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명상 (6월 26일)
- 시간과 함께 성장하는 선물 -
대부분의 정상적 사람들에게, 음주는 유쾌함, 우정, 그리고 상상력이 활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근심, 권태, 괴로움에서 해방을 뜻한다. 친구들과의 기쁨에 찬 교제와 인생은 좋은 것이라는 느낌인 것이다.
- 익명의 알코올 중독잗르. P.151
내가 알코올과 함께 이런 잡기 어려운 감정들을 더 오래 쫓아다니면서 다닐수록, 그것들은 점점 더 손에 넣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이 구절을 나의 단주에 적용함으로써, A.A.프로그램을 통하여 놀라운 새 인생이 내게 가능하다는 것을 그것이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진정 이루어지며 하루하루에 살며 '점점 좋아집니다.' 이 단어들 속에 그렇게 단순하게 표현된 따스함과 사랑 그리고 환희는 내가 그것을 읽을 때마다 그 넓이와 깊이를 더해가며 성장합니다. 단주는 시간과 함께 성장하는 선물인 것입니다.
#'여기서 나가면, 언니처럼 살고 싶어' 얼마전 알코올 병원에 입원한 사촌동생이 저에게 한 말입니다. 글쎄요...제가 동생의 목표가 될 정도로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에 걸리고 난 후 단주생활에 접어들며 예전의 삶과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술로 인해 깊이 망가져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술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고도 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때, 저는 온갖 문제점들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가족과의 갈등은 물론이고, 그 갈등속에서 '나는 잘 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그래서 술을 마셨다'고 내 잘못을 부정하고 합리화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부분, '술 마시는 나'로 인해 모든 문제가 생겼음을 알고 있었고, 때문에 자괴감과 자기비하의 감정으로 하늘을 떳떳하게 올려다 보지 못했습니다. 술병이 든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오는 길, 당장 넘어지지 않게 땅을 보며 걸었지만, 그것도 싫어 차라리 눈을 감고만 싶었습니다. 세상 어떤 것도 보기 싫었고 특히 나 자신이 보기 싫었습니다.
'아니야, 아직은 기회가 있을 거야. 의지를 키워야해. 너는 극복할 수 있어. 이제까지 수많은 것들을 겪고 살아왔잖아. 힘을 내자.'며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쳤지만, 조금 회복하고 나면 다시 술을 마시기를 반복했고, 결국 타인과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어 갔습니다. 하루하루를 견디며,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겹고, 버거워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었고, '만약 지금 내가 죽음을 택한다면, 몇몇은 울어주겠지... 아니, 그런 엄마라도, 며느리라도, 아내라도 있는 것이 나았다는 것을 통탄하며, 왜 진작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아 주지 않았을까...하며 후회할 거야' 하는 소심하면서도 괴씸한 복수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는 항상 거짓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다들 감시하는 상황에서 술을 마시려면 온갖 거짓말을 다 동원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숨기고, 꾸미고,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거짓말은 물론이고, 미래에 관한 약속까지 거짓으로 둘러댔습니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 술을 다시 마시다면, 병원에 들어가겠다. 그것도 안된다면... 이혼을 하겠다. 제발,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아가달라...'며 거짓 약속을 하고 상황을 수습하기에 바빴습니다. 약속할 당시엔 어쩌면 진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새 술이 스멀스멀 올아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다시 술을 마셨고, 저는 거짓 약속을 한 파렴치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내 안에는 미움과 원망, 비난, 저주, 시기, 질투, 부정 등의 마음이 가득했고, 때문에 불행하고, 외롭고, 괴롭고, 힘겹고, 버거운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행복과는 먼, 웃음과는 먼, 밝음과는 먼, 희망과는 먼, 사랑과는 먼, 미래와는 먼...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단주생활 7개월을 채우고, 이제 8개월이 되었습니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꽤 괞찮습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꿈꾸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내 미래의 모습도 그려봅니다. 이대로만 지속할 수 있다면, 어쩌면 동생이 본보기로 삼을 언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아니라, A.A.프로그램을 실천함으로써 나를 성장해가는 그런 삶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입니다. 신은, 제게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을 숙명적으로 내리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제 한때 짝꿍이었던 언니를 만났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지난 해, 두 달 정도 사라졌을 때, 사실 알코올 병원에 다녀왔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언니, 내가 떠나 있고 보니까, 나 없으면 세상이 잘 안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더라구. 세상은 잘만 돌아가더라구... 그리고 나와 보니 세상은 그대로고, 사람들도 하나도 바뀌지 않았어. 바뀌는 것은 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었어... 이제는 끌려다니지 않고 살아가려 해.' 그 말에 '너 생각보다 더 잘 살고 있구나. 이제 걱정 안해도 되겠네...'하며 웃어 주었습니다.
