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 원 》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문정혁. 4

[꽃수혜쎵]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문정혁. 4

- 꽃수혜쎵 (auddbsk96@gmail.com)

겨우 6평 남짓이나 될 법한 작은 자취방에 열댓명의 사내들이 우글우글 모여들었다. 혼자 사는 동완이형은 우리 중 가장 깔끔한 성격으로, 자신의 공간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침범을 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발냄새와 흙먼지를 몰고 방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오는 대인구의 혼전을 보며 꺄악 비명을 내지르며 동완이형이 쓰러지는 시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무시해준 우리들은 각자의 짐을 방에 풀어놓기에 바빴다. 동완이형의 집은 지리적으로 학교와 가장 가깝기도 했고, 좁아터진 방중 그나마 가장 넓은 방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뒷풀이 장소로 본인의 집이 채택된 것에 항상 본인의 의사는 단 1%도 반영되지 못했다.

“어우, 발냄새에 질식하겠어!! 너네 때 되면 다 집에 가서 자야한다. 여기서 열댓명씩 자면 우리 압사당해!!”

“우캬캬. 시끄러 임마. 너는 그럼 욕조에서 자. 한명은 신발장에서 자고. 한명은 공중부양 해서 자던가.”

“병신새끼들. 푸하하”

시시껄렁한 잡담따위로 웃으며 시간을 때우는 동안 막내인 나는 분주하게 바닥으로 거나한 술과 안주를 까는 중이었다. 소주와 맥주가 각각 두박스씩 집안에 배치되었다. 안주는 모자라지 않게 온갖 주위의 배달 음식들을 종류별로 배달시켜 놓았다. 개들중 빨리 배달된 음식들을 차례로 바닥 위에 올려 놓고, 미리 냉동실에 넣어두어 기가 막히게 달달하고 시원한 술을 인원수대로 깔아놓으며 나는 오늘의 주인공인 문정혁의 한마디를 기다렸다. 문정혁이 어느정도 인원이 다 이 곳으로 모여들어 자리를 잡자 편안한 자세로 이야기했다.

“그래도. 동완이네 집이 제일 편해. 그치 동완아?　어디 밖에서 먹거나 하면 복잡만 하니까.. 오늘 마음껏 먹고 취하자. ”

문정혁의 말에 신난 우리들이 바닥에 젓가락을 탕탕 두드리며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짱 문정혁의 허락이 떨어지자 먹고 죽을 각오가 충분히 되어있는 우리들은 제각기 앞에 놓인 소주 맥주 음료수병들을 따고 세팅하기 시작했다. 펑펑 뚜껑 날아가는 소리가 노래처럼 들리다 말고, 민우형이 궁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근데, 한 대도 안맞고 발라버릴 수 있었는데 아까 왜그랬냐.”

“맞아. 저새끼 한번씩 정신병자짓 한다니까.”

여기저기서 당시의 의견들이 중구난방으로 떠올랐다. 그건 나도 의아하긴 했다. 실력이 월등히 압도적인 문정혁은 맨 처음 바닥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하지 않을수도 있었다. 덕분에 문정혁의 잘생긴 이마는 조금 찢어지고 부은 상태였다. 술병을 따던 문정혁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교만한 그의 표정이 순간 문정혁을 바라보던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갑자기 눈이 마주치자 의도치 않게 훔쳐본 느낌에 심장이 콩닥콩닥 거렸다. “아 그거...”문정혁이 그때를 회상하듯 더듬더듬 다소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혜성이가... 무지 쫄아 있길레.... 그게 너무 웃겨서. 내가 그렇게 이긴다고 말을 해줬는데도 날 안믿은 죄?. ”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쏟아졌다. 당황한 내가 벌떡 일어나서 문정혁에게 달려가 멱살을 쥐고 짤짤 흔드는 시늉을 하자 여기저기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문정혁은 내내 전전긍긍하며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구는 나를 놀려주기 위해 페이크를 벌인거였고, 나는 그것에 철저하게 속았다. 아까 하마터면 울기까지 할 뻔 했으니.

“아 진짜 미워요 형!!”

여전히 멱살을 잡고 억울해하는 내 두 팔을 살살 때어내며 문정혁이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뒷풀이 자리에서 문정혁의 옆에 앉게 되었다. 술잔은 빠르게 돌아갔다. 어른들에게 정식으로 예의바르게 배운 것이 아닌, 제각기 어렸을 때부터 야매로 배운 술자리 탓에 알콜 들어가는 속도가 초반부터 어마어마했다. 술잔이 비워지면 눈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술이 채워졌다. 그들 중 술이 가장 약한 나는 오래간만의 기분 좋은 술자리에 꼴딱꼴딱 생 소주를 잘도 받아마셨다. 기분이 몽롱하니 하늘에 붕붕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어~ 오늘 정혁이 화명고랑 붙었다며?”

