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시 공지]
- 책 : <술라>, 토니 모리슨
*소설. 생각해 보지 않은 삶의 이야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나의 또다른 자아인 경우가 많다. 끌림으로 관계를 맺잖아요. 다른 거 같지만 어떤 맥락에서는 비슷한.
- 과제 주제 : 친구나 관계에 대해 써 보기. 이외 책 읽고 떠오르는 자기 서사,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세요.
- 과제 기한 : 2/4(일) 자정까지
- 과제 분량 : A4용지 1장 반 이내 (폰트 10, 200자 원고지 15매 이내)
- 발표자 : 백리향, 키키, 마리오
* 발표자는 발표글 출력 25부, 간식 준비해주세요.
[3차시 기록]
질의응답
질문 : 주제가 가난인데, 장학금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제도에 관해 어느 정도 설명을 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은유 : 가령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어디까지 설명할지 고민된다.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궁금하면 찾아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쓴다. 모르면 글이 이해 안되는 정보 정도만 넣어준다. 설명이 서너 줄 되면 글의 톤이 깨져버린다. 초고에는 넣어보고, 퇴고하면서 빼보고 넣었다 뺐다 하면서 균형을 맞춘다. 너무 설명문처럼 되면 읽는 맛이 깨져 버린다. 우리가 쓰는 한두 페이지의 글은 하나의 목소리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자칫하면 논설위원이 나와버린다.
질문 : 다른 사람 통해 겪은 일을 썼는데, 그 사람의 일을 내가 써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든다.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은유 : 내 글에 타인이 등장할 때 항상 느끼는 갈등이다. 갈등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 고민은 글을 다 쓰고 나서도 내려놓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게 글을 쓰지 않는 이유가 되서는 안 된다. 최전선에도 말했지만 경험의 사적 소유를 주장하면 안 된다. 경험은 모두의 경험이다. 모두가 같이 만들어낸 경험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공통 경험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 다만 쓸 때 고민이 있어야 균형이 맞춰진다. 나의 삶을 도구적으로 쓰면 안 된다. 그런 글에는 그 삶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거다. 우리는 그걸 찾아서 헤매야 한다. 그 사람의 삶과 내 삶이 스미고 부대끼고 관찰하는 게 들어가면 좋다. 그 사람의 자리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몸짓이 들어가면 불편하지가 않다.
다른 분들은 어땠나요?
질문 : 쓰긴 썼는데 당사자에게 보여줄 수 는 없을 거 같아서 그럼 뭔가 잘못 썼나. 당사자의 삶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쓴 거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삶과 다르다고 느꼈을 때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은유 : 도리는 어떤지? (도리 : … 특정되지 않게 각색…) 특정되지 않게 각색은 필요한 거 같다. 특정되지 않게 신상을 고쳐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조금씩 바꾸기도 한다. 고유한 개인이지만 주제를 살리면서 나머지를 보편의 이야기로 만드는. 타인의 삶을 도구로 막 가져다 쓰면 안 된다. 그래서 소설 써야지 하는데, 소설이라고 절대 가려지지 않아요.
질문 : 글쓴 직후에는 내가 썼기 때문에 나에게는 와닿는데 사람들에게 공감가는 지점이 있을까.
은유 : 아무리 다른 사람이 좋다, 의미 있다고 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저는 계속 이걸 내도 되나 자신이 없었다. 글쓰고 났을 때 개운했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거 같다. 내가 필요한 글을 쓴 건가.
질문 : 깊은 이야기를 꺼냈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을 마주하면 견딜 수 있나?
은유 : 공적인 장에 내놓을 때는 나눌 게 있다고 생각해서 내놓는 건데, 그건 내 손을 떠나는 거 같다. 나머지는 독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우리가 모여 글쓰고 합평하는 건 글쓰는 용기를 기르는 시간. 감각을 기르는 시간. 어떻게 읽힐지는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 글쓰기가 자기 안의 판단과 목소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걸 어느 선에서 결단 내리고 타협해야 한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본받을 만한 어른 없이 어른이 된다는 것. 살아갈 힘이 갖춰지지 않는 것. 복지를 활용하는 것도 어렵고 복잡한 일.
- 이런 말을 우리가 학교에서, 매스컴에서 늘 들을 수 있으면 가난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텐데. (82쪽)
- 제가 읽는 책 중에 <미국이 만든 가난>. 가난 연구로 유명한 저자. 책에서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예산을 쓰면서 생색내고, 무력한 존재인 거처럼 얘기하는데, 취약계층이 아닌 사람이 받는 복지가 훨씬 많다는 거다. 그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이 받는 건 받기도 어렵고… 그래서 드러나는 거지 실제는 그렇지 않다. 미국 사회복지가 왜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퍼주냐고 비판받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드러내는 책.
- “여성 청소년들 역시 이를 쉽게 이용하거나(254)” 잘못된 표현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성 청소년들이 안전한 곳이 없으니… (못 들음).. 밤에 아이들이 거리에 나와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집이 밖보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 있는 거다.
