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불타오른다. 올해 개봉할 SF와 판타지영화가 그리는 세상은 디스토피아 그 자체다. 하지
만 완전한 절망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아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Star Wars: Episode3 Revenge of the Sith>
감독 조지 루카스 | 출연 헤이든 크리스텐슨, 나탈리 포트먼, 이완 맥그리거 | 개봉 5월 19일
<스타워즈> 신화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된다. 이미 2003년 가을 모든 촬영을 끝마쳤던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이하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2004년을 꼬박 고된 후반작업으로만 보냈다. 전설의 시작이자 완결편이기도 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앞의 두 편, 뒤의 세 편의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편에 이어 3년 뒤, 클론의 전쟁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공화국의 팰퍼타인 수상(이언 맥디어미드)은 스스로 황제라 칭하며 타락하고, 아미달라 여왕(나탈리 포트먼)은 기회를 노리며 숨어 지낸다. 많은 분리주의 지도자들이 죽거나 잡혔지만 서서히 다른 갈등들이 불거져 나온다. 한편, 전편에서 두쿠(크리스토퍼 리)와 대결하다 오른팔이 잘린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점점 포스의 악한 면에 이끌리면서 스승인 오비완 캐노비(이완 맥그리거)와 충돌하게 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장대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결국 다스 베이더임을 웅변한다. 아나킨이 악의 화신인 다스 베이더로 변해 가는 과정이 완결편의 핵심이다. 조지 루카스는 부제 '시스의 복수'를 두고 "제다이가 포스의 밝은 면을, 시스가 어두운 면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제다이와 시스족 간의 기나긴 전쟁은 전편들을 능가하는 광활한 스케일로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한 인터뷰에서 "아나킨이 자신의 스승 오비완 캐노비와 펼치는 대결은 시리즈 중 최고의 백미"라고 밝혀 그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켰다. 게다가 왜 R2D2와 C3PO가 레아의 반란군 전함에 올라타게 됐는지, 왜 루크와 레아가 아기 때 헤어지게 됐는지, 도대체 추바카는 어디에서 등장했는지(드디어!) 등 팬들의 오랜 궁금증을 한번에 풀어줄 것이다.
<콘스탄틴 Constantine>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ㅣ 출연 키아누 리브스, 레이첼 와이즈 ㅣ 개봉 2월 8일
<매트릭스> 시리즈는 끝났다. 이제 아류들의 계절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탄생시킨 DC 코믹스 '헬블레이저'를 원작으로 한 <콘스탄틴>은 그 태생과 상관없이 <매트릭스>의 후속작처럼 보인다. 키아누 리브스 때문이다. 지옥에 가 본 경험이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형사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이 목숨을 걸고 세상을 구하는 모험담 <콘스탄틴>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키아누 리브스 영화'다. 검은 머리에 검은 옷을 입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를 한 현란한 화면에서 그는 또 악전고투를 한다. 만화 속 존 콘스탄틴은 카키색 바바리를 입은 형사였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므로 검은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현실과 가상 현실 사이를 오가던 네오가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퇴마사로 돌아온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초현실적인 사건들을 해결하고 다니는 콘스탄틴은 쌍둥이 언니의 의문의 자살을 수사하던 LA 경찰 안젤라 도슨(레이첼 와이즈)을 돕는다. <미이라> 시리즈의 레이첼 와이즈가 안젤라와 이자벨 1인 2역을 맡은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 누아르, 공포, 판타지 등을 두루 포섭하며 <매트릭스>의 시각적 쾌감과 <미이라>의 심리적 공포를 두루 섞는다. 감독은 윌 스미스, 브리티니 스피어스 등의 뮤직 비디오로 주목받은 신예 프랜시스 로렌스. DC 코믹스의 액션 영웅을 스크린에 옮기는 감독이라면 의례 “어릴 때부터 만화광이었다”고 말할 법도 한데 감독은 “만화책 모으는 건 취미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는 '헬블레이저'라는 원작의 제목을 바꾸기까지 했다. “주변에서 자꾸 ‘그 머리에 핀 꽂은’ 헬레이저와 헷갈려 하잖아.”
<아일랜드 The Island>
감독 마이클 베이 | 출연 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 | 개봉 미정
<아일랜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연출작 중 처음으로 제리 브럭하이머가 제작하지 않는 작품이다. 베이에게는 <나쁜 녀석들> <진주만> 등의 흥행 파워가 과연 누구의 것이었는지 증명해 보일 절호의 기회이자 동시에 위험한 도박이기도 하다. 배경은 21세기 중반의 미래 사회. 외부 환경으로부터 격리된 시설에서 생활하는 링컨 식스 에코(이완 맥그리거)는 지상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땅 ‘아일랜드’로 가는 주인공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러나 곧 링컨은 숨겨진 자신의 정체를 알고 당황한다. 그를 비롯한 시설의 거주자들은 모두 인간들에게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태어난 복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링컨은 여자 친구 조단 투 델타(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자신들을 만든 책임자를 찾는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영화의 실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할리우드 당대 최고 흥행 감독이 만드는 SF 스릴러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그림 형제 The Brothers Grimm>
감독 테리 길리엄 | 출연 맷 데이먼, 히스 레저, 모니카 벨루치 | 개봉 하반기
<헨델과 그레텔> <황금 거위> 등 숱한 동화를 만든 19세기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동화 작가 그림 형제가 스크린에 출현한다. <브라질> <피셔 킹>의 테리 길리엄이 연출하는 <그림 형제>는 너무도 '길리엄스러운'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략의 줄거리는 동네방네 민담을 채집하러 다니던 그림 형제가 진짜 마법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 구전 민담을 문학 형태로 만든 위대한 형제의 실제 일생에 아주 살짝 기대고 있는 판타지 미스터리 어드벤처다. <스크림 3> <링>의 에렌 크루거가 시나리오 작업을 한 뒤 길리엄의 오랜 파트너였던 토니 그리소니가 다시 한번 각색해 길리엄 특유의 유머 감각이 잘 묻어난다는 소문이다. 닮은 데가 어딘지 아리송한 맷 데이먼과 히스 레저가 형 야고프 그림과 동생 빌헬름 그림을 연기하고, 모니카 벨루치가 처녀의 피를 이용해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사악한 숲의 여왕으로 출연한다. 체코 프라하에서 촬영하고 유럽에서 가장 명망 있는 특수 효과 회사 'PeerlessCamera'가 환상적인 CG를 담당한 <그림 형제>는 올 하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판타지와 동화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팀 버튼만큼이나 신뢰할 만한 작가 길리엄이 미라맥스의 간섭쟁이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과의 싸움 속에 얻어낸 결과가 궁금할 따름이다.