한참 여기저기 이야기가 쏟아지고 술잔이 엉키는 산만한 와중, 반가운 얼굴이 좁은 문 틈 사이로 짜잔 하고 등장했다. 양손에 푸짐한 먹을거리를 어느때처럼 들고 나타난 장우혁 선배였다. “선배!선배!”, “왜 이제와요! ”, “우어어어~~” 제법 얼근하게 취한 우리들이 우혁이형의 등장으로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이 벌거진 나도 우혁이형의 품으로 뛰어들어갔다. 장우혁 선배는 나보다 3살이나 많아 학창시절에 얼굴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종종 이렇게 우리를 찾아올 때 마다 나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곤 했다.

“우혁이 형 형 형 혀어어엉~~ 우케케.”

“아이고오. 우리 혜성이 왜이렇게 취했어?”

바람냄새를 풍기며 우혁이 형이 날 가볍게 끌어안았다. 우혁이 형은 문정혁만큼이나 멋있었고, 나에겐 그저 어른 같이 먼 존재였었다. 그러나 나의 이 버릇없는 아양까지 잘 받아주는 자상함을 가졌다.

형의 등장을 시발점으로, 술자리는 그전보다 세찬 활기를 띄며 그 어느때보다 신나게 이어졌다. 누구나 술자리에서 할 법한 흔한 게임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이어나가는 기지도 발휘했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어리버리한 면이 있는 태우형을 우리끼리 도모해 계속 벌칙에 걸리게 하다 기어이 들켜서 태우형의 눈물을 찔끔 흘리게 했고, 그 자리에서 잠깐 눈좀 붙힌다며 뻗어버린 민우형의 얼굴에 유성매직으로 낙서를 하고 치약을 발라놓는 유치한 장난까지 감행하여 다음날 폭주할 민우형을 생각하며 오들오들 떨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술에 젖어 빠르고 즐겁게 흘러갔다.

형들이 우르르 민우형에게 몰려가 장난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웃고있는 것을 따라 웃으며 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내 허리를 잡아채고 더듬더듬거리는 문정혁을 놀란 가슴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이렇듯 약간의 술이 들어가는 시점부터 나를 술자리의 계집처럼 더듬곤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무한대 주량을 가진, 자칭 소주의 신 문정혁이 겨우 소주 서너병에 취하진 않았겠지만 잠이 부족한 몸은 아마 알콜을 평소보다 빠르게 흡수했을 것이다. 딱 기분이 좋을 만큼 취기가 오른 얼굴의 변화는 나만이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아주 미세한 차이였다. 그리고 그 평소답지 않게 다소 풀어진 표정을, 나는 좋아했다.

“형 오늘 조금만 먹구, 일찍 자요. 잠 못잣잖아..”

“아냐..기분이 너무 좋아서...괜찮아.”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문정혁이 아기처럼 웅얼웅얼 말했다. 이럴 때 보면 또 덩치에 맞지 않게 귀여운 면도 있는데, 아까 사람을 때리던 문정혁은 마치 다른 사람 같이 무서웠었다. 피를 쫒는 사냥군의 기운을 온몸으로 발산하며 죽일 듯 주먹을 휘두르던 그 눈빛을, 한참이나 잊지 못했다.

문정혁의 장난스럽던 손놀림은 그 수위를 더해 더 깊숙이 내 옷 속의 맨살을 파고들었다. 잠들어 있던 나의 감각이 외부의 움직임에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이제 곧 민우형에게 쏠려있던 형들의 관심이 다시 술자리로 돌아올 차례였다. 점점 더 짓궂어지는 문정혁의 장난은 평소에 술자리에서나 하던 버릇과 조금 다른 양상을 띄고 있었다. 셔츠를 반쯤 끌어올려 한손으로 꽉 쥔 채로,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그는 그날 밤 그때처럼, 이를 세게 박아 넣고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다.

“아!”

한번 물려 멍이 든 부위를 다시 공략당하자 그 고통을 참지 못한 내가 기어이 소리치고 말았다. 실내가 워낙 시끄러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동완이 형이 우리를 돌아볼 정도는 되었다. 동완이 형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미친놈아! 니가 흡혈귀냐?! 어휴. 저노무 술버릇 몹쓰겠어.”

다행히 동완이 형은 별 다른 말 없이, 진공청소기처럼 내 목을 물고 놓지 않는 문정혁의 등을 엄마처럼 팡팡 내리치며 잔소리를 해댔다. 그제서야 이 작은 소란으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동완이 형이 “저 문정혁 괴물같은 놈이 우리 혜성이 잡아먹으려고 해 얘들아. 화형시키자”하며 여론몰이를 해서 나는 겨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어쩐지 조금은 멍청한 표정이었다.

