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일주일 전부터 짐을 챙기고 까먹은 건 없는지 계속 확인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그렇게기대하고 준비하던 겨울하나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가고 싶던 일본을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잠도 못 자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면서도 송현이랑 일본에 가면 뭘 먹자 사자 등등 신나서 대화하면서 오니 금방 도착했다. 비행기를 타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기대하는 맘이 더 커서 그런지 힘들지는 않았다.
(첫째 날 12/23)
공항에서 나오기까지 절차가 엄청 복잡했다. 몸은 안 힘들지만 슬슬 머리가 아파질 때였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타고 이동할 때 해가 지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다르게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과 작은 집들이 오목조목 모여있는게 보기 좋았다. 한국도 높은 건물보다 낮은 건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면서 구경하다가 힘들었는지 자고 일어나니까 도착해 있었다. 역을 나와서 처음으로 본 일본 동네는 무서울 정도로 깨끗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와사키 친구들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그때 기분을 일본어로 말하고 싶었는데 일본어를 잘 못해서 어려웠다. 가와사키 하나ㅇ 도착하니 너무 예쁘게 Merry Christmas라고 꾸며져 있었다. 다 같이 꾸몄을 걸 생각하니 귀여웠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도 있어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다행히 친구들 중 방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쉽게 대화할 수 있었다. 가와사키 친구들이 선물을 준비해 줬는데 이름으로 포장해준게 너무 귀엽고 감동이었다. 다음 여름하나때 우리도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준비한 레크레에이션을 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하지만 난 몸치 몸으로 하는 게임은 어려웠다. 환영회가 모두 끝나고 리나 집으로 출발했는데 일본 전철은 들은 거 이상으로 복잡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교통비를 보니 무서웠다. 하루종일 신나서 돌아다니다 보니 캐리어를 들고 다니다 보니 팔이 이제야 아프기 시작했다. 리나 집은 진짜 드라마, 영화로 보던 일본 집이었다. 편의점을 들려서 야식을 사 갔다. 일본 푸딩은 그저 사랑이었다.
(둘째 날 12/24)
밤에 도착해서 봤던 동네는 아침이 훨씬 예뻤다. 씻고 나와서 리나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아침밥은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준비가 끝나고 출발하면서 오늘이 진짜 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전철은 어제보다 더 복잡해졌고 교통비는 여전히 무서웠다. 도착하고 일본 감성 사진 같은 골목이 있어서 신나게 사진을 찍는데 찍고 보니 간판에 たばこ 담배.. 라고 쓰여있어서 흠칫 했지만 그것도 감성이라고 말하는 송현이 말을 듣고 감성으로 받아들였다. 영토 주권 전시관으로 이동해서 설명을 듣는데 이 나라 여기저기 싸우고 다니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전혀 다르게 배운 다는 걸 직접 들어보니 실감됐다. 여행을 왔다면 배울 수 없었을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후부터는 자유탐방을 갔다. 점심으로 텐동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리오가 추천해주는 식당으로 갔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서 맛보지 못한 감동이었다. 일본인들은 적게 먹는 줄 알았는데 한국보다 양이 훨씬 많은 것 같았다. 밥을 다 먹고 애니메이트로 이동했다. 일본을 놀러 가는 오타쿠라면 누구나 가는 천국이라고 유튜버가 그랬었다. 맞다 거긴 천국이었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장르부터 일본만 판매하는 굿즈까지 엄청났다. 마음같아선 전부 사고 싶었지만 나는 아직 사야 하는게 넘쳐났기에 뽑기와 슬램덩크 굿즈만 구매했다. 그리고 선샤인시티로 이동하는데 가는 길에 중고 굿즈샵을 발견했다. 리오가 구경해도 된다고 하자마자 신나서 들어갔다. 역시 이곳도 천국 여기서도 전부 구매하라는 유혹이 있었지만 참고 2개만 구매했다. 이때부터 100엔이 천원이 아닌 100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선샤인시티는 또 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1차 산리오샵 2차 지브리 3차 실바니안 산리오샵에서 리나 선물을 구매했고 송현이가 리오 선물을 구매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서 도와주는 게 힘들 텐데 친절하게 도와주는 리오에게 너무 고마웠다. 지브리는 가족들 선물을 샀다. 내 것도 살고 싶었지만 돈을 아껴 써야 하기 때문에 참았다. 계속 참았어야 하는데 실바니안샵에서 뽑기를 하길래 700엔을 700원으로 생각하고 뽑아버렸다. 뽑고 보니 귀여워서 고양이 키링도 구매했다. 시간이 없어서 나가는 길에도 귀여운 굿즈샵이 있어서 또 사버렸다. 이제 진짜 시간이 없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하라주쿠로 이동했다. 하라주쿠로 이동하니 갑자기 사람이 엄청 많아졌다. 골목을 들어가는데 한눈 팔면 잃어버릴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이때부터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한국인들이여기서도 탕후루를 찾는 모습이 웃겼다. 하라주쿠는 신기한 게 많은 곳이었다. 돌아다니다가 가고 싶던 다이소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일본 다이소는 없는 게 없어 보였다. 가격도 한국보다 훨씬 쌌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이제 진짜 시간이 부족하단걸 알고 5분 동안 금액도 안 보고 담았다. 점점 줄어드는 지갑이 걱정이었지만 아직 걱정하기에는 돈키호테가 남아있었다. 이치란라멘을 먹으러 이동했는데 줄이 너무 길었고 돈키호테를 갈시간도 부족해서 저녁식사는 따로 먹기로 하고 시부야로 이동했다. 진짜 리오에게 너무 미안했다. 쉬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괜찮다는 리오를 보니 더욱 미안해졌다.. 하라주쿠를 나와서 시부야로 가는 길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제 사람이 없는 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좀 더 걸어가서 시부야에 도착해 보니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어디서 온 걸까 싶을 만큼 사람이 미어 터졌다. 그리고 돈키호테는 더 미어터졌다. 그 많은 사람들 중 70%는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 실수로 부딪혀서 놀라 '죄송합니다!' 라고 하니 돌아온 말이 '아! 괜찮아요!' 였다. 곳곳에서 라면, 곤약젤리, 과자 등등 한국어가 많이 들렸다. 사람이 미어터지는 곳에서 겨우 모든 쇼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 많던 사람들이 전부 전철을 타서 많이 힘들었다. 겨우 리나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오니 엄청난 쇼핑에 흔적과 영수증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송현이랑 물건이랑 영수증 정리도 하고 서로 구매한 것도 보여주면서 모든 정리가 끝나고 누우니 바로 잠이 쏟아졌다.
