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자고 나가서 오전에 65명의 환자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에만 65명을 볼려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 제 시간에 진료를 끝낼 수 있는데,
오늘같은 몸 상태로도 피곤함을 잊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수정효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긴장이 탁 풀려서 집에 돌아온 지금쯤은 잠이 쏟아질 법도 한데, 아직까지 정신은 또렷하네요.
후기라도 쏟아놓고나야 더 가벼워져서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아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사실, 어제는 꿈자리가 너무 시끄러웠습니다.
꿈의 내용은 S전자 연구원인 누나가 임원들로부터 터무니없는 평가를 받고 곤경에 처하는,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깨고나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기분을 안고 오전 진료를 보는데, 입원해있는 36개월짜리 꼬마가 제 진료실 앞에서 다른 아가들 진료하는 걸 간섭하며, 입 볼 땐 '아~' 해주고, 귀 볼 땐 '귀~' 해주고, 끝나면 '다했다~' 하면서 계속 붙어 서 있더군요. (꼬마와 똑같은 숫검댕이 눈썹을 한 아빠가 옆에서 말하길 '너나 진찰할 때 울지마'라고...) 고 귀여운 간섭쟁이 꼬마환자 덕분에 기분이 좀 풀려서 오전진료를 무사히 마쳤는데, 오후부터는 다시 두근두근 가슴이 뛰면서 긴장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그 긴장은 퇴근 후 혼자 운전해서 일산 가는 길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첫 생방송 이후로 어제가 가장 많이 떨렸던 것 같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은 평소보다 더 막혔고, 꼬박 3시간이 걸려서야 드림센터에 도착해서 빨간구두 여러분과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봄빛님의 배려(? - 스칼렛님 말씀으론, 봄빛님이 제가 피곤해 보여서 입석표 아닌 좌석표를 주셨다는데, 전 솔직히 혼자 동떨어져 있어서 좀 외로웠다는...^^ 담엔 날 그렇게 구석자리로 보내지 말아주세요. 그 뒷편에서 홀로 소리 지르다 성대결절 올 뻔 했어요.ㅋ)로 좌석표를 받아서 공개홀로 입장했습니다.
탑4만 남아서 그런지, 응원열기는 한층 더 뜨거웠습니다. 은진이네에서는 종이 현수막을 대량으로 가져와서 일반 방청객들에게 배포했고, 50Kg 측에서는 노란 풍선을 대량으로 나눠줬더군요. (그런데, 두팀다 노란색으로 색깔이 겹쳤다는 것이 좀 에러였죠.ㅋ)
제 옆에 앉아있는 가족분이 수정이 응원을 오셨다고 해서 제가 현수막을 가져다가 드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팀에도 여분이 없어서 따님에게만 드릴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우리 카페 회원이라고 하셨는데, 활동은 잘 안하신다며 아이디는 밝히지 않으셨습니다. (이 글 읽고 계신다면, 여기서 인사드릴께요~^^ 어제 만나뵈서 너무 반가웠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3학년짜리 꼬마는 막판에 아빠 어깨에 기대서 잠들어버렸는데, 꼬마도 많이 피곤했을테죠. 그래도 수정언니 열심히 응원해주더군요. 수정언니처럼 예쁘고 똑똑하게 잘 자라길...^^)
다음주에는 우리도 배포용 현수막을 제작해서 일반 방청객들에게도 나눠드려야겠습니다. 현수막을 갖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으니, 수거용 말고 가져가셔도 되는 걸로 말입니다.
어제의 미션은 '시청자 추천곡'이었지만, 선희멘토의 서브미션은 '마이 스토리'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어제는 정말 수정이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노래를 들었고, 그 진심과 열정이 그대로 제게도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호흡이 다소 흔들렸고, 고음의 끝음처리가 약간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혹시 수정이의 감정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해져버린 탓이 아니었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듣고있는 저도 '울컥'했을 정도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있는 수정이의 감정은 어땠을까요?
집에 와서 돌려본 다음 tv팟 영상에서는 그 감정의 결이 그대로 더 잘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수정이의 실력이나 지금까지의 무대에 비해서는 완벽하게 성공적인 무대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노래가 주는 감정과 감동에 더 깊이 빠져있는 수정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전 어제의 무대에 박정현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예상대로 사전녹화 화면으로 지켜본 멘토-멘티 공연.
