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사장님, 아저씨 그리고 영원한 세입자
집 샀는데 돈 남는 깡통주택의 전형이다. 부실채권매입으로 시작된 경매투자의 종결자다. 전세시세가 오르면, 도시지역 서민들의 삶에는 이런 일들도 생긴다. 저당권 설정 전과 설정 후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권력관계는 이렇게 변한다.
사장님과 세입자
저당권 설정 전의 상황이다.
집주인 ⇒ 다음 달에 전세계약 만료되는 것 알고 계시죠?
세입자 ⇒ 알고 있습니다.
집주인 ⇒ 2년에 비해서 전세가격이 조금 오른 것도 알고 계실 거고요.
세입자 ⇒ 사장님~! 혹시 이번에 전세 재계약 할 때 보증금 올릴 생각이세요?
집주인 ⇒ 네~에~! 남들만큼은 아니어도 얼마라도 올려야죠.확인
세입자 ⇒ 당연하게 말씀하시니 난감해지네, 사정도 어려운데 조금만 올리면 안 될까요?
집주인 ⇒ 그러면 3,000만원만 인상해서 재계약하면 어떨까요?
세입자 ⇒ 네~에~! 3,000만원이라고요?
집주인 ⇒ 조금만 올려서 감사해서 놀라시나요?
세입자 ⇒ 아뇨 너무 많이 올려달라고 해서 기절할 뻔 했습니다.
집주인 ⇒ 오른 시세에 맞게 5,000만 원 정도는 올려달라고 하려다가, 3,000만원만 올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세입자 ⇒ 3,000만원은 어렵고, 2,000만원이라면 어떻게 좀 해보겠는데요, 도와주는 셈치고 2,000만원만 올리면 어떨까요?
집주인 ⇒ 어렵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2,000만원으로 합니다만, 시세에 비해서 싸게 전세 드린다는 것은 아셔야 합니다.
세입자 ⇒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른 전세시세에 맞게 전세보증금을 올리려는 소유자와 조금이라도 싸게 살려는 임차인간의 대화다. 세입자는 고분고분하기 짝이 없다. 칼자루는 소유자가 쥐고 있다. 저당권이 설정되어 등기부가 지저분해지면 소유자와 임차인의 입장은 180° 달라진다. 주변의 전세가격이 얼마가 오르든지 소유자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할 수가 없고, 올려주지도 않는다. 저당권이 설정된 주택은 주변의 전세시세가 아무리 올라도 임대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가 없다. 무늬만 甲일뿐 甲이 甲이 아니다.
아저씨와 세입자
아저씨 ⇒ 벌써 6년째 보증금 한 푼 안 올려주면 나는 어쩌라는 말입니까?
세입자 ⇒ 아저씨! 그걸 지금 말씀이라고 하시나요?
아저씨 ⇒ (아저씨란다~!) 시세까지는 아녀도 어느 정도는 올려달라는 말입니다.
세입자 ⇒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네요~!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봅시다. 주인아저씨라면 저당 잡혀 있는 집에 보증금 올려주고 싶겠어요?
아저씨 ⇒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싸게 살고 있잖아요?
세입자 ⇒ 아저씨~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우리가 지금 이집에서 살고 싶어서 살고 있는 줄 아세요, 보증금만 돌려주면 당장 오늘이라도 이사 간다니까요, 얼른 방이나 빼주세요.
아저씨 ⇒ 안 나가는 방을 내가 무슨 재주로 빼 드립니까?
세입자 ⇒ 그런데 무슨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말이세요, 저당권 설정 뒤에 올려주는 보증금은 경매당하면 받지도 못하잖아요!
아저씨 ⇒ 이 집 전세보증금은 주변 시세의 절반밖에 안된다니까요.
세입자 ⇒ 나도 잡혀있는 집에 사는 거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합니다. 보증금 못 올려주는 것이 제 잘못이라는 말이세요!
아저씨 ⇒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라, 시세하고 너무 안 맞으니 조금이라도 올려달라는 말입니다.
세입자 ⇒ 그렇게는 절대 못하고요, 나도 남에게 피해주시 싫습니다.
아저씨 ⇒ 그러니 시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만이라도 올려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세입자 ⇒ 남의 집에서 싸게 살고 싶은 맘 하나도 없으니 집을 빼주시면 될 것 아닙니까.
아저씨 ⇒ 세입자가 안 들어오는데 무슨 수로 빼드리나요
세입자 ⇒ 그걸 저한테 이야기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주인인가요?