- “무서운 10대” 같은 보도. 사회적 약자에게 씌어지는 낙인. 저도 <알지못하는아이의죽음> 내면서 청소년 인권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데 청소년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는 사회다. 저도 책에서 들었지. 매스컴에서 이야기가 나오진 않는다. 공부만 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 이 책을 읽고 제가 느낀 게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지. 누린다는 생각을 못하는. 깨워주는 엄마가 있거나 양육자가 있거나 학원에 가거나 그런 사소한 것들이, 자기 몫으로 누릴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 거다. 깨워주는 어른 없이 사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잘 몰랐던 거 같다.
-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건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이렇게 세상에 내놔야 또 배울 수 있다.
- 한국 사회가 수치심과 박탈감을 강요하는 사회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보며 저도 느꼈는데 아이는 재밌게 그 안에서 잘 지낸다. 다가오는 말들에 그 영화에 대해 쓴 글도 있다. 가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낙인 찍고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하는 거다. 박탈감은 계속 강요한다. “애비 없이 커서 어떻다” 낙인 찍는 사회 분위기. 장애인에 관한 차별과 편견도 심해서 장애인들도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사회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학습되는 게 맞다. 그래서 글 쓰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게 그런 걸로부터 해방이다. 사는 방법이 여러 갈래인 걸 아는 게 해방이다. 우리는 인식의 감옥에 갇혀 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타인의 삶도 재단하고. 그래서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며 공부를 해야 합니다.
- 제가 낸 책의 출판사가 다 달라요.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데, 제가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거나 한 출판사랑 한다거나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이 책 읽으면서 알았어요. 권한도 없었지만, 에너지가 없었다. 당장 당장 들어오는 글 한 편 써야 하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건 여유가 있어야 하는구나.
- “다른 아이들은 타고나면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들, 예의도 좀 차리고 체면도 있고, 적당히 욕심 부리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잘못하면 꾸중 들을 줄도 알고, 용서를 빌고 뉘우치며 다시 노력하고, 되돌아보고 후회도 하며, 잘해보고 싶다 마음도 먹어보는 그 모든 일들이 이 아이들에게는 짜증날 만큼 어렵게 배워야 하는 일들이다.” - <변방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성장은 하나로 재지 말라는 거다. 이 책에는 동정과 시혜와 대상화가 없다. 왜냐면 저자가 삶의 일원이기 때문에.
<합평>
밤비
- “도움이 필요한 숙제” 제목의 의미? (다같이 이해하려고 노력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 그 내용을 더 쓰지 않은 이유는? 다 이해받지 못하잖아요. 내가 이거 때문에 그랬다고. 주치의한테 이때 어땠다고 말했는지, 나는 어땠는지 쓰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지? (마지막에 썼던 것에 있다. 내가 받은 무례를 이해받았으면.. 이렇게만 하지 말았으면만 많고) 내가 받고 싶은 건 아직 모르겠다? (네)
- 이시온 씨와 어떻게 친해진 사이인지? 이것만으로 이시온과 절연하고 싶었는지, 이전에 쌓인 일이 있는지? (교회 청소년 캠프에서 만남. 방해하는 거 같아 쓰지 않았는데, 제가 무시하는 친구였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쟁할 때도, .. 등등 )
- 글에는 배경 맥락을 넣어줘야 한다. 어떤 관계인지, 얼마나 자주 보는지, 얼마나 오래 만난 친구인지.
- 돈을 빌렸다는 건 신뢰 관계가 있는 건데, 어떤 관계인지 배경이 나오면 좋겠다.
- ”나 혼자만의 책임이나 잘못이 아니었던 일들에 대하여“ - 다른 일도 있었는지?
- 시온 님과 일화만 가지고 밀고 나가는 게 좋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호의를 베풀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상세히 쓰면 좋겠다. 내가 친구에게 받고 싶었던 대접이나 말을 써주는 게 나도 정리가 된다. 그 부분이 보완되지 않으면 화났다는 이야기만 남고, 글이 진전이 안 되고, 글이 진전이 안 되면 관계도 진전이 안 된다. 글쓰기는 관계를 연습하는 일. 독자와의 관계이기도 하고, 글 안의 인물과 관계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시온과의 이후가 나오면 좋겠다.
- 글이라는 건,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글쓴다는 건 타인의 입장과 처지가 되어보는 일”이라는 거. 누군간에 대한 미움과 원망에 대해 글을 쓸 때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도 옹호를 해줘야 한다. 그 사람 입장에서도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봐야 하고. 글이 가진 매체의 장점이 있다, 뭔가 숙고해 볼 수 있는. 그것을 잘 활용하려면 내 판단을 내려놓고 쓰는 게 중요하다. 글쓸 때는 이시온을 옹호까지는 아니어도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봐야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 글쓰기는 판단을 성찰하는 거지, 판단을 그대로 출력하는 게 아니다. 내 판단이 바뀌고 다른 측면을 볼 수 있게 되면 그 글쓰기는 축복인 거 같다. 팩트가 충분해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내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몰랐는데 알게 될 수도 있다.