<킹콩 King Kong>
감독 피터 잭슨 | 출연 나오미 왓츠, 애드리언 브로디, 잭 블랙, 앤디 서키스 | 개봉 12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피터 잭슨을 위대한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업적을 낳았다. 피터 잭슨 평생의 숙원 사업이자 2005년 최고의 기대작 <킹콩>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9세 때 페이 레이가 주연한 RKO의 1933년 작 <킹콩>을 본 이후로 영화감독을 꿈꿨고, 12세 때부터 <킹콩> 오리지널의 리메이크를 소원해온 잭슨은 지난 10년 동안 준비했던 <킹콩> 촬영을 작년 8월 뉴질랜드에서 시작했다. 'KongIsKing.Net'에 올라 있는 프로덕션 다이어리를 읽고 나면 더더욱 흥분될 것이다. 뉴질랜드 웰링턴에 세워진 <킹콩>의 뉴욕 세트 규모와 정교함이 압권이다. 과거 스톱 모션으로 움직이던 킹콩을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 앤디 서키스가 모션 캡처를 통해 연기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잭슨 감독의 '강추'였다니 이번엔 킹콩의 표정과 움직임은 물론 내면 연기도 예사롭지 않을 듯하다. 나오미 왓츠가 1933년 페이 레이가 맡았던 킹콩의 연인 앤 대로우 역할로 캐스팅됐고,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이 명성을 쌓으려고 미지의 섬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영화 제작자 칼 데남 역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수만 명과 대적하는 킹콩의 아우라를 되살려낼 뉴질랜드 웨타 스튜디오의 마법 같은 솜씨도 기대가 크다. 20세기 영화사가 낳은 고전적 '러브 스토리' <킹콩>을 "새로운 세대의 영화"로 재해석하려는 잭슨의 노력은 21세기의 위대한 도전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
감독 마이크 뉴웰 ㅣ 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 엠마 왓슨 ㅣ 개봉 12월
영국 감독 마이크 뉴웰이 메가폰을 잡는 네 번째 <해리포터> 시리즈.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연출한 그가 이제까지 나온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조앤 K. 롤링의 원작을 어떻게 스크린에 옮길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열세 살이 된 해리의 사춘기를 출생의 비밀로 풀었다면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선 ‘첫사랑’이 시작된다. 진정한 질풍노도의 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열리게 되는 댄스 파티. 해리, 론, 헤르미온느는 누구와 함께 파티에 갈지 고민스럽다. 해리는 신비하고 귀여운 ‘초 챙’에게 마음이 끌리고, 론은 헤르미온느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가 거절당한다. 이 와중에 ‘예언자 일보’가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사랑한다고 공표해 버리자 세 친구의 단단했던 우정이 위태로워진다. 한때 보아가 초 챙 역에 캐스팅될 거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어드벤처 성격이 강했던 1, 2편이나 어두운 성장담에 초점을 맞춘 3편에 비해 미스터리를 강화한 낭만적인 판타지로 완성될 예정이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모나리자 스마일>, TV 드라마 <영 인디아나 존스>의 마이크 뉴웰이 연출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
감독 팀 버튼 ㅣ 출연 조니 뎁, 프레디 하이모어, 헬레나 본햄 카터 ㅣ 개봉 9월
알록달록한 ‘캔디 컬러’를 자랑하는 팀 버튼의 영화가 초콜릿을 포섭했다.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팀 버튼의 마술 세계로 들어온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과자 제조 업자 윌리 웡카(조니 뎁)는 어느 날 초콜릿 포장지 속에 다섯 개의 초대장을 끼워 넣는다. 이 초대장을 발견한 어린이는 평생 초콜릿을 공짜로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밀에 싸인 윙카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줄거리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이 이야기는 팀 버튼 나라의 일등 시민 조니 뎁, 촬영감독 필립 루셀로, 음악감독 대니 앨프먼 등이 함께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팀 버튼의 2세를 낳은 헬레나 본햄 카터도 ‘미시즈 찰리’로 출연한다. 1971년 진 와일더 주연으로 <윌리 왕카와 초콜렛 공장>(국내에는 <초콜렛 천국>으로 비디오 출시)이 만들어졌지만 이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작가의 유족들이 1998년에야 리메이크 계약을 체결했다. 뜻밖의 사실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제작사가 브래트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턴이 설립한 ‘플랜B엔터테인먼트’라는 것. 라세 할스트롬의 <초콜렛>에 이어 또다시 ‘초콜릿 무비’에 출연한 조니 뎁이 <헨젤과 그레텔>에 버금가는 맛있는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우주 전쟁 War of the Worlds>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톰 크루즈, 다코타 패닝, 팀 로빈스, 미란다 오토 | 개봉 6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이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두 번째 SF 대작 <우주 전쟁>이 2005년 여름을 강타할 준비에 한창이다. 1898년에 발표된 H. G. 웰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자 바이론 허스키 감독의 1953년 작 <우주전쟁>을 리메이크하는 이 영화는 스필버그와 크루즈가 각각 예정됐던 올림픽 영화와 <미션 임파서블 3> 프로젝트들을 모두 뒤로 미루고 매달린 탓에 더 화제다. 화성인들이 지구를 멸망시키려 하자 이에 맞서는 지구인의 싸움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크루즈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끄는 히어로가 된다. 니콜 키드먼만큼 다작을 하는 여배우 다코타 패닝과 팀 로빈스 등이 위기에 몰린 지구인으로 등장한다. SF에 대한 관심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필버그인 만큼 <우주 전쟁>은 막대한 제작비에 복잡한 첨단 CG 작업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의도한 바가 이루어진다면 조지 루카스의 '별들의 전쟁'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의 뒤통수를 칠지도 모른다.