“아..미안.”

뒷통수를 긁적이며 그가 어수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말 없이 문정혁의 옆모습을 물끄럼히 바라보았다. 장난스런 분위기속에 술자리는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공수된 소주 두박스중 한박스가 예전에 동이 났고, 술을 더 사오니 마니 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오래간 계속되었다. 그들중 주량이 떨어지는 몇몇은 벌써 구석탱이에 내몰려 좁은 방에서 허리도 제대로 피지 못하고 새우처럼 잠이 들었다. 술을 아껴먹으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나는 여전히 문정혁의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홀짝홀짝 음료수와 맥주, 소주를 번갈아가며 마셔 제정신을 유지중이었다. 초반의 술자리에서야 형들의 페이스를 쫒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곤 했는데 몇 달간 같이 합숙하다싶이 생활해본 결과, 많이 먹어 빨리 곯아떨어지는 것 보다 얇고 길게 가는 것이 좋다는 진리를 깨닳았다. 주당 몇 명만이 살아남는 술자리의 마지막엔, 무서운 계상이형의 귀여운 주정도, 민우형의 무너지는 카리스마도, 앤디형의 하트춤도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좋아했다.

“수울..수울 더줘..”

눈이 반쯤 풀린 동완이형이 허공에 손을 붕붕 저으며 말했다. 나는 그 봉사같이 우스꽝스러운 동완이형의 술주정을 깔깔 웃으며 바라보는 중이었다. 술이 취하면 기분이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음이 빵빵 터졌다. 말랑말랑한 반건조 오징어를 우물우물 씹으며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나는 그러나 “어!?”하는 동완이형의 발랄한 목소리와 동시에 표정을 구겼다.

“선배다 선배~ 장현승이다~ 우리 정혁이가 좋아하겠네에~”

동완이형의 외침에 일제히 고개가 출입문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작년 졸업생이자, 문정혁이 나 외에 유일하게 잠자리를 가졌던 남자, 장현승이 서있었다. 그는 “술이랑 안주 없다고 급하게 S.O.S받고 달려왔지.”라고 말해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그 술자리속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나는 지금까지 장현승이란 남자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저 여담처럼 선배들이 하는 문정혁과 장현승의 관계만을 여차저차 흘려들었을 뿐이었다. 문정혁의 친한 선배이자 창조고에서 유명새를 꽤나 떨친 예쁜 남자라고, 남자는 잘 건들지 않는 문정혁과 무슨 합이 맞았는지 몇 번이나 잠자리를 가졌다고. 내 앞에서 남자를 만난적은 한번도 없는, 스트레이트라고 잘 알려진 문정혁을 내가 모르던 그 시절 가졌던 그 남자가 너무나 궁금하기는 했다.

처음 만난 장현승은 나와는 너무나 다른 생김새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 헤어스타일, 의상, 분위기가 지나치게 화려한데 반해, 나는 그닥 튀는 얼굴이나 분위기는 아니었다. 또한 오목조목한 나의 이목구비보다 뚜렷한 눈매와 콧망울, 입술을 가진 이 남자는 여성스러운 아름다움 보다는 묘하게 중성적인 힘을 가졌다. 한마디로 꽤나 매력적이었다.

빈 공간을 찾아 듬성듬성 걸어들어온 장현승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문정혁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하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옆에 착석했다. 그리고 그는 인사 외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문정혁에게 무엇무엇을 다정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장현승이 옆에서 독주중인 나를 발견한 것은 한참 후에서였다. 그동안 장현승은 문정혁의 무릎에 반쯤 기대듯 붙어앉아 연인같은 분위기로, 예쁜 얼굴로 꼼꼼히 눈을 마주치고 내가 알 수 없는 과거 이야기 따위를 쉴새 없이 늘여놓는 중이었다. 취한 문정혁은 그 말에 별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후후 웃으며 맞장구를 처주었다. 거의 입술이 닫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나만이 알고 있는 문정혁의 다정함과, 그 사랑스러운 눈빛, 거칠고 부드러운 키스, 가학적인 섹스의 취미까지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눈이 핑 돌았다.

그는 처음 보는 나를 의아함 반, 불쾌함 반을 섞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야?”

장현승은 문정혁을 향해 물었지만 대답은 동완이 형이 대신 나서서 했다. 얼큰하게 취한 동완이형이 목청을 조절하지 못하고 신난 목소리로 조잘조잘 말했다.

“우리 후배에요 선배~ 신혜성이라고. 일학년이구요 아직. 우리 예쁜 혜성이 예쁘게 봐주세요 선배행~”

다 식어 빠진 탕수육을 입에 물고 외쳐대는 동완이 형의 말을 공곰히 듣고있던 장현승은, 한쪽 눈썹을 삐죽 올리고는 어쩐지 가시돋힌 목소리로 말했다.