비님이 옵니다. 이번 비로 물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비가오면 더 어둡고 칙칙해졌는데, 이제는 차분하고, 촉촉한 느낌이 듭니다...
멤버님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채우시길 기도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C5D4E558C904F21)
첫댓글 오늘도 쌤 덕분에 담담하고 훈훈해집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진장소는 어디인지요?
느긋하게 걸어보고싶은 길입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사진은 대청댐 주변 숲길 입니다. 참 한적하고 차분한 곳이었어요. 주말 잘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10월이면..1년쯤 되시겠네요~미리 공지좀.. 해주시면...1년축하..케익좀 얻어 먹으러 가겠습니다~~^
네, 케익을 누군가가 사주시지 않는다면, 제가 사가지고 갈테니, 선생님 오셔서 드셔요~~^^
아, 참...그보다 그때까지 단주하는 것이 우선이지요?...ㅎㅎ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 좀 사람같이 살고자 하는데 잘 안되는군요. 뭐 내힘으로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과 두려움이 저를 괴롭히네요.
전주에도 비가 옵니다. 무거운 마음도 씻겨 갔으면 좋겠습니다
전주에 사시는 군요. 저희 엄마가 전주분이신데요..^^ 욕심과 두려움을 느끼신다고요... 그 감정 또한 잘 읽고 계시니 더 큰 두려움은 없지 않을까...감히 생각해봅니다.. 어제 오랫만에 비가 많이 왔는데요... 그래서인지 너무나 맑은 아침입니다. 평온하시길, 기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껴안고 스러져갑니다. 그러나 고통으로 인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 고통은 어쩌면 축복일 수도 있다는 저의 생각입니다. 선택 받은 새로운 삶에 감사하고 그 길을 묵묵히 가고자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빛은 어둠을 뚫고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네, 고통이 있어야 행복의 순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시절 초기음주시절에 술은?.. 나에게 있어서 스트레스해소와 친구와 우정을 나누며 인생을 논하는 하나의 활력소였읍니다..그러나 과하면 부족하니 못하다는 말처럼..술이 과하는것이 문제엿읍니다..그러나 천부적인 술꾼인 나는..인정하지않고 합리화를 대면서 더 많이 마실려고 했읍니다..점점 문제는 커지고..오랜세월이 지나후..난 모임에 나와서야 철저한 항복을 선언햇읍니다..이제 몇일후면 12년의 단주기간이 됐읍니다..돈을 벌은것도 없고..가족이 예전처럼 한가족이된것도 아닙니다..하지만..어쩔수없는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어쩔수있는것을 바꾸는 용기를 달라는 받아들임으로 살고자 노력한다는것이죠..좋은주말 도시길..
단주12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천부적인 술꾼... 저도 그랬고, 그 끼가 다분했었지요. 그렇게 술을 마시는 자리는 삷의 활력소였습니다. 하지만, 술이 나를 먹을 즈음엔, 술자리가 아닌, 술을 찾았고...그러다보니 걷잡을 수 없는 나락의 길로 떨어졌습니다.
선생님, 다음주에 12년 칩을 받으신다구요? 제가 케익을 준비하고 싶은데,,, 선약이 있나요?
'여기서 나가면, 언니처럼 살고 싶어' 얼마전 알코올 병원에 입원한 사촌동생이 저에게 한 말입니다...맞아요.제가 매주 한번씩 상담하고 있는 정신과 주치의는 제가 어려움을 그때 그때마다 이겨내며 단주를 유지하면 항상 '선생님께서 여러 어려운 일들을 이겨내며 단주하시는 모습은 입원하고 있는 환우분들과 저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해요...그때 저는 깨닫지요. 아,내가 생활의 여러 어려운일들에 넘어지지 않고 단주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환우분들과 치료진들에게는 희망이 되는가!....
어제 저와 같이 병원 생활을 했던 언니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비보를 들었습니다. 저는 큰 충격을 받았고 머리가 멍해졌어요. 그때 한 선생님이, '이제 조선생님은 선생님을 보고 가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큰 일이 있어도 꿋꿋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네... 희망이 되어야 겠조...
선생님, 주말,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