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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김(김희중) | "한적한 시골길, 지게를 지고 밭에서 돌아오는 아낙. 그 곁을 맨발로 아장아장 따르는 아이의 모습. 아득한 옛 농촌 풍경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1955년의 봉은사 가는 길, 지금의 서울 삼성동 코엑스 빌딩 앞 영동대교로 언덕에서 한강을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 봉은사 가는 길
설명을 읽기 전에 사진만 보면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의 오래전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근데 '어? 봉은사 가는 길?' 의외였다.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지난 가을에 찾았던 봉은사와, 봉은사 주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어지는 두 페이지의 긴 글에서 저자는 이 사진 한 장의 특별한 '그때 그곳에서'를 추억한다. '사진가예술연구회창립10주년'을
기념하는 촬영대회에 참가하여 300여점 중에서 영예의 특선을 차지한 작품이다.
책 <그때 그곳에서>는 동양인 최초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을 지냈던 에드워드 김(김희중)의 포토 에세이집이다. 수록된 60여점의 사진은 그때 그곳에서의 녹록한 사연을 저마다 품고
있는데, 사진가의 눈을 통하여 보는 세상이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냉전시대에
감행한 북한 취재
전 세계에 걸쳐,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동경과 선망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입사해 편집장까지 지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전설적인 존재로 여겨진다고. 저자가 처음 카메라를
손에 잡게 된 때는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아끼는 카메라와 필름 몇 통을 내밀며 세상을 담아보라고 했다한다.
그
이후 사진에 매료된 저자에게 가장 소중한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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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집단농장의 쉬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사진으로 북한취재기와 함께 실린 사진 중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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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김(김희중) |
| "단연, 1970년대 초의 북한취재입니다.
실력 있는 사진가들이 모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입사한 후, 회사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것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에 생각한 것이 북한취재였는데 당시 북한을 포함한 소련, 중국 등은 우편통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로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북한으로 갈 수 있을까를 고심하였고 6·25를 겪으며
들었던 '김일성장군'이란 노래가 생각나 김일성 장군에게 북한 취재를 허락해달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가 아닌 서방의 한 기자로서
북한취재를 감행하였습니다.
그랬다. 그의 말대로 당시에 북한을 포함한 공산권을 취재한다는 것은 생명까지 위험해 질 수
있는 일이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동료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렸고 저자는 유서까지 남긴 채 취재 중에 늘 가지고 다니는 철가방 12개를
가지고 모스크바로 간다.
북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세상에 북한의 상황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그의
피와 땀이 섞인 북한 취재 기사는 퓰리처상에 버금간다는, 전 미국 해외 기자단이 선정하는 '최우수 취재상'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된 것들은 책
2부에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이 글을 통해 사진에 대한 저자의 시각과 기자정신 등을 엿볼 수 있다.
"생명력 있어 마음을
움직여야 좋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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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동원되어 힘들게 쟁기를 끌어 농사짓는 모습. 일하는 가족 옆 흙바닥에서 잠이 든 아이. 자칫 부정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후진국스러운
장면들이지만, ‘하면된다’는 구호와 ‘잘살아 보세’라는 새마을 운동 노래를 흥얼거리며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고 땀흘려 열심히 씨를
뿌렸기에 오늘과 같은 발전이 가능했으리라 여겨집니다.-책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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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김(김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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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의 유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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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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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제목은 '한강의
얼음'. 저자는 이 사진을 찍고 난 후 일주일간 근육통으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좋은 사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사진이 좋은 이유는, 사람의 시각을 다양하게
해주고 시야를 넓게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보급된 요즘에는 누구나 필요할 때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너무 쉽게 찍고 너무 쉽게 버리는 것 같아 그것이 좀 아쉽습니다.
사물이나 어떤 세계에 쉽게 접근하여 많은 사진을
찍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버리는 것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풍성한 것을 얻을 수
있지요. 어떤 세계나 사물에 신중하게 접근하여 얻어지는 것들을 통하여 무언가 걸러내고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와 성장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사물과
다른 세계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얻어지는 것들은 분명 다릅니다.
좋은 사진이란 생명력이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입니다.
우선 보기에 좋은 사진 또한 좋고 시각적으로 끄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것에만 치중하다보면 자칫 쉽게 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여운이 깊이 남는 사진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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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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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김(김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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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조업을 나간 아들과 며느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가끔씩 목을 길게 빼고 고개를 돌려 먼 바다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등으로 전달되는 아이의
숨소리를 느끼면서 잠자는 아이의 엉덩이를 가볍게 손바닥으로 토닥여주는 할아버지의 정겨운 모습-책 속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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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김(김희중) |
| 그가 사진과 함께해 온지도 벌써 50년이 넘었다. 이번에 펴낸
포토에세이집 <그때 그곳에서>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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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ohmynews.com%2Fdown%2Fimages%2F1%2Fananhj_243286_78%5B424035%5D.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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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구두 |
"사진을
가까이 하면서 바로 내 주변의 아름다움에 더욱 매료되었고, 그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나의 사진과 글은
결코 충격적이거나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 놓은 사람에게 소리 없이 다가가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진의 매력에 이끌려 지난 50년 동안 사진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사진은 내 마음의 창을
열어주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습니다. 내가 발견하는 이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흔히 말하기를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포토에세이집을 만나고 사진 한 장의 힘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아니,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화로나마 저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진즉에 사진의 세계에 깊이 빠져
보았으면 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일었다. 또한, 그동안 무조건 많이 찍고 보자는 식으로 마구 눌러대었던 나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였다.
"2007년은 고등학생으로 개인전을 연지 꼭 50년 되는 해입니다. 첫 개인전을 연
것은 17살로 경기고 재학 중이었습니다. 그간 한국에 돌아 와 단 한번도 개인전을 해본 적이 없는데, 개인전을 연지 50주년 되는 내년에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아울러 50년 동안 찍어 온 사진을 전부 종합하고 엄선하여 책으로 묶어 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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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에드워드 김(김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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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김(김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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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희중은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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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의 사진가이며 편집인으로 널리 알려진 에드워드
김(김희중)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재학 중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연세대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 텍사스 주립 대학 신문학과와
미주리대학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하고 1967년에 내셔날 지오 그래픽에 입사하였다.
1971년 미국기자단 최우수 사진편집인상 수상,
1973년의 북한 취재기로 1974년 미국 해외기자단 최우수 취재상, 1979년 백악관 출입 기자단 사진 취재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80년
내셔날 지오그래픽 편집장 겸 기획위원으로 승진한 이후 미국 출판협회 최우수 편집상과 미국 디자인협회 편집기획상을
수상하였다.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시사주간지 <타임>의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중앙일보 사진자문위원과 월간
<지오> 편집장을 역임. 1994년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수상하였으며, 1999년에는 국내 사진인의 최고의 영광인 제 1회 이명동
사진상을 수상. HEK 홍보기획공사 대표,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초빙교수를 거쳐, 2006년 현재 상명대 석좌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Korea : Beyond the Hills', 'Decade of Success', 'The Family of Dolls',
'The Korean Smile', 'Taekwondo : The Spirit of Korea', 'THIS EHWA',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등이 있다.
<그때 그곳에서>는 바람구두에서 2006년 1월 16일에 나왔으며, 값은 1만98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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