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정의 야무진 손끝에서 청소와 정리정돈이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내 손으로 청소하는 것, 그게 바로 결혼이죠” W 호텔 스타일팀 스타일리스트 로라 정 내 방 물건만 잘 정리해도 칭찬받던 시절이 있었다. 청소는 으레 엄마가 해주는 걸로 알던 남녀가 만나 한집에 살게 되었다. 내가 사용하는 화장대 위만 정리하면 되던 수준에서 하루아침에 벗어놓은 옷이 두 배가 된 상황, 생활의 시작이다. 그게 바로 결혼이라고 말하며 W 호텔에서 청소와 정리정돈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로라 정은 웃는다. “진정한 결혼 생활의 시작은 청소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청소는 결혼 전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죠. 말끔하게 청소하고 정리해주시는 엄마가 계셨으니까.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그다음 날부터 청소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고 종종 부부 싸움의 빌미가 되기도 하니까요.”
청소가 익숙하지 않고, 혼자 청소하는 게 억울한 신부라면, 또 아직 서툴러서 청소해도 티가 안 나서 고민인 신부라면 그녀의 노하우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집에서는 두서없이 청소하지만 호텔에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방 정리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하기 전 머릿속에 동선부터 그려야 합니다. 청소하기 전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면 빠뜨리는 곳이 없어서 좋죠. 시간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요. 이렇게 일상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단순히 청소뿐만 아니라, 가정을 꾸려가는 경제관념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고 계획을 세워 일정 금액을 적정한 곳에 투자하는 과정이 청소와 꽤 비슷하니까요.”
(왼쪽) 청소하기 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간을 어느 정도 들여서 할 수 있을지 미리 계획하는 건 필수. 계획대로 청소해 최단 시간에 마친다면 소소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오른쪽) 보이는 곳에 있는 물건은 무조건 ‘줄 맞춰, 키 맞춰’가 원칙. 그렇게 줄과 키를 맞추면 잘 정리정돈된 것처럼 보인다.
실제 청소할 때 도움이 될 노하우도 16년 차 주부답게 풍부하다. “집 청소를 할 때는 침대가 있는 침실을 먼저 청소해야 깔끔합니다. 집안에서는 아이들 방, 그중에서도 책상 위가 가장 지저분하죠. 이건 남편 서재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럴 때는 윗부분, 즉 책상 위를 먼저 정리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정리해나가는 거죠. 옷장이나 서랍장도 눈에 보이는 위쪽 공간을 먼저 정리하세요. 인형도 키대로 순서를 맞춰 정리하면 한결 정돈되어 보여요. 화장실도 위에서 아래로 정리하세요. 아래부터 정리하다 보면 동선이 꼬이며 힘이 더 들거든요. 세면대를 정리하면서 버릴 것은 바닥으로 내리고 바닥을 훑어서 버릴 것을 봉지에 담은 다음 바닥은 일주일에 한 번 락스로 청소하면 되죠. 온 집 안의 청소기는 정리정돈 후 한꺼번에 돌립니다. 부엌은 하루 종일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니까 수시로 정돈합니다. 얼추 정리가 되면 청소기를 들고 처음 시작한 방부터 순서대로 먼지를 제거합니다. 걸레질은 매일 하지 않아도 되요.”
청소와 정리정돈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더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이 되어 이젠 버스 좌석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도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이 되었다는 그녀. “때론 청소하면서 화풀이도 해요. 이왕 버릴 거 던져버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죠. 물론 이불도 두드리고요.” 청소 전문가는 과연 스트레스 해소법도 남달랐다.
수건을 착착 개켜 로고가 보이도록 가지런히 정리하는 건 부인 신선영의 손. 진열된 아트 상품들의 각을 잡는 것은 김세환의 손. 정리하는 두 손이 꼭 닮았다. 그들은 부부다.
