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 한번만 (上)
w. 표짐승
개강첫날이라 그런지 학교안은 떠들썩했다. 무엇보다 들뜨게 하는 건 올해부터 2학년이 되어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설렘에 화장을 하고 잔뜩 꾸미고 캠퍼스를 누비는 새내기 여학생들부터 염색한 머리를 잔뜩 세우고 강의실을 찾아 헤매는 남학생들 까지, 학교는 풋내가 진동했고 날씨도 좋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기들과 으레 잘지냈냐는, 궁금하지도 않은 질문공세를 퍼붓고 떠들고 인사를 하니까 금방 피곤해져온다.
지금이 일어날 시간인데 지각도 면하고 여기와있는 것도 내가 조금은 장하고.
"안녕하세요."
민혁과 뒤뜰에서 담배를 피며 개강총회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을 때 노란 머리통이 불쑥하고 나타났다.
"신입생이야?"
민혁은 노란머리통이 들고있는 전공책을 바라보며 사람좋게 웃어보였다. 날씨가 조금 추운지 잔뜩 움츠린 어깨와 입술새로 허연 입김, 그 새로 네. 하고 짧게 대답하는 놈.
"우지호 입니다."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통성명을 한다.
"어, 반갑다. 난 2학년 과대 이민혁, 이쪽은 이태일이야."
"아, 예."
나를 힐끗 쳐다보던 눈이 이내 자신의 발끝으로 떨어진다.
"나 쟤 알아."
건들거리며 멀어져가는 익숙하지만 낯선 뒷모습을 보다가 담배를 비벼끄며 내가 말했다.
우지호. 금일고를 다녔던 내 또래에겐 익숙하고 두려운 이름이다. 나보다 한 학년 아래였던 그를 생각하면 옆을 꼭 붙어다니던 징징거리는 여자애하나와 커다란 굉음을 내는 바이크 한대, 그리고 복도에 쭈그려 반성문을 쓰던 그 손이 생각났다.
그 손,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뭘 봐."
인쇄물을 들고 낑낑거리며 지나가는 나에게 툭 내 뱉은 말도.
"뭐라고 했냐?"
"뭘보냐고"
"니 손."
"...병신."
내 명찰을 힐끔거리는 걸 보니 내가 한 학년 위라는 걸 알텐데도 건방지게 쏘아붙이던 그 눈도, 곱게 생겨가지고 필터링 없이 욕을 내뱉던 그 입술도 다 기억났다.
우지호는, 내가 쫄지도 않고 가만히 서있자 나를 빤히 노려보더니 천천히 교복을 털며 일어났다. 그러다 지나가던 학생부장한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았지만. 순간 경직된 몸이 풀려 발걸음을 재촉하자 옆얼굴에 시선이 꽂혔다. 분명 겁나 야리고 있겠지.
양아치 같은 놈. 복도끝에 다다라 뒤를 힐끔보니 눈이 마주쳐 버렸다.
아씨...쪽팔리게. 볼멘소리를 중얼거린 그 말을 들었던것 같기도 하고.
-
"봤어?! 대박-!"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멀리서 김유권처럼 생긴 놈이 우다다 뛰어오더니 나에게 대뜸 소리를 지른다.
우지호 말하는 거 겠지.
"뭘."
툭 내 뱉고 수저로 된장국을 휘휘 젓고 있는데 옆에 털썩 앉아버린 김유권이 킬킬 거린다. 새끼, 밥맛떨어지게.
"우지호, 걔 우리과 왔드라, 존나 꼴통이였는데 여긴 어떻게 왔지?"
그래서 세상이 존나 불공평하다는 거야. 고딩때 코피 터져가며 공부하던 우리도, 옆구리에 여자끼고 놀던 양아치도 결국 같은 학교다. 생각하니까 더 열받네. 무슨 수로 여길 온거지?
나는 대답대신 밥을 한 숟갈 크게 떠 입에 우겨넣었다.
"아, 그 새끼가 선배라고 부르면 존나 후달릴거 같은데.."
하면서도 또 킬킬.
