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을 다녀왔다.
20대 초반에 산을 전혀 모를 때 갔던 무주 구천동 쪽 덕유산이 아니라 남쪽 덕유산 자락을 잠시 스쳐 지나왔다는 얘기다. 약 16킬로미터를 지나는 데 7시간쯤 걸렸다.
백두대간 산줄기 중에 덕유산은 속리 태백 두타 오대 설악산과 함께 중요 거점이 된다. 지리산에서 북진한 이래 첫 번째 큰 산이다.
국립공원 덕유산의 최고봉은 북쪽의 향적봉(1610m)이고 두 번째는 그 바로 밑의 중봉(제2 덕유산, 1594m)이다. 그러나 위쪽 덕유산은 백두대간에서 좀 떨어져 있다. 이번에 다녀온 서봉(장수덕유산, 1492m)과 동봉(남덕유산, 1507m, 동봉도 대간에서 약간 비껴있다)이 대간 길이다.
덕유산은 백두대간 산행이 아니라도 종주산행, 겨울철 설경 산행으로 이름이 나 있다. 한반도의 남쪽인데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덕유산 높은 봉우리에 걸려 많은 눈을 뿌린다고 한다.
대간 산행은 남쪽의 장수군과 함양땅인 육십령에서 출발, 무주군 무풍면의 빼재(신풍령)까지 30여킬로미터를 갈 수도 있으나 우리 산행팀은 중간을 잘라 삿갓재대피소에서 황점마을로 하산한 것이다.
밤 12시 서울을 떠난 우리는 새벽 3시40분께 산행을 시작했다. 첫째 봉우리는 할미봉(1026m)이다. 이번 구간 산길은 대체로 흙길이고 정리도 잘 돼있어 걷기에 편하다. 허나 할미봉부터 남덕유산까지 곳곳에 암릉이 있어 로프가 달리고 급경사 철계단이 여럿이다.
할미봉에 오르고 내릴 때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지만 겨울철 눈이 쌓이면 조심스러울 것 같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멀리서 보고 거대한 대포인 줄 알고 도망쳤다는 설이 있는 대포바위는 아쉽게 못 보고 어둠 속에서 사진으로만 마주쳤다.
서봉으로 가다가는 경남교육청 교육원에 가는 삼거리를 지난다. 교육원 쪽으로는 영각사란 절이 있어 황점마을과 함께 산행코스들의 기점이 된다.
새벽을 지나면서 나 자신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는 걸 새삼 절감한다. 출발할 때 별이 총총 떴으니 해돋이를 예상했어야 하는 건데 그저 걷기에만 급급했다.
선두그룹을 쫓아가다가 처졌으면 아예 느긋하게 일출을 볼 만한 자리에서 기다려도 되는 것을 선두와 후미 중간에 있다가 해돋이를 보지 못한 것이다. 오른쪽 정면으로 장쾌하게 우뚝 솟은 남덕유산. 그 오른쪽 능선들 사이로 여명의 불그레한 기운을 사진 몇장 찍고서 허위허위 올랐건만 서봉에 오르기 전에 태양은 떠올랐다.
교육원 삼거리에서 장수덕유까지는 고도차 500m를 올라간다. 장수덕유에서 남덕유는 1.2킬로미터 거리. 남덕유에서 월성재까지 고도차 200~300m 내려갔다가 삿갓봉으로 가려면 또 200여m 높이를 올라간다.
이번 산행은 여유시간이 많다. 일행은 삿갓재대피소에서 심산의 따스한 햇볕을 즐겼다. 후미팀이 오는 즈음 황점마을로 하산했다.
경남 거창군에 속하는 월성계곡 상류에 자리한 황점마을은 조선시대에는 쇠가 나온 곳이고 옛이름은 삼천동이라 한다. 20세기 중반 6.25전쟁 중 수백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학살당한 땅 거창은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는 의병이 활발했던 곳이다. 그 의병들의 주무대가 바로 덕유산이었을 것이다.
첫댓글 남덕유에서의 장험했던 해뜨는 모습들이 연속으로 스쳐가는 듯 하네요.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다음구간에서 뵙겠습니다.
마루금님처럼 느긋하게 느끼고 봐야 하는데 일출 장면을 제대로 못 봤네요. 다음 구간에서 함께합시다~~
내 얼굴이... ㅡ,.ㅡ 몰카에 잡혔네요... ㅋㅋㅋ..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내가 은계님 파파라치가 된 걸까요. 젊은 친구 이끌어주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맛에 진부령까지 계속 고 하시는 것이겠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독하고 갑니다.
마니또님 덕에 늘 안심하는 안산 즐거운 즐산 하고 있습니다. ^^
자주 아주 자주보아 좋은 대간길이었읍니다. 가족과 더불어 행복하소서
늘 유쾌해보이는 구구팔팔이삼사님 덕에 같이 즐거웠답니다~~
소년같은 미소가 아름다운 **지기님 글도이에욤 담엔 후미조로 오세욤 기막힌 일출을 함께 만끽 할수있답니다
미소라고 하면 감히 도르카스님의 카리스마 미소에 견줄 수 없지요. ㅎㅎ 담부턴 후미조 예약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머나먼 남미땅에서 이 강산으로 돌아오셨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