“수건까지 각 잡는 여자 위해 앉아서 싸는 남자가 되었죠” 디자이너 김세환과 갤러리 카페 가회 대표 신선영 신혼 초 화장실에서 많은 문제들이 일어난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흔한 얘기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두 사람이 샤워를 하고 난 후의 정리정돈 방식이 다른 건 당연하다. 문제는 사용한 수건을 아무데나 던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로고가 보이게 가지런히 각을 잡아 정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김세환과 신선영 부부가 바로 그랬다. 김세환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WORKSharp Creative Lab의 대표이고, 신선영은 갤러리 카페 가회의 대표다. 부인은 1층 카페에서 남편은 2층 사무실에서 일한다. 이들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 초에는 욕실과 화장실 사용 문제로 부부 싸움을 시작했다. 수건 문제는 시작에 불과했고 사실 더 큰 불씨는 변기 커버에 숨어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문제, 그건 바로 남자와 여자의 신체 조건에서 비롯된 ‘앉아 싸’와 ‘서서 싸’의 대결이다. 김세환이 밤에 사용하고 올려놓은 변기 커버를 새벽에 잠 덜 깬 신선영이 모르고 털썩 앉았다가 풍덩 빠지면서 찬물로 정신 차리는 일이 종종 생긴 것. 이 문제를 김세환과 신선영 부부는 사회적인 캠페인으로 승화했다. 신선영이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 ‘가회’에는 남성용 소변기가 없다. 대신 화장실 문에 ‘앉아서 볼일 보세요’라는 캠페인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고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 이 문구는 사실 그들이 적은 게 아니라 독일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행하는 교육 캠페인의 구호라고 한다. 남녀 차별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화장실에서부터 익힌다는 것.
(왼쪽) 그녀는 창문을 닦고 그는 마당을 쓴다. 결혼 11년 차 그들에게 청소는 생활 그 자체. 이들이 청소하는 모습은 흡사 커플 댄스를 추는 듯 호흡이 잘 맞는 아름다운 하모니로 보인다. (오른쪽) 갤러리 카페 가회의 화장실에는 남자 소변기가 아예 없다. 대신 앉아서 볼 일을 보라는 문구와 귀여운 그림이 있을 뿐. 부부 싸움의 빌미가 될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캠페인으로 펼쳐나가고자 하는 김세환의 야망이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만 내세운다면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는 문제예요. 해결책은 단 하나,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의 화장실에 남자용 변기가 있나 생각해보세요. 남자도 앉아서 싸면 쉽게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집 안의 청결함을 위해서도 남자가 앉아서 싸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세환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남자의 자존심? 그런 건 일할 때 세우세요. 집에서는 잠시 버려도 좋습니다. 결혼한 후 앉아서 싸는 기술을 연마했더니 지금은 아주 편합니다. 비데에 앉아 느긋하게 즐기는 배설의 기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좋은데, 참 좋은데,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네’ 하는 모 광고가 바로 제 마음이에요. 물론 주변의 남자들이 이 이야기를 들면 ‘뭐? 남자 자존심이 있지’라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경험해보면 앉아서 싸는 기분도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서서 쌀 때 소변이 변기 주변에만 튀는 줄 아세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욕실 벽 사방, 10m 이내에 다 튄다고 합니다. 깔끔한 분들도 매일 화장실을 벽까지 청소하진 못하잖아요. 앉아서 싸면 그 모든 문제가 아예 사라지죠.” 이젠 아예 과학까지 끌어다 대놓고 ‘앉아 싸’ 예찬이다.
이들의 청소에 대한 원칙은 각 잡은 수건처럼 명확하다. 눈에 보이는 즉시 정리하는 것. 모든 일이 그렇듯 미루면 점점 더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작년 말 갤러리 카페를 가회동에 오픈하고 아내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주말이면 아내를 먼저 출근시키고 한바탕 집 안 청소를 합니다. 설거지, 세탁, 청소기 돌리기, 걸레질까지 제가 합니다. 마지막은 화룡점정. 침실 정리정돈하고 퇴근 후 갈아입을 편의복을 침대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신선영 역시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퇴근 후 말끔하게 정리된 실내를 보면서 마치 제가 남자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아, 회사 일에 지친 남편들이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청소가 잘 되어있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하고요.”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의 입장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일, 부부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을 가회에서 보았다.
