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의 통계청 정치감사,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
최배근 건국대 교수
윤석열 정권의 특성은 노골적으로 국가기구를 사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점이다. 검찰공화국은 (인사권을 가지고 간접적으로 공적 권한을 사유화한) 과거의 독재 권력과 달리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권력 사고에 기초한다. 이러한 사고는 검사 개인을 국가기구인 검찰조직과 동일시하며 검찰 권한을 사실상 사유물로 생각해온 연장선이다. 따라서 (자연인과 분리한) 법의 지배가 아니라 (자연인의 이익 실현을 위해 도구가 된) 법을 이용해 지배하는 검찰공화국은 필연적으로 국가의 근간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공적 성격이 없는 국가기구는 존재 의미가 없다. 그리고 국가기구가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나라는 피폐해지고, 국민의 삶은 곤궁해지고, 그 나라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권 때 보다 정부 빚 늘린 ‘재정준칙 법제화’의 허구
첫 번째는 특권층의 정치적 욕망에 국가 재정의 근간이 무너지고 그 결과 경제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재정 권한을 독점하려는 ‘모피아의 검은 욕망’(재정준칙 법제화)을 포장한 ‘재정지출 최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국가 재정과 경제에 참극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윤석열 정권의 재정 운용과 그에 따른 경제적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사실 지난해 재정은 문재인 정권에서 편성한 예산이 기초를 이루고 있었다. 올해 재정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편성한 첫 예산이라 할 수 있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지난해 윤석열 정권에서 수입과 지출 모두 전년도(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하였다. 반면 올해 수입과 지출은 모두 전년도(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무엇보다 ‘재정준칙 법제화’에 집착해 수입 감소보다 지출을 더 크게 줄였다.
문제는 올해의 적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작았음에도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실현하려는 재정 건전성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경상성장률도 지난해(1.2%)가 올해(0.9%)보다 0.3% 포인트(p) 더 높았다. 그 결과 GDP 대비 정부채무 변동폭도 올해(+1.9%p)가 지난해(+0.6%p)에 비해 세 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불가피했던 정부채무의 급증을 재정 파탄으로 몰아세웠지만, 정작 재정 파탄은 윤석열 정권에서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 16개월(22년 5월~23년 8월) 동안 중앙정부 채무는 109.0조 원이 증가하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60개월(17년 5월~22년 4월) 동안 중앙정부 채무는 379.7조원이 증가하였다. 16개월 평균치는 101.3조원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정부채무가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문재인 정권에서보다 약 8조원이 더 증가한 것이다. 더는 문재인 정권의 재정 파탄을 거론할 자격이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모피아의 검은 욕망은 윤석열 정권의 재정이나 경제 모두를 무너뜨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재정 운용 및 경제성과 변화
프레임 짜놓고 진행되는 감사원의 통계청 정치감사
두 번째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국가기구들을 권력 도구로 전락시키며 국가구조가 붕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정권은 헌법에 따라 직무 독립성을 보장받은 감사원을 대통령의 하부기관으로 전락시켜 전임 정권의 모든 국정운영에 대해 정치적 감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치적 독립성이 필요한) 통계청에 대한 (정치적 독립성을 포기한) 감사원의 정치감사이다. 그 결과 국가 통계 행정은 그 근간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윤석열 정권의 감사원은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해 6월부터 ‘국가통계시스템 운영 감사’를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계 조작’은 윤석열 정권 감사원의 정치적 프레임이다. 예를 들어, (감사가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청 감사 관련 뉴스가 12월 중순 이후 폭발적으로 보도되었고,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소득분배지표 개선을 위한 윗선의 압력 및 그에 따른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였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 과정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언론에 흘리고 부패 언론이 받아쓰는 방식이 감사원 정치감사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의 논란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는 전통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작성을 위한 가계지출 관련 통계 생산에 목적이 있었으나 사회적으로 소득 불평등에 관한 관심이 제고되면서 가구소득 통계조사가 병행되었다. 그런데 표본가구가 36개월간 매월 가계부에 기입해야 하는, 응답에 대한 높은 부담으로 응답률이 떨어지고, 특히 고소득층의 비협조로 상위 소득자가 누락되거나 소득이 과소 보고되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게다가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정보보호 의식 강화 등에 따라 응답 거부 증가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였다. 사실, 이런 문제로 OECD 대부분 국가의 경우 연간 소득 중심 조사로 소득분배지표를 작성하는 현실이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3.10.13. 연합뉴스
