흰쥐 이야기>(비룡소), <줄줄이 꿴 호랑이>(사계절) 등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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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먹는 색시>(천둥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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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쥐 이야기>(비룡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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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꿴 호랑이>(사계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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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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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글. 그림 <신기한 그림 족자>(비룡소)
한자경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먼 어머니와 장례도 지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우치는 불쌍한 한자경을 도와주려고 고지기가 그려진 족자를 줍니다. 단, 하루 한 냥씩만 고지기에게 얻어 쓰는 조건을 답니다. 하루 한 냥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겨우 살아가던 한자경은 과욕을 부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한자경은 매만 맞고 고지기도 잃게 됩니다. 한자경은 다시 전우치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만 구하게 됩니다. <신기한 그림 족자>는 신기한 도술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부도덕한 벼슬아치를 혼내준다는 전우치의 이야기 <전우치전> 중의 하나를 글감으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등장인물로 과욕을 부리는 어리석은 한자경, 마술을 부리는 초현실적인 인물 전우치, 족자에 있을 때는 그림이지만, 한자경이 부르면 고지기가 되어 나타나는 초현실적 인물인 고지기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민담 속에 정확한 이름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그냥 “옛날에 어떤 사람이......,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팥죽할멈과 호랑이>, <호랑이와 범벅장수> 등의 이야기가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신기한 그림족자>의 주제는 과욕에 대한 경고로, 여러 민담에서 볼 수 있는 주제인 권선징악의 예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체는 이야기를 들려 주는듯한 구어체로 전승문학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그림은 민화 맛이 나는 한국화로서 작가가 어눌한 선을 표현하기 위해 왼손으로 작업한 것이 특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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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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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글. 그림/ 서애경 옮김 <빈 화분> (사계절)
옛날 중국에 꽃을 사랑하고 꽃을 잘 가꾸는 핑이라는 소년이 있었어요. 임금님과 백성들도 꽃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지요. 임금님은 나라 안의 아이들에게 꽃씨를 나누어주고 꽃을 잘 가꾼 아이를 후계자로 정하여 왕위를 물려 주기로 했어요. 핑도 꽃씨를 받아 정성스레 키웠지만 한해가 지나 봄이 와도 화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다른 아이들이 탐스러운 꽃 화분을 들고 가는 것을 보며 근심에 빠진 채로 핑은 빈 화분을 안고 궁궐로 갔지요. 그런데 임금님은 탐스러운 꽃 화분들은 제쳐 놓고 핑의 빈 화분에 주목하고 질문을 하셨어요. 임금님은 왕위를 물려줄 아이는 진실을 화분에 담은 핑이라고 하며,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씨앗은 익힌 씨앗이었음을 밝혔어요. 이 그림책에서는 중국의 배경, 의상, 문양 등 옛 중국의 문화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옛이야기 그림책을 통해서 배경이 되는 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각 페이지마다 둥그스름한 화면을 따로 구성하여 그 속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면 구성은 옛이야기에 효과적인데, 그림책을 읽고 듣는 어린이가 옛이야기 속으로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꽃들 사이에 빈 화분을 놓고 근심하는 핑, 펼친 두 페이지 양 끝 쪽에 사선 방향으로 서 있는 임금님과 빈 화분을 든 핑의 대면 장면은 이러한 화면 구성의 효과를 실감나게 해줍니다. 또한 임금님과 핑의 빈 화분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갈 때 뒤편의 아이들의 비웃는 모습과 옆 페이지의 핑을 인정하는 임금님의 말을 듣는 아이들의 멍한 표정은 대조적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정직’이라는 교훈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효과적인 화면구성과 아름다운 그림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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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화 그림책
