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는다. 나이가 드는 것 만으로도 서글픈데 어째 책이나 서류를 볼라치면 시야가 흐릿해져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노안(老眼) 현상이다. 40대 중반과 50대 초반의 중년들에게 많이 찾아온다.
필자 또한 50세인 재작년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일상적인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책과 서류나 문서 등 작은 글씨를 보려면 돋보기 안경을 써야 한다.
해서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안경점을 세 곳 정도 찾게 되었다. 홍대 인근에 있는 ooo안경점, 코엑스 몰에 있는 ooo안경점, 낙성대 입구역 인근에 있는 ‘안경나라’에서 한 번씩 돋보기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
세 곳을 방문하다보니 싸구려 돋보기 안경 하나를 구입하는 데도 서비스나 가격에 너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난생 처음 돋보기 안경을 구입했던 홍대 인근에 있는 안경점은 시력 측정이나 상담 서비스는 우수했다. 하지만 렌즈와 안경테의 판매가격이 6만5000원에 달했다. 사후 고객관리를 위한 서비스에도 제법 신경을 썼다.
두 번째로 안경을 구입한 곳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안경점이었다. 이 곳에서는 아예 돋보기를 사겠다고 하니까 대충 시력을 측정하고 안경테를 고르라고 하더니 판매가격이 7만원이라고 했다. 먼저 산 돋보기를 집에 두고 와서 임시로 산 것인데 눈이 너무 아파 책상 위에 모셔 두고 있다.
세 번째로 돋보기를 구입한 곳은 2호선 낙성대역 인근에 있는 안경나라 낙성대점이었다. 작은 가게였지만 다른 곳과 분위기부터가 사뭇 달랐다. 시력을 측정하는 곳과 그 안쪽에는 작업 공방이 있었다.
시력 측정후 먼 곳을 보는 시력은 1.0 이상이니까 가까운 곳을 볼 수 있는 돋보기 안경을 사라고 했다. 누진다초점 렌즈는 어떠냐고 하니까 상세히 설명해주고 써보라고 하면서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안경테를 고르는데 모두 디자인이 참신하다. 렌즈와 안경테를 합해 가격이 3만5000원이라고 한다.
종전 두 곳에 비해 너무 차이가 났다. 품질과 서비스가 더 나은데 가격은 절반이다. 한마디로 감동이다. 그는 아주 건실해 보이는 젊은이였는데 이름을 물으니 조동환씨라고 했다.
그는 내가 고른 안경테를 작업방에 가져가 조임 상태를 적당하게 다시 조절해 주는 친절함까지 더했다. 여기에 또 감동을 받아 이번 여름에 쓸 수 있는 그럴듯한 선글라스를 하나 골랐다. 가격은 3만5000원짜리에 불과했지만 기분 좋게 샀다.
보잘 것 없는 돋보기 안경 하나인데 조동환 사장의 가게에서 구입한 안경을 쓰고 일을 할 때면 왠지 마음이 뿌듯해 진다.
바이어들이나 최종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꿔서 생각해 보면 우리 수출업체 사장님들도 젊은 조동환 사장처럼 수출마케팅을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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