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화상 드로잉’을 한 다음,
늘 그렇듯 그걸 사진(기록)으로 남겨야 치우고 다른 걸 할 수 있는데,
디카가 작동을 않다 보니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나는 디카만 멍하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오후엔,
지금 진행 중인 '멕시코 편' '몬떼레이 풍경'을 그릴까 했는데,
순간,
그것도 사진 찍어야 하는데? 하면서,
(어차피 그런 과정의 사진이 있어야 작품을 끝낸 뒤 '동영상' 제작도 할 수 있을 터라)
앞으론 동영상 작업도 못하게 되나? 하는 생각에,
김이 팍 새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만이라도 해둬야 하나? 아니면, 디카를 새롭게 마련한 다음에 시작해애 하나?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오늘 당장 디카를 마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아침에도...
그동안 며칠 흐리고 비가 온 뒤, 날이 쾌청해서 평소처럼 그 사진이라도 찍어두려고 했는데,
아, 디카가 작동을 않으니! 하면서,
역시 멍하니 푸르른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 여태까지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나에겐 절실한 문제였다.),
'디카'가 작동을 안 하니,
내 삶도 멈춘 기분이다.
그 동안도 상당히 오랜 시간(세월)을 이 디카와 함께 하며 살아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랬지만 외국에서도 실수로거나 바람에 날려 떨어트려 연결이 끊어지기도 어떤 부분이 찌그러지기도 하는 등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작동을 멈추기도) 했다가,
또 가까스로 복원을 시켜(일정 부분은 기능이 멈춘 것도 있음에도) 잘 써먹었는데,
언제부터 이 디카를 사용했었는지조차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나처럼 디카와 밀접하게 생활을 해온 사람도 많지 않을 텐데, (이 디카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에도 수 차례 나에게 경고를 해왔는데도, 그에 따른 준비를 못한 채 지내왔다가,
이런 순간을 맞게 된 것이다.
이제 이 디카와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됐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