서구의 대표적인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입니다. 우리나라 신화라고 하면 <단군신화>(보림)나 <백두산 이야기>(통나무)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신화에 대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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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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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오 글. 이강 그림 <삼신할미> (봄봄)
옛날 옛날 땅세상에는 아기를 낳게 해주는 삼신이 없어, 옥황상제에게 빌어 겨우 아기를 얻었어요. 동해 바다 용궁에는 용왕의 아내인 서해용녀가 삼신으로 있어 아기를 점지해 주었어요. 정작 서해용녀 자신은 늦게나마 딸을 하나 얻게 되어 고이고이 키웠더니 버릇이 없는 망나니가 되어버렸어요. 결국 동해용왕의 딸은 용궁에서 쫒겨나 땅세상에서 엉터리 삼신 노릇을 하게 되었지요. 참다못한 땅세상 백성들은 옥황상제에게 빌어 새 삼신을 얻게 되었어요. 이제 땅세상에 삼신이 둘 있으니 문제가 생겼어요. 옥황상제는 두 삼신을 불러 삼신 노릇하는 법에 대해 질문을 해보고는, 새 삼신에게 땅세상의 아기 점지하는 일을, 동해용왕의 딸에게는 저승에 가서 죽은 아이를 맡아 기르는 일을 하라고 명을 내렸어요. 그 후땅세상에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삼신 혼자서 일하기가 어려워져, 살아생전 아기 낳는 일을 도와주던 산파 할머니가 죽으면 삼신이 되어 다시 땅세상에 내려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집집마다 삼신할미가 있게 되었답니다. 이 그림책은 집집마다 삼신할미가 있게 된 내력에 관한 신화입니다. 이 그림책에 실린 이야기는 제주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삼승할망본풀이'를 바탕으로 하고, 다른 여러 구전 자료를 참고하여 다시 쓴 것이라고 합니다. 문체는 옛이야기의 구전되는 특성에 맞는 구어체로 되어 있어 소리내어 읽거나 듣기에도 재미있습니다. 그림에는 구름 문양, 귀면도, 주작, 장승 등 우리 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요소들이 많아 어린이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아기들은 삼신할미가 지켜준다’라는 말을 하는데, 어린이들은 그 말의 의미를 이 그림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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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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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크래프트 글, 키누코 크래프트 그림/ 문우일 옮김
<미다스 왕과 황금 손길>(미래 M&B) 디오니소스(이 그림책에서는 신비로운 젊은이)는 미다스의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미다스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는데, 미다스의 소원은 손에 닿게 되는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손을 대기만 하면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자신의 능력에 기뻐하던 미다스는 결국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고 심지어는 가장 사랑하던 공주까지 금으로 만들고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습니다. 미다스 왕은 다시 디오니소스에게 부탁하여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이 그림책은 그리스?로마 신화 중 디오니소스(포도주의 신, 로마식 이름은 바쿠스)가 포도 재배하는 방법과 포도주 만드는 법을 전파하기 위해 여행하던 중 만났던 미다스 왕의 이야기를 글감으로 하였습니다. 이 그림책은 훌륭한 글과 그림으로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행복한 결말을 맺고 있다는 점이 어린이들을 위한 신화 그림책으로 훌륭합니다. 수채화 위에 유화로 그린 독특한 그림은 우아하며, 화려한 궁전 내부와 정원, 조각상으로 변한 공주를 덮고 있는 금의 빛깔은 눈이 부시도록 매혹적이고 아름다워 미다스 왕의 욕망마저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본문의 머리글자를 영어 알파벳에서 한글의 글자로 바꾸면서 문양을 살렸다는 점도 충실한 번역그림책으로 출간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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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설 그림책
전설 그림책의 글감인 전설에는 구체적인 장소, 시대, 인물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전설은 이야기 줄거리가 비교적 복잡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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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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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글. 한태희 그림 <도솔산 선운사> (한림출판사)
