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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마운드의 새얼굴 왼쪽부터 민성기-김학성-강장산(사진제공 :NC 다이노스) |
시범경기는 정규시즌 대비하는 일종의 연습경기다. 주축선수들이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컨디션 조절을 하는 대신 1.5군에 해당되는 유망주를 기용해 볼 수 있는 무대. 주전을 풀가동하는 팀도 있고 적절하게 섞어 기용하는 감독도 있다. 팀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해도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은 같다. 그러므로 현재의 성적만 보고 전력을 폄하 하거나 속단하긴 이르다. 그렇다고 아예 결과를 무시할 순 없다. 정규시즌은 아니라 해도 고비를 넘기며 이기는 맛을 알아내는 것도 필요하고 찬스 때 집중력을 발휘하며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흔히 시범경기 순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만약 수치상으로 확연하게 드러난 특별함이 발견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쌀쌀한 날씨라 100% 컨디션이라 보기 어려운 투수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올해부터 KBO 리그는 팀당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었다. 지난 시즌보다 15경기 더 치러야 한다. 선발로 나서는 토종 에이스 뿐 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가 관건. 그러나 선발등판일정은 정해져 있고 한정적. 결국 중간 불펜 싸움이다.
시범경기에서 낯선 새 얼굴이 무리를 지어 마운드의 중간을 장악하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NC다이노스다.
NC는 7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평균 방어율이 1.43 10개 구단 평균 팀방어율이 3.80인 걸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타자들은 저조하다. 한 경기당 안타수가 6개도 채 되지 않는 1할 8푼 1리. 타격감이야 시즌이 되면 살아난다고 치면 NC 마운드의 조기 상승은 눈여겨 볼 만 하다.
![]() 불펜으로 출격중인 노성호-이민호(사진제공: NC다이노스) |
선발은 이재학, 손민한, 해커. 이태양. 찰리 순으로 출격했다. 이 가운데 이재학 손민한은 2경기에 등판했다. 선발이라고 해도 구위를 점검하는 의미라 평균 4이닝을 조금 넘기는 정도.대신 이후 불펜이 줄줄이 이어 나와 실점을 최소화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원종현이 대장암으로 전열에서 이탈의 공백을 좌완 노성호와 우완 이민호 두 선발 후보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캠프 기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직은 낯선 이들을 올려 세우며 시험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성기.강장산.김학성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좌완-우완-사이드 각기 다른 유형의 투수로 저마다 특별한 과거를 갖고 있는 투수들이다. 지금까지 확실한 미래는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범경기를 계기로 분명 ‘공룡군단’ 마운드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자원임은 분명하다. 이들의 시범경기 내용과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민성기(26.좌완)
*중앙고 출신 2008년 현대 2차 3번(전체 22번)으로 입단
*2008년 우리- 2009년 히어로즈- 2011년 육성선수로 NC입단 -2013년 NC 정신선수로 등록
*2014년 퓨처스리그 21경기 74이닝 3승 4패 1홀드 방어율 5.72
*2014년 정규시즌 1경기 1이닝 2안타 2실점(2자책) *시범경기 성적 : 3경기 2이닝 7타자 상대 1볼넷 2탈삼진 방어율 0
![]() 민성기(사진: NC다이노스 제공) |
“신인 때 이후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죠. 제가 뭘 어떻게 던지고 게임이 끝났는지 기억이 전혀 없어요.”
