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일백열 번째
하얀 그림자
그림자 내 모습은 거리를 헤매인다 / 그림자 내 영혼은 허공에 흩어지네 / 어둠이 내리는 길목에 서성이며 / 불 켜진 창들을 바라보면서 / 아 아 아 아 외로운 날 달랠 길 없네 / 그림자 내 이름은 하얀 그림자. 가수 서유석이 부른 <그림자>입니다. 가수의 음색처럼 쓸쓸한 노래입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하얀 그림자’라는 단어에 생각이 멈췄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그랬습니다. 어떻게 그림자가 하얄 수 있을까. 무슨 뜻일까. 역설적 표현일까? 그래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가사를 보면 어둠 속에서 불 켜진 창들을 바라보는 자신을 ‘하얀 그림자’라 했습니다. 투명 인간처럼 사는 자기의 처지를 그리 표현한 걸까요? 간혹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을 봅니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재산도 명예도 인품도 없어서 그런 취급을 받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때로는 제법 재산도 있고 명예도 있는데도 모임에 나와 투명 인간처럼 앉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다른 얘기를 나눕니다. 그래도 무슨 말인가를 열심히 떠듭니다. 마치 혼자서라도 떠들기로 작정하고 나온 사람 같습니다. 그를 보면서 아, 하얀 그림자란 그런 사람의 그림자를 말하는가 보다, 그랬습니다. 투명 인간이니 그림자도 하얄 것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어느 목사님이 내게 일러주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어둠뿐인데 한 줄기 빛으로 우뚝 선 그분의 그림자가 어떻겠느냐고 말입니다. 전혀 다른 눈으로 이해한 겁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만 ‘하얀 그림자’의 뜻을 그리 해석할 수 있나 봅니다. 여전히 무명無明에 갇혀 있지만, 쓸쓸함보다는 자유를 얻은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