“일학년? 인사 안해? 너네 후배 교육 요새 이렇게 시켜?”

장현승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모든 정황상 귀머거리라도 장현승이 그들의 학교선배라는 것 쯤은 다 알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먼저 장현승에게 다가가 인사하지 않았고, 장현승은 안그래도 모르는 (그것도 1학년이) 남자가 문정혁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것을 고깝게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또 지랄맞은 이 성격을 내보이고 말았다.

“아니, 본적을 있어야 인사를 하죠. 졸업하면 시마이지 뭐 이렇게 선후배 따지고 지랄이세요. ”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넘어 험악하게 흘러가자 술에 취해 흐물흐물 거리던 선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좀비처럼 벌떡벌떡 일어났다. 그중 우혁이 형이 가장 먼저 일어나 가타부타 없이 주먹을 날리려는 장현승 선배를 잡아 세웠고, 동완선배가 내 양팔을 뒤에서 잡고 입을 틀어막았다. 심상치 않은 표정의 문정혁이 풀어졌던 눈에 힘을 주고 나에게 말했다. 그 사이 술병이 우당탕탕 쏟아져 방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너..선배한테 말을... 사과해. 복잡하게 하지 말고. 예의 아니야. 혜성아”

“아 씨발. 내가 사과를 왜 해요! 저새끼가 먼저 나보고 누구냐 뭐냐 버릇없게 굴었잖아!”

아무리 내가 선배들에게 예쁨을 받는다고 한들 상황을 불리하게 만든 것은 나였다. 창조고에서 전통적으로 1학년은 일진회에 가입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깬건 순전히 문정혁의 입김 탓이었다. 선후배의 질서가 엄격하기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함부러 형형거리며 아양을 떨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문정혁이 있기에 가능했다. 문정혁이 사과를 하라며 엄포를 놓은 이상 나는 조용하게 일을 덮고 넘어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문정혁에게 다정하게 귓말을 속삭이던 장현승의 그 사랑스러운 표정을, 부드럽게 웃어주던 문정혁을 마주하고서, 당연한 판단력을 놓치고 말았다.

“사과해 신혜성. 너보다 세 살이나 많은 선배야.”

물론 문정혁의 처사는 모두가 나의 선배이자, 장현승의 친구인 우혁이형까지 지켜보는 자리였으므로 공과 사를 떠나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밀려오는 반발심에 머리가 돌아버린 나는 반쯤 술에 취해 아무 말이나 막 짓걸이고 말았다.

“선배는 무슨, 저런 걸레같은 새끼가!! 저새끼랑 다 잣어요?! 왜 다 저새끼 편을 들고..”

결국 나는, 문정혁의 매서운 손에 뺨을 맞고서야 짓걸이던 입을 멈추었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문정혁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그 행동에 놀란 눈치였지만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 방을 막무가내로 뛰쳐나오자 뒤따라 나오려는 몇몇 형들을 제지하고 문정혁 혼자만이 나를 따라 나왔다. 한참을 앞만 보고 뛰어가다가, 나는 탁 하고 손목을 붙들리고 말았다. 아마 내 표정은 지금쯤 눈물로 엉망일 것이다. 나는 흔들리는 호흡을 애써 가다듬고, 앞을 보고 있는 그 자세 그대로 말했다.

“왜! 또 더 때릴려구요! ”

“왜 그래. 니가 잘못한거 맞으니까 그냥 미안하다고 인사 하고 넘어가면 되는거잖아. 응? 왜 일 크게 만들고 그래.. 우혁이형 까지 있는 마당에.. 그리고 그 선배도 그렇게 나쁜 사람아니야. 착해. 그러니까 들어가서 이야기 잘 하고 넘어가자. ”

너무나 억울했다. 내가 모르던 시절의 문정혁을 단독으로 가졌던 그 선배가 과거에만 머물렀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억울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에 별안간 침범해서는 문정혁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어깨에 뺨을 기대고, 눈을 마주치고 화사하게 웃는 그 일련의 모습들은 지금껏 나만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이라고 굳게 믿어온 것들이었다. 남자에 통 관심이 없던 내가 문정혁을 좋아하고 있듯이, 문정혁도 장현승이라는 남자에 의해 남자를 좋아하는 법을 깨우쳤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번이라도 나를 좋아해 줄 수는 없는 거냐고...

“지금 그 선배랑 예전에 잣다고 편드는 거에요?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소리 하는게 아니잖아!”“아, 하긴. 나랑도 잤으니까 그건 성립이 안되는건가? 그럼 뭐에요! 좋아하기라도 해요?! 하긴, 아까 보니까 거의 키스라도 할 것처럼 붙어서 이야기 하던데. 아마 그 방에 둘만 있었으면 지금 또 예전처럼 붙어먹고 있겠죠!!”