현재 둘째를 임신 중이다 보니 건강에 신경을 더욱 쓰게 되고,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 같은 환경성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편이라는 그녀.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하는 청소 시간은 가족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
“구석구석 먼지를 잡아내는 손길이 바로 사랑입니다” 일렉트로룩스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 신윤선 과장 ‘둘이 함께 하나하나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재미와 행복이 있는 진정한 인생의 시작’. 결혼 4년 차,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지금 임신 6개월인 일렉트로룩스의 마케팅 매니저 신윤선 과장이 결혼에 대해 내린 정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만큼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들도 늘어난다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이런 결혼 생활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것이 청소인 것 같아요. 싱글일 때는 ‘누군가 해줄 수 있는 일’이면서도 하기 싫고 귀찮기만 한 일이 청소였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자 소중한 우리의 공간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로 바뀌었으니까요.” 집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면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때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없지만 깔끔하게 정리한 후에 집을 보면 예전엔 몰랐던 행복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된 것이 결혼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청소기 마케팅을 담당하다 보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청소기 가격 대비 기대가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 디테일에 강해서 마감 여부도 꼼꼼히 따지고 작은 소음에도 민감하다는 것. 그런데 이건 다 결혼 후 살림하는 주부들 얘기고,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는 별 고민 없이 청소기를 고르는 것 같아 아쉽다는 게 결혼한 선배로서 그녀의 안타까움이다. “청소기 전문 마케팅을 하고 제품에 대해 알면 알수록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도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게 되었죠. 특히 아이를 낳고, 아이가 아토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균까지도 깔끔하게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예비 신부가 혼수를 준비하면서 청소기를 고를 때 간과하는 점은 아기가 곧 생긴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둘만의 생활을 생각하고 작은 청소기나 저렴한 청소기를 고르는데, 곧 아기를 낳으면 후회하면서 다시 비싼 돈을 들여 두 번째 청소기를 구입하곤 하죠. 처음부터 집 안 크기, 흡착력, 미세 먼지 여과 여부 등을 고려해 청소기를 고르면 아기가 태어나도 오래오래 쓸 수 있습니다.”
(오른쪽) 결혼 후 급하게 출장을 가게 되어서 떠나기 전날 방 안을 엉망으로 해놓고 출발했는데 돌아오니 엉망이던 집 안이 싹 정리되어 있고 깨끗한 침대 위에 남편이‘피곤하지? 힘내’라고 써준 예쁜 카드가 놓여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고마움과 예쁜 카드가 놓여 있던 깨끗한 방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지면서 힘이 난다.
살다 보니 생활에서 청소가 점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기본 조건이 청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청소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요령은 있다. 평소에는 간단하게 스틱형 청소기로 눈에 보이는 먼지를 제거하고 주말에는 흡착력이 좋은 청소기로 세심하게 청소하는 것.
“청소기를 고를 때는 라벨을 꼼꼼히 살펴주세요. 아이를 키울 때까지 청소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꼭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미세 먼지 방출량’이라고 써 있는 작은 글씨에요.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정보이지만 깨끗하게 걸러주는 청소기인지 알려주는 정확한 지표거든요. 미세 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청소기에는 2010년부터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는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일렉트로룩스의 울트라원은 0.0005mg/m³ 이하인데 너무 길어서 0.00mg/m³까지만 써 있어요. 다른 청소기 중 가장 좋은 것은 현재까지 0.01mg/m³ 이하예요. 또 청소기 코드의 길이가 넉넉한 걸 고르면 굳이 방방마다 청소기 코드를 다시 꽂을 필요도 없어서 사용이 편리하죠. 무게도 의외로 중요하답니다. 너무 무겁지 않은 것,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는 것을 골라야 청소하다가 손목이 아프지 않아요.” 어떤 길을 먼저 간 선배의 말은 언제나 귀기울일 만한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정리 안 되는 요소를 감각적으로 표출하는 게 그녀의 특기. 책꽂이에 책과 액자, 오브제를 과감하게 배치하거나 책을 조르르 꽂은 앞에 선인장 화분을 둔다.