<로봇 Robots>
감독 크리스 웨지 | 목소리 출연 이완 맥그리거, 할리 베리 | 개봉 7월 22일
<아이스 에이지>(2002)의 제작진이 다시 3D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다. 미래의 로봇 시티, 로드니(이완 맥그리거)는 위대한 발명가 빅 웰드(멜 브룩스)와 함께 로봇 사회를 위한 발명품을 만들려는 꿈을 이루고자 로봇 시티로 온다. 하지만 빅 웰드는 자취를 감춘 상태고 그를 대신해 기업을 경영하는 라챗(그렉 키니어)은 구식 로봇들을 모두 없애려는 음모를 숨기고 있다. 한편, 로봇 기업의 중역인 캐피(할리 베리)와 사랑에 빠진 로드니는 라챗 일당으로부터 로봇 시티를 지키기 위해 일생일대의 대결을 벌인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각종 기능으로 중무장한 로봇들이 총출동해 디즈니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 멋진 도전장을 내민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한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로봇들이 3D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 줄 예정이다.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감독 앤드루 애덤슨 | 출연 틸다 스윈턴, 루퍼트 에버릿 | 개봉 12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리고 있는 판타지 소설의 걸작 <나니아 연대기>가 드디어 스크린으로 옮겨진다. 이 영화는 원작자 C. S. 루이스가 쓴 총 7권의 소설 가운데 처음 발표된 작품을 바탕으로 한 것.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벤시 가문의 네 남매가 노교수의 집으로 피난을 왔다가 마법 옷장을 통해 나니아 나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모험극이다. 나니아 나라는 한때 풍요로웠으나 못된 마녀 때문에 얼음 왕국으로 바뀌어 있고, 남매는 나니아의 왕인 아슬란 사자를 도와 이 주문을 풀려 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들어낸 뉴질랜드의 웨타 스튜디오가 지금 열심히 후반작업 중이며, 감독은 <슈렉>을 연출했던 앤드루 애덤슨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올겨울 나니아 나라의 용감한 아이들이 다시 한번 판타지 열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는 지치지도 않는다. 만화의 무한 상상력은 끊임없이 스크린으로 전염된다. 슈퍼 히어로, 그 맹렬한 영웅들이 활개친다.
<배트맨 비긴스 Batman Begins>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ㅣ 출연 크리스천 베일, 마이클 케인, 니암 니슨, 케이티 홈스 ㅣ 개봉 8월
1989년 팀 버튼 연출로 시작된 <배트맨>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영화는 1편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prequel)'이다. 우선 크레딧을 살펴보자.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의 팀 버튼, 마이클 키튼 콤비에 이어, 조엘 슈마커와 발 킬머가 바통을 이어받은 <배트맨 포에버>, 그리고 최악의 평가를 얻었던 조엘 슈마커와 조지 클루니의 <배트맨과 로빈> 이후 8년 만에 재개된 <배트맨 비긴스>는 <메멘토>와 <인썸니아>로 할리우드를 놀라게 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마이클 키튼 이후 가장 배트맨 역에 어울릴 것이라는 크리스천 베일이 호흡을 맞춘다. 제이크 길레한, 조슈아 잭슨 등 여러 청춘 스타들을 오디션한 크리스토퍼 놀런은 <태양의 제국>의 아역 배우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벨벳 골드마인>과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캐릭터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정확히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을 “빛과 어둠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배트맨/ 브루스 웨인’에 적역”이라며 캐스팅했다. 게다가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게리 올드먼, 케이티 홈스, 룻거 하우어에 <라스트 사무라이>로 오스카 후보에 오른 일본 배우 와타나베 켄까지 합류함으로써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스>는 무작정 화려함만을 지향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최근 공개된 두 편의 예고편은 미래 도시와 어두움을 근간으로 했던 전편들과는 달리 설원과 황야, 중국식 건축물 등 다양한 풍광을 배경으로 황량한 여행의 느낌을 강조하면서 어린 꼬마에서 성장한 청년에 이르는 브루스 웨인의 고독한 운명을 담고 있다.
<신 시티 Sin City>
감독 프랭크 밀러,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 출연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클라이브 오웬 | 개봉 5월 예정
범죄의 도시가 문을 연다. 미국 만화계의 슈퍼 히어로들을 꾸준히 스크린으로 초청해온 할리우드가 드디어 미국 만화계의 신화적 존재 프랭크 밀러의 '신 시티'를 영화로 만들게 됐다. 밀러는 '데어데블' '다크 나이트 리턴스' 등으로 미국 만화계에 획을 긋는 작품을 만들어낸 인물. 필름 누아르 스타일의 만화 '신 시티'는 밀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지난 10년간 '신 시티'의 영화화를 거절했던 밀러는 로베르트 로드리게즈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해 영화 <신 시티>의 시나리오를 쓰고 로드리게즈와 함께 공동 감독으로 참여하게 됐다. <신 시티>의 무대는 배트맨의 고담시처럼 부패와 범죄로 얼룩진 가상 도시 '신 시티'. 원작의 세 가지 에피소드를 하나로 뒤섞은 영화는 애인이 살해당하자 복수심에 불타는 싸움꾼 마브(미키 루크), 사고로 경찰관을 죽이고 이를 은폐하려 하는 전직 사진 기자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 은퇴를 앞두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경찰관 하티건(브루스 윌리스)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외에도 조시 하트넷, 제시카 알바, 베니치오 델 토로, 스티브 부세미, 일라이저 우드 등이 주변 인물로 등장한다. 과연 2차원 세계에서 꿈틀거리던 밀러의 하드 보일드 월드가 스크린에 살아나는 순간의 폭발력은 어느 정도일까? 또 다른 반골 히어로들의 범죄와의 전쟁, 살 떨리게 기대된다.
<엘렉트라 Elecktra>
감독 롭 바우먼 | 출연 제니퍼 가너, 고란 비즈닉, 윌 윤 리 | 개봉 1월 21일
지상 최강의 킬러 군단이 온다. 어렸을 적 부모를 잃은 엘렉트라(제니퍼 가너)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죽을 고비에 처한다. 기적적으로 그녀를 구한 사람은 미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 '키마구레'의 달인인 스틱(테렌스 스탬프)이다. 엘렉트라는 스틱이 속한 집단 속에서 복수를 위해 절치부심하지만 절제심을 잃어 조직에서 추방당한다. 이후 냉혹한 킬러로 살아가다가 암살자 집단 '핸드'에게 쫓기는 마크와 애비 부녀를 만나게 된다. 엘렉트라는 마크를 제거해야 하는 자신의 임무를 놓고 갈등하던 끝에 핸드에 홀로 맞선다. 돌보다 단단한 괴력의 소유자 스톤(밥 샙), 최고의 무술 고수 킨코우(가나가와 히로), 키마구레의 달인이자 핸드의 핵심 키리기(윌 윤 리), 치명적인 독을 숨기고 있는 여인 타이포이드(나타샤 맬스), 몸에 지닌 문신이 무기가 되어 살아나는 타투(크리스 액커맨)가 바로 엘렉트라가 꺾어야 할 인물들이다. 새로운 여성 전사 제니퍼 가너 외에 <007 어나더 데이>에 출연했던 한국계 배우 윌 윤 리와, 실제 K-1 최강의 전사인 밥 샙은 '발견'을 기다리는 요주의 인물들이다.
