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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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란 나가노현에서 토야마현 사이 경계선에 위치한 츄부 산가쿠 국립공원(일본 북알프스)의 2 ~ 3,000미터급 고봉들이 연달아 있는 이 험준한 고원지대를 관통하는 루트를 말한다.
시나노오오마치에 오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의 목적이 바로 이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이하 알펜루트)를 가기 위함으로 약 90km에 걸친 거리를 노선버스, 트롤리버스, 로프웨이 그리고 케이블카 등 모두 9번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움직인다. 이 곳은 일반 자가용으로는 여행이 불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에 걸어서 관통하거나(최소한 4박 5일정도의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할 듯) 이들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들 교통수단들의 운영주체가 모두 달라 교통비만으로도 상당한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
나는 이날 시나노오오마치를 출발해서 토야마까지 간 다음 기후현으로 넘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하루에 이 교통수단들을 모두 탔는데 편도 교통비로만 10,580엔이나 들었다. 일본에서 번 돈으로 여행하고 있으니까 망정이지 한국 원으로 환산해보면 정말 후덜덜한 가격이다.
4월 개통 직후에 볼 수 있는 무로도 - 비죠다이라 구간의 거대한 설벽(雪壁)과 여름철까지 남아있는 고지대의 잔설, 웅대한 장년기 산악지형의 절경은 최근에야 한국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게되어 알펜루트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수는 점차 늘고 있다.
론리플래닛에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알펜루트는 개발이 상당한 진척이 된 이유 때문인지 모든 여행자가 그 (비싼) 비용을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로 다소 비판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알펜루트는 분명 경이로운 대자연의 광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평가할만 하지만, 그저 '대자연'이라는 테마 하나에 끌려 여기까지 온 여행자라면 토야마에서 출발하여 무로도를 걷는 것 정도로 충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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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출발지답게 시나노오오마치 역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알펜루트를 관통하는 교통수단들의 시간표와 하이킹 코스 지도를 얻고, 역의 매표소에는 시나노오오마치에서부터 다테야마 역까지 가는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계산해보니 여기에서 한꺼번에 다 구입한다고 해도 할인되는 금액은 단 1엔도 되지 않는다. 다만 포인트에 도착할 때마다 매번 표를 사는 것도 번거로우니... 시나노오오마치 역에서 파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오기사와까지 가는 버스만 티켓이고 나머지는 일종의 바우처로 오기사와로 가서 실제 티켓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 티켓은 5일간 유효하므로 하루 안에 관통할 사람뿐만 아니라 도중의 무로도의 산장에서 숙박하면서 몇일에 걸쳐 알펜루트를 여행할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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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만도 벌써 표고가 700미터가 넘는다. 구름이 낀 이른 아침의 시나노오오마치는 다소 서늘한 느낌이 드는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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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10분에 오기사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었다. 꽤 이른 시각이지만 그래도 버스에 탑승한 사람이 열명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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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마치시를 벗어난 버스는 몇 곳의 정거장을 들러 산 속으로 질주한다.
흡사 우리나라의 광릉숲을 연상하게 하는 삼림지대를 시원하게 통과하는데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만도 볼거리가 상당히 있을 듯도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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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기사와에 도착.
버스에 내리면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는데 시나노오오마치 역에서 미리 바우처를 구입한 사람은 여기에서 재빠르게 티켓으로 교환하고 트롤리버스를 타는 2층으로 올라가자. 왜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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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대다가는 이 엄청난 수의 단체관광객들에게 선수를 뺴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알펜루트를 여행하면서 인상적인 것이 웅대한 대자연의 절경 말고도 엄청난 수의 단체관광객들인데 왜 론리플래닛의 저자가 알펜루트에 대해 다소 실망스런 서술을 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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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트롤리버스를 타고 쿠로베 댐으로 출발!
이 트롤리버스는 동력원이 가솔린이 아닌 전기인데 대충 전철처럼 트랙을 따라 달리는 저공해 교통수단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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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버스는 산으로 올라가다 기다란 터널을 관통하게 된다.
1차선이기 때문에 도중 구간에서 멈춰서서 마주오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한다. 벌써 상당한 고도까지 올라왔는지 버스 안에 있으면서도 슬슬 쌀쌀해오짐을 느꼈다. 승객들을 둘러보니 대부분 고령자층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9월 초순에 반소매 옷을 입고 여기에 와 있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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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버스는 출발한지 16분만에 쿠로베 댐에 도착한다.
여기서 갈림길이 있는데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왼쪽의 쿠로베 댐 역(음식점과 기념품점등이 있고 댐으로 바로 나가는)으로 가고 아예 처음부터 전망대에 올라 쿠로베 댐을 보고 싶은 일부의 사람들이 오른쪽 길을 택해 올라간다. 상당히 가파른 100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바로 쿠로베 댐 전망대이다. 왼쪽길을 택하면 나중에 전망대로 다시 올라야하는 뻘짓을 하게 되므로 채력에 별문제가 없는 배낭여행자들은 처음부터 당당히 오른쪽으로 향하자.