방청석에서는 사전녹화화면이나 플러프는 무대 세트에 가려진 반쪽짜리 화면으로 봐야하는데, 현장에서는 정말 맹숭하기 짝이 없습니다. 실제로, 윤일상 멘토-멘티 공연과 윤상 멘토-멘티 공연은 현장에서 보기엔 더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팬심 없이 봐서 더 그런 것이겠죠.
우리 패밀리 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죠? 그 반쪽짜리 화면으로 봐도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28년된 선희멘토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제 선희멘토의 보컬은 평타도 안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목상태도 썩 좋으신 편은 아니신 것 같았습니다. 멘티들을 위해서 톤을 약간 죽여주신 것도 있고 말입니다. 그래도, 멘티들 양옆에 끼고 노래하시며 흐뭇해하고 행복해하시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나항상 그대를'이 나온 1988년 이후로, 제가 이 노래를 과연 몇번이나 들었을까요? 수천, 수만번? 암튼, 선희멘토가 부르는 것도 수없이 많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것도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정말 수정이의 곡 해석과 소화 능력에는 혀를 내두르겠습니다. 선희멘토 이후로 그 노래를 그렇게 멋지게 부르는 가수는 처음 봤습니다.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면서, 익숙한 선율을 배수정 스타일로 풀어내는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화음넣는 솜씨도 너무 멋졌고, 딱 적당한 음을 찾아 들어가서 내리꽂는 폭풍 애드립과 하늘을 찌를 듯한 가성까지. 가히 선희멘토와는 또다른 의미의 절창이었습니다.
어제의 선곡에 아쉬움을 표하시는 분들도 많고, 이전에 잘 보이지 않았던 호흡과 음정의 불안함에 다소 실망하신 분들도 있는 듯 합니다.
어제는 그냥, 수정이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중요한 건, 수정이가 탑3에 무사히 안착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딴 것 필요없습니다. 수정이가 결승 가는 것, 그리고 최종 우승하는 것, 그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위탄2의 떨어지는 시청률과 화제성의 덤터기를 수정이가 지고 갈 필요도 없고, 꼭 그날 경연의 1등을 차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승에 가면 되는거고, 우승하면 되는 겁니다.
지금까지도 이견없는 우승후보 '배수정'이었지만, 이젠 좀 더 노골적으로, 자신있게 우승욕심을 드러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드릅기(승냥이들 사이에선 팬심이 강하다는 의미로 '드릅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짝이 없는 승냥이어서 그런지, 수정이가 지금 걷고있는 행보가, 연아가 올챔되던 과정과 자주 겹쳐집니다.
올림픽 시즌이 시작된 2009년 10월 그해 연아가 참가한 첫번째 그랑프리 시리즈였던 '프랑스 에릭 봉파르'에서 쇼트와 프리 프로그래에서 각각 자신의 개인기록이자 세계신기록을 경신했고, 두번째 그랑프리 시리즈인 '스케이트 아메리카'의 쇼트 프로그램에서 다시 쇼트 세계신기록을 경신합니다. 세계언론은 연거푸 기록을 경신해가는 피겨여왕의 신기록 행진에 대해서 크게 떠들어댔고, 또한번의 기록경신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을 안고 임한 프리 프로그램에서 연아는 두번의 큰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때 미국 TV는 생애 최고로 포텐 터진 연기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연아의 경기를 지켜보던 '레이첼 플랫'과 연아를 번갈아가며 비춰줬었는데, 연아와는 한참 레벨 차이가 나는 레이첼과 그런 라이벌 구도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연아에겐 굴욕과 같은 순간이었죠. 결과는 그래도 연아의 우승이었지만, 당시 일본을 비롯한 세계 언론은 강력한 올림픽 챔피언 후보의 실수를 호들갑스럽게 물고늘어지며, 강력한 우승후보가 올림픽 챔피언이 되지못하는 올림픽의 징크스가 그대로 들어맞을 가능성을 섣불리 점치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 경기에서 연아가 또한번의 신기록 경신을 했었다면, 아마 연아는 더 큰 부담감을 가진 채로 남은 경기에 임해야 했을 것입니다. 당시 연아는 '스케이트 아메리카' 이후로, 가장 중요한 '그랑프리 파이널'과 '올림픽'을 남겨둔 상태였거든요.