민성기는 지난해 6월26일 잠실 LG전 마운드에 올랐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9회 등판 2개의 안타와 1실점을 했다는 기록만 기억하고 있을 뿐 당시 마운드에 섰을 때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2008년 신인 시절 그는 1군 경기에 6경기(총 6.1이닝)에 나선 경험이 있다. 이후 기록이 없다. 작년 잠실구장에 선 것은 6년 만이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현대에서 우리로 넘어가는 등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죠. 어린 나이에 프로에 오니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적응도 쉽지 않아 빨리 군대나 다녀올 생각으로 해병대를 지원했죠. 그런데 다녀와 방출이 되고 말았어요. 사실 보여준 게 너무 없었죠. 그냥 야구를 관둘까도 생각했는데 어차피 군필이니 한 번 도전해보자 싶어 NC 신고 테스트에 참가했는데 합격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민성기는 180cm로 큰 키가 아니다. 살도 잘 찌는 편이 아니다. 겉모습도 곱상하다. 하지만 마운드에 서 있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상남자다. 배짱 있게 던진다. 해병대 입대는 지금도 잘 한 선택이었다고 믿고 있다.
“군대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야구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래 동기들 보면 군문제로 고민 많이 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제겐 2년이라는 시간의 여유가 있는 셈이죠. 아직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뛰어야죠.”
미국 애리조나 투산 캠프기간 불안했던 제구를 잡은 것이 시범경기 출전의 이유가 됐다.
“이번 캠프가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일단 제구가 잡히고 나니 자신감도 붙고 또 기회도 잡을 수 있고 다 좋아요. 제구 잡는 법이요? 무조건 힘 빼고 던져야죠. 그게 맘대로 되지 않으니 문제죠.”
민성기는 8일 마산 KIA전 박명환-고창성에 이어 3번째 불펜으로 나와 최희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11일 김사연의 솔로포로 0-1 아쉽게 승을 놓친 kt전에서는 4번째 구원으로 등판, 4타자를 상대하며 1볼넷 1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또한 13일 SK전에서는 팽팽한 3-3의 균형을 이루고 있던 6회에 임훈과 김연훈을 잡아내며 4-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작년에 자주 던졌던 것이 좋아진 계기가 아닌가 싶어요. 선발도 제법 많이 나갔거든요. 투수는 역시 많이 던지는 게 최고 같아요.”
민성기는 시범경기라서 크게 떨리거나 긴장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의 목표는 소박하다. 1군 입성. 그러나 쉽진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햇수로 따지면 올해가 8년 차에요. 한 것 없이 세월만 흘렀죠. 그래도 올해 페이스가 좋으니 기대를 걸어볼까 합니다. 이젠 1군에서 던져야죠(웃음) 필승조든 추격조든 상관없이 무조건 많이 던지는 게 목표입니다.”
17~18일 이틀간 NC는 잠실구장에서 LG와 경기를 치른다. 민성기의 등판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6월 때 보다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피칭에 임하지 않을까 싶다.
강장산(25.우완)
*선린인터넷고-동국대 출신 2014 육성선수로 NC 입단
*2015년 1월 정식선수로 등록
*2014년 퓨처스리그 18경기 30이닝 3승 1패 2홀드 방어율 5.10
*시범경기성적 4경기 3.2이닝 1승 2홀드 13타자 상대 3안타 3탈삼진 방어율 0
![]() 강장산(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완전 좋죠. 어머니께 가장 먼저 알려드렸어요. 등번호도 세 자리수(107번)에서 99번으로 바꾸고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거 같다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진짜 잘 풀리고 있는 거 같아 행복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프면 안 된다는 거죠.”
강장산은 올 1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기간 ‘연습생’ 꼬리표를 뗐다. 성적은 크게 눈에 띄는 편은 아니지만 큰 키에서 뿜어내는 위력적인 속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김경문 감독은 그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장산은 대학을 6년이나 다녔다. 학업에 열의가 있는 것도 모교 동국대에 대한 애정 때문도 아니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무려 3번이나 받으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194cm의 큰 키로 140대 중반의 빠른 볼을 구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부터 해외진출을 제의 받을 정도로 유망주로 통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리그 최고의 투수를 꿈꾸며 동국대로 진로를 정했던 것. 그런데 번번이 팔꿈치가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제대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한 채 상위순번은커녕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던 것.