평화롭고 모든 것이 풍성한 도솔산 아랫마을에 해적들이 쳐들어와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는 것을 들은 나그네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귀한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정성껏 암자를 지어 부처님을 모셨습니다. 가을이 되어 마을의 곳간이 곡식, 과일, 소금으로 가득 찼을 때 해적들이 다시 마을로 쳐들어왔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호랑이를 그림에서 불러내 해적들을 굴복시키고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과 해적들이 합심하여 선운사를 짓고 마음을 닦으며, 물고기를 잡고 소금을 구우며, 가을마다 넉넉히 곡식을 거두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나그네 할아버지는 아무도 모르게 마을을 떠나셨다는군요. <도솔산 선운사>는 전라북도 도솔산 아래 선운사라는 절에 얽힌 전설을 글감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지금도 전라도에 있는 선운사와 선운사 주변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운사의 누각 기둥들은 굽은 대로, 흰 대로, 생긴 모양 그대로 짜 맞추어 지어졌고, 지금도 모습 그대로 튼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외모만 빼어난 나무들만 건축 재료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못난 모양의 나무 재료들도 나름대로 귀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운사의 누각은 못난 사람, 못난 것들도 적절한 곳에서 귀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보통 민담 속의 호랑이처럼 이 그림책 속에서 호랑이는 사납게 표현되어 있지만, 사람을 해하는 호랑이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해적들을 위협하는 존재로만 그려져 있습니다. 한편 민담 그림책 <신기한 그림족자>에서 그림속의 고지기가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그림 속의 호랑이가 진짜 호랑이로 변합니다. 이렇게 그림이 사람이나 동물로 변하는 마술적인 모티브와 악을 징계하고 선한 일에 마술을 부리는 나그네 할아버지라는 초현실적 존재의 등장은 옛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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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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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김경태 옮김 <인디언 붓꽃의 전설> (물구나무)
어느 인디언 부족의 아이 '작은 다람쥐'는 친구들에 비해 몸집이 아주 작고 전사가 되기에 필요한 재주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손재주가 있어 장난감 전사도 만들고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지혜로운 주술사만이 작은 다람쥐가 친구들과는 다른 방면에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되리라는 혜안을 가지고 작은 다람쥐를 격려했습니다. 작은 다람쥐가 혼자 언덕에 오른 날 어떤 할아버지와 여인이 나타나 ‘전사들의 업적과 주술사의 예언을 그리는 일과 저녁 하늘의 빛깔을 그림에 담는 일’을 작은 다람쥐의 과업으로 전해주고 갑니다. 그 뒤 작은 다람쥐는 부족 사람들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는 한편, 노을빛도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저녁노을을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고심하던 어느 날 밤 다시 예언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작은 다람쥐가 그 목소리를 따라 다음 날 저녁 언덕에 오르자, 노을 색 물감이 묻은 붓들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작은 다람쥐는 드디어 아름다운 노을을 그대로 화폭에 담게 되고 ‘노을을-땅에-물들인-사나이’라는 이름을 얻어 화가로서의 뜻을 이룹니다. 이후 해마다 봄이면 언덕과 들판에 꽃이 한가득 피어났고, 사람들은 부족을 위해 그림을 그려준 화가를 기리며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와이오밍 주, 텍사스 주의 높은 평원에 피는 인디언 붓꽃의 기원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꽃에 관한 전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에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시대와 문화 차이를 넘어 현대 어느 문화에도 보편적인 강력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즉, 이 그림책에서 또래들 사이에서 작아서 고민하는 아이, 그리고 다른 모든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메세지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아이도 한가지의 재능은 가지고 있다는 것과 아이들이 그러한 잠재력을 키우면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데는 어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커다란 면 분할로 드넓은 초원의 땅과 하늘을 표현하고, 아름다운 노을과 노을빛을 닮은 붓꽃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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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화 그림책
우화는 ‘교훈과 도덕을 담은 간략한 동물이야기’로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화 속에는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루소는 그의 저서 <에밀>에서 라퐁텐 우화에 대해 너무 복잡하고 의미가 모호하여 가르치려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또한 루소는 어린이가 우화에서 성인이 기대하는 것과는 반대의 것을 배울지 모르는 위험성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하여 최근에 나오는 우화 그림책에는 교훈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고로 라 퐁텐이 이솝우화에서 소재를 많이 빌려왔기 때문에 라 퐁텐 우화에는 이솝우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도 서양의 분류체계인 ‘우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교훈적이며 동물들이 사람처럼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아동문학계에서는 그러한 옛이야기를 특별히 ‘우화’라 부르지 않고 민담 속에 넣어서 분류하기도 합니다.