아저씨 ⇒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입자 ⇒ 아저씨가 저당권을 먼저 말소시켜 주세요, 그러면 내가 올려드리든지 할게요.
세입자가 소유자를 거칠게 몰아붙인다.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답답하고, 소유자는 소유자대로 환장할 상황이 몇 년씩 계속된다. 저당권 설정으로 인해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지도 않고, 이사도 가지도 못한다. 길게는 10여년을 사는 경우마저 발생한다. 현재의 전세시세와 임차인의 보증금액 사이에 갭이 생기는 출발점이다. 여기서부터 깡통물건의 가능성은 고개를 내민다. 사례를 통해서 쉽게 이해해보자.
돈 받고 이사 가려니 방 하나가 줄어버렸다
필 자 ⇒ 정선생님(세입자)은 선순위 임차인이서 일부는 배당 받고, 일부는 저희가 인수해서 보증금 전액 돌려받으셔서 다행입니다.
세입자 ⇒ 사장님(필자)!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문제는 엉뚱한데서 터지고 있네요!
필 자 ⇒ 무슨 말씀이세요, 경매당한 집에서 보증금 안 날리고 나가시는 것은 축하받을 일입니다.
세입자 ⇒ 그게 아니라니까요?
필 자 ⇒ 아무튼 그동안 협조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원하실 때 편하게 이사 가세요?
세입자 ⇒ 지금 받는 보증금으로는 이사를 갈 수가 없어요!
필 자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면 이집에서 이사 가지 않겠다는 말씀이세요
세입자 ⇒ 그게 아니고요, 이사 가려니 방하나가 줄어버렸다니까요, 이 보증금으로는 이만한 전세집은 죽었다가 깨어난다고 해도 구할 수가 없어요?
필 자 ⇒ 전세시세가 올랐다는 것을 말씀하시나요?
세입자 ⇒ 환장하겠습니다, 올라도 너무 올라버렸다니까.
필 자 ⇒ 무슨 말인지 압니다!
세입자 ⇒ 우리가 받은 전세보증금이 7,500만원이잖아요?
필 자 ⇒ 그렇죠!
세입자 ⇒ 지금 이 집만 한 전셋집은 아무리 안줘도 1억 2,000만 원 이하는 없어요, 돌아다녀 보니까.
필 자 ⇒ 4년 전 시새하고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5,000만 원 이상 올라버렸다는 말인데 난감하시겠어요(전세시세가 무섭게 올라 이런 일이 벌어진 사실을 이미 너무나 잘 알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들어주고 있다. 이 부분을 노리고 낙찰 받았는데 몰랐다면 오히려 위선자다. 그래도 장단은 맞춰드렸다).
누가 누구를 도와주겠는가
세입자 ⇒ 난감한 정도가 아니라 환장하겠다니까.
필 자 ⇒ 누구를 탓하겠어요!
세입자 ⇒ 누구를 탓하자는 원망이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인지 답답해서 지르는 소리입니다.
필 자 ⇒ 그러게요!
세입자 ⇒ 그래서 하는 말인데 부탁하나드려도 될까요?
필 자 ⇒ 저야 드릴 돈은 다 드렸는데 무슨 부탁을 한다는 말씀이세요!
세입자 ⇒ 그게 아니고 이번에 이집이 경매 넘어가고 낙찰되고 배당받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필 자 ⇒ 뭘 배우셨다고요?
세입자 ⇒ 경매가 돈 되고 아무리 선순위 세입자라고 해도 세입자는 별 볼일 없다는 것을!
필 자 ⇒ 이제라도 아셨으니 다행입니다.
하도 답답해하고 경매과정에서 도와준 부분도 있어서 한수 보여 드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요 정말!
경매당한 집에서 선순위임차인이 보증금 다 돌려받고 나오면 다행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이렇다.
『* 경매의 ‘ㄱ’자 모르는 한심한 헛소리다,
* 진실은 전혀 그게 아니다,
* 선순위 임차인은 살고 있는 집이 경매당하면 배당 요구 필요 없다,
* 미쳤냐, 누구 좋으라고 배당요구 하게,
* 배당요구 하는 짓은 덩굴째로 굴러들어오는 복덩어리에 발길질 하는 것이다,
* 배당요구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라,
* 선순위 임차인으로 세를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 그 집을 하늘이 ‘너 가져라’하고 주는 선물이다,
*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요구 안하면 경매고수들은 인수금액 몰라서 무서워서 응찰 안한다,
* 초보 병아리들 멋모르고 응찰했다가 나중에 사태 파악하고 입찰보증금 날린다,
* 그래서 많이 떨어지면 자기가 직접 낙찰 받고,
* 그런데도 배당요구해서 경매하는 사람들 좋은 일시키는 바보들 아직도 많다,
* 이 들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기막힌 기회를 차버리는 바보들이다,
* 몇 년 보증금 안 올려주고 싼 집에서 살다가 배당으로 임차보증금 전액 배당받았다고,
* 얼씨구나 하다가 막상 이사 가려고 다른 집 알아보러 다니면,
* 그때서야 ‘자기가 바보짓 했구나!’ 땅을 치게 된다.』가 답이다.