그 반반한 얼굴로, 벌건 입술로 선배님. 하는 우지호를 생각하니 없던 밥맛이 뚝 떨어져버렸다. 괜시리 자리에서 확 일어나 여전히 킬킬대는 김유권의 등짝을 후려갈긴 뒤 아프다며 미친놈, 나쁜놈, 별별 욕을 뒤로 한채 저벅저벅 걸어나갔다.
별 감정 없는 우지호였는데, 뭐 유명하긴 했나보다. 그 놈이 워낙 꼴통이였어야 말이지. 조금은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김유권처럼, 나도 금일고의 졸업생으로써 우지호와 또다시 같은 학교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반갑기도 하고, 또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
"안녕하세요."
탕, 하며 캔커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도르르 굴러가 삐딱하게 서있는 우지호 발 끝을 툭 친다. 우지호는 벙쪄있는 나를 힐끗 보고 캔을 줍는다.
"어, 그래.. 안녕."
"여기..."
내 손에 캔을 내밀고는 자판기 앞에서 차분히 지폐를 넣는 우지호. 어느정도 놀란가슴을 진정시키고 무거운 그 공간을 떠나야겠다다고 생각했다.
"우지호!"
지훈이였다.
"어? 태일이도 있었네, 뭐야. 너도 재수강?"
아 씨... 쪽팔리게..
"어."
능글맞게 입을 비죽이며 물어오는 지훈은 내가 들고있던 캔커피를 쏙 가져가서는 잘 먹을 게.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도 없고 다시 자판기로 가려는데 불쑥, 캔커피 하나가 내밀어진다. 잡고있는 길고 하얀 손가락, 설마 하고 시선을 죽 옮기니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우지호가 있었다. 막에 씌여져 있는 것처럼 까맣고, 찢어진 얄상한 그 눈과 마주치기 전에 얼른 고개를 숙이고 캔커피를 받았다.
"어. 고맙다.."
받아드는데 청승맞게 떨리는 손가락을 잘라내고 싶었다. 어느새 지훈이 다가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캔을 부딪히며 짠-! 하며 입을 연다.
"아, 맞다. 지호야 이따가 끝나고 동방으로 와라."
"네."
"어?! 우리 동아리는 왜?!"
화들짝 놀라며 내가 되묻자 캔을 따던 지훈이가 멈칫한다. 아 나.. 너무 오바했나.. 우지호를 힐끗 보니 묵묵히 지훈이를 보고있다.
"아, 말 안했나? 얘 오늘 들어왔어."
"그래. 아.. 그렇구나. 그래, 잘 들어왔어."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있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아오 우지호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어버버거리지?
설마... 날 기억하진 않겠지.
재수강의 굴욕으로 나와 지훈이는 맨 뒤에 앉았다. 교수님은 자주본다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강의가 시작되자 지훈은 앵그리버드 삼매경에 푹 빠졌고 나는 졸린 눈으로 강의실을 둘러봤다. 전공 수업이라 그런지 다들 열심히다. 나도 첫 달은 저랬지. 얼마 안갈것이다. 뿌듯한 눈으로 새내기들을 보고 있는데 등을 잔뜩 구부린 우지호가 보였다. 유독 튀는 노란머리,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그 손. 쌈질하던 손 답지 않은 하얗고 긴 손.
....아 맞다, 저 손으로 자기보다 한 학년 위인 선배하나를 개패듯이 팼었다.
그날은 체육대회였다. 점심시간 마다 짬내서 축구를 하던 실력을 발휘할때가 온 것이었다. 수비를 맞게 된 나는 잔뜩 들떠 작은 운도장을 누볐고 태클을 잘 못당한 건지, 깝쳐서 그런건지 발이 삐어 양호실 신세를 지게 됐었다.
"아, 씨... 발 삔거 같은데.."
"아, 저 새끼 존나 얄밉네."
땀에 흠뻑 젖어 윗통을 벗고 나에게 달려온 김유권이 나를 쓰러뜨리고 골을 넣은 상대편 한 놈을 째려보았다. 반칙이다 아니다 항의가 빗발쳤고 나 때문에 분위기가 살벌해진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났다. 지릿한 통증이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덕분에 우리편은 졌고 금방 퉁퉁 부워버린 발목을 보고 양호실을 가라는 체육선생에 말에 들뜬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양호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엔 우지호가 있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인 침대 위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던 우지호. 그 모습에 괜히 긴장됐다.
