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투식량의 역사
‘이번 훈련은 미군과의 연합작전으로 미군 1개 중대가 우리 연대로 작전통제돼 함께 훈련을 진행한다. 특히 1중대는 미군 2개 소대를 통제하고 1개 소대를 미군에게 작전통제 전환해 완전한 연합작전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라. 이번 연대전투단훈련은 전시 미군과의 긴밀한 연계체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군수과장은 해당 부대에 이동을 위한 식사추진과 차량지원 등 전투근무지원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미군에게 한국군이 뒤처지지 않고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라.’ 2000년대 초 어느 훈련에서 미군과의 연합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진행된 훈련에서 연대장이 지시한 사항이었다. 미군의 기동력을 따라가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차량과 물자, 장비가 지원됐다. 2주간 진행된 훈련에서 2, 3일이 지나면서 작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식사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군은 작전이나 훈련 때 별도의 식사시간 없이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전투식량(MRE)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우리는 식사시간만 되면 행정보급관이 차량으로 급식을 해 줘야만 했고 대부분 국이 들어 있는 식단이다 보니 먹고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당시 최신의 전투식량인 전투용Ⅱ형 야채비빔밥으로만 2주 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먹기도 편리하고 맛도 괜찮았는데 같은 것을 2주 동안 먹으니 일부 중대원이 변비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인원이 생겨났다. 그때 전투식량도 식단 종류가 많은 것을 알았으면 다른 메뉴로 건의했을 텐데 무식한 중대장 덕분에 전 중대원이 한 개의 메뉴를 거의 열흘 30끼니를 먹었고, 현장지도를 오신 연대장님께 한 병사가 전투식량으로 식단을 변경해 주셔서 훈련효과가 더 높아졌다고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다른 음식은 구경도 하지 못했던 추억이 있다.
전투식량은 전투 때 간편하게 지니고 다니거나 먹을 수 있게 한 식량을 말하는 것으로 전쟁의 역사만큼 전투식량의 역사는 깊고 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쟁의 경험이 있는 거의 모든 나라는 자국 장병의 입맛에 맞고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전투식량을 개발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인다고 이야기한 전장의 영웅 나폴레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쟁에서 기본이 되는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을 해결하는 일이다. 이러한 전장에서의 먹을거리는 바쁜 사회에서도 접목돼 보통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각종 통조림과 즉석카레·자장밥 등으로 발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투식량 역사는 몽골군이 육포와 순대, 중국군의 라면과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시작됐는데 어느 학자가 말한 바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식량 대표는 북어라고 한다. 술자리에 지친 다음날 아침 속을 달래 주는 북어가 전투식량의 원조가 된 것은 유난히 전쟁이 많았던 삼국시대의 신라군이 가가호호 출입구에 비축해 놓았다가 전시 동원령이 떨어지면 저마다 무기로 쓸 농기구를 꺼내 들고 북어를 옷에 품고 출정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군이 백제 공략을 위해 고전하던 그때 각종 잡곡을 모아 가루 형태로 약간의 간을 해서 한 주먹분이면 한 끼 식사가 되고 몇 년에 걸쳐 보존할 수 있었던 획기적인 전투식량이 지금의 ‘미숫가루’라고 전해진다. 물론 6·25전쟁을 지나면서 등장한 자타공인 대표 전투식량은 주먹밥일 것이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밥과 약간의 소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주먹밥은 임진왜란 때도 등장하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용된 전투식량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군의 전투식량은 그 모습을 조금씩 달리해 오다 베트남 참전 당시 미군의 영향으로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K-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전투식량이 보급됐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게도 미군에게 지급되는 전투식량 C-레이션이 지급됐지만 걸쭉한 비프스튜와 느끼한 미국식 먹을거리로 구성된 미군 전투식량이 입맛에 맞지 않아 1967년 2월부터 밥과 김치 등으로 구성된 통조림인 K-레이션이 한국군에게 보급됐다.
이후 우리 군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추장 볶음 통조림·건빵 등을 생산해 점차 우리나라 나름의 전투식량을 만들어 왔는데 90년대에 들어 한국형 전투식량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국방과학연구소 주도하에 현재 전투용Ⅰ형의 형태인 전투식량이 등장했다. 특히 1996년 강릉 대간첩 작전 이후에는 물과 불이 없어도 급식이 가능한 전투식량 개발이 요구됐고 이로 인해 군은 발열팩을 포함한 즉각 취사형 전투식량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즉각 취사형 전투식량은 볶음밥과 양념소시지·쇠고기콩·볶음김치·초코볼·파운드케이크 등으로 구성돼 있고 물과 불이 없어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등 한국 특유의 조리법과 영양·맛의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 또한 취사 때 발생하는 수증기로 인한 노출과 부피 과다 등 문제를 줄이기 위해 경피투과방식 영양전달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의 붙이는 패치형 전투식량 개발에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 양성교육대장인 이경직 소령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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