에드 영 글, 그림 <일곱 마리 눈먼 생쥐>/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일곱 마리 눈먼 생쥐가 연못가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매일 한 마리씩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러갔습니다. 저마다 기둥, 뱀, 낭떠러지, 창, 부채, 밧줄이라 우겨대지만, 마지막 일곱 번째 하얀 생쥐는 전체를 살펴보고 ‘코끼리’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인도의 우화 <장님들과 코끼리>를 재화한 그림책입니다. 등장인물을 장님에서 눈먼 쥐들로 바꾸었습니다. 종이를 사용한 콜라주와 화려한 색감으로 유아들에게 모양, 색, 요일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교훈도 “생쥐 교훈: 부분만 알고서도 아는 척 할 수는 있지만 참된 지혜는 전체를 보는 데서 나온다.”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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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판타지 그림책
판타지 그림책은 초현실적인 인물이나 사건, 물건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내용으로 하는 그림책입니다. 옛이야기에서처럼 마법과 마술이 일어나고, 제 2차 세계인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제 2차 세계 즉 판타지 세계의 예는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사)에서 맥스가 도착한 괴물들이 사는 나라,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논장)에서 터널을 통해 들어간 터널 속의 세계 등이다. 이 두 그림책에서와 같이 판타지 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그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도 판타지 세계와 현실세계의 구분이 모호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 장르는 서구에서 먼저 발전하였으므로 외국의 판타지 그림책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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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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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미래 M&B)
몹시 까다로운 치과의사 비보 씨는 자신이 기르는 개 마르셀의 털이 깨끗한 가구나 자신의 멋진 옷에 묻는 것을 싫어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마르셀이나 다른 사람에게도 몹시 인색했어요. 비보씨는 어느 날 낯선 할머니의 이를 뽑아주고 특별한 무화과를 받게 되었어요. 그러나 돈이 아니라 무화과를 받은 비보씨는 약도 주지 않고 할머니를 내쫓았어요. 그 무화과를 먹은 비보 씨는 할머니의 말대로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을 실제로 겪게 되었어요. 그제서야 할머니의 말이 사실임을 안 비보 씨는 부자가 되는 꿈을 꾸려고 매일 밤 노력했어요. 그런데 비보 씨가 마지막 남은 무화과를 먹기로 마음먹은 날 저녁, 접시 위에 있던 무화과는 마르셀의 입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다음날 아침잠에서 깬 비보씨는 자신이 침대 밑에 있고, 자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손으로 자신을 잡아당기며 산책 갈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지만 개 짖는 소리 밖에 낼 수 없었답니다. 무화과를 먹은 마르셀의 꿈이 실현된 것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마술을 일으키는 과일 무화과가 등장합니다. 이 무화과는 먹고 꾼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마술 무화과입니다. 속옷 바람의 비보씨, 고무처럼 축 늘어져 버린 에펠탑의 현실은 비보씨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지만 틀림없이 비보의 무의식 세계, 꿈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비보씨와 마르셀의 바뀜은 판타지 요소인 변형의 예를 잘 보여줍니다. 이렇게 판타지 그림책에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로 인해 독자들에게 놀람과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판타지 그림책은 그 즐거움 이면에 인간사의 진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비보씨는 치과의사라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기르는 개나 돈이 없는 할머니에게는 인색하면서 자기 욕심만 키운 댓가를 혹독히 치릅니다. 이 그림책은 인과응보의 도덕율이 현실세계보다도 판타지 세계 속에서 더 잘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 <압둘가사지의 정원>, <주만지>에서는 흑백의 명암을 이용하여 모든 사물, 사람, 배경을 표현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그림책에서는 흑백 대신 세피아(오징어 먹물색) 계열의 색을 사용하여 통일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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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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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글, 그림 <명애와 다래> (느림보) 병환으로 누워계신 할머니 때문에 아빠, 엄마랑 놀이동산에도 갈 수 없는 다래는 화가 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어요. 그때 놀이동산을 가자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잠이 깬 다래는 홍시를 먹고 있는 할머니와 함께 놀이동산에 놀러갔어요. 다래를 업었을 때 할머니는 엄마 친구처럼, 은하열차를 탈 때는 언니처럼, 아이스바를 먹을 때는 친구처럼 변해서 다래는 매번 놀랍니다. 다래는 친구처럼 변한 할머니의 이름이 명애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함께 신나게 논 뒤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지하철 안에서 홍시를 물고 잠이 든 명애가 동생처럼 되어 있어 다래는 명애를 업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명애를 할머니 방에 뉜 다래는 그 곁에 잠이 들었어요. 잠에서 깬 다래는 할머니 곁으로 가서 ‘가을이 오면 다시 놀이공원에 가자’고 할머니에게 속삭입니다. 이 그림책에서도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래야, 네가 홍시 먹었니?”라는 마지막 장면의 엄마 목소리는 독자에게 할머니와 놀이동산에 간 것이 한낱 꿈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킵니다. 