"어머, 발이 왜그래."
"축구하다가..삔거 같아서요."
내 말에 우지호의 시선이 뒷통수에 꽂힌다.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이 안이 조금 더운거 같기도 하고.. 손부채를 하며 절뚝절뚝 내가 의자에 앉자 양호선생님은 내 발목을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혀를 찼다.
"뿌러진거 같은데, 어쩌다가 이랬어? 넘어졌어?"
"태클 잘 못 받다가요.."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자, 양호선생님이 부목을 대줬다. 나는 최대한 우지호쪽은 안돌아보려고 노력했고 뒷통수는 계속 간지러웠다.
"병원가봐. 아마 깁스하고 다니게 될거야."
"네.."
당황한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뒤적여 김유권 번호를 눌렀다. 데리러 오라고, 병원데려다 달라고 말을 하는 동안 힐끗 본 우지호는 나를 또 야리고 있었다.
다음날 깁스를 하고 불편한 다리로 학교를 가니 반 애들이 난리였다. 갑작스런 영웅대접에 우쭐한 내가 더 심하게 절뚝이며 자리에 앉자 김유권이 쪼르르 달려와 내 옆에 앉았다.
"어제 너 태클한 새끼 있잖아. 지금 그 새끼도 병원에 있어."
"왜?"
"체육대회 끝나고 그 새끼랑 우지호 친구랑 시비가 붙었다고, 우지호가 개 패듯이 팼데."
순식간에 우지호가 떠올라버렸다. 양호실 한켠, 따뜻한 볕을 등지고 앉은 우지호, 나를 보던 그 눈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그건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속이 답답해져옴에 나는 비웃어보이며 망나니새끼...라고 중얼거렸다.
-
동아리방엔 일부러 가지 않았다. 우지호와 있으면 그 알수없는 중압감에 나까지도 이상해 지는 것 같았으니까.
강의가 마치자마자 김유권을 잡고 빨리가자고 난리부르스를 피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지훈이였다.
"너 빨리 안튀오냐?!"
통화버튼을 누르자 마자 지훈의 고함소리에 귀가따가웠다. 아이씨... 집에 가고있다고 거짓말 할 수도 없고, 이게 다 꼼지락 거리는 김유권때문이다.
"아, 나 이제 정문지나가는데.. 오늘 집에 빨리 가봐야돼서."
"너 다 보이거든, 지금 김유권이랑 있지. 빨리 텨와라. 십초안에 안튀오면 담 공연 니 메인."
문사이에서 기타소리가 흘러나왔다. 괜시리 긴장된 나는 문을 조심히 열었고 거기엔 책상에 발을 올리고 앉아 우지호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지훈이와 가만히 코드를 잡고 기타줄을 튕기는 우지호가 있었다. 양아치가 무슨 기타냐고 졸라 비웃었는데 뭐, 그림은 나온다.
"어, 왔냐. 어딜 토껴.. 신입생이 왔는데."
"안녕하세요."
숨이 차올라서 한참을 숨을 고르다가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아무렇지 않게 지훈이 옆에 앉았다. 인사를 하기위해 일어난 우지호는 다시 자리를 고쳐 앉았다. 아, 적응 안되게 날 향해 병신 하던게 고개를 꾸벅이며 안녕하세요 라니, 고딩때 동창들이 알면 뒤집어지겠다.
"아니아니, 그건 D코드고, C잡아봐."
기다란 손가락이 유연하게 줄위로 흘러간다. 줄을 가볍게 누르고 띵- 하고 소리를 내자 표지훈이 껄껄대며 잘한다며 웃는다. 우지호, 제법 열심히다. 고딩때 머리를 맞았나 왜저렇게 달라졌지? 건들건들 슬리퍼 직직 끌고 맨날 오토바이 타고 학교오고 그랬었는데 뭐가 그를 저렇게 만들어 놨을까...