제발 아니라고 말 해달라고. 그냥 아니라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고.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니.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달라고. 나는 속으로 처절하게 절규했다. 그러나 그의 침묵에, 나는 하하 웃으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떨리는 문정혁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왜..? 그러면 안돼니? 좋아하면..안돼는거야?” 그 절절한 목소리에는 사랑이 가득 묻어났다.

“더러워.. 씨발. 남자랑 그러는거 더럽다고!!”

아직도 문정혁에게 맞은 뺨 한쪽이 얼얼했다. 문정혁이 숫하게 여자를 바꿔대고 그 여자들을 우리의 모임에 대려와 애정행각을 서스름없이 펼치는 것 따위야 아무래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었다. 수십명의 로테이션 되는 애인중에 남자가 단 한명이라도 존재했다면 나는 일말의 희망과 절망을 맛보았을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철저하게 스트레이트라고 주입시켰다. 그래서 나는 더 장현승과 문정혁의 관계를 두 눈 뜨고 바라볼 수 없었다. 누군가를, 특히 남자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문정혁을 사랑스럽게 마주할 자신은.. 내 마음을 숨기며 지켜보다간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나를, 문정혁은 다시 잡지 않았다. 나는 어느때 처럼 아무도 나를 반겨주지 않는 꼭대기 판자촌에서 잠이 들었다. 고질적인 외로움이 또다시 병처럼 나를 감싸왔다. 나의 이 병에 가까운 외로움은 문정혁을 만난 그 순간부터 오롯하게 충전이 되었었다. 그러나 어쩐지 한참은 멀리 떠나버린 것 같은 문정혁의 빈자리는 겨울바람처럼 가슴으로 휑하게 불어 닥쳐왔다.

다음날, 과음으로 인한 지독한 숙취로 삼교시를 내리 재끼고서야 나는 겨우 등굣길에 올랐다. 삼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의 직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교실안의 난잡함에 눈살을 짓푸린 나는 어느때처럼 내 책상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나 처음 보는 내 옆자리의 한 생물체, 정확히 말해 두 팔을 시체처럼 늘어뜨리고 책상에 얼굴을 옆으로 뉘인 자세로 쿨쿨 잠을 자는 그 겁대가리 없는 인물을 마주한 나는 눈썹을 꿈틀 거리며 한마디도 섞은 적이 없던 내 앞자리의 학생에게 물었다.

“야. 이거 뭐냐?”

“아.. 오늘 전학 왔데... 그 애가 성철이보고 앞으로 가라고 하고 여기 앉는다고 앉았어... 원래는 니 자리 앉는다고 했는데 니가 학교에 안와서...”

쓰레기 창조고등학교로 기꺼이 몸담그러 오는 부류는 거의 한가지로 압축되었다.

어느 학교도 받아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사고’를 쳤을 때.

어디 아오지 탄광에 수년간 일하다 온 사람처럼 새카만 얼굴과 마른 근육, 연식이 꽤나 되어보이는 곳곳의 깊은 상처를 가진 옆모습을, 나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전학생은 왼쪽 얼굴에 꽤나 매력적인 상흔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아직 채 아물지 못해 빨갛게 벌어지고 딱지가 앉은 상처는 무딘 칼날 같은 것에 찢긴 듯한 형상이었다. 상처가 제대로 아물려면 아무래도 꼬메야 할 것 같은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 꽤나 아플 텐데도 이 시끄러운 교실 안에서 침까지 흘리며 펑펑 자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웃겨서, 감히 내 옆자리를 마음대로 앉아버린 벌은 조금 미루기로 했다.

2교시는 체육시간으로, 제시간에 체육복을 입고 집합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빠따를 맞고 뺑이를 까야했기 때문에 체육복을 빌리는 무리, 입는 무리등을 합쳐 교실은 거의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12시 정각이 되기 전 우수수 교실을 빠져나간 무리로 인해 갑자기 조용해진 교실 안엔 그윽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간간히 옆 교실의 교탁 두드리는 소리, 판서소리만이 투닥투닥 들려올 뿐이었다.

“..........”

나는 어느때처럼 내 옆의 창문에 걸터앉아 내리쬐어오는 햇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나는 외로움과 우울함이 이따금씩 찾아올 때면 이렇게 광합성을 목적으로 햇볕을 내리쬐곤 했다. 모두에게 평등한 햇볕을 이렇게 온몸 가득 맞노라면 이것만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온전히 많이 가질 수 있는 따듯한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기분이 괜찮아 졌다.

