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따분하거나 눈물나면 신종사업을 원하거나 안전하고 탄탄한 사업을 원한다면 이곳으로 오라 봄이면 바람에 휘날리는 배꽃 아침이면 안개처럼 피어오는 새떼 흥건히 고여 냇물처럼 흘러가는 푸른 달빛 사이 몇백년 묵은 소나무 숲 사이 꿈의 체인점이 있다 방안에 흑백 TV 한 대 나무 기러기 한 쌍 송사리 떼가 헤엄치는 작은 어항 고만고만하게 모여 손때 묻고 길들어지며 먼지를 덮어쓰기도 하지만 걸레질할 때마다 당당해지는 그들 방문 왈칵 열고 들어오는 텃밭의 파꽃냄새 밤꽃냄새 미치도록 진동하는 조그만 꿈의 체인점이 있다 이곳에 오면 사랑이 샘물처럼 퐁퐁 솟는 꿈의 체인점이 있다 이곳에 오면 신속히 수선되거나 갈아 끼워지는 당신의 꿈 새살이 돋아나는 당신의 꿈 꿈속 가득 들어찬 바람도 피고름도 말끔히 짜준다 푸드득 날아오르는 잿 비둘기 패랭이꽃 언덕도 가꾸어 준다 이 근처에 오면 거친 꿈의 면을 손질하는 톱밥도 휘날린다 일이 밀린 목재소처럼 밤새 불이 켜져 있기도 한다 주문을 하면 숲속으로 드나드는 족제비처럼 신속히 배달도 나간다 휴전선을 국경선을 넘어 배달도 나간다 우리의 사업은 세계적으로 번창해야 하니까 앞으로 전망이 좋으니까 비도 바람도 무릅쓰고 배달 나간다 당신이 이곳에 와 별을 원하면 당신의 녹슨 하늘을 닦아 지금도 생생한 오리온좌와 큰곰자리를 견우와 직녀성을 보여줄 것이다 당신이 깨어진 술병처럼 날이 서 누군가의 발바닥을 찌르거나 헌 비닐봉지처럼 이리저리 뒹굴 때 당신의 불면 속으로 질 좋은 석탄 같은 잠을 화석 같은 잠을 수십 삽 퍼넣어 줄 것이다 화력 좋은 꿈에 불도 당겨줄 것이다 이제 이 꿈의 체인점으로 오라 정 바쁘시다면 당신의 집 가까이서 찾아보라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당신의 집 근처에서 꿈의 체인점은 성업 중일 것이다
-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꿈의 체인점>
*김왕노 시인의 수상과 경력은 별만큼 많으니 생략합니다 꿈은 깨어서 꿈입니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 법칙을 받아들이라고 꿈이라고 합니다 꿈에는 헛꿈도 한몫을 차지합니다 꿈을 찾아 죽기 살기로 따라다니기도 하고 꿈을 버리려는, 그래야만 하는 서글픈 사람들도 있습니다 버려진 꿈들, 도망간 꿈들이 물방울이 되어 숲을 적시고 바위를 적시고 바다로 출렁이고 있으니 새해 첫날 바다로 가서 마음의 투망에 너의 꿈 나의 꿈을 가득히 꽤고 오는 것은 아니겠어요
꿈의 체인점만 찾아낸다면 그곳이 꿈도 찾아주고 버릴 수밖에 없었던 꿈과 재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신명 나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체인점이 있다니 파랑새를 찾듯이 뒤져봐야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내 집 책상에 혹은 우리들의 마루밑에 그 체인점이 있을는지요. <신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