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9년이 되면 중국 의류 시장은 3000억 달러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이런 거대 시장에서 이랜드는 매출이 2010년 1조 원, 2013년 2조 원을 각각 돌파했을 만큼 선전하고 있다.
세계 주요 브랜드의 각축장인 중국에서 이랜드가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봤다.
□ 목표 고객을 바꾸다.
이랜드 대표는 1993년 베이징대학 출장 당시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중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기성복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이듬해인 1994년 상하이에 중국 본부를 설립한 데 이어 현지 공장을 건설, 생산기지 구축을 통한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1996년 상하이의 유명 쇼핑 거리인 화이하이루에 매장을 열었지만
신통치 않았다. 1994년 진출 이래 2000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낸 것이다.
이랜드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가두점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중국의 현실을 무시하고 한국의
판매관행을 그대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랜드는 중국 전역의 193개 도시를 발로 뛰면서 현장 정보를 파악하기 시작해 목표 고객을 ‘중저가 브랜드를
살 수 있는 남성’에서 ‘도시에 사는 20~30대의 젊은 부유층 여성’으로 바꾸고 이들의 취향을 빠르게 쫓아가는
프리미엄 차별화로 전략을 변경했다. 고급 백화점과 쇼핑몰에만 선별적으로 입점하면서 세일을 최소화하고
공항 카트 광고를 통해 상위 소비계층에 브랜드를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에스프리’ 브랜드 매장 옆에 입점하는 ‘에스프리 비사이드’ 전략을 펼쳤다.
이랜드는 고급화 전략으로 변경한 뒤 미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복을 본뜬 캐주얼 스타일로 20~30대 젊은 층이
선호하는 ‘프레피룩(preppy look)’을 선도하면서 연평균 성장률이 50~70%에 이르고 있다.
2015년 기준 중국 249개 도시, 8000여 개 직영 매장의 연 판매액이 132억5000만 위안에 이르러 상하이시가
발행하는 ‘2015년 상하이 공업부분 납세 100대 기업명단’에 의류기업으로는 가장 높게 등재되기도 했다.
□ 성공 키워드, 다양화와 현지화
중국 의류 시장은 대기업 중심 구조로, 의류기업들은 브랜드 다양화를 통해 목표 소비자를 세분화함으로써 다양한
수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는데 이랜드도 이를 따랐다. 현재 이랜드는 ‘이랜드’, ‘스코필드’, ‘티니위니’,
‘로엠’, ‘스캣’, ‘프리치’, ‘파윈포’, ‘스파오’, ‘후아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8000여 개 전체 매장의 직영을 통한 고급화 전략도 있다. 이랜드는 중간 유통업체를 통하면 빠른 유통이 가능하지만
고급화 전략의 관건인 재고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모든 매장을 중국의 A급 백화점이나 쇼핑몰 안에만
두고 매장 인테리어도 최고급으로 유지하는 한편 매장에 근무하는 2만8000명의 판매사원을 직접 관리하는 등
전체 매장을 철저하게 직접 운영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기본적으로 고객과 밀착하되 매장을 빡빡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이랜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단기 성장과 사업 다원화도 추진했다. 사업영역을 패션은 물론 식품, 유통,
건설, 호텔 및 레저, 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킨 것이다.
철저한 현지화는 이랜드 성공의 핵심이다. 상품 기획단계부터 지역별 기후, 소득수준, 선호 디자인을 고려해
인기 제품의 물량이 부족하거나 비인기 제품이 과다 발주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랜드의 중국 상품 디자인
과정을 보면 우선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 젊은이들의 사진을 매주 3번씩 찍어 이를
①메가트렌드 ②하향 트렌드 ③베이직 아이템 ④새싹 아이템 넷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런 현지 고객정보를 한국 본사의 중국 담당 디자인실로 전송해 제품을 디자인한 뒤 이를 다시 중국 본부로
보내 영업, 판매, 기획 조직이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 디자인과 중국 디자인이
차별성을 갖도록 했는데 현재 중국 매장에서 한국과 동일한 제품 디자인의 비중은 30%가 안 된다.
이밖에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성향에 맞춘 빨간색 매장 로고라든가 중국인이 좋아하는 곰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드로 연매출을 5000억 원대로 성장시킨 경우도 있다.
인사경영에서는 현지인 우대 정책을 썼다. 현지의 백화점 바이어는 현지 직원이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직원의 70%를 중국인으로 채우는 한편 우수 직원은 한국 어학당 등에서 어학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한국에서 파견한 직원에게는 중국 관련 서적을 100권 읽게 하는 등 직원 교육에도 공을 들였다.
현재 중국에 파견된 이랜드 한국 직원들은 평범한 중국인들처럼 생활하면서 자녀들을 인민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 중국 사업 계획 및 전망
이랜드는 지난 1월 중화권 대표 유통업체인 바이셩과 합작해 상하이 창닝지구에 도심형 복합 쇼핑몰
팍슨-뉴코아몰을 오픈, 유통업계에 진출했다. 중국의 경기부진 속에 20년 넘게 쌓은 중국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아웃렛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이랜드는 올해 안에 10개의 유통점을 열기로 하고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복합 쇼핑몰 오픈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건물은 현지 업체, 콘텐츠와 운영은 이랜드가 맡는 형식인데
재무 부담을 덜면서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팍슨-뉴코아몰에는 모두 2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이중 이랜드 브랜드의 비중이 30%가 넘는다.
중국 유통채널에서 특정 기업의 브랜드가 대량 입점한 곳은 팍슨-뉴코아몰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의 다른 기업들이 기존 유통채널 형식을 그대로 중국에 도입한 것과 달리 이랜드는 의류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자체 보유 브랜드가 250개가 넘는다는 장점을 살려 새로운 유통채널 형식을 취한 것이다.
팍슨-뉴코아몰이 특이한 것은 중국에서 대부분의 이랜드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한 것과 달리 아웃렛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중국 소비자의 성향이 백화점에서 아웃렛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에서만 25조 원의 매출을 올리되 이 중 15조 원이 유통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2020년까지 중화권에 100여 개 유통매장을 연다는 큰 계획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