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물치의 해남>
해남(海男) 아시지요? 우리가 해녀(海女)는 잘 아는데 해남은 잘 알지 못하잖아요. 동해안에서는 해남을 머구리라고 불렀어요. 해녀처럼 맨몸으로 잠수해서 해산물을 따지 않고, 잠수복을 입었지요. 머구리는 개구리의 방언인데요. 여기 내물치에서는 머구리를 해남이라 불렀던가 봅니다. 해녀는 없고 해남만 몇십 명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해남이 바다에서 작업하는 종류는 해녀들이 하는 조업 해산물과 다르지 않았어요. 성게, 전복, 미역, 소라 등 해산물을 건져 올렸지요.
“아마 1년에 생산을 많이 했을 때가 천몇백 kg을 했어요. 성게알만 가지고 그렇게 했죠. 그렇게 싹 이제 일본으로 수출하지 않습니까?”
성게알만 파내서 몇천 kg정도를 생산해 냈으니,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야말로 내물치 앞바다는 해산물의 보고(寶庫)였습니다.
“그리고 전복과 해삼도 엄청나게 많았어요.”
속초에 사는 김○식이라는 사람이 전복을 구입해 가는데 한 번에 몇 가마니씩 사서 갔지요. 해삼도 바다에 들어가면 사방 뒹굴었어요. 전마선 안에는 해산물을 넣는 통이 있는데, 해남이 나가기만 하면 가득 채워서 돌아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백태(백화) 현상이 되니까, 현재 전복이 다 죽은 거예요.”
전 세계 바다가 백화현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내물치는 대포항의 방파제 보수공사를 하면서 백화현상이 심해졌습니다.
“시멘트 물이 그게 독하잖아요. 코로나 오기 전에 여기 있는 상점에 있는 사람이 쫓아왔어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아, 회장님 문어가 막 죽어 나왔어요. 가보니까 문어가 한 몇십 마리가 죽어서 한 20~30 마리가 죽고 나온 거예요.”
시멘트로 항구를 축조할 때 시멘트 물이 바다에 퍼졌던 것이지요. 이 때문에 미역이 모두 죽고, 어류들의 먹이인 미역이 죽으니까 전복 등의 해산물이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복이나 성게도 먹을 식량이 있어야 하는데, 백화현상으로 미역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바다에 해산물이 사라지자 해남은 자연히 없어졌습니다.(구술 제보: 이대근 노인회장, 2023.10.20.이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