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음 세상은 VR·AR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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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은 6억5천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올드트래퍼드 경기장 수용인원은 7만5000명 남짓이죠. 팬들의 10분의 1만 이 기술을 써도 6500만 명이 마치 경기장에 와 있듯 생생한 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VR(가상현실)를 통해서 말입니다." 브래드 앨런 넥스트VR 회장이 한 이야기다. "메인 프레임에서 PC로,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은 진화해 왔습니다. VR는 진화의 목적지, 인류 마지막 플랫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구글은 이토록 투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스티븐 칸 구글 VR전략헤드가 한 이야기다.지난달 11일 '시공간을 뛰어넘는 가상현실 혁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지식포럼 세션에 세계 VR·AR 분야에서 독보적 선두를 달리는 브래드 앨런 회장과 스티브 칸 해드는 연사로 참여하여 입을 모아 VR와 AR(증강현실)가 조만간 소비자들의 삶 속 모든 측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를 조명과 비트, 미세한 사운드까지 내 방에서 완벽히 즐길 수 있는 세상, 몸의 털끝 하나 물 묻히지 않고 카리브해 바닷속을 360도로 탐험할 수 있는 세상, VR의 등장으로 인해 가능해진 오늘날 새로운 세상의 단면이다.
무대에 연주자 2명이 올라왔다. 드러머는 머리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드럼 연주에 나섰다. 그런데 드러머 앞에는 '드럼'이 없었다. 연주자가 허공에 대고 드럼 스틱을 휘두르자 '쿵쾅 쿵쾅' 드럼소리가 울려 퍼졌다. VR 기기를 쓴 또 한 명의 연주자는 특수장갑을 끼고 마치 앞에 피아노가 있는 것처럼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이처럼 머리에 VR 기기를 쓴 연주자의 합주 무대에 악기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합주가 이뤄줬다.지난 7월에 인텔 연례개발자포럼이 열린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포럼 오프닝 무대에서 시연된 광경이다. 인텔이 업계 최초로 개발한 올인원융합현실(Merged Reality) 기기 '프로젝트 얼로이 (Project Alloy)'의 힘이다. 융합현실이란 VR와 증강현실(AR)을 결합한 개념이다. 현존하는 VR 기기는 게임 속 현실이어서 실제 상황과 접목할 수 없다. 포켓몬고 광풍으로 관심을 끌고있는 AR는 스마트폰에서만 작동되는 단점이 있다. 인텔이 포럼 현장에서 내놓은 융합현실은 VR 기기를 착용하고도 현실 속 장면을 볼 수 있다. 컴퓨터에 연결해야 하는 VR 헤드셋 코드 없이도 작동한다. 융합현실 기기를 쓰면 거실에 있는 실제 테니스 라켓을 집어들고 가상의 윔블던 코트로 발을 내디뎌 실제처럼 경기나 연습을 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지난해 40억달러(약 5조원)였던 가상현실 시장이 2020년에는 1500억달러(약 185조원)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IT사들도 잇따라 관련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소니는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PS4)용
VR기기인 'PS VR'를 출시했는데 가격은 49만 8000원대로 60개 이상 콘텐츠도 발매되고 있다. 230여 개의 회사가 PS VR용 콘텐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 함께 '기어 VR'를 내놓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어VR는 스마트폰을 기기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VR 콘텐츠가 다양한 오큘러스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는게 큰 장점이다. LG전자도 '360vr'라는 VR 기기를 출시했는데 다른 주요 제품들이 특정 스마트폰에 한정된 것에 반해 360vr는 디바이스 제약이 없다는게 장점이다. 2014년 내놓은 5달러 짜리 VR 기기 '카드보드'에 이어 최근 착용감이 가볍고 저렴한 고성능 VR 헤드 셋 '데이드림뷰'를 선보인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VR모드를 넣고, 기존 파트너사들이 자연스럽게 자사의 VR 생태계에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등 VR 분야에서 유독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 있다. VR 기기의 부피가 아직 크고 무거워 사용자들이 불편하지만 머지않아 반드시 개선될 것으로 본다. 휴대폰이 벽돌만큼 커서 차에 연결하고 다녔던 시절을 회상하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평상시 쓰는 안경 혹은 콘택트 랜즈의 형태를 취하게 될테고 이를 위해서 곡선을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에 집중적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5~10년간 세계의 주류 컴퓨팅 플랫폼은 모바일에서 VR·AR로 진화할 것이며 구글의 데이터 전문성과 컴퓨터 기술, 유튜브를 통한 보급 등의 자원을 이용해 점차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현실적 VR 기기들을 구상해내고 있다."라고 스티브 칸이 말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에서 VR를 통한 박물관 체험학습이 이뤄지고 있고 질병치료에 수반되는 통증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VR가 연구되고 있다는 사례들을 소개하며 교육·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VR가 대중의 삶에 점차 스며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스포츠경기와 콘서트의 실시간 VR 콘텐츠를 전 세계에 제공하고 있는 업체 넥스트VR의 앨런 회장은 "2014년 삼성의 기어VR 출시 이래 최근 오큘러스, HTC, SCE등에서 VR 기기들이 쉴새없이 등장하고 있다"며 " 대중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10만원대의 가격이 점차 형성됨에 따라 곧 어마어마한 히트를 칠것으로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스스로 스포츠 마니아임을 밝힌 그는 "VR로 생중계를 보게 되면 농구코트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것 보다도 더 생생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며 지난 1년 반 사이 프리미어리그, 메이저리그, NBA 등 세계 주요 스포츠 경기 리그, 협회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앨런은 "LA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 가보니 청중의 80~90%가 현지 미국인들이었다."는 경험을 언급하며 이처럼 전 세계 방대한 팬덤을 가진 앤터테인먼트 콘탠츠를 매일 수백만, 수천만명에게 '마치 현장에 있듯' 전달할 수 있는 점이 VR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