<판타스틱 포 Fantastic Four>
감독 팀 스토리 | 출연 이오안 그루퍼드, 제시카 알바 | 개봉 7월 8일
마블 코믹스의 또 다른 슈퍼 히어로가 긴 잠에서 깨어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넷이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블레이드> <데어데블> 등의 명성을 이을 새로운 주인공은 바로 <판타스틱 포>다. 마블 코믹스의 전성기였던 1961년, 스탠 리와 잭 커비 콤비가 창조한 <판타스틱 포>는 이후 만들어진 돌연변이 군단인 엑스맨과 헐크 등의 원조였다. 우주에서 방사선을 쬐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초능력을 얻은 네 명의 우주 비행사가 숙적인 닥터 둠과 벌이는 대결을 그리고 있다. <킹 아더>의 '랜슬롯' 이오안 그루퍼드가 몸을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고무 인간 리드 리처드로, <허니>의 제시카 알바가 모든 물체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투명 인간 수전 스톰으로 등장한다. 나머지 '불 인간' 조나단 스톰과 괴력의 '바위 인간' 벤자민 그림도 여름 블록버스터의 절대 강자를 노리는 영웅들이다.
과거에 울린 전장의 포화에서 현대인의 외로운 초상까지, 할리우드의 드라마는 올해도 웅장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거장의 저력과 소장파 감독의 진지한 성찰이 조화를 이루는 정통파 선수들의 지형도.
<클로저 Closer>
감독 마이크 니콜스 | 출연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 개봉 2월 4일
“난 널 잘 알아.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까지 사랑해.” “그녀를 사랑한다면 놓아줘. 행복할 수 있게.” “이제 날 그만 사랑해. 날 사랑한다면 날 용서해줘.”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건 그녀가 날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야.” “사랑이 뭔데?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어. 단지 들을 수만 있어. 내가 듣는 그 단어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어.” “거짓말은 여자가 옷을 벗지 않고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지.” “진실이 왜 좋지? 변화를 원한다면 거짓말을 해.” <클로저>는 최고의 ‘언어’ 플레이를 자랑하는 영화다.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무수한 말들이 오고 간다. 배신과 상처의 언어 속에 몸으로 말하는 사랑 역시 진행된다. 그 방향은 엇갈리고 꼬인다. 런던에, 네 명의 남녀가 있다. 소설가 댄(주드 로)은 스트리퍼 앨리스(나탈리 포트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동시에 그는 사진 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와 관계를 맺는다. 안나는 피부과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사귄다. 장밋빛 로맨틱 코미디는 자취를 감추고 길 잃은 사랑, 욕망과 배신과 질투의 현악 4중주가 울려 퍼진다.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는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내뱉고, 하염없이 순진할 것만 같았던 나탈리 포트먼은 스트리퍼가 됐다. 주드 로와 클라이브 오웬은 호색한으로 밑바닥 감정까지 드러낸다. <졸업> 등을 만든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패트릭 마버의 인기 동명 연극을 스크린에 옮겨 가까이 갈수록 위험해지는 현대인들의 사랑을 아슬아슬한 긴장감으로 녹여낸다. ‘배우들의 감독’이란 명칭을 얻는 그답게 <클로저>는 이미 올해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 선정 ‘최고의 앙상블 연기’ 상을 받았다.
<킹덤 오브 헤븐 Kingdom of Heaven>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 | 개봉 예정 5월 5일
<글래디에이터>(2000)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리들리 스콧을 다시 시대극의 전장으로 불러내려는 노력은 계속돼 왔다. 하지만 그는 <한니발>(2001), <블랙 호크 다운>(2001), <매치스틱 맨>(2003)으로 교묘히 피해가며 '물건'을 노렸다. 결국 착지한 곳은 폴 버호벤을 포함한 여러 감독들이 탐내다 포기했던 '십자군' 프로젝트다. 12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새로운 운명의 개척을 염원하던 예루살렘의 젊은 대장장이 발리앙(올랜도 블룸)은 십자군 전쟁에 참여해 용맹하게 싸운다. 이민족으로부터 조국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하며 기사가 된 그는 아름다운 공주 시빌라(에바 그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화살로 승부하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레골라스나, <트로이>의 심약한 왕자 파리스는 잊어라. 마치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를 연상시키듯 올랜도 블룸은 낮고 깊은 음성으로 병사들을 선동하고, 결전에 앞서 검에 입을 맞추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거듭난다. 상대역은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2003)에서 두 남자 사이에서 제어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던 에바 그린이다. 언제나 변함없는 무게감을 발산하는 리암 니슨과 모처럼 적역을 맡은 제레미 아이언스, 그리고 문둥병을 앓았던 왕 볼드윈 4세로 출연하는 에드워드 노튼도 올해 5월 개봉을 벼르고 있는 중이다.
<뉴 월드 The New World >
감독 테렌스 맬릭 | 출연 콜린 패럴, 크리스천 베일, 크리스토퍼 플러머 | 개봉 하반기
<뉴 월드>는 1997년 작인 <씬 레드 라인> 이후 8년 만에 돌아오는 테렌스 맬릭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영화광들의 관심을 끈다. <씬 레드 라인>에서 2차 세계대전의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던 맬릭은 이번엔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선다. <뉴 월드>는 미국 건국 초기 존 스미스와 포카혼타스의 전설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맬릭은 유럽 정착민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만남과 충돌, 모험을 특유의 서정적인 화면으로 그릴 예정이다. 콜린 패럴이 원주민 공주 포카혼타스와 사랑에 빠지는 존 스미스를 연기하며 크리스천 베일이 포카혼타스의 실제 남편이자 담배 농장을 경영하던 영국인 존 롤프 역을 맡았다. 노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도 영국인들이 타고 온 배의 선장 역으로 거장 테렌스 맬릭의 서사극에 동참한다. 은둔을 끝내고 신세계에 발을 들인 맬릭의 인문학적 이해, 사색의 폭 등 거대한 작가적 역량을 확인할 다시 없는 기회다.
<라이프 아쿠아틱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감독 웨스 앤더슨 | 출연 빌 머레이, 오웬 윌슨, 케이트 블랜쳇 | 개봉 미정
웨스 앤더슨은 이미 전작 <빌 머레이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로얄 테넌바움> 등에서 빌 머레이를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은 바 있다. <라이프 아쿠아틱>에서 빌 머레이는 해양학자 스티븐 지수로 분해 다시 한번 사정없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 준다. 지수는 자신의 파트너를 죽인 상어를 죽이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찍기 위해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간다. 여기에 지수의 전 아내(안젤리카 휴스턴), 지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파일럿(오웬 윌슨), 그리고 아름다운 저널리스트(케이트 블랜쳇) 등이 동참한다. 앤더슨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기묘한 캐릭터의 유별난 이야기를 담으면서 삶의 사소한 진실을 파헤치려는 영화. 판타지에 가까운 비주얼에 약탈과 유괴 등 종잡을 수 없는 모험극이 펼쳐진다. 동화적이긴 하지만 R등급을 받은 나름대로 ‘센’ 영화.