(셋째 날 12/25)
다음날은 근육통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하루 종일 짐을 들고 돌아다녀서 팔목이 엄청 아팠다. 어제 사온 간식으로 아침밥을 먹고 출발했다. 전철을 타면서 교통비를 확인해 보니 돈이 엄청나게 줄어 있었다. 역시 무서운 교통비였다. 이날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전철이 아니라 다리가 덜 아파서 좋았다. 버스를 타고 야스쿠니신사로 이동했다. 한국인이 야스쿠니신사를 가니 기분이 이상했다. 직접 가서 보니 생각보다 큰 편이었다. 유슈관은 딱 보자마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내용은 둘째치고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둘러보면서 모르던 역사도 알게 되고 평소 관심없던 역사도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일본은 이렇게 배우고 알고 있구나 라는 생각하면서 내가 아는 역사를 보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이런 감정이 드는건지 묘한 감정이었다. 일본 친구들은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다음은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 으로 이동했다. 한국이 아닌 일본에도 이런 자료관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위안부는 내가 아는게 많이 없는 역사였다. 대부분 처음보는 자료들 이었고 처음 듣는 설명이었다.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지? 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배우긴 배웠지만 정작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차 자세하게 배운적은 없었다. 한국에 역사 교육도 바뀔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활동센터로 이동했다 가는 길이 멀어서 전날 부족했던 잠을 잤다. 활동센터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던 일본 집에 방 모습과 똑같았다. 다다미를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근처에 다이소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또다시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가격은 숫자요 아무도 날 못 막는다. 그리고 기대하던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이 있었다. 나도 선물을 열심히 준비해 왔고 다들 정성껏 준비해 온 것 같았다. 나는 자가리코랑 자가리코 인형을 받았다. 자가리코가 일본 최애 간식이어서 너무 행복했다. 인형도 처음보는 인형이었다. 너무 작고 귀여워서 아직까지 전시만 해두고 달고 다니진 못했다. 내 선물은 리오가 뽑아갔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들 재밌어 보였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이날은 다음날 포럼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넷째 날 12/26)
포럼데이! 열심히 준비해온 포럼데이였다. 준비해온 만큼 기대도 컸다. 주제가 '세대'였던 만큼 역사보다는 다가가기 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친구들도 참여도가 훨씬 높았던 것 같다. 훨씬 자유로운 의견과 질문이 오가서 좋았다. 일본은 세대별 갈등이 뭐가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 요즘 이슈인 문제들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일본은 부모님께 경어, 존칭을 잘 안 쓴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일본은 이런 부분이 훨씬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놀랐다. 대화를 할수록 일본이 훨씬 다양성을 존중하고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했다. 일본과 한국이 부모님 세대와는 비슷한 갈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주제로 성소수자 lgbt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은 배우지 않는 성소수자를 일본은 학교에서 배운다는게 크게 다가왔다. 한국은 아직까지 lgbt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은데 일본은 수업시간에 배운다니 훨씬 오픈 마인드로 수업을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시각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럼이 끝나고 저녁식사로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했다. 맛집 느낌이 나는 식당이었다. 음식이 너무 맛있었고 직접 뒤집기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배달음식이 아닌 다같이 모여서 떠들면서 먹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좀 더 친해지고 많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식사가 끝난 후 obog 시간이 있었다. 준비해준 게임은 너무 재밌었지만 게임을 못하는 나는 벌칙을 2번이나 당해서 상당히 많이 부끄러웠다. 마지막 밤인 만큼 다들 잘 생각이 없어보였다. 다들 모여서 마피아를 하는데 자꾸 일본 친구들이 '아빠'와 '아파'를 알려줬더니 어려워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게임 진행이 어려웠 던 것 같다. 나도 끝까지 놀고 싶었지만 몸이 못 따라주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기대한 포럼데이는 너무 즐겁고 만족하는 하루였다.
(마지막 날 12/27)
벌써 마지막 날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났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아침부터 반복이었다. 아직 대화도 많이 못 한 것 같은데 아쉽기만 했다. 그래도 엄마 말처럼 아쉬움이 있어야 또 올 수 있는 거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간 식당도 너무 맛있었다. 한국으로 배달은 안되는지.. 특히 참치 회가 계속 생각난다.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탔다. 타기 전에 사직도 찍고 인스타도 공유하고 또 만나자고 말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비행기를 타고 갈 때는 하나미가 일본으로 돌아갈 때 왜 울었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울진 않았지만 울것 같은 감정이었다. 다음 겨울하나를 가기 위해서 2024년은 열심히 살아야 겠다. 금방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