“약점은 감추고 장점은 드러내는 게 결혼과 청소의 공통점이죠” 스타일링 그룹 꾸밈 by 조희선 조희선 이사 ‘내 스타일에 맞춰 만들어나가는 공간. 원하던 라이프스타일이 오롯이 반영되어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꿈꾸며 예비 신혼부부들이 찾아가는 그녀, 꾸밈 by 조희선의 대표 조희선 이사를 만났다. 그녀는 시간이 흘러도 세련되어 보이는 모던한 스타일링, 작은 평수도 넓어 보이게 하는 마법 같은 공간 활용술로 이름난 홈 드레싱 전문가다.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정리정돈하는 법은 몰라요. 대신 골치 아프고 지저분한 건 숨기고 보이는 곳은 우아하게 꾸미는 백조 스타일링 노하우를 신혼부부에게 가르쳐줍니다.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66㎡대 아파트는 공간에 비해 대부분 살림살이가 많은 편이에요. 지저분하다는 소리는 듣기 싫지만, 일일이 꼼꼼하게 챙겨 넣을 자신이 없다면 작은방을 하나 정하거나 잘 쓰지 않는 공간을 활용해서 수납장을 짜보세요. 의외로 신혼 때는 집에 손님이 올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신경 쓰이는 짐은 모두 거기에 넣은 다음 문을 딱 닫고 깔끔한 모습만 보여주는 백조 연기를 하는 거죠.”
설거지하는 개수대도 마찬가지. “제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설거지예요. 그래서 저는 주방의 아일랜드 안쪽에 개수대가 안 보이게 설치합니다. 설거지감은 쌓이게 마련인데 뭔가 가려줄 수 있는 게 필요한 거죠. 부엌은 대부분 개방형이니까요. 66㎡대라도 개수대가 안보이게 관리합니다. 설거지감이 쌓였을 때 손님이라도 오면 제일 먼저 가리고 싶은 게 개수대거든요. 저도 일하면서 주중엔 친정어머니가 집안일을 도와주시는데 결혼 생활이라는 게 이처럼 끊임없이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 유지되는 거죠. 어차피 청소를 해야한다면 조금 더 즐겁게 할 필요가 있어요. 얼마 전 서경석 씨 집들이에 갔더니 모두들 걸레 슬리퍼를 신고 생일 파티를 하더라고요. 이처럼 귀 찮다고 생각하던 청소를 즐거운 이벤트로 만드는 것도 생활의 지혜인 것 같아요.”
둘이 같이 살면 한 사람은 양보할 수밖에 없고,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그동안의 결혼 생활을 통해 얻은 지혜다. 청소 문제 역시 마찬가지. 어쨌든 내가 지금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신혼부부들이 가장 처음 싸우는 곳이 욕실 또는 화장실 사용 문제라고 하는데 저는 남편이 샤워를 끝낸 뒤 제가 샤워할 때 화장실을 청소했어요. 온몸을 비누로 씻은 상태에서 거품이 남은 샤워볼로 욕실 벽이나 욕조, 샤워 부스 등을 문지르고 물을 뿌리고 나오면 따로 청소할 필요 없이 욕실을 늘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큰마음 먹고 시간을 내서 화장실 바닥을 청소하면 서러운 마음이 들게 마련이죠. 요즘은 좋은 세제도 많이 나왔으니 뿌리고 잔 다음 아침에 샤워기로 더운 물을 뿌리면 말끔합니다.”
거실은 침실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이니만큼 감각과 개성이 담겨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 신혼집 가구는 싸고 흔한 스타일이 일반적인데, 그런 가구에도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모던한 스탠드 아래 자신이 아끼는 인형을 둔다거나, 심플한 검정색 가죽 소파 위에 재미나고 컬러풀한 쿠션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할 때도 그녀만의 원칙이 있다. 너무 작고 아기자기한 건 집에 가져오면 잡동사니가 되기 쉬우므로 처음부터 덩어리가 큰 것을 구입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요령이다. 덩치가 큰 오브제는 그냥 두는 것만으로도 감각적으로 보이기 때문. 서재를 원하는 요즘 신혼부부에게 책장 정리의 비법도 들려준다. “책의 색깔을 맞추고 키까지 맞춰서 꽂으려면 무척 힘들고, 또 금세 헝클어지기 쉽죠. 스트레스도 받고요. 책꽂이를 책과 액자, 오브제로 꾸며보세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금언처럼 가릴 건 가리고 장점은 자신 있게 드러내라는 그녀의 조언은 어찌 보면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르는 과정,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