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이사 들어오던 첫 해,
자두밭에 수없이 자라난 명아주 몇 그루를 잘 길러서 지팡이를 만들어 마을 할머니들께 드렸더니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게 나고 어르신들은 나를 볼 때마다 인사를 하셔서 좀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 더 잘 만들어 드려야지 하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뜻대로 못했습니다.
미루다가 추석도 가까이 다가오고 해서 엊그제 손질을 했습니다.
여름에 높이 자란 명아주를 뿌리까지 캐서
톱과 전지 가위로 잔뿌리와 옆가지를 자르고, 그늘에서 두어 달 동안 잘 말렸습니다.
주로 할머니용으로 쓸 것이기에 길이를 90cm 정도로 짧게 잘랐습니다.
잘 마른 명아주를 전기연마기(그라인더)로 아주 곱게 갈았지요.
연마기가 무거워 두어 시간 작업했더니 손목이 아프더군요.
그 다음 날, 사포질을 곱게 하고서 니스를 입힌 후 다시 락카칠을 했습니다.
아랫부분은 쉽게 갈라지지 않도록 철사로 두어 번 감았습니다.
원래 뜨거운 물에 삶아 쪄야 더 질겨서 오래 쓸 수가 있는데 삶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음엔 찔 수 있는 용기를 하나 마련해서 정말 제대로 만들어 볼 작정입니다.
10개를 만들었는데 현관에 두었더니 누군가 한 개를 가져가 버렸습니다.
대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그런 일이 좀체 없었는데...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을 테지요.^^
명아주는 비름을 많이 닮은 풀로서 밭에 가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요.
어린 새순은 된장 국거리로 쓰고 취나물처럼 삶아 무쳐 무침나물로 먹기도 하며,
효소를 만들어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조금만 가꾸면 높이 2m 정도까지 높게 자라는데
한해살이풀이라 무척 가볍고 단단하며, 모양도 아름답기 때문에
예부터 최고의 지팡이 재료로 사용하었습니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청려장靑黎杖'이라 합니다.
지금도 나라에서는 '노인의 날'에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선물하고 있으며,
청려장은 경북 문경시 산북면의 지역특산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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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렇게 가느린 명아주가 이렇게 변하다니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까지 전해져서 명아주 지팡이 잡으면 따뜻하겠습니다.^^
예, 명아주로 지팡이 만든다면 못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잡으면 절대로 차갑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