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색
긁어내면 생기는 것들이 있다 질서처럼 벽이 드러나고 얼굴이 드러나고 드러나게 하는 것 중에 바다만큼 확실한 건 없다 페인트공은 파란 페인트와 푸른 페인트 중에 흰 페인트를 고른다 붓이 지나가면 벽이 이름처럼 생겨나고 지우기에 좋은 건 구름이다
한 번의 페인트칠을 끝내고 죽음의 자서전을 읽었다
구름을 희석해 덧칠 한다 죽음 위에 죽음을 읽으면 바다는 하늘을 한 겹 벗겨낸 것, 수평선 끝에 맞닿은 하늘을 보면 알 수 있다
죽음은 어떤 질서를 벗겨낸 것일까
두 번의 페인트칠로 흰 벽에는 평면이 생겨났다 페인트공은 도색을 마무리했고 어젯밤에도 죽음의 자서전을 읽었다
한 겹의 단단한 바다가 벗겨졌다
정수경_제9회 시인광장 신인상
동양일보 아침을 여는시 http://www.dynews.co.kr/bbs/view.html?idxno=7765
첫댓글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