"이태일!"
"어. 어?"
표지훈이 능글 맞게 웃으며 '병신아, 뭐해.' 한다. 요즘 봄이라 그런가 얼빠지는 일이 많다. 저 우지호가 나타나 징그럽게 안어울리는 짓을 하니까 더 그런건지도... 나도 참 간이 작아서 별것에 다 신경이쓰인다.
"아, 맞다. 얘 수원산데. 너도 수원 산다하지 않았냐?"
"어, 맞아."
오 지저스... 안돼... 내가 금일고 나온거 알면 우지호가 가만히 안놔둘텐데.. 아니, 적어도 후배노릇은 안하려 할것이다.
"야.. 둘이 모르는 사이야? 같은 고등학교나온거 아니야? 지호 너 학교 어디나왔냐?"
기타소리가 멈췄다. 이 알 수 없는 긴장은 나와 우지호, 둘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우지호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나를 빤히 봤다. 기억해내려나?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고 책상에 묻은 얼룩을 문질렀다.
"...금일고나왔습니다."
이윽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넌?"
표지훈 이 도움 안되는 새끼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물어왔다.
"야, 수원이 그렇게 좁은 줄 아냐. 니는 어디나왔는데?"
아... 내가 한 말이지만 너무 어색해서 시공간이 오그라들 정도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지훈은 허허, 웃으며 그런가? 하며 자기가 나온 고등학교를 열심히 설명중이다. 뭐 인천에 있고 앞에는 바다가 보이고 어쩌고.. 지훈이 신나게 침튀겨가며 학교자랑을 할 동안 슥 하고 우지호를 올려다 봤는데 나랑 눈이 마주쳐버렸다. 서늘하게 날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기타줄을 잡는다.
다행이다. 날 기억 못하는 거야.. 그 수많은 사람중에 한번 마주쳤다고 날 기억할리 없어.
순간 긴장이 풀리고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조금은... 서운했다.
-
아니, 근데 조금 억울한게 있다.
나는 왜 우지호를 그렇게 신경쓰는 것일까? 왜? 걔가 뭐라고.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냥 학 일진날라리허세양아치꼴통새끼인데? 아니지, '였는데?' 게다가 지금은 성인이 됐고 우지호도 더이상 허세일진놀이 안하는데 왜?
"나도 그래."
김유권이 맥주를 들이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신경쓰이지. 근데 너 만큼은 아니다. 니 아직도 걔한테 쪼냐? 야 우리가 한 학년 더 많았어, 임마."
"알아. 쪼는거 아냐. 그냥... 신경쓰여."
"아, 몰라몰라. 왜 그 놈얘기를 하고 있어 우리가."
그러게, 그 만큼 우지호는 고등학교때도 가십거리였으니까. 여자애들이 항상 모여서 하는 얘기들, 우지호가 누구랑 사귄다니, 잤다니, 누굴 때렸다니 그런 헛소문들.
"일학년 이제 오고있데. 야야! 파릇파릇한 신입생들께서 오신단다!"
표지훈 저 자식, 싱글벙글 신이 났다. 개강총회가 시작됬다. 김유권 처럼 벌써부터 꽐라가 된 놈들도, 나처럼 슬슬 취기가 오르는
놈들도 보송보송한 일학년들을 맞이한다고 난리법석들이다. 일학년이 온다고 사이사이에 자리를 비워내고 안주를 시키고 술을 시키는 동안, 벌게진 얼굴로 차례차례 인사하며 들어오는 새내기들, 그 사이에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걸어오는 우지호도 보였다.
김유권은 풀린 눈으로 나를 툭툭치며 일진님 납셨다며 킬킬거렸고 속이 더부룩해진 나는 맥주를 꿀꺽 삼켰다.
"야, 우지호! 이리와바라."
이윽고 자리를 꿰차고 앉은 여학생들 사이로 찬밥신세가 된 남학생들이 멀뚱멀뚱 자리를 둘러보는 사이에 김유권이 큰 소리로 우지호를 불러냈다. 아, 안돼 제발. 우지호가 이쪽을 보더니 다가왔다. 큰 키에 긴 다리가 성큼성큼 빠르게도 다가온다. 식겁한 표정의 나를 김유권이 킬킬 거리며 툭 치더니 우지호에게 앉아봐, 하며 자신의 앞자리, 그러니까 나의 맞은 편 자리를 턱으로 가리켰다.