실화에 기초했다는 것만큼 신뢰감을 주는 영화도 드물다. 시대를 주름잡으며 대중의 무의식을 건드린 빛나는 이름들.
<에비에이터 The Aviator>
감독 마틴 스콜세지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베킨세일, 케이트 블랜쳇, 알렉 볼드윈 | 개봉 2월 18일
하워드 휴즈는 초창기 할리우드의 거물이자 뛰어난 사업가면서 엄청난 부를 지닌 억만장자이기도 했다. 그는 캐서린 헵번, 에바 가드너 같은 전설의 할리우드 여배우와 염문을 뿌리기도 한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그 드라마틱한 삶을 영화로 옮기겠다는 감독이 한 둘이 아니었다. <메멘토>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래리 플린트>를 만든 밀로스 포먼, <프롬 헬>을 만든 휴즈 형제, 그 밖에 브라이언 드 팔마, 마이클 만 감독 등이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워드 휴즈를 연기하고 싶어 하는 배우도 한둘이 아니어서 짐 캐리는 물론, 에드워드 노튼, 조니 뎁, 니콜라스 케이지,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이르기까지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은 다들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가장 빨리 준비를 마친 사람은 마이클 만 감독이었다. 그러나 <인사이더>와 <알리>로 연이어 실존 인물을 다룬 그는 결국 이 회심의 프로젝트를 넘기기로 결심하고 감독이 아닌 제작자 역할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를 대신해 메가폰을 잡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에비에이터>를 올해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가장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올려놓기에 이른다. 영화는 1930년 할리우드 제작자로 명성을 쌓은 하워드 휴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947년 항공 산업의 거물이 되기까지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2004년 말 미국의 각종 언론 및 비평가 협회가 뽑은 2004년 베스트 영화 목록에서 절대 빠지지 않은 만큼 영화의 가공할 저력은 이미 검증된 바다. 하워드 휴즈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을 벌인 에바 가드너와 캐서린 헵번 역할은 각각 케이트 베킨세일과 케이트 블랜쳇이 맡았다. 그룹 노 다웃의 싱어 그웬 스테파니가 또 다른 할리우드 여배우 진 할로를 연기한다.
<레이 Ray>
감독 테일러 헥포드 | 출연 제이미 폭스 | 개봉 2월 18일
레이 찰스다.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랴. 소울의 전설, 음악의 천재, 세계의 뮤지션. 제아무리 화려한 수식어도 그의 음악을 치장하기엔 부족하다. 그런 레이 찰스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절묘하게도 15년에 걸쳐 제작된 전기 영화 <레이>가 그 즈음에 완성됐다. 플로리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7세에 시력을 잃고, 흑인으로 천대받고 장애인으로 설움받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천재적 음악성을 발휘해 스무 살에 이미 스타가 됐고, 마약과 여자에 탐닉하며 제 삶을 파괴했으나 결국 절망을 딛고 일어난 삶의 역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영화적이었다. 영화는 이렇듯 극적인 아메리칸 드림 뒤에 가려진 고통과 고뇌를 끄집어냈고, 쇼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은 영웅담의 관습 위에 레이 찰스가 남긴 위대한 음악을 입혔다. 지난 10월 미국 개봉 이후 일부에선 영화의 감동을 극찬했다. 일부에선 전기 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형성을 비판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레이 찰스의 삶과 음악은 모방만으로도 위대한 것을. 지난해 <콜래트럴>에서 열연했던 제이미 폭스의 연기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위대한 예술가를 찬양하고 기림으로써 그 자신도 예술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Finding Neverland>
감독 마크 포스터 | 출연 조니 뎁, 케이트 윈슬렛, 더스틴 호프먼 | 개봉 상반기
2004년 할리우드가 낳은 가장 뛰어난 영화 가운데 하나. <몬스터 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마크 포스터의 새 작품이다. 주인공은 동화 <피터팬>을 쓴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 J. M. 배리다. 1903년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실패한 희곡 작가였던 J. M. 배리와 한 가족의 우정을 다룬다. 문단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배리는 우연히 남편을 잃은 여성(케이트 윈슬렛)과 그의 네 자녀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꼬마들과 친하게 지내는 과정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 <피터팬>의 영감을 얻는다.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조니 뎁은 이 영화에서도 생애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중. 동화적인 활기와 유머, 그리고 한 실존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갈채를 듬뿍 받았다.
<신데렐라맨 Cinderella Man >
감독 론 하워드 I 출연 러셀 크로, 르네 젤웨거 | 개봉 미정
전설적인 복서 짐 브래독이 스크린에 부활한다. <신데렐라맨>은 1930년대 미국 공황 시대의 영웅이었던 헤비급 권투 선수 짐 브래독의 일대기를 그린다. <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을 비롯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 시나리오 작가로 아키바 골드스미스가 참여하며, 영웅 브래독으로는 러셀 크로가 출연한다. <뷰티풀 마인드> 제작진의 재결합으로 제작 초기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한편, 브래독의 곁에서 조용하고 침착하게 그를 내조하는 아내 역으로는 르네 젤웨거가 출연, 전과는 다른 차분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권투를 시작했던 브래독이 명성을 얻은 뒤 악명 높은 챔피언 맥스 베어와 대결을 벌이는 과정을 통해 어려웠던 시절 미국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영웅담을 그린다. 촬영 도중 크로가 어깨 부상을 당하는 사고로 촬영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과장된 폭소는 가라. 올해 할리우드 코미디영화들은 쿨한 웃음에 삶의 희로애락을 실어 나른다. 드라마와 SF, 로맨스와 공포 등 장르를 넘나들며 웃음이 활짝 열린다.
