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7
옛 벽화 앞에 서서 본다
햇살에 페인트 벗겨지고 , 오늘 또
빗물에 얼굴 벗겨지는 벽화를 보네
여럿이 그렸으나 인젠
혼자 그리는 벽화, 시멘트 벽
붓으로 덧칠하며 비가 오네
오래된 벽화
제 스스로 상해가는
우리 얼굴따라 그리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다 벽 앞에 서서
아득히 보네 잿빛 벽의 눈
번득이는 눈
흐린 눈
눈 맞추다 아,
옛 얼굴 여태 그려지고 있음을 본다
갈대를 위하여
선한 갈대가 있다. 사슴이 풀을 뜯어먹을 때 뿌리가
뽑힐까봐 앞발로 잡고 뜯는다.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내 십일면관음상
내 얼굴 이미 많은 걸 지녔다
얼굴 드리운 퀭한 눈빛
얼굴에 파인 깊은 그늘
자비상, 분노상, 백아상출상 열한 개의 얼굴
보이지 않는 뒷모습 살의(殺意)
나는 내가 두렵다
눈보라 속의 열매를
우리 상한 얼굴빛이라 썼던
젊은 날 회한의 시(詩)는 슬픔의 과잉-
그 얼룩진 눈 습지 보타지면서
가면(假面)도 얼굴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맨얼굴 옛 미소가
내 얼굴 정수리 불면(佛面)이 사라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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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 외국시
벽화 7 외 2편 / 김영산
이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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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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