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증가로 주가와 국채가격 동반 상승
2000년 이후로 미국의 주와와 국채수익률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변동했다. 주가 결정 이론에서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는 상승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경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즉, 경기가 좋아질 때 주가와 국채수익률이 같이 상승하고, 경기가 나빠질 때는 두 변수가 동반 하락했다. 또한 경제에 리스크가 증가할 때,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주가는 하락하고 국채가격은 상승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 <그림 1>의 오른 쪽 일별 자료를 대상으로 보면, 최근 몇 개월 동안은 국채수익률은 급격하게 하락했는데 주가는 상승했다. 이는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한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최근의 주가 상승이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소비 중심으로 경기 둔화
미국 경제(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이다. 소비가 1996~2006년 사이에 연평균 3.7% 증가하면서 경제성장(3.3%)를 주도했다. 그러나 그 이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소비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낮은 성장을 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2분기부터는 잠시 회복되었던 경기가 재둔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가계, 디레버리징 과정
아래 <그림 3>은 미국 가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고성장 과정에서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자동차를 구입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말에 64%에서 2007년 말에는 131%까지 올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서 14%로 올라갔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금리 부담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2007년 주택가격의 거품 붕괴로부터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미국 가계가 부채를 줄여가고 있다. 이른바 ‘디레버리징’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말에 131%까지 올라갔던 가계의 부채/가처분소득 비중이 올해 2분기에는 122%로 하락했다. 가계부채 규모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가계의 저축률도 다시 오르고 있다. 1990년대 초에 7%대였던 가계저축률이2005~2007년에는 1~2%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가계 저축률이 5.9%로 올라왔고, 올해도 7월까지 월평균 5.8%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 부진과 주택경기 재위축도 소비 제약
가계의 디레버리징과 더불어 고용불안과 주택경기의 재위축 역시 소비 증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2008~9년) 비농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836만개 줄었다. 올해들어 5월까지 100만개 늘었지만, 6월부터는 공공부문 중심으로 고용이 다시 감소하고 있다.
한편 최근들어 주택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모기지금리가 더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주택경기 부양책(예를 들면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8천달러 세액 공제 등) 효과가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가계의 소비함수를 추정해보면 금리와 주가보다는 주택가격이 소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양적 완화 정책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연방기금금리의 목표수준을 5.25%에서 0~0.25%까지 낮췄다. 그러나 각 경제주체의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이러한 금리 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지 못한다. 여기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수 없기 때문에 미 연방준비이사회는 이른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사용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헬리곱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처럼 돈을 찍어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2009년 6월에는 통화(M1) 증가율이 18%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저효과로 통화 증가율이 낮아졌지만, 최근에는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다시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미 정책 당국은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달러 캐리트레이드 발생
정책당국이 돈을 풀고 있지만 가계는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현금이 많은 기업은 오마바 정부의 규제와 조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 가동율이 아직도 72% 안팎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시설 확장 투자 유인도 별로 없는 상태다.
이러다 보니 돈이 미국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되면서 주요국의 환율 변동폭이 축소되었다. 또한 호주, 인도 등 일부 국가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과 이들 국가 사이에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달러 캐리트레이드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달러 캐리트레이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추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은행의 해외대출금이 급증하고 있다. 2007년에 28억 달러였던 해외대출(순증 기준)이 2008년에는 28억달러로 줄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던 지난해에는 오히려 51억 달러가 환수되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한 분기만에 102억 달러로 미국은행의 해외 대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미국 거주자들이 해외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 잠시 감소하였으나, 2009년부터 다시 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도 매월 20억 달러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 호주 및 이머징마켓으로 유입
달러 캐리트레이드 전체 규모는 물론니거니와 이들 자금이 어디에 투자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정한 박사 등(**)은 이들 자금이 금리수준이 높고 경기회복이 빠른 호주 및 신흥국에 투자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때문에 투자대상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캐리트레이드 자금 중 일부가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미 금리차이와 원화가치 상승을 예상하면서 미국 달러 자금이 우리 채권시장에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외국인이 2008년에 우리 채권을 77.3억 달러 순매수했으나, 2009년에는 그 규모가 237.2억 달러로 크게 늘었고, 올해 상반기중에도 104.7억 달러로 순매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다가 외국인의 주식 자금도 크게 늘고 있다. 2008년에는 336.2억 달러가 순유출되었으나, 2009년 256.6억달러, 올해 상반기 86.7억 달러 순유입으로 전환되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존재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상당 기간 저성장을 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앞으로도 더 증가하면서 이머징마켓의 자산 가격 상승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리스크가 커지면 캐리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청산되면서 자금이 일시에 유출되는 ‘sudden stop’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초저금리로 엔 캐리트레이드가 1995년 이후 빈번히 발생했다. 그러나 1998년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및 LTCM 파산,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및 리먼 사태 등이 일어나자 엔 캐리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청산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장에 불안을 초래했다.
앞으로 이런 리스크가 발생하면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도 단기에 빠르게 청산될 수 있다. 그 계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 점치기 쉽지 않지만, 남유럽의 재정위기 재발이 그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재정위기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이른바‘PIGS’국(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디폴트 가능성 문제가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EU와 IMF의 5,500억 유로에 해당하는 안정대책이 있었고, 이들 국가의 재정적자도 축소되었다. 예를들면 스페인의 경우 올해 1~7월 중 재정적자가 전년동기비 48%나 감소했다. 또한 6월 이후 이들 국가들이 국채만기 도래액을 정상적으로 지급했고, 국채 신규 발행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PIGS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이들 국가의 재정위기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우선 민간부문이 구조조정를 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출이 줄어들자 경기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 또한 은행의 부실 우려도 재차 대두되고 있다. 유러존 은행의 부실여신비율이 2009년 4.8%에서 2010년에는 5.4%로 증가하고, 특히 그리스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6.4%에서 8.5%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가 유로존의 국채발행물량도 증대되고 있다. 국채발행이 올해 8월 430억 유로에서 9월에는 800억 유로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10~11월에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가 무디스 등이 이들 국가신용등급을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PIGS 대부분이‘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청산 가능성 대비
김정한 박사 등은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되면 국내에 유입된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도 일부 청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2010년 5월말 현재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금액(293.7조원) 중 33.4%, 채권 보유금액(69.0조원) 중 30.0%가 유럽계 자금인데, 남유럽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이들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나라 외국인 채권 순매수에 영향을 주어왔던 스왑스프레드, CDS, TED 스프레드 등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런 지표는 대부분 일간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 필자는 호주 달러와 스위스 프랑의 상대환율을 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리스크를 측정하고 있다. 세계경제에 리스크가 줄어들 때는 호주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리스크가 커질 때는 스위스 프랑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1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주가도 이 지표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머지 않아 이들 변수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세밀한 관찰과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김영익, ‘미국경제, 소비위축으로 경기둔화 리스크 커지고 있다’, 네이버 전문가투자전략, 2010.8.2
(**) 김정한 & 이윤석, ‘최근 달러 캐리거래의 동향과 시사점’, 한국금융연구원, 2010.9
(***) 김위대, ‘PIGS’국 재정 및 은행 우려 재발 가능성 검토’, 국제금융센터2010.9.17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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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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