내 옆자리의 전학생은 그 후로 한참이나 코까지 골며 숙면을 취하다가, 내가 커텐을 걷어 햇볕을 쬐느라 자기 얼굴에까지 쏟아진 빛에 오만상을 쓰며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일어난 그 남자를 보며 우습게도 본능밖에 존재하지 않는 짐승을 떠올렸다. 잠자면 자고, 먹고싶으면 먹고, 하고싶으면 하고, 그런 편안하고 고단한 삶을 사는 그것을.

남자가 마구잡이로 구겨진 인상을 서서히 풀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저를 빤히 처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제법 또렷한 눈매로 나를 마주보았다. 고개를 왼쪽으로 꺾고 자느라 보이지 않았던 오른쪽 얼굴 또한 찢긴 상처로 말이 아니었다. 귀티는 커녕 오히려 가난함이 줄줄 흐르는 그 오래된 교복의 태와 책상 한켠에 걸린 낡은 가방. 낡은 운동화가 자연적으로 그을린 피부나 생김새와 어쩐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만은 오롯하게 살아있어서.

나는 그 의문의 전학생에게 일말의 호기심을 가지고 말았다.

“뭐꼬... 니 누고.”

나는 그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잠에 젖어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내뱉은 단 두마디의 경상도 사투리는 서울 태생인 나에게 무한한 이질감을 불러일으켰다. 어쩜 저렇게 경상도 사투리와 잘 어울리는 남자가 다 있을까.

“나? 신혜성이야. 창조고 신혜성. 나 모르면 간첩인데. ”

“아.. 맞나. 니가 그 신혜성이가. ”

그닥 진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잠에서 완전히 깬 목소리로 전학생은 나를 아는 듯 대답했다. 나를 어디서 어떻게 뭐라고 들었는지 궁금해진 나는 조금 더 이 의문의 전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까지 귀찮아서라도 같은 학년의 학생들과 친해지긴 커녕 이야기도 제대로 섞은 적이 없었다.

“그 신혜성? 내 이름을 들었어?”

창문에서 뛰어 내린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학생의 옆자리에 풀썩 앉았다. 아마 좋은 이야기는 듣지 못했을 것은 알고 있었다.

“니 여시라꼬. 억수로 여시라 카데. 일진인가 뭔가 일학년 중에 한명 있는데 선배들한테 붙어 먹어가 산다꼬. 몸 팔아가 그래 댓다는 이야기도 있다 카든데. 그기 니 맞나.”

전학생의 입에서 흘러나온 너무나 사실적인 말에, 나는 그만 허리가 다 휘어지도록 박장대소 하고 말았다. 어느 누가 내 앞에서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겁대가리를 상실한 전학생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아이들에게 들은 말을 나에게 그대로 전달했고, 다행히도 나는 그렇게 화가 나거나 열받지 않았다. 오히려 내 눈앞의 이 남자에게 조금 더 강한 호기심이 생겼을 뿐이었다.

“어. 맞아. 나 그 신혜성이야. 흐음.. 근데 하필 여기로 전학 왔어? 여기 완~전 음식물쓰레기들만 모이는 곳인데?”

내 질문에, 전학생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는 일을 하지 못하는 부류의 전학생은 순수한 나의 물음에 애매한 목소리로 최대한 솔직히 대답했다.

“사고를 좀 처가.... 여기 아이믄 받아줄 만한 데가 없다 카드라...”

“사고? 무슨 사곤데? 누구 때렸어?”

“어. 내가 집은 똥꼬 째지게 가난한데 할줄 아는게 쌈박질 밖에 없어가 동네 관장님이 보다 못해가꼬 내 대꼬 격투기 가르쳤그든. 그래서 어쩌다 보니까 격투기 아마 챔피언도 하고 막 그카데. 내는 그르니까 일반인 때리면 안되는데, 좆도 아닌 것들이 가는 학교마다 막 씨비를 건다 아이가. 내가 진짜 상대 안할라고 케도 어쩌다 보니까 맨날 휘말려서... 내가 먼저 일반 사람 때린적은 한번도 없어 가꼬 잘 처리 되기는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학교를 많이 옮기따. 엄마 아빠가 하도 고등학굔 제발 졸업해라 케서 어쩌다 보니 혼자 여기까지 왔데. ”

어쩐지, 그는 남자로써 누구나 동경할만한 멋진 몸을 가졌다. 문정혁의 몸이 최고급 헬스트레이너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 두꺼운 근육질의 몸이라면, 전학생의 몸은 마치 굶주린 복서같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르고 단단한 몸이었다. 그의 딱한 사연에 입을 조금 벌리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듣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벌어진 얼굴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내 행동에 반사적으로 눈을 조금 찡그렸을 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름이 뭐야..?”

