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간 운명을 되 찾아준 자랑스러운 아들!
아침에 떠오르는 밝은 태양, 때마다 피는 예쁜 꽃들,
푸른 하늘 산들 바람, 이런 세상이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던 1986년 11월,
스물다섯 나이에 고등학교 교사인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2년 만에 아들을 낳았다.
출산 후 계속되는 허리통증과 구토를 견딜 수 없어 인천기독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신부전이란 날 벼락 같은 진단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진행되어온 통증, 깊은 병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거짓으로라도 누구를 해롭게 하거나 욕되게 살지 않았는데,
뭔가 잘 못 되었을거야! 이건 아니야! 머리를 때리고 흔들면서 오진을 확인하러 간
H대병원에서도 같은 신부전 판정을 받았다.
세상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캄캄하고 막막한 삶의 시작이었다.
1990년9월 H대 병원에 입원, 혈액 투석을 위한 준비수술을 받고, 투석을 시작하였다.
일주일에 세번 12시간을 기계에서 걸러낸 혈액을 받으며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졌다.
투석을 하는 동안 뚝 떨어진 혈압 때문에 눈앞이 몽롱하고 손가락하나 움직이기 힘든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내게 그렇게 눈물이 많았었는지도 알았다.
퉁퉁 부은 얼굴로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누우려고 급한 걸음을 걷다가
버스 앞에서 몇 번을 실신하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정신이 들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하나님을 원망하며 차라리 나를 데려가
주기를 얼마나 원했었는지?
하루걸러 기계에서 걸러낸 피를 받는 데 비용도 만만치 않아 어려운 경제적 부담의
2중 고통을 지고 사느니 죽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그것마저도 맘처럼 쉽지 않았다.
임신 전부터 신부전증상으로 영양이 부실했던 엄마 때문에 2.4kg의 작은 아들로 태어난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만 살아있게 해 달라고 매일 매일 울며 새벽 기도를 드렸는데,
그런 아들이 바르고 올곧게 자라 지금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다.
순천향병원 장기기증본부에 장기수여희망자 등록을 해 놓은 뒤 16년 만에 연락이 왔다.
기증자는 58세의 남자였는데,
아들의 장기를 받으면 기증자의 장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소중한 일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장기 이식수술을 간절하게 원했다.
나 편히 살자고 아들 건강에 평생 장애가 될지도 모를 신장을 받는다는 것에
감정이 북받쳐 몇 날을 눈물과 함께 보내야만 했었다.
2010년 1월, 아들과 나는 순천향병원에서 적합성 여부 정밀조직검사를 받고
다음달 3월 15일, 수술대에 아들과 나란히 누웠다.
새벽 6시, 문철, 송단 선생님의 집도로 진행된 여섯 시간의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먼저,
두려움과 염려를 딛고 엄마에게 신장을 준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딸의 병 때문에 위장병에 불면증까지 갖으신 엄마,
20년 병치례 하는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포근히 감싸주던 남편 사랑앞에 감격 해
침대머리가 젖도록 펑펑 울어버렸다.
수술은 대 성공이었고, 중요한 1년 고비를 훌쩍 넘기며 예전 그 모습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내게서 비켜갔던 그 삶을 다시 찾아준 아들, 그리고 매일 눈물기도의 대상이었던 하나님께 뜨겁도록 감사를 드렸다.
일주일에 삼일을 파죽음이 되어 사는 엄마 때문에 2.4kg으로 태어나
배부른 젖을 먹어보지 못하고 번듯한 야외놀이한번 못한 그 아들이 남편보다 더 듬직하고
대견하게 성장 해 줘 한없이 고마웠다.
수술하기 전날, 모 방송국 인생극장의 제작 섭외가 왔을 때에도
아들로서 당연한 도리를 하는 것 뿐 이라고 겸손하고 정중하게 사양했던 그 자랑스러운 아들,
지금은 대기업의 건실한 사원으로 근무하며 천사 같은 마음을 갖은 어여쁜 아가씨와 백년가약을 하였답니다.
아들의 장기일부를 공유하며 함께 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는 날
난 또다시 지금 보다 더 뜨겁고 값진 눈물을 흘리며 말 할 것입니다.
눈물이 이렇게 뜨겁다는 걸 가슴 깊은 곳에 심어 준 아들,
정말 고맙고...더욱 사랑한다고...
2017년 1월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첫댓글 인사받을만하네요.
산증인입니다.
장로님덕분에 죽을 사람을 살려준 하나님 자랑할 기회도 되구요.
사진과 메체가 안되지만 사실 장로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글은 영원히 뭍일뻔 했습니다
권사님은 자랑 같아 감추려 하지만 신부전증을 앓고 계시는 수많은 분들께 용기와 힘을준다고 생각하심좋을것같습니다
당시 들으신 이야기들을 권사님이 작성한것처럼 잘 만들어 주신 장로님덕분에 읽고 또 읽었습니다
장로님 최고 최고세요
소갈딱지 하구는 그일로 가슴앓이 하셨을 장로님 생각하면 저야말로 죄인중에 괴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