<사이드웨이 Sideways>
감독 알렉산더 페인 | 출연 폴 지아매티, 토머스 헤이든 처치, 버지니아 매드슨, 산드라 오 | 개봉 2월 말
2004년은 <사이드웨이>의 해였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일렉션> <어바웃 슈미트>)은 이 영화로 의심의 여지없는 ‘시네아스트’로 부상했다. 각종 매체의 연말 영화 결산 기사들은 <사이드웨이>를 ‘2004년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곧 열릴 골든글로브 시상식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강력한 수상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체 이 영화가 뭐길래? 알 만한 배우는 나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네 주인공들은 영화에 활력과 웃음과 감동을 불어넣는 최고의 앙상블로 꼽히고 있다. 주인공은 중학교 영어 선생이자 결혼에 실패한 와인 애호가 마일스(폴 지아매티). 그는 역시 별 볼일 없는 배우인 친구 잭(토머스 헤이든 처치)을 데리고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와인 양조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결혼을 앞둔 잭을 위해 총각 파티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이 우중충한 중년의 아저씨들은 그곳에서 매력적인 두 여성을 만난다. 마일스는 눈여겨봤던 웨이트리스 마야(버지니아 매드슨)에게 끌리지만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다. 리비도가 넘치는 잭은 관능적이고 섹시한 스테파니(산드라 오)를 속이면서 하룻밤 사랑을 불태우려 한다. 영화는 일주일 동안 이 네 사람이 나누는 교감을 유쾌하고 담담하게 그려간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와인에 빗댄 아주 특별한 시나리오다. 주인공들이 와인의 맛을 음미하면서, 또는 자신의 인생을 와인에 견주며 나누는 대화는 최근 미국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뭉클한 명대사로 꼽히고 있다. 처음에는 인물들의 우스꽝스런 처지에 실실 웃음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서 우리 인생의 교집합을 발견하는 순간, 벅차오르는 마음을 쓰다듬으며 와인 한잔 하고 싶어진다.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감독 미셸 공드리 |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케이트 허드슨, 일라이저 우드 | 개봉 상반기
사랑이 시작하던 때를 기억하는가. 세상을 다 얻은 듯 뜨겁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 식어가는 때를 알고 있는가. 그토록 빛나던 얼굴도 어느새 마주 보면 하품 나는 시간이 온다. <이터널 선샤인>은 거기에서 시작한다. 한때의 행복이 지긋지긋한 기억이 된다면? 모든 기억을 차라리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영화는 ‘지우면 된다’고 답한다. 주인공 조엘(짐 캐리)은 자유로운 여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곧이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이미 오래된 연인 사이였다. 상처만 남기는 관계에 지쳐버린 클레멘타인은 첨단 의학의 힘을 빌려 모든 추억을 지워버린 것. 상심한 조엘은 그녀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기억을 지워 달라 청한다. 이제 둘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만나면 운명처럼 끌린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이 뒤섞이는 머릿속 과정을 어지러이 따라가며 결국 발견하게 되는 건 기억의 소중함이다. 그러나 이젠 저항할 수 없다. 사라지는 기억을 막을 수 없다. 아쉬움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거기 있다. 유머가 있어 더 아프다.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묻는 건 최근 영화들의 흔한 시도지만 <이터널 선샤인>은 다르다. <존 말코비치 되기>와 <어댑테이션>으로 인간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데 탁월한 장기를 발휘했던 작가 찰리 카우프먼의 솜씨다. 거기에 뮤직 비디오 출신 감독 미셸 공드리의 아름다운 영상이 더해진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이터널 선샤인>에 그 답이 있다. 더없이 로맨틱한 방식으로, 그러나 잔인하도록 낱낱이 그려져 있다.
<윔블던 Wimbledon>
감독 리처드 론크레인 | 출연 커스틴 던스트, 폴 베타니 | 개봉 3월 18일
테니스 문외한도 윔블던은 안다. 경기의 규칙은 몰라도 사라포바는 안다. 푸른 잔디의 코트 위에서 짧은 옷자락을 팔랑거리며 경쾌하게 펼쳐지는 테니스 경기는 스포츠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땀 흘리며 구르지 않고 우아하게 잔디 위에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덕에 테니스계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어느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윔블던>은 테니스에 대한 모든 환상을 영화로 옮겨온다. 무뚝뚝하고 별볼일 없는 영국 남자와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미국 여자가 윔블던 코트에서 만나면서 경기와 연애가 함께 진행된다. 어쩌다 윔블던 출전 기회를 낚은 하위권 선수 피터(폴 베타니)는 사랑의 힘으로 원기 충전, 뜻밖의 승승장구를 이어가지만 최고의 테니스 스타 리지(커스틴 던스트)는 뜻밖의 부진을 거듭한다. 트로피와 사랑 모두를 얻을 순 없는 걸까? 연애 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그리는 데엔 세계적 능력을 발휘하는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산실 워킹 타이틀이 이 질문에 답을 내린다. 연애 감정만큼 경기 장면을 묘사하는 데도 공을 쏟았다. 실제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에서 실제 윔블던 챔피언십을 보러 온 관중들과 함께 촬영한 마지막 결승전 장면에선 문자 그대로 숨이 턱 막힌다. <쎄븐>과 <패닉 룸>의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을 맡았으니 믿어도 좋다.
<마다가스카르 Madagascar>
감독 에릭 다넬, 톰 맥그레스 | 목소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 록 | 개봉 7월
뉴욕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 사이 좋은 동물 네 마리가 있다. 사자(벤 스틸러), 얼룩말(크리스 록), 기린(데이비드 시머), 그리고 임신한 하마(제이다 핀켓 스미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진 한 마리를 찾아 다른 세 마리가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다 함께 붙잡힌 네 마리는 엉뚱하게도 그들의 고향 아프리카로 보내진다. 사람이 주는 먹이만 넙죽넙죽 받아 먹던 이들이 생전 처음 겪어보는 야생 동물의 삶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쯤되면 모험과 역경 속에 서로 참된 우정을 확인한다는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다. 그러나 드림웍스가 야심차게 선보일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실체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슈렉> 제작진이 다시 뭉쳤지만 기발한 패러디에 기대기보다는 ‘기똥찬’ 그림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만 살짝 노출됐을 뿐이다. 제작자 제프리 카첸버그는 “<마다가스카르>는 근 몇 년 동안 보아왔던 애니메이션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샤크>가 그 시작이었다면 <마다가스카르>는 그 끝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끝을 보는 애니메이션은 목소리 캐스팅에서도 관객의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 무엇보다 벤 스틸러와 크리스 록, 데이비드 시머가 빚어낼 입담과 재치가 궁금할 따름이다.
<최장의 야드 The Longest Yard>
감독 피터 시걸 ㅣ 출연 애덤 샌들러, 크리스 록, 버트 레이놀즈 ㅣ 개봉 6월 말
군대에서 축구 하는 이야기보다 더 끔찍한(?) 감옥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으니, 바로 <최장의 야드>다. 이런 대단한 용기를 낸 감독은 <성질 죽이기>와 <첫키스만 50번째>에서 ‘계속 반복되는 설정’으로 관객들의 짜증 반 웃음 반을 유발했던 피터 시걸이다. 이미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1975년에 만들어 호평받은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것이라 용기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그와 계속 호흡을 맞춘 애덤 샌들러가 교도소장, 간부들과의 축구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주인공으로 출연해 엎어지고 구르며 유머를 구사한다. 애덤 샌들러가 “난 빌어먹을 그들과 상대도 안 된다”고 말한 몸집 좋은 레슬러 스티브 오스틴, 브록레스너 골드버그, 캐빈 내시와 1975년 영화에선 주인공으로 출연한 버트 레이놀즈가 자존심을 구기면서까지 그를 열심히 보좌한다.