# 쿠로베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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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몰려오기 전에 내가 제일 빨리 간다! 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뛰어 올라갔다. -.-;;
이날 돈을 아끼자고 코인로커 이용도 안하고(300엔짜리 코인로커 이용 한번에 내 밥 한끼가 날라간다는 생각으로) 대형배낭을 맨 채 죽어라 여기저기 막 뛰어다녔는데 결국 나중에 후루카와 유스호스텔에 도착해서는 뻗어버리고 말았다.
아직 그늘이 진 쿠로베 댐 전망대에 올라오니 오한이 느껴졌다. 이미 표고 1천미터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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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력넘치는 쿠로베 댐의 광경을 한눈에 본다. 이것이 진짜 쿠로베 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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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루트의 양대 포인트 중 하나인 쿠로베 댐의 모습은 실로 감탄을 자아낼만 했다.
1956년부터 63년에 이르기까지 7년에 걸친 공사기간 끝에 완공된 이 댐은 총수량 약 2억세제곱미터의 용량을 자랑하며 아치형식의 댐 높이는 186미터로 일본에서 제일 높다. 수력발전을 위한 것인지 관광목적을 위한 상술인지 쿠로베 댐은 관광객들이 도착할 시각에 맞춰 방수를 시작하므로 이 박력넘치는 광경을 보기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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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베 댐 위는 도보로 건너갈 수 있다. 같이 찍힌 사람 크기와 비교해 보면 이 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물이 방출되고 있는 부분까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견학 투어가 있을 법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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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쿠로베 댐 뿐만이 아니라 가파르게 깎아내린 듯한 주변 지형의 험준한 산세도 상당한 볼거리가 된다.
우리 같은 일반관광객들이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버스타고 올라올 수 있게 되었지만 개발이 시작되었을 무렵에는 이 역사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근로자들이 피와 땀을 흘렸을지 그 노고에 새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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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점차 댐을 향해 내려가는 도중에도 우렁차게 콸콸 소리를 내며 물을 뿜어내고 있는 쿠로베의 낙수음(落水音)은
도저히 카메라 셔터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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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복하기 만만치 않을 듯 싶어보이는 남성적인 모습의 산악 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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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윽한 푸른빛의 쿠로베 호수... 이것이 기술적 경이인지 환경 파괴의 결과물인지 그 누구라도 쉽게 단언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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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방수로 인한 물보라에 의해 무지개가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실로 가슴이 턱 막혀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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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물줄기에 맞아 떨어지면 목숨은 보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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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끝내준다는 말밖에는 형용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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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와서 쿠로베 댐 역으로 가 보면 근처에 쿠로베 댐을 짓는 도중 순직한 6명을 기리는 위령비가 서 있다.
이 공사는 일본 건설사에도 이례적인 대규모의 난공사로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들이 속출했으며 그 일대기를 그린 영화와 가장 최근에는 카토리 싱고 주연의 드라마 쿠로베의 태양이 제작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 건설 도중 순직한 분들의 사례를 봐도 이런 생각이 들곤 하는데 과연 이러한 대규모의 공사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사람의 고귀한 생명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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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후지TV 개국 50주년 기념 특집드라마, 쿠로베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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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행선지인 쿠로베다이라까지 가기 위해 도보로 쿠로베 댐 위를 직접 걸어서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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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아래에서 내려다 보면 그 박력이 바로 직감으로 전해져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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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베 호 역에서 쿠로베다이라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터널을 관통해 이동한다.
이봐! 난 당신들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싶지 않다고!
# 쿠로베다이라, 다이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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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이든 도착하면 늘 기념품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참 여기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출퇴근길도 상당한 고생이겠구나 생각이 들던데...
이제 쿠로베 댐 다음 알펜루트의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무로도까지는 쿠로베다이라와 다이칸보라는 곳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곳들은 다음 교통수단이 출발할 때까지 약 15분간의 간격을 두고 있으므로 그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구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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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베다이라에서 바라보는 다이칸보의 전망은 바로 옆의 터미널 건물 때문에 매우 많이 망가졌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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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로프웨이를 타고 다이칸보로 이동하시겠다.
이렇게 다양하고 독특한 이동수단을 타고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도 대자연의 경이만큼이나 알펜루트 여행의 재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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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웨이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그 흉물스럽던 터미널 건물을 뒤로 하고 다이칸보의 멋진 광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미 여름철이 훨씬 지난 뒤라 눈은 다 녹아버리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덕택에 나무와 풀이 자라지 않아 지표면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 만년설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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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는 그렇게 커보이던 쿠로베 호수가 이제는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면서 작은 연못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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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보 전망대에서.
보다시피 북알프스의 2천미터급 연봉들을 감상할 수 있지만 역광이라서 눈이 부시기만 할 뿐 그리 대단한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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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까지 올라와 전기시설 공사를 하는구나.
이 분들이 있기에 우리들이 이런 좋은 곳에 와서 여행도 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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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이칸보에서 무로도로 향하는 트롤리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 버스는 알펜루트 최고봉인 다테야마(해발 3,015미터)의 바로 밑 터널을 관통하여 무로도까지 승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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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만에 무로도 터미널에 도착. 우편취급소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제 본격적인 하이킹을 하러 무로도 고원 출구로 향한다.
-계속-
첫댓글 정말 멋있는곳이네요, 자세한 설명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무지개 멋지네요~^^
운이 좋았죠. ㅎ
아아 정말 가보고 싶은곳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