중요한 건, 연아가 그녀로서는 최악의 졸전을 펼치고도 당당히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해서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한번의 어려운 경기를 경험한 후, 연아는 적진이라고 할수 있었던 도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의 노골적인 견제와 온갖 방해공작 속에서도 힘든 싸움을 펼치며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고, 가장 중요한 무대이자 꿈의 무대였던 '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무결점 연기를 펼치며 올림픽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수정이도 이전 무대까지 큰 실수없이 고른 기량을 펼치며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탑4에 안착한 상태였습니다. 어제의 무대까지 너무 성공적인 무대를 펼쳐보였다면, 남은 두 무대에 안고가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어제의 무대에 어떤 후회나 아쉬움이 남았다면, 그것도 남은 두 무대에는 더 큰 도움을 주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려고 이렇게 연아 얘기까지 주저리주저리 길게 쓴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혹자는 '망선곡'에 '망무대'라고 비난하는 어제의 무대조차도 다른 프로그램이나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무대에 비교하면 우위에 둘 수밖에 없는, 훌륭한 무대였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무대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좀 과할 정도로 냉담한 평가를 듣는 것은, 그게 다 수정이이기 때문에, 강력한 우승후보 '수정이'이기 때문이죠.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속깊은 이야기를 훌훌 쏟아내고, 무거운 부담감도 툴툴 털어낸 수정이가 앞으로 남아있는 중요한 두 무대에선 한층 더 홀가분해지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마음껏 후회없는 경연을 펼쳐가리라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그냥, 끝까지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되는 겁니다.
꿈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첫댓글 쥔장님의 생생한 후기 잘봤습니다...자리가 그리 배정되어 혼자 고군분투하냐 수고 많으셨어요~~ㅎㅎ
배토리 아자 파이팅입니다...^^
울 수정양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듬뿍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수고많으세요... 배수정짱!!!!
피곤한 몸 이끌고 정말 대단한 팬심이십니다..ㅋ 낼 명동가셔서 폭풍오열하지는 마시길..ㅋㅋ
님의 말씀이 맞는것 같아요. 어제무대는 비록 생각지도 못했던 음이탈이 몇번 있었지만,
수정양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혼이 느껴지는 무대였다는게..보면볼수록 느껴지네요.
얼굴표정에서도 지금까지와는 사뭇다른 어떤 결의와 비장함마저도 느낄수 있었다는..
수고하셨어요^^
깨알같은 후기 감사합니다..저도 후기에 등장하는군요ㅡ.ㅡ;;; 바쁜데도 여러가지 신경 많이 쓰셔서 죄송할 뿐입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뒤에서 홀로 외치던 배수정화이팅 ! 지기님이셨군요 ! 인사 못드려 죄송해요. ;. 맨뒷줄에 앉아있다가 좌석이 비는듯하여 경호원에게 말하고 앞으로 이동했어요. 힛 .수고하셨습니다.~
이 곡이 임정희님 데뷔곡인거로 알고 있어요. 임정희씨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수정이가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영국에서 많이 힘들었을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위안을 느꼈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적으로 찡하더라구요.
앞으로 수정이는 더 잘 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빵발님 다음에는 그냥 눈치봐서 앞으로 나오세요ㅋㅋ어차피 입석으로 다 차여질 자리.ㅋ
전 완전 노랑색 중심에서 눈치껏 이탈 했습니다 ㅋㅋㅋㅋ
수정이의 기대감은 멘토들의 평에서도 묻어나오는듯 마음속으로 우승 1순위로 꼽고 있으니.. .정말 이제부턴
즐기고 몰입하며 우승을 향해 달려가야겠습니다.~
ㅋㅋ 담부턴 같이 앉아요 고생하셨어요
드림센터까지 세시간...ㅎㄷㄷ 급부끄러워지는 1인☞☜ 후기 감사합니다^^
깨알같은 후기 넘 잘 봤습니다.... 존경합니다...
아이고..길기도하셔라...암튼 수고하셨습니다~ㅎㅎ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는데도 불구하고 저희 아이 열감기
증상까지 물어봐 주심에 감사했어요.^^
혼자 앉으셔서 좀 뻘쭘하셨겠어요. 다음엔 꼭 함께 모여서
더 열심히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