조사방식 변경 탓 오락가락한 소득분배지표
이에 따라 학계 및 국회, 언론 등에서 가계동향조사 소득분배지표의 정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었고, 그에 따라 감사원이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 통계청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하였고, 통계작성의 부적정을 통보하고 개선을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통계청은 박근혜 정권 말인 2016년 12월 8일 국가통계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 개편하기로 결정하였다. (통계청 통계작성 변경승인 고시 제2016-396호) 단지, 정책당국과 연구자 등 기존 가계동향조사 소득자료 이용자 지원을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소득부문도 조사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조사의 한시성으로 인해 신규 표본을 추가하지 않다 보니 표본규모가 기존 월 8700가구에서 5500가구로 축소되었고, 조사방식도 종래 가계부 기장 방식이 아닌 조사대상 가구에서 한 달 동안 발생한 소득 및 비소비지출 항목만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해프닝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조사 방식의 변경으로 2018년 2월에 발표된 ‘2017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하위 20%의 소득 개선이 나타났고, 이를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예를 들어, 김동연(2018.03.06.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은 “(…) 다행스럽게도 지금 우리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 관련된 거라 할 수 있는데 가계 실질소득이 있습니다. 그게 지금 9분기 만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특히 제가 제일 취임 이후에 가장 좋아하는 통계가 최근에 나왔는데, 소득 1분위가 있습니다. 제일 어려우신 하위 20% 계층이죠. 그분들의 지금 소득 증가율이 10%를 넘었어요. 이게 작년 1/4분기까지는 감소하고 있던 숫자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김동연이 과장 행동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2018년부터나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4분기의 하위 20% 가계의 소득 개선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통계의 산물이었다. 문제는 한시적 소득조사를 멈추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2017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던 애초 통계청의 계획과는 다르게 2018년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조사를 지속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통계청은 조사항목의 전국단위 대표성 확보 및 모집단 변화 반영을 위해 표본을 확대하였다. 급격한 시계열 단절을 방지하고 연속성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의 조사 결과에 관심은 집중되었고, 2018년 5월 24일 발표된 통계청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로 급감했고,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로 급증해 소득분배지표가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악으로 나타났다. 사실 (고령층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등을 포함할 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권익위 감사와 관련한 본인 입장을 직접 소명하는 '대심'에 출석하기에 앞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대심 제도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거나 견해차가 큰 사안에 대해 감사받은 당사자들이 감사위원들에게 본인의 입장을 직접 소명하는 제도다. 2023.5.3. 연합뉴스
임금노동자만을 분류해 도출한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
그날 오후,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통계청 소득통계 담당 과장과 주무관을 청와대로 호출했고, 회의에는 3개월 뒤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강신욱 전 청장도 보건사회연구원 소속으로 동석하였다. 지금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는 이 회의에 초점을 맞추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청와대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통계를 발표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회의 참석자가 후임 통계청장에 발탁될 정도로 윗선의 ‘압력’과 ‘통계 왜곡’이 있었을 것이라는 프레임이다. 긴급회의를 통한 검토과정에서 뒤늦게 2017년 가계동향조사 개편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재확인하였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 원자료를 활용해 임금노동자만을 분류하여 분석해보니 임금노동자 모두의 임금 증가, 특히 저임금노동자 임금 증가율이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31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 긍정효과가 90%”라고 주장하면서 전선이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공(홍장표)이 청와대에서 밀려나고 늘공(모피아)이 청와대를 접수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늘공 중 한 명이 (2018년 6월부터 문재인 정권 말까지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지낸) 현 통계청장 이형일이다. 