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개는 모두 유명한 개였을 것이다.
어떤 특정한 개체가 유명했다는 말이 아니라 거론 되는 개의 종류가 널리 알려진 것이라는
뜻이다. 구(狗)자를 쓰는 개로는 대구(大狗), 달구(㺚狗), 당구(唐狗), 세구(細狗), 향구(鄕狗),
향구(香狗) 등이 있으며, 犬자를 쓰는 개는 田犬, 狩獵犬, 鷹犬 등이 있다.
순 우리말을 쓰는 순 토종개는 삽사리와 발바리가 있는데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순 토종 개로는 삽살개(揷沙乙犬, 䣉乷개)가 있다.(勃勃리는 나오지 않는다)
외국 이름을 쓰는 개로는 당구(唐狗)와 달구(㺚狗)가 있다.
당구는 원래는 당나라 개라는 뜻인데, 현재 중국에서는 중국남부지방의 토종개(마을 개)를
당구라고 부르고 있으며 진돗개을 닮은 개이다. 실록에서는 사냥을 잘하는 것으로 간접 묘사
되고 있다.
달구는 타르타르 즉 몽골 개라는 뜻이며 중국황제가 수시로 요구할 정도로 이름난 개였다.
현재 중국에서는 짱오를 티베탄 마스티프라고 하는데 한자의 뜻은 티벳의 큰 개라는 뜻이다.
또한 몽골의 방하르는 티베탄 마스티프의 후예라고 하므로 달구는 방하르나 티베탄 마스티프를
닮은 개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조선 초기는 명나라 시절이었으므로 몽골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조선을 통해서 달구를 구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조선 후기 청나라 시절에는 달구를
비롯한 개를 요구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미루어서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세구(細狗는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작은 개'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레이 하운드 처럼
생긴 개이다. 실록에서는 옥비담황세구(玉鼻淡黃細狗)·옥비담흑세구(玉鼻淡黑細狗), 담황세구
(淡黃細狗), 백세구(白細狗) 등 종류별로 구분하고 있는데 세구 관하여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으며, 당구나 달구와 달리 나라나 지역을 상징하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조선 고유의 개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세구는 들판을 달리기에 적합한 키가 크고 늘씬한 체형을 하고 있어서 만주가 우리나라 땅이었을 때
너른 만주를 누비던 개였을 수도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세구를 볼 수 없지만 우리 나라와 가까운
지역인 만주와 중국 산동지방에는 세구가 있다.
큰 개는 조선 초기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요구한 개인데, 큰 개라고 하는 것이 달구를 말하는 것인지,
세구를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큰 개라는 말이 사라진 이후에는 달구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서 큰 개는 달구를 의미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중에는 달구 대신 향구(鄕狗)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달구가 그 만큼 귀해져서 선물로 보낼 수가 없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향구(鄕狗)는 말그대로 마을 개를 의미하는데, 마을 개(토종 개) 가운데 키가 크고 체형이 우수한
개가 삽살개이며 키가 작고 체형이 뚱뚱한 개가 발바리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삽살개는 지조가 없는 사람에게 비유되거나 천한 신분인 종의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아서 상당히 흔하고 순한 개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제 강점기에 포천에서 촬영된 조선 재래견이 바로 삽살개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즉, 털이 길고
귀가 서지 않았으며 비교적 체격이 크고 순하게 생겼을 것 같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삽살개는 귀신을 쫒는 개(揷煞개)라고 하는데 아마도
무섭게 생긴 달구를 닮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삽살개가 귀신을 쫒는 개라고 하면, 티베탄 마스티프나
방하르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향구(香狗)는 향기가 나는 개인데,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식용으로 했을 때에
특별하게 그 맛이 좋은 개를 말하는 것 같다.〔향구(香狗,내 맛난산양개=냄새가 맛난 사냥개〕
조선시대의 개 주 사육목적은 고기와 구피 (狗皮)였다.
식견의 습관이 있는 나라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키웠기 때문에 애초에 정을 깊이 주지 않기
마련이고 견피나 고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식견이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 같다.
가축으로 개를 키울 경우에는 고기(肉) 못지 않게 구피 생산이 중요했다. 환전이나 물물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뿐만아니라, 옷이나 장신구, 가구 등 일상 생활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록에는 구피(狗皮)라는 말이 상당히 여러 차례 나오는데, 지방 수령들은
구피를 비축하였으며, 구피를 취급하는 공인들의 집단인 구피계가 있을 정도로 구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피는 주로 국경을 수비하던 병졸들이나 서민들의 방한복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조선시대에 사육되던 개들은 기본적으로 털이 길고 체구도 어느 정도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개들은 모두 실존했던 개들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옛 문헌이나
우리 나라의 옛 문헌에 나오는 상징적인 개들과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
(현재 복원프로젝트가 실시 중인 방하르)
(만주 세구)
(당구 : 중국 남부지방의 토종개)
첫댓글 누룩님!
소중한 자료에 대한 정보를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원문과 국역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저 같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자료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저 짜집기한 자료일 뿐인데 좋게 보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