“솔직히 꿈은 높게 잡으라는 말이 있잖아요.늘 꿈은 컸죠. 2번째 수술 이후 볼이 눈에 띄게 좋아져 내심 신인 전체 1번까지도 노렸는데 그것 완전 제 착각이었죠. 이젠 허황된 꿈보다는 가까이 있는 목표부터 이뤄내는 걸 이루기로 했어요.”
시범경기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13일 SK전에서는 행운의 1승도 챙기는 등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자꾸 아프다 보니 이름까지 바꾼 거잖아요. 그래도 개명의 덕을 좀 보는 것 같아요. 병완이라는 이름은 왠지 연약해 보이잖아요. 장산이는 강한 느낌이고(웃음). 정식선수 되는 거 시범경기 나가는 거 까지는 이뤄냈으니 이젠 개막전 엔트리가 목표입니다.”
시범경기에서 최고 구속 150km/h까지 나왔다. 팀 내 최금강과 함께 키다리 불펜 요원으로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강장산은 ‘ 감독님 머릿속에 이 상황에서는 장산이가 나서야 할 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믿음을 심어주겠노라 다짐했다.
김학성(24.사이드암)
*유신고-건국대 출신 2014 10라운드(전체 105번) NC입단
*2014 퓨처스리그 9경기 12.1이닝 1패 2홀드 방어율 5.11
*시범경기 성적 2경기 1.1이닝 5타자 상대 1홈런 1실점(1자책) 방어율 6.75
![]() 김학성(사진: NC 다이노스제공) |
“몸 쪽 직구를 던졌는데 맞는 순간엔 넘어가진 않겠다싶었는데 그게 넘어가고 말았어요. 1군 타자라 그런지 힘이 좋더군요. 자꾸 그 때가 생각나고 아쉬워요.”
김학성은 13일 SK전 5이닝을 던지고 물러난 이재학의 뒤를 이어 등판, 첫 타자 이재원에게 우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정신이 멍했던 순간.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타자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이라 밑져야 본전 이겠거니 생각하고 던졌는데 절반의 성공인 셈이죠. 코치님께서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여지 없이 맞았죠. 그래도 볼넷 준 것 보단 낫죠.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김학성은 지난해 신인 2차 지명 회의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불렸다. 하마터면 프로유니폼을 입지 못했을지 모른다. 스스로도 4학년 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지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열이까지 뽑힌 거 보고 운동 하러 나갔어요. 그런데 나중에 코치님이 됐다고 알려 주셨어요. 기분이 묘했어요. 기회다 싶기도 하고 대학 4년간의 세월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중학교 때까지 유격수로 활약했으나 유신고 입학 후 그의 가능성을 직감한 이성열 감독은 그를 투수로 돌렸고 3학년 재학 당시 봉황대기 준우승까지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건국대 진학 후엔 큰 존재감을 떨치지 못했다. 특히 4학년 때 제구가 들쭉날쭉해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아예 신고테스트를 볼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았죠. 마지막 105번 순번이라도 그게 어디에요? 하늘이 주신 기회다 싶었죠.”
독기와 오기를 품고 프로 첫 시즌을 맞이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6~7월 2달 간 C팀(2군)에 있었을 뿐 3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그나마 애리조나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건 성실함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프로에 와보니 경쟁이 진짜 장난이 아니었어요. 열심히 하는 길 뿐이구나 싶었어요. 캠프기간 제구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종속도 좋아졌고 스피드에 욕심만 내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130대에 그쳤던 구속도 140대 초반까지 올라왔다. 다양한 구종도 장착하고 있어 사이드암 경쟁 구도에 도전장을 던져 볼 만 하다. 그러나 그는 겸손했다.
“1군 엔트리는 제가 들어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전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모습보여 드리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기회가 오겠죠.”
내세울 만한 장점을 꼽으라는 말에 그는 ‘대학 때 비축해 둔 싱싱한 어깨와 수술경력 무(無)’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민성기-강장산-김학성. 셋의 행보는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줄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러나 분명 한 건 언젠간 치고 올라올 NC 불펜의 '新비밀병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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