또한 홍시는 판타지 세계에서 할머니를 젊게 만드는 마법의 음식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판타지 요소를 가진 이야기는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는 한편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아기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할머니로 변해가는 우리의 인생사를 보여주며, 판타지 기법을 빌어 어느 누구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가족이라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있든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한국의 판타지 그림책은 비교적 늦게 발전한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그림책 초기에는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는 일장춘몽과 같이 세련되지 못한 기법을 사용한 판타지 그림책이 대부분이었으나, 2000년 이후 우수한 판타지 그림책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상상력을 추구하도록 격려받은 젊은 세대들이 등장한 결과일수도 있고, 우리 작가들이 외국의 많은 판타지 그림책의 유입에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판타지 그림책 작가들은 한국 문화의 독특성을 표현하면서 세계적으로도 보편성이 있는 작품의 출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인정받은 이러한 판타지 그림책의 예로는 백희나, 글, 그림, 김향수 빛그림의 <구름빵>(한솔교육), 이호백, 글, 그림의<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재미마주), 권윤덕, 글, 그림의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창비), 박연철 글, 그림의 <망태할아버지가 온다>(시공주니어)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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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실주의 그림책
사실주의 그림책은 현대 사회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그림책입니다. 사실주의 그림책의 소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질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가족, 성장, 친구 등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그림책이며, 다른 하나는 전쟁, 장애, 인종, 이혼, 세계화 등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소재로 한 그림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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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관계를 다룬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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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영 글, 그림 <곱슬곱슬 머리띠> (사계절)
유치원 입학식 날, 윤이는 외모 때문에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에게 남자아이라는 오해를 받습니다. 윤이는 집에 와서 여자처럼 보이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언니의 곱슬곱슬 머리띠를 써보고 만족해합니다. 다음날 윤이는 머리띠를 하고 유치원에 가서 아무런 문제 없이 친구들과 재미나게 놉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이는 언니가 머리띠를 찾아간 것도 모르고 머리띠 없이 유치원에 가게 됩니다. 유치원에 도착한 윤이가 없어진 머리띠 때문에 걱정하고 있을 때 ‘같이 놀자’는 친구들의 말에 머리띠는 잊어버리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게 됩니다. 한국 창작 그림책 중에 유치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의외로 드문데, 이 그림책에서는 유치원에 입학한 윤이를 통해 또래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아 정체성과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나아가 윤이는 성 정체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도성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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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 사회의 이슈를 다룬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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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갈 어린이들은 이제 한국인이라는 신분을 넘어서 세계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주의 그림책에는 이러한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는 동시에 세계적인 영향을 받은 한국 내의 문제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림책에서 다루는 세계적인 이슈에는 인종, 동성애, 장애, 전쟁 등이 있습니다. 한국 창작 그림책에서도 노인문제를 다룬 이혜란 글, 그림의<우리 가족입니다>(보림), 외국인과의 결혼문제를 다룬 선현경 글, 그림의 <이모의 결혼식>(문학동네), 도시개발에 관한 문제를 다룬 한성옥, 김서정글, 한성옥 그림의 <나의 사직동>(보림),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문제를 간접적으로 다룬 이형진 글, 그림의<산위의 아이>(느림보), 어린이의 유학과 ‘기러기 아빠’의 문제를 다룬 김중석 글, 그림의<아빠가 보고 싶어>(보림)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그림책들도 출간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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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러 와일즈 글, 제롬 라가히그 그림/ 김미련 옮김 <1964년 여름 Freedom Summer> (느림보)
백인 아이 조와 흑인 아이 존 헨리는 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구슬치기, 달리기, 수영도 같이 했습니다. 둘다 똑같이 커서 소방관이 된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 남부에서 흑인들에게는 마을 수영장에 가는 일이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사는 일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1964년 “모든 인간은 인종, 피부색, 종교, 국적에 상관없이 공공시설을 평등하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공민권법이 선포되었습니다. 조와 헨리는 법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마을 수영장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수영장은 아스팔트로 채워지고 있었어요. 그것도 백인의 지시를 받은 흑인 일꾼들의 손으로. 존 헨리는 눈물을 글썽 거리고, 조는 그런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어깨동무를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 앞문으로 씩씩하게 들어갑니다. 이 그림책은 인종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964년 공민권법이 선포되었을 당시 미국 남부의 상인들은 흑인들에게 권리를 주지 않으려고 가게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이 그림책은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이 사라지기까지 고통을 받았을 흑인들의 이야기를 백인 아이의 눈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다룬 사실주의 그림책으로 니키 지오바니 글, 브라이언 콜리어 그림, 최순희 옮김의 <일어나요, 로자>(웅진 주니어), 윌리엄 밀러 글, 존 워드 그림, 박찬석 옮김의 <사라, 버스를 타다>(사계절)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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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운문 그림책