도심에서 점차 밀려난다
“강남에 살던 세입자는 강북으로 이사 가야 하고, 강북에 살던 세입자는 경기도로 이사 가야 합니다.”
“전세값 상승이 원인이라는 말씀이시죠?”
“4~5년 전하고만 비교해서 50%가깝게 상승했습니다.”
“1억 원 하던 빌라 전세값이 1억5,000만원 한다는 이야기시죠?”
“서울에서 살다가 전세가격 올려 맞춰주지 못해서 수도권으로 밀려나면 비용 참 많이 듭니다.”
“그렇겠죠, 교통비부담도 클 테고요?”
“길어지는 출퇴근시간이 사람을 또 잡습니다.”
“이래저래 착한 임차인만 죽어나는 군요?”
보증금 다 받는다고 ‘참 다행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낙찰 받은 사람 좋은 일 다 시켰다는 것을 느끼면 이미 늦었다.
임차인이 비싼 수업료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재주는 누가 부리고 몫 돈은 엉뚱한 사람이 챙기는 비극을 뻔히 보고만 있는 중이다. 한번 서울에서 밀려나면 웬만해서는 서울로 재 진입하기가 어렵다.
이제야 세입자가 정신을 좀 차리지만
그러나 버스는 이미 지나가버린 다음이다. 『채무자-은행-경매법원-세입자』로 이어지는 악극단 공연에서 생긴 수익금은 낙찰자가 다 챙겨 가버린 다음이다. 재주는 악극단이 단체로 펼치고 수익은 낙찰자 혼자 모두 챙긴 것이다. 진실이고 핵심이다. 판이 다 끝난 마당에 도와주지 못할 일 뭐 있겠는가!
필 자 ⇒ 제가 도와드릴 일 있으면 말씀해보세요?
세입자 ⇒ 이 집 경매되는 것 보면서 많이 깨달았습니다!
필 자 ⇒ 그러셨나요, 잘 되었네요!
세입자 ⇒ 그래서 드리는 부탁인데 나중에 집하나만 경매로 낙찰 받아주세요?
필 자 ⇒ 그 말씀을 그렇게 어렵게 하세요!
세입자 ⇒ 정말로 드리는 부탁입니다.
필 자 ⇒ 언제든지 연락만 주세요, 제 일처럼 도와드리겠습니다!
세입자 ⇒ 보증금 다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방 하나가 없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짠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살고 있는 집 경매 들어갔다고 몇 년간 고생 고생했다. 처음에는 보증금 다 못 받을까봐 마음 고생했다. 배당 요구하러 오라-가라 하는 바람에 시간 깨져, 교통비 날아갔다. 그나마 다행으로 선순위 임차인어서 간신히 보증금 다 받았다. 그런데 막상 이사 가려는데 받은 보증금으로는 도저히 같은 규모의 전셋집을 구할 수가 없단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깡통물건의 마법이 여기에 숨어 있다. 선순위 임차인으로 대항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기존 임차보증금을 전액 돌려받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에게 묻는다. 정말 그러시냐고. 여러분들의 사고는 여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보증금 다 받았다고 좋아했지만 막상 이사 가려니 난감한 임차인의 건너편에 부실채권투자로 1타 7피를 기대하는 영리한 투자자가 서 있다.
첫댓글 제 생각는 조금 다른데요? 세입자도 싼값에 오래 살았으니.. 손해본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배당요구 안 하면 끝판왕 되는거지만ㅋ
일이 생겨서 댓글이 중간에 끝났디만. 깡통경매 개념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우박사님이 창시자~!!
네 저도 깡통 다가구 더 배워 투자해야지요 박사님 고맙습니다!
아... 그런거군요~~ ^^
좋은글 감사합니다~`
깡통경매가 정답이네요.. 감사합니다..
무협소설보다 더욱더 재미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