<비위치드 Bewitched>
감독 노라 에프런 ㅣ 출연 니콜 키드먼, 윌 페럴 ㅣ 개봉 9월
<스텝포드 와이프>에서 '로봇 아내'를 거부했던 니콜 키드먼이 ‘마녀 와이프’로 변했다. <비위치드>는 1964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ABC에서 방송됐던 시트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일반인 대런(윌 페럴)과 사랑에 빠진 마녀 사만다(니콜 키드먼)의 험난한 결혼 생활을 코믹하게 담는다. 처음엔 친척들의 괄시 때문에 마법을 자제하려 했던 사만다는 대런의 무식한 직장 상사와 노망 난 시댁 식구들, 그리고 집안의 대소사를 해결(!)하기 위해 자꾸 마법의 유혹에 빠진다. <엘프>로 순진 무구한 모습을 보여 줬던 윌 페럴이 난생처음 세계 최고의 미녀 니콜 키드먼과 부부 생활을 찍는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을 만든 노라 에프런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으니 알콩달콩 로맨스도 첨가될 예정이다.
<무서운 영화 3 Scary Movie 3>
감독 데이비드 주커 | 출연 안나 파리스, 파멜라 앤더슨, 찰리 신 | 개봉 여름
웨이언스 형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무서운 영화> 시리즈를 이어가는 사람은 전설의 패러디 감독 데이비드 주커다. 일찍이 <에어플레인> <특급 작전> 등에서 발군의 유머 감각을 선보인 주커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로 일약 패러디 명장으로 급부상한 사람이다. 그 명성이 어디 가겠는가. 2003년 10월 미국에서 개봉한 <무서운 영화 3>는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학 졸업 후 TV 리포터로 일하게 된 신디(안나 파리스)는 톰 로건(찰리 신)의 농장에 발생한 불가사의한 서클을 조사하는 한편, 친한 친구의 죽음에 저주의 비디오가 연루된 사실을 알아내며 결국 대통령(레슬리 닐슨)을 도울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외계인의 침공을 막아낸다. 화려한 캐스팅에 할리우드 영화 수십 편을 패러디한 요절복통 코미디가 볼거리다. 관록의 '워싱턴 포스트'가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다'고 호들갑을 떠는 영화는 흔치 않다.
킬러와 군인과 현상금 사냥꾼과 첩보원이 달린다. 올해 선보일 액션과 스릴러영화들은 올스타 총출동 스포츠 경기 같다. 당신의 심장 박동에 주의하라.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Mr.& Mrs. Smith>
감독 덕 라이먼 I 출연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빈스 본 I 6월 10일
<장미의 전쟁>에서의 처절한 부부 전투를 기억하나? 혹은 <트루 라이즈>에서의 격렬한 부부 싸움은 어떤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할리우드가 배출한 가장 섹시한 스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펼치는 부부 싸움 액션 대작이다. 존 스미스와 제인 스미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스미스 부부는 경쟁 조직에서 일하는 전설적인 킬러다. 그런데 이 부부는 서로에게 너무 싫증 나 있다는 고민에 싸여 있다. 놀랍게도 이들 부부의 다음 제거 타깃은 상대방이다. <본 아이덴티티>의 숨가쁜 액션을 연출한 덕 라이먼 감독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 부부의 예측 불허 액션 스릴러를 통해 두 남녀의 사랑까지 말끔히 꿰뚫어 본다. "이 영화는 단 한 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시나리오와는 다른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애초 이 작품은 주연 배우인 미세스 스미스의 캐스팅으로 곤혹을 치렀다. 니콜 키드먼의 출연 고사로 캐서린 제타 존스가 거명되었으나, 캐서린 역시 촬영 스케줄로 인해 거절 의사를 밝힌 것. 결국 미스터 스미스 역의 브래드 피트가 '자신과 급이 맞지 않는 상대역이 캐스팅될 경우 이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물론 이 위기는 안젤리나 졸리의 출연으로 넘길 수 있었다. 촬영 중 둘의 염문설이 불거지면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된 상태다.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The Manchurian Candidate>
감독 조나단 데미 | 출연 덴젤 워싱턴, 메릴 스트립, 존 보이트 | 개봉 2월
전쟁과 정치는 역시 떼어놓을 수가 없다. 존 프랑켄하이머가 연출하고 프랭크 시나트라와 로렌스 하비가 주연했던 1962년도 동명 원작을 <양들의 침묵>의 조나단 데미 감독이 리메이크한 스릴러물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걸프 전쟁이 한창인 쿠웨이트에서 베넷 마코 소령(덴젤 워싱턴)과 소대원들은 적군에게 잡혔다가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 상사의 활약으로 살아 돌아온다. 13년 후, 걸프전의 영웅이 된 레이먼드 쇼는 막강 파워를 지닌 상원의원 어머니 엘리노 쇼(메릴 스트립)라는 배경을 등에 엎고 정치인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린다. 마코는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 자신과 소대원들이 세뇌당했던 사실을 기억해내고, 사건의 배경에 엘리노 쇼와 '맨츄리안 글로벌'이라는 기업의 뒷거래가 있음을 알게 된다. 권력욕 때문에 아들까지 세뇌시키는 엘리노 쇼와 맞서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면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원작에선 한국전쟁이 배경이었지만 조나단 데미의 리메이크작은 사건의 배경을 걸프전으로 옮겨오면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으려 한다. 덴젤 워싱턴과 메릴 스트립, 존 보이트 등 명배우들의 나무랄 데 없는 앙상블 연기가 긴장감을 한껏 높인다. 근래 보기 드물게 정치적이고 심리학적인 스릴러로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의 찬반을 동시에 얻었다.
<도미노 Domino>
감독 토니 스콧 | 출연 키라 나이틀리, 미나 수바리 | 개봉
도미노 하비는 배우의 딸이었다. <야망의 계단>과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알라모>에서 명성을 얻었고 한때 <로미오와 줄리엣>(1954)의 로미오였던 로렌스 하비가 아버지였다. 비벌리힐스의 안락한 삶이 보장돼 있었고 타고난 미모로 일찍이 포드 모델 에이전시에 발탁된 유망주였다. 그러나 연예 산업의 실상은 그에겐 너무 잔혹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오히려 부담이었다. 쇼 비즈니스의 희생양이 되는 대신 그는 차라리 사냥꾼이 되기로 했다. 새로 택한 직업은 현상금 사냥꾼. <도미노>는 그녀의 이야기다. <맨 온 파이어>의 감독 토니 스콧과 <도니 다코>의 작가 리처드 켈리가 거짓말 같은 이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다. 문제의 주인공은 키라 나이틀리가 맡았고, 미나 수바리, 크리스토퍼 워큰, 루시 루 등이 합류했다. 관록의 뮤지션 톰 웨이츠까지 점쟁이 역으로 돌아온다.