운문 그림책은 전래동요, 동요, 시와 같은 운문을 글감으로 하여 만든 그림책입니다. 영어 문화권의 전래동요(마더구즈)나 시는 각운과 두운으로 리듬감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영어와 우리말의 언어 차이로 인해 영어로 된 운문을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원작에 담긴 리듬감이나 맛을 전하기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한국 창작 그림책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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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래동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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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요, 정순희 그림 <새는 새는 나무 자고>(창비)
2음보율과 4.4조로 되어 있는 한국 전래 자장가 <새는 새는 나무 자고>를 글감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전국에서 노래로 불리워졌던 여러 형태의 ‘새는 새는 나무 자고’ 중에서 대구 지방 노래를 중심으로 엮고 다듬었다고 합니다. 외국의 자장 그림책에서도 동물들이 잠드는 모습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아기가 잠드는 상황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종류의 그림책이 많은데, 이 그림책에서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동물은 물론 잠든 물고기, 조개, 솔방울 등 여러 생명체와 무생물까지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자장노래에 부드럽게 스미는 모필과 한국적 채색으로 풍성한 이미지를 함께 보여줍니다. 점차 깊어가는 밤을 밝은 황토색에서 시작하여 짙은 쪽빛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만물과 잠드는 아기를 내려다보는 엄마의 모습은 한국 어머니의 따뜻한 모성을 보여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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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요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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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장흥을 그림 <노래 노래 부르며> (길벗 어린이)
오래전부터 노래로 불리워졌던 익숙한 우리의 전통적인 동요에 아름다운 수묵담채화 그림을 담아 제작한 그림책입니다. 수록된 노래는 대부분 동요시에 곡을 붙인 동요들로 뒤에 악보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봄에서 겨울까지 계절과 관련된 노래들이 계절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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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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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수로 시 그림책을 만든 경우 글감인 시가 서사(내러티브)적 성격을 가지고 있을 때 좋은 운문 그림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줄거리가 있는 시를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한국 창작 시 그림책에서 그 예를 보면 주동민 글, 조은수 그림의 <내동생>, 윤동재 글, 김재홍 그림의 <영이의 비닐 우산>, 윤석중 글, 이영경 그림의 <넉점반>, 백석시, 김세현 그림의 <준치가시> (창비) 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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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보 그림책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그림책을 말합니다. 수, 색 등 기본 개념을 담은 그림책과 알파벳이나 한글의 자모가 내용 조직의 틀이 되는 그림책도 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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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념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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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글, 그림 <알, 알이 123> (아이즐)
동물 알과 그 알을 깨고 나오는 아기 동물과의 대응을 통해 알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접지 형태의 구성으로 아이들이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접지의 오른쪽 책장을 열면 그 알 속에서 왼쪽에 있는 수의, 또한 같은 색과 무늬의 갓 태어난 아기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이와 같이 1부터 10까지의 수세기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마지막에 101개의 투명한 알과 101마리의 올챙이는 이 그림책의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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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보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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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몬 스터지스 글, 자일스 라로슈 그림/김연수 옮김 <세상을 잇는 다리>(문학동네)
정보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타입의 정보 그림책입니다.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다리에는 인류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비롯해, 인간 본연의 가치까지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마치 여행 책자를 보듯 자세한 정보를 곁들여 오랜 역사와 전통, 놀라운 기술과 우아함을 자랑하는 세계 곳곳의 다리를 한 자리에 모아 놓았습니다. 다리는 공간과 공간을 이어 주는 구조물을 넘어, 사람과 사람, 시간과 시간을 이어 주고 있습니다. '페이퍼 아트'로 하나하나 섬세하게 종이를 오리고 붙여, 아주 작은 부분까지 치밀하게 묘사해 낸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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