"니 헛소리하면 죽여버린다"
김유권에게 나즈막히 속삭이고 나는 친하지도 않는 옆 여학우에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지냈냐는 둥.. 더 이뻐졌다는 둥...
그 사이에 우지호는 내 앞자리에 앉고는 실실 거리는 김유권에게 인사를 했다.
"어어, 코필러? 그런거 하면 나도 높아지나?"
"선배님."
"아, 너 눈도 했구나. 아냐아냐 티 안나. 예뻐졌길래.."
"이태일 선배님."
"..어?"
나는 안들린다,안들린다. 하며 주문을 외우면서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은 여동기의 성형스토리에 대해 얘기하던 중 낮게 나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우지호가 나를 얇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어, 지호야."
지호야 하고 불렀다..도 아니고.. 아...내가 이 놈의 이름을 부르다니 그가 술병을 내밀자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여유로운 선배의 모습으로 소주잔을 들었다. 김유권은 새우튀김을 입에 넣으며 아직도 실실거리고 있었고 이윽고 내 잔에 투명한 액체가 채워 지자 그가 건넨 술병을 받아들어 우지호의 잔에 채워넣었다. 내가 우지호에게 술따라주는 날이 올줄이야. 나를 보며 병신 거렸던 우지호에게.
거미처럼 긴 손가락이 잔을 살짝 쥔다. 나는 여유롭게 웃어보이며 우지호와 건배를 하고 왠지 고개를 돌리고 잔을 가리고 마셔야될 것 같은 이 불편한 술자리를 뒤로하고 개강총회를 즐기는 선배처럼 아무렇지 않게 쓰디 쓴 그것을 목구멍으로 흘러보냈다.
김유권은 지가 불러놓고 우지호와 몇마디 떠들더니 옆에 앉은 신입생과 수다삼매경에 빠졌고 나와 우지호는 아무말 없이 술잔만 노려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그룹을 이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있었고 나와 우지호만, 그러니까 우리 둘만 다른 세계에 있는 것 처럼 고요했다.
"한잔, 더 할래?"
"선배."
"어?"
울렁거리는 중압감을 못이겨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우지호가 대뜸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부른다. 괜시리 긴장된 나는 집어들었던 술병을 다시 놓고 우지호를 바라봤다. 취기가 조금 올라서 그런가 우지호를 똑바로 쳐다보고 싶다.
"선배, 어디고등학교 나왔어요?"
"나, 금일고."
아, 모르겠다. 그냥 나를 기억못하는 게 다행이고 당연한거지만, 조금은.. 기억해줬음 좋겠고.
"저 기억안나요?"
허, 누가 널 모르겠니. 우리학교 최고의 망나니 너를.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였는데, 대뜸 우지호의 입에서 나오자 당황한 내가 잠시 눈알을 굴리며 생각해본 척 하다가 우지호의 표정을 살폈다.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였다, 우지호는. 얇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게, 나는 술김인지 시선때문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 미안. 기억이 안나네."
"네."
웃는 건지, 실망한 건지, 안도한 건지 모르는 표정으로 우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나는 여유롭게 술병을 집어들었다.
잠시.. 우지호에게 조금은 미안했다.
그 손, 한번만 (上)
끝.
= 안녕하세요. 에구 미숙하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분량조절실패했네욬ㅋㅋ 장편같은 단편이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스릉해요ㅠㅠ 아 진짜 무슨 말도 안 나오네요 손 금색이시죠? 이건 말도 안 되요진짜 너무 좋잖ㅇ아ㅛ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너무좋아서 타자도 잘 안써져요ㅠㅠㅠㅠ 이거 언능 파바박 나와서 다운방까지 가죠, 이거 어떻게 기다려요ㅠㅠㅠㅠㅠ폭풍업뎃 해주세요 분량조절 실패고 뭐건 폭풍업뎃과 폭풍스압을 제게 선물해주세요 이건 정말 사랑해요ㅠㅠㅠㅠ
아 진짜진짜좋아요 ㅜㅜㅜ 우지호 !!!!!!!!!!!!!!!!!! 이거 장편방에서 연재하시면 안됄까요??...
