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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칠순 생일맞이, 위기와 기회
누구나 위기와 불행의 순간을 맞는다.
바로 그 위기와 불행에 대한 내 생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일 뿐이라고 한다.
위기 이후에 대한 말은 없다.
그런데 달리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극복이 전제된 말이다.
내가 곧 그리 말하는 부류에 속한다.
불행에 대한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불행은 그저 불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그 길목이라고 내 늘 생각한다.
그러기에 내 그동안 지치고 힘들었던 세월들을 감동해온 것이다.
지난 주말인 2017년 5월 13일 토요일과 14일 일요일 이틀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그 이틀 사이에 내게 위기와 불행이 겹쳐 들이닥쳤다.
전날은 내 고향땅 문경에 마련해놓은 텃밭 ‘햇비농원’을 찾아갔던 날이고, 뒷날은 한강 둔치에서 10km 걷기를 한 날이다.
바로 그 전날에 내게 큰 위기가 있었고, 그 다음날에는 그 위기가 불행으로 이어졌다.
그 시초는 부부싸움이었다.
그 부부싸움은 텃밭 농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날은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재향 친구들 모임이 있는 날로, 마침 텃밭 농사로 고향땅을 찾은 김에, 그 모임에 발걸음해볼까 하는 생각도 한편 하고 있었다.
친구들을 만났다하면 술을 대취하도록 마시는 남편인 나의 건강을 걱정해서, 이날의 내 그 중첩된 행보를 못마땅해 했었다.
그랬던 아내가 생각을 바꿔서 친구들 모임에도 들러보자고 하면서 이날의 농사를 서둘러 끝냈다.
당연히 대취를 했고, 그 바람에 아내가 운전을 해서 밤길의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향해야 했다.
그런데 바로 그 귀경길의 차안에서 부부싸움을 한 것이다.
말이 부부싸움이지, 나는 큰소리로 윽박지르고 아내는 찔찔 눈물만 짜는 불균형의 부부싸움이었다.
전말은 이랬다.
농원에서의 농사 끝판의 일이었다.
친구들이 모이는 점촌의 ‘OK’식당으로 찾아가려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던 중에, 아내가 농기구 창고에서 무거운 해머를 찾아들고는 뒤편의 텃밭으로 가는 것을 얼핏 봤다.
도대체 뭐하려고 그러는지 궁금해서 잠시 뒤에 나도 따라 텃밭으로 가봤다.
가봤더니, 그 해머로 알루미늄 지주대를 박으려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박에 짐작됐다.
받쳐주지 않아서 바닥으로 늘어진 포도나무 가지를 그 지주대 위에 걸쳐 올려놓을 작정에서 그러는 것이겠다 싶었다.
누가 봐도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내가 하지 않고 있으니, 아내가 그리 나선 것이었다.
내 그런 판단이 섰으면, 아내가 들고 있는 그 해머를 내가 넘겨받아서 지주대를 박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서 내 이렇게 말을 해야 했었다.
‘미안해요. 일찌감치 내가 챙겨봤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다른 말이었다.
이 한마디였다.
“그걸 왜 당신이 하는 거요?”
그것도 노기 띤 목소리로 그랬다.
그러고는 해머를 확 빼앗다시피 넘겨받아서 내가 지주대를 박았고, 그리고 바닥에 늘어진 포도나무 가지를 그 위에 얹어서 일을 끝냈다.
그렇게라도 일을 끝냈으면, 거기에서 말도 끝내야 했었다.
내 마음속으로는 내가 나서서 그리해 준 것이 자랑스러웠다.
애썼다든가 고맙다든가 하는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내가 아무 말이 없었다.
그게 내 속마음에서는 섭섭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일단 그 순간이 지났으면 잊고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잊지를 못하고 가슴에 담아뒀다가, 대취한 상태로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얹혀 타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그 섭섭한 사연을 끄집어내서 트집을 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트집,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영동고속도로에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서울 서초동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3시간 내내 이어졌고, 집에 와서도 금방 잠들지를 않고 혀 고부라진 소리로 계속 시부렁거려댔다.
내 그렇게 아내의 심사를 쥐어틀어댔으니 아내가 온전하게 그 밤을 지낼 리가 없었다.
결국 그 다음날까지 아내는 상한 그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고, 이날 오전에 여의도 여의나루에서 진행된 제 4회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걷기로 했던 것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혼자라도 그 행사에 나가야 했다.
9년째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회원들과 이날 행사를 같이 하기로 미리 약속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른여덟 나이의 처녀임에도 하도 하는 짓이 곱고 선해서 내가 ‘38광땡’이라는 별명까지 지어 부르고 있는 신은영 회원이 나와 아내와 함께 가려고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으로 오기로 한 터였으니, 그 신 회원을 데리고 여의도 행사현장까지 가줘야 했다.