지난주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이형일은 “청와대로 간 자료는 자료 제공으로 봐야 하지만 문서 요청이 없었던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고, 게다가 법적 근거 없이 세부 마이크로데이터가 외부로 나간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통계 조작도 없었고 자료 제공 과정의 불법도 없었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보은(?)으로 자기가 햇수로 5년을 일했던 문재인 청와대에 칼을 꽂은 것이다. (통계작성ㆍ공표 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 누설 및 목적 외 사용의 금지 등에 관한) 통계법 제27조②호(나)목에 “관계 기관이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에는 공표 전에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도 통계청 발표 전 111건을 미리 받아 본 사실을 한병도 의원이 밝혔듯이 국정운영의 필요상 대통령실이 요청할 때 통계청이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그리고 제3항③호에서 “통계작성기관은 제2항제2호나목에 따라 작성된 통계를 제공하는 경우 내용, 일시, 제공자, 제공 방법, 제공받은 기관명 및 담당자를 기록한 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 5년 동안 보존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문서 요청은 의무 사항이 아니고, 통계청의 기록 의무가 있을 뿐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이슈를 분석할 수 있는 국책연구원인 한국노동연구원에 청와대가 분석을 의뢰한 것을 외부로 나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이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통계 조작 의혹 제기는 사실과 거리가 멀고, 감사원의 통계청 감사는 문재인 정권의 통계 조작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감사에 불과하다. 정말 심각한 점은 윤석열 정권이 권력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국가 통계 행정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통계는 문명사회에서 국가 운영의 기초가 되는 핵심 자원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권력의 목적을 위해 전임 정부의 통계 행정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면 향후 공무원들의 통계 행정 지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연구개발 예산이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 이상으로) 국가 통계를 이용해야 하는 분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것이고, 국가기구를 사적 이익 실현을 위한 사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한 상상할 수 없다. 전통 시대조차 폭군을 제외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신의 경제철학 분명히 하고 인사에 관철시켜야
국가 근간이 무너지는 데에 민주당의 책임 역시 만만치 않다. 국정운영의 성공 여부는 인사에 달려 있다. 민주당 정권의 경제관료들이 물러난 후 대형 로펌이나 재벌기업, 민간 금융기관 등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이명박근혜 정권이나 윤석열 정권 등으로 복귀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민주당이 여당과 정치철학에서 차이가 있다면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결정하는 이른바 경제철학에서도 당연히 차이가 존재해야 하고, 특히 1990년대 이후 금융이 민생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금융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철학 차이의 중요성을 모르다 보니 이명박근혜 정권의 경제 비전 설계에 핵심 역할을 한 경제관료들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령탑으로 앉히는 일이 일어난다. 경제철학과 금융의 관점 등에 무슨 차이가 존재하냐고 얘기하면 무식을 드러낼 뿐이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9.15. 연합뉴스
이명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계한 이들을 등용할 것이라면 뭐 하러 정권을 교체한 것인가? 그 결과 서민들이 볼 때 민주당 정권에서 뭐가 달라졌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고, 민주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가난한 이들이 부유층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한다고 불평한다. 본인이 강연에서 듣는 가장 아픈 소리가 “지난 20년 넘는 기간 민주당 정부에서 우리 서민의 삶이 뭐가 달라졌느냐?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다고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질문이다.
솔직히 경제적 관점에서 민주당과 여당의 차이는 오십보백보에 불과하다. 물론, 보수는 공적 자원의 사유화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특권의 제도화와 세습화를 추구하고, 심지어 사적 이익을 위해서는 국익조차 수단으로 삼는 매판적 특권층 성격이 강한 집단이라는 큰 차이가 있긴 하다. 이러한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민주당에게 반복적으로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 정부에서도 서민의 척박한 삶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는 속에 국가 근간이 무너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 일익을 담당해온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이 민주당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이재명 민주당이 기존 민주당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재명 정치의 차별성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출처 : [최배근 칼럼] 국정운영 근간마저 무너뜨리는 폭군 정권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