퓨ㅠㅠㅠ넘조은데여??? 아... 코일너무좋음요... ㅠㅠㅠ 너무너무사랑스러워!!!!
앜ㅠㅠㅜㅠㅠ진짜 잘 읽었어요ㅠㅠㅠㅠㅠ다음 편ㅠㅠㅠ
제목부터 선덕선덕ㅠㅠㅠ장편같은 단편 겁나 스릉흠드ㅠㅠㅠㅠ하앍ㅠㅠㅠ우죠 이 멋진거, 이 자식, 하, 이탤 생각해서 그렇게 사람도 쥐어 팰 줄도 알고, 사랑을 찾아 개과천선해서 뙇 하고 나타날 줄도 알고, 동아리까지 따라 들어올 줄도 알고 하ㅠㅠㅠㅠ이 멋진거ㅠㅠㅠㅠㅠㅠ개인적으로 기타치는 우죠를 상상했는데 핡, 코, 코피가ㅠㅠㅠ좋다, 좋아, 마냥 좋다는 말로 부족한 이 마음을... 스릉흠드, 금스흠드ㅠㅠㅠ겁나 좋네요ㅠㅠㅠ분량조절 실패, 좋아요 좋아ㅠㅠ다음편으로 어서 꼬우, 합시다ㅠㅠ헝ㅠㅠ기달기달할게요 잘 읽고 가요*
겁나 좋은 분량입니다...!다음편도 분량 많이요~! 완전 재밌어요 ㅠ
이거 진짜 좋네여 ㅠㅠㅠㅠㅠ 특히 체육대회 때 사람 하나 팼다는 부분은 참 선덕거리네요...이런 느낌의 글 정말 좋아요...♥
완전 그냥스릉흔드느나ㅠㅠㅠ아이거는무슨완전금픽이잖아요ㅠㅠㅠ양도많은데질도이렇게좋다니ㅠㅠㅠ코일이이렇게아련아련했던가ㅠㅠ 이탤ㅜㅜㅜㅜ우지호모르는척말라구ㅠㅠㅠㅠㅠㅈ 우지호는무슨일로바뀐거에요날라리서?ㅠㅠ무튼잘읽고가요ㅜㅜㅜ완전다음편기대할게요ㅎㅎ
헐아진짜뭐지이건되게설렌다아아아분량조절계속잘못해주세요ㅎㅎ되게좋아요왠지우죠는이태일알고있는듯?아저혼자망상쩌네요ㅋㅋㅋ
으앙 ㅠㅠ 잘읽고가요 ㅠㅠ 요즘 귀찮아서 픽 안읽다가ㅠㅠ 업댓이 너무 많이되갔고 정신못차리고 지금 읽었네요 ㅠㅠ 근데 지금 읽은게 보람잌ㅋㅋㅋㅋㅋㅋㅋㅋ 왤케 재밋어요 ㅠㅠㅠㅠㅠㅠ 우지호ㅋㅋㅋㅋㅋㅋ 뭔가 이태일 따라 대학온 스멜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저런남자가 왜 나한테는 없는가 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잘읽고가요~!!!!!!!!!
헐...이거뭐에예!......왤케쩔어...분량조절...실패이긴....대성공!!!사랑해여누나!!!!
아진짜 분량도너무좋고 내용도좋고 캐릭터도좋고 그냥다좋내요ㅜㅜㅜㅠㅠㅠ금손이세요!!
느악......너무좋다..... 지호가 태일이 짝사랑하는것같은 느낌적인 느낌...!!! 설마 학교도 태일이때문에 공부 열라게 해서 온걸까요ㅠㅠ 으으 다음퍈 얼른 보러가야지
와... 대박... 이태일 럼청 조아했네 악 ㅠㅠㅠㅠㅠ 귀여유ㅗ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