아내가 동행하지 않는 판이었으니, 영 기분이 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나도 이날 행사에 빠질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빠지면, 그 비는 시간에 집으로 가서 또 아내와 다툴 위험성이 없지 않겠다 싶었다.
그래서 비록 아내를 동행하지는 못했지만, 나 혼자라도 행사에 참여해서 기분을 전환시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10km 걷기 스타트라인을 넘어서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강변의 아름답고 시원한 풍경에 빠져들 수 있었고,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신 회원이 2시간 43분 11초의 기록으로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당연히 축하의 뒤풀이가 이어졌고, 나로서는 지켜야할 주일도 빼먹고 낮술에 취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취기가 깊어진 오후 2시 반쯤해서 내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 한 통이 수신되고 있었다.
아내가 보낸 것이었다.
게슴츠레 했던 내 두 눈이 확 뜨였다.
이날 내내 전화를 안 받던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눈을 비벼가며 그 메시지 내용을 챙겨봤다.
그 내용, 곧 이랬다.
‘내일 서현이 외할머니 생신이니까 꽃바구니 좀 좋은 걸로 보내세요. 오전 일찍 보내라 해요.’
눈을 껌벅거리며 문자 메시지를 일고 있는 내 모습을, 앞자리 신 회원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미소, 내가 읽고 있는 메시지가 누가 보낸 것이며 어떤 내용인지 다 알고 있다는 암시가 담겨 있었다.
이왕 눈치 챈 것이라면 확 까발려주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이거 함 봐.”
그러면서 내 핸드폰을 그대로 신 회원에게 넘겨줬다.
내 핸드폰을 넘겨받은 신 회원이 메시지를 유심히 챙겨 읽고 있는 동안에 내 이렇게 한마디 더 보탰다.
“나는 술이 너무 취해서 안 되겠으니, 은영이가 우리 마누라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꽃의 종류라든지 크기라든지 그리고 리본에 쓸 글귀까지 해서 구체적으로 상의를 해서 좀 보내줘.”
술이 취했다고 한 것은 핑계였다.
취기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가, 그 취기의 말투가 문제가 되어서 또 다른 다툼으로 번져갈 수도 있어서, 이를 경계한 것이었다.
“예, 그럴게요.”
신 회원의 답이 그리 선선했다.
곧 이어 낮 술판은 끝났고, 나는 집으로 들어와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아내에게 혀 꼬부라진 소리로 이렇게 귀가를 알렸다.
“하이고, 술이 시기 취하네. 그나저나 당신 참 잘했소. 안사돈 회갑이라고 꽃바구니 보내드리라고 한 거요.”
사실 그 혀 꼬부라진 소리도 일부러 그리 한 것이었다.
취한 척해야 아내가 그냥 넘어가줄 것 같아서였다.
일부러 발걸음도 더 비틀거렸다.
아내가 뭐라고 답을 하기는 했으나,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낮잠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 깨어난 때는 저녁나절이었다.
카카오톡 메시지가 한 통 수신되어 있었다.
신 회원이 보내준 것이었다.
그 내용, 곧 이랬다.
‘사모님과 상의해봤는데, 꽃바구니로 결정했어요~~ 문구는, 왼쪽-사랑받기위해 태어난 당신을 축복합니다. 오른쪽-♡서현이 할매,할배 드림♡ 주문은 법무사님이 거래하시는 서울시민교회 희망부 집사님에게 했어요. 10만 원짜리로 고급지고 예쁘게 해달라고 특별히 부탁드렸는데요, 내일 스승의 날이라 9시에는 배송 어렵다하셔서 12시 전에는 꼭 배송해달라고 신신당부 드렸어요. 위의 내용은 모두 사모님께 전달했습니다~^^’
위기가 기회로 이어지고, 불행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내 그래서 신 회원에게 그 답을 했다.
이리 했다.
‘이번 일은 하나님의 작품이었어요. 밤새 부부싸움을 했고, 아침까지 설득시키지 못하고, 불행하게도 혼자 길 떠나야 했던... 더군다나 화창하게도 아름다운 날에.... 그 하루 내내 은영이는 달리면서 우격다짐 남편인 나를 생각했겠고, 나로 인해 슬픈 내 아내를 생각했겠지... 그리고 줄줄이 사연이 이어져, 우리 안사돈 환갑에 꽃다발 좀 보내라는 아내의 그 용서 담긴 메시지... 그리고 은영이의 모닝케어까지... 내 상처받은 마음을 씻겨주는 그 마음 그 손길들... 그러니까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 같은 작품이라는 거지요.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