“전진이다. 성이 전. 이름이 진. 전진. ”

“와..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구나.... ”

열린 창문 밖에선 한참 우리반 아이들이 편을 갈라 내기 축구를 하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오는 중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빠져나가 텅텅 비어버린 고요한 교실 안. 노란 햇살이 물에 풀린 물감처럼 그윽하게 퍼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모든 소음이 공명음처럼 윙윙 교실 안을 울려오고, 이번엔 조금 짓궂게 그 상처를 아프도록 손끝으로 헤집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하나 내지 않고 내 눈을 똑바로 마주쳐오는 전진이란 남자에게, 나는 나도 모르게 제안 하나를 건내고 말았다.

“나 혼자 사는데... 너...나랑 같이 살래?”

나조차도 당황스러운 나의 질문에도 전진은 침착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확고했던 그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일렁인 것 외에는. “그래. 그렇게 하자.” 라고 대답하는 그 목소리가 마치 원래부터 그렇게 살았어야 했다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해서. 그래서 나의 이 깊은 수렁속의 외로움이 그 단호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딱 반절로 줄어들었다. 우리는 겨우 오분 남짓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겨우 이름과 생김새, ‘몸팔아 일진이 된 걸레’와 ‘사고친 격투기 선수’따위 였으므로, 그러나 우리는 그것뿐인 것에 마치 자석처럼 끌린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점심시간이면 당연히 모이던 옥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처음 전학을 온 전진을 대리고 밥이라도 한끼 먹이기 위해 급식실로 향했다. 돈이 없어 급식을 신청하지 않은 전진을 대신해, 점심시간에 으레 밥을 먹지 않는 몇몇의 아이들중에 식권을 빌려오기도 했다. 따듯한 쌀밥이라곤 나도 하루에 이 급식으로 나오는 점심식사가 다인 주제에 마이너스의 삶끼리 붙어 어떤 도움을 주고 받자고 같이 살자고 한 것인지, 그리고 그 뜬금없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지는. 그리고 전진의 숟가락과 젓가락등을 밥이 수북한 식판위에 챙겨주던 나는 아이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문정혁과 2,3학년 선배들이 급식실로 위풍당당하게 들어오는 중이었다. 마치 못볼것이라도 본 듯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길을 터주는 아이들을 오만 인상을 쓰며 바라보던 전진이 자리에 앉으며 나에게 말했다.

“저것들은 머꼬. 먼데 저래 줄서있는 아들 다 밀어내고 앞으로 가는데. ”

“전진아. 이 학교에서도 인생 평탄히, 졸업 무사하게 하고 싶으면 그냥 밥이나 드셔. 응? ”

산더미처럼 쌓인 밥을 수저로 무식하게 퍼먹던 전진이 내 말에 한번 더 문정혁의 무리를 아니꼽게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동안 몇마디 나누어 본 결과 전진은 학교에서 일진 행세를 하는 무리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전학을 다닌 학교마다 일진들은 저를 도발하며 건드리거나, 일진에 들어오라고 회유를 하다가 안되니 폭력을 행사하다 되려 당해서 사고를 치고 전학을 가게 만든 원흉이었던 것이다.

“니도 이제 저노마 들이랑 어울리지 마라. 알았나. 괴롭히면 내한테 말하고. 이제 내는 니 동거인이니까. 맞제?”

그러나 너무나 심각해서 더 우스운 전진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문정혁의 무리가 하필 이 넓은 급식실중에 유일하게 비어있는 우리의 옆자리에서 앉아버린 것이다. 나는 어제의 일로 형들과 매우 껄끄러운 상태였다. 나의 잘잘못을 떠나서 하늘같은 선배들 앞에서 그런 소란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대역죄인인 나는 응당 먼저 찾아가 형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조차 모이지 않고 멋대로 모르는 친구를 대리고 밥을 먹고 있는 나의 행동은 아무리 나를 예뻐해주던 형들에게 조차 아주 미운털 박힐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충 눈으로만 인사하며 마저 밥 먹기를 종용하는데, 동완이 형이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점심에 왜 안왔어? 속은 좀 괜찮고? 어제 많이 취해 보여서.”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충 대답하고, 이상하게 전진의 눈치를 살폈다. 상처를 가리기 위해 까만 비니를 눈까지 깊게 눌러쓴 전진은 그 무식한 밥더미를 묵묵히 밀어삼키고 있었다. 전진도 눈치가 있는 이상 조용한 학교 생활을 보내기 위해 함부러 저들에게 덤비지 못할 것이었다. 조용히 이 상황이 넘어가기 만을 바래온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반찬을 집어들었다. 무말랭이를 막 입으로 집어 넣으려는데 문정혁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매우 지치고 피곤한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왈칵 눈물이 터질 뻔 했다.

“누구냐? 앞에.”