- 이시온이 밤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 (글감은 정하되 주제는 모르고 시작하는 건지?) 여행으로 치면 지도는 들되, 길을 잃어도 되는 것처럼. 개요 짜고 쓰면 이미 규정된 사고의 프레임이 잘 안 깨진다. 그래야 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제 주장입니다. 길을 잃는 글쓰기, 별자리 글쓰기라고 제가 표현했는데. <화장하는 아이들>이라는 글을 썼는데, 집에 와서 글을 쓴 거죠. 내가 왜 충격받았을까? 나는 왜 애들이 화장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 그 생각은 어디서 왔지?
- (그렇게 쓰면 길을 잃는데..) 저도 헤맬 때가 많아요. 그래서 글 쓸 때 분량을 맞추고 쓰는 게 중요하다. 이 분량 안에 꼭 필요한 정보가 뭐지 생각하며 글이 일목요연해진다.
- 얼마나 화가 나는 것과 그렇게까지 화가 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써주면 좋은 글이 된다. 무엇이 다른지 사람들에게 알 수 있게 써주면 훨씬 좋겠다.
- 이 글에는 주장이 많다. 근거와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목소리
- 필리핀 왜 안 갔는지? (학교에서도 말렸고, 돈도 없었고 갈만 한 여건이 안 됐다.) 이 이야기가 한 줄이라도 들어가면 좋겠다.
- 양쪽의 입장이 잘 이해가 됐다.
- 글이라는 게 자기 세계관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필자의 변화가 잘 드러나서 좋았다.
- 카톡 프로필을 장면에서 희선을 향한 필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마지막에 성찰한 부분도 이해가 가고, 강요한 것도 두 가지다 이해가 됐다.
- 희선이 갑자기 일을 하겠다고 했다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돈을 벌어야 하나요?”라고 했는데 이게 희선의 마음이었을까. (말하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대학생이 되고 싶었던 거 같다.)
- 사실 우리가 어떤 결정에 똑 떨어지는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정을 내렸다. 이유를 물었지만, 희선은 답하지 않았다.” 이렇게 써주면 되겠죠.
- 교회 선생님인가? 엄마인가? 생각하는 과정도 좋았다. 기성의 관계를 상상한다는 걸 성찰할 수 있다.
- 좋은 글은 항상 각자의 입장이 살아있는 글 같다.
- “희선의 마음을 이해했다기보다는 힘이 빠져서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부분 좋았다. 공감.
노마드
- 대학원 전공은? 써줘야 필자가 무슨 공부를 하려고 한 건지 그려진다.
-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생긴 무력감과 회의감이 든 이유, 지금은 어떤지. (이때까지 내 삶은 아무것도 없는 느낌. 바보같다는 생각. 이 계기가 일 때문만은 아니었고, 일하고 생각 없이 살았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 ”월급으로 누리던 사치들, 잦은 외식, 값비싼 디저트“ 이런 내용이 앞으로 와도 좋겠다. 20대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거다. 소비를 통해 충족하도록 자본주의가 만드는데, 그걸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보여줘도 좋았겠다.
- ”돈보다 공부“ 공부는 큰 말이라 구체화해서 표현하지 않으면, 글의 긴장이 떨어진다. 고유명사가 거의 없다.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는데 누굴 만난 거지? ”직업을 갖는 것도 달라졌다“고 했는데 어떤 직업이지? 그런 정보가 빠지니까 독자가 글을 따라가기 어렵다.
- 그런 내용이 있어야 ”모든 면에서 나를 최우선으로 두는 법“이 힘이 생긴다. 이 전에 구체적인 내 삶의 지도가 나와야 한다.
- 내가 뭘 공부하고, 누굴 만나는지 안 쓴 이유가 있는지? (자기 검열이 많은 거 같다. 너무 큰 범위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거 같다.)
- 글쓸 때 구체적인 단어와 고유명사 많이 쓰는 걸 연습해야 한다. 추상화되면 자꾸 설명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면 쓰는 내가 만족할 수가 없다. 내가 발 붙힌 곳을 말하지 않고는 쓸 수가 없다.
- 차상위 장학금, 꾸몄던 일들 이런 부분은 구체적으로 잘 들어온다.
- 나를 찾는다는 게 뭐냐? 엄청난 일을 한 거다. 집을 나온 건 용기다. 나를 찾는다라는 큰 말보다는 행위에 집중해서, 어떤 장면에서 시작해서. 예를 들면 내가 집을 나오는 날. 장면과 행위 중심으로 쓰면 좋은 글감이다. 중요하고 좋은 글감이다, 자부심을 갖고 막 쓰자.
첫댓글 카페에는 왜 ‘좋아요’ 기능이 없나, 계속 아쉬워했는데, 이걸 또 다르게 생각하니까 ‘좋아요’를 누를 수 없으니 좋은 걸 표현하려면 표현할 말을 찾아야 하더라구요?! 댓글로 표현하기도 글쓰기 공부인 것 같아요! ㅋㅋ
도리반장, 오늘도 내용 정리해줘서 고마워요 👍🏻
감사합니다. ^^ 제가 놓친 부분, 곱씹으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을 올려주셔서 넘 좋아요^^ 정독합니다~
우와 빠른 안내와 정리 감사합니다🙏
도리 덕분에 든든해요👍
편안한 밤 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