내가 일학년 중 친구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정혁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독 나를 많이 챙겼고, 나는 그를 시간마다 틈틈이 쫒아다니기에 바빴다. 문정혁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으며 툭 던지듯 물었다.

“친구에요. ”

“점심 먹고 같이 올라와.”

그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무언가 결판을 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나는 더 이상... 나의 사랑하는 문정혁을 아무렇지 않게 옆에서 지켜만 볼 자신이 없었다. 그냥 확 고백해 버리고 끝낼 수도 있었지만, 나는 문정혁과 멀어지는 법을 택했다. 나의 어린 마음은 문정혁에 대한 배신감과 반발심, 사랑으로 뒤엉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말인냥 제법 덤덤한 목소리로 끝내 하고싶지 않았던 말을 줄줄 읊었다.

“선배..저 이제 일진회 이런거 안 하려구요.. 원래 내가 낄 자리가 아니기도 했고.. 그리고 나 이제 이 친구랑 같이 살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굳이 형들이 나 이렇게 안챙겨줘두 이제 괜찮기도 하고..”

나의 말에 모두의 젓가락질이 순간 멈추었다. 나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사색이 된 형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문정혁은 가만히..아주 가만히 내 말을 생각해보는 듯 하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묵묵히 무언가를 되짚는 그 짙은 눈동자가 질끈, 힘있게 감겼다가 띄워졌다.

“니 마음대로 나가고 싶다고 나갈거 였으면 가입 시키지도 않았지. ”

“...............”

“다 따라나와. 멤버의 탈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잖아. 규칙대로 해야지. ”

등에 식은땀이 다 나도록 서늘한 문정혁의 목소리가. 스타카토처럼 하나하나 또렷하게 나에게 날아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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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편 연속 올렸으니 궁뒤퐝퐝 해주세요 ㅋㅋㅋ

아항 제가 쓰면서도 진이 너무 멋있어서 ... 죽겠어요 읭? 이 무슨 자화자찬 -///-?

5편에서 쭉쭉 만나요 쓰릉흔드 !!

wkgml 님 : 어머머! wkgml님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날 이 소설을 받치게 되어 영광입니다^^ 참 예리하시군녀! 수없이 스쳐간 엑스트라들중 (그나마 동와니는 비중 좀 있음ㅋ) 진이를 넣지 않은건 바로바로~ 요 4편에서 멋지게 등장시키려고 숨겨놨습니다.ㅎㅎ이 소설은 중편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릭진셩만 나오고 나머지 멤버들은 안습할정도의 분량..차라리 태우나 계상이가 더 많이 등장할듯ㅋ_ㅋ

cherie37 님 : 학원물 오래간만에 써서 저도 너무너무 설레여요~ 저도 릭셩 무지무지 좋아해요. 요새 릭셩 팬픽만 읽다보니 릭셩에 푹 빠져서.. 그래도 원래는 진셩을 매우 사랑해서 어김없이 릭진셩입니다. 항상 발도장 쾅쾅 찍어주세요 그럼 저도 보답해서 쾅쾅콰콰카카오쾅~ 하고 소설을 내놓을께횽~!!

실세앤느님J 님 : 당장!!!냉큼!!!뽤리!!! 3.4편 대령했습니다 ㅋㅋ 실세님 댓글 보고 부랴부랴 삼사편 급하게 손떨면서 올렸써용 ~0~

물망초눈물 님 : 저도 오래간만에 학원물을 쓰다보니, 적응이 잘 안되요! 그래도 신화방송 보면 울 오빠들 34이지만 너무너무 동안이라~.~ 그냥 그 얼굴 그대로 갖다가 상상하면서 써도 잘 맞아서 신화방송보면서 쭉쭉 쓴답니다! 다음편도 애독해주세요^0^

[히든]

헐퀴.... 아니되옵니다. "저희 샾..." 빨리 연재해줘요ㅠㅠ중단은 거절하겠어요. 진심입니다. ㅋㅋ
아.. 글고 이거 진심 너무 재밋으요!!! 다음편 다음편!! 빨리 내주세요. 아 그냥 완결까지 빨리 내주세요ㅋㅋㅋ 꽃수님 소설은 진심 재밋어요. 흡입력 대박! ㅋㅋㅋㅋ

[실세앤느님J]

내가 기대하던 그런 삼편이엇어요 평생 소장하고 싶었달까...미친놈처럼 사랑하다 읽어봣는데 정혁이가 넘 불쌍햇더랫어요ㅠㅠ이번엔 안불쌍하게 해주세요

[wkgml]

계상님, 태우님 좋아요*_*
그나저나 혜승씨...ㅜㅜ 아니야아니야 문선배는 당신 좋아한다고 엉엉ㅜㅜ 그러지마 엉엉ㅜㅜ 탈퇴라.... 막 맞는거 아니죠? 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