<인터프리터 The Interpreter >
감독 시드니 폴락 | 출연 니콜 키드먼, 숀 펜 | 개봉 미정
시드니 폴락이 스릴러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글쎄,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콘돌> <야망의 함정> 같은 영화도 있으니 번지수가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게다가 니콜 키드먼과 숀 펜이라니. 이 환상적인 배우 조합을 망쳐버린다면 폴락은 메가폰을 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인터프리터>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UN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실비아(니콜 키드먼)가 우연히 아프리카 국가 원수 암살 음모 계획을 전화로 엿들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밀 요원 토빈(숀 펜)은 실비아를 보호할 임무를 맡지만, 토빈은 실비아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 실비아가 말을 ‘통역’한다면 토빈은 사람의 행동에서 이면의 진실을 ‘해석’하는 인물이다. 영화 사상 처음으로 뉴욕의 UN 건물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뉴스에만 나왔던 UN 본부의 구석구석을 스크린에 담아낸다
최근 할리우드 공포영화는 일본식 괴담의 자장 아래 놓여 있다. 그 스멀거리는 악의 손길을 느껴보라.
<링 2 The Ring 2>
감독 나카다 히데오 I 출연 나오미 왓츠, 데이비드 도프맨 I 개봉 4월
이번엔 나카다 히데오가 직접 나선다. 전편이 고어 버빈스키의 새로운 해석으로 만들어졌다면 속편은 일본 <링>의 오리지널리티와 할리우드의 스타일을 접목한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할 거란 기대다. 프로듀서 월터 파크는 <링 2>가 일본판과는 딴판이 될 거라는 언질을 이미 해놓은 상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본판 <링>의 시나리오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링 2>의 이야기는 고어 버빈스키가 연출한 전편의 6개월 후에서 시작한다. 레이첼(나오미 왓츠)은 아들 에이단(데이비드 도프맨)과 함께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축축하고 음산한 시애틀을 떠나 오레곤주에 있는 작은 해변 마을로 이사를 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평안을 찾으려는 레이첼의 소박한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역시 마을에서 제목 없는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 그녀는 한 서린 사마라의 영혼이 쉽게 떠날 수 없다는 걸 감지한다. 공포와 죽음의 영원한 싸이클, 링의 저주가 또다시 레이첼의 목을 죄어 온다. 전편과의 연결점은 <링>을 통해 할리우드 호러 퀸으로 등극한 나오미 왓츠의 등장이다. <21그램>에서의 열연으로 나오미 왓츠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 아들 역 데이비드 도프맨과의 연기 호흡이 <식스 센스>에서의 모자 관계를 능가할 거라는 소문이다.
<숨바꼭질 Hide and Seek>
감독 존 폴슨 | 출연 로버트 드 니로, 다코타 패닝, 엘리자베스 슈 | 개봉 2월 25일
애들이 귀신을 보기 시작하면 대책이 안 선다. <숨바꼭질>은 아내를 잃은 아버지(로버트 드 니로)와 그의 아홉 살 난 딸(다코타 패닝)의 이야기다. 딸은 엄마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바로 ‘찰리’라는 소년이 나타나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 딸이 소름 끼치는 행동을 보이자 아버지는 의사(팜케 얀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아내의 자살과 딸의 환영과 찰리라는 가상의 존재는 한데 얽히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식스 센스> <갓센드>처럼 꼬마들이 주도하는 공포영화지만 줄거리는 <샤이닝> 같은 가족 비극을 연상시킨다. 처연한 표정의 다코타 패닝과 고뇌하는 아버지 로버트 드 니로가 호흡을 맞췄다. <시암 썬셋> <위험한 유혹 Swimfan> 등을 연출한 호주의 배우 출신 감독 존 폴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다크 워터 Dark Water>
감독 월터 살레스 | 출연 제니퍼 코넬리, 존 C. 라일리, 팀 로스 | 개봉 미정
스즈키 코지의 단편 <부유하는 물>을 각색한 나카다 히데오의 공포영화 <검은 물밑에서>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 <링> <주온> 등 일본 공포영화 리메이크에 재미 들린 할리우드가 이 습하고 척척한 이야기를 서구 관객의 입맛에 맞게 각색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딸 양육권을 두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달리아(제니퍼 코넬리)가 새 아파트에 이사를 온다. 하지만 이 낡은 아파트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점차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음침하고 섬뜩한 공간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괴물처럼 달리아의 숨통을 조인다. 잠깐, <중앙역>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월터 살레스 감독이 공포영화를? 기우는 접어두시라. 월터 살레스는 이미 브라질에서 준수한 스릴러를 연출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공개된 티저 트레일러만 봐도 무섭다.
<레드 아이 Red-Eye>
감독 웨스 크레이븐 | 출연 레이첼 맥애덤스, 실리언 머피 | 개봉 8월
프레디는 안 나온다. 피도 안 흐른다. 악령과 피칠갑 공포영화의 대명사, <나이트메어>의 전설적인 감독 웨스 크레이븐이 고른 신작 <레드 아이>는 뜻밖에도 심리 스릴러다. 주인공은 여전히 여자지만 이번엔 2층으로 도망칠 수도 없다. 가뜩이나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리사(레이철 맥애덤스)는 3만 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 갇힌 채 옆자리 남자의 위협을 받는다. 한 부유한 사업가를 암살하려는 계획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협박이다. 도망칠 곳도, 도움을 청할 방법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시간은 째깍째깍 지나간다. 어떻게든 살인을 멈출 수 있는 건 리사뿐이다. TV 시리즈 <버피와 뱀파이어>의 각본가 칼 엘스워드와 웨스 크레이븐이 만나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퀸카로 살아남는 법>과 <노트북>의 레이철 맥애덤스가 숨막히는 긴장을 전할 주인공 역을
올해보실 외국 영화는 아마도 90퍼센트 이상 여기에 있을듯 골라보셈 ^^
(자료출처 필름 2.0)
첫댓글 톰 크루즈 주연에 우주 전쟁
헉......장난 아닌데......저도 우주전쟁이 기대됨
스필버그 최근 영화들은 기대했던 것만 못하더라구요...저는 테리길리엄과 팀버튼의 새영화가 기대됩니다^^
킹콩......
팀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
빌머레이와 웨스앤더슨의 라이프 아쿠아틱과 소문이 자자한 사이드웨이.
오 ㅏ.. 진짜 여기서 무서운영화3 진짜 반대...!!!!
머어야~ 보고 싶은 영화 넘 많자나~~~~~~
로드리게즈..신씨티..재기하길 바라며..
아무리 그래도 2005년 헐리우드 최고의 화제작은 스타워즈 에피소드3 일듯..
클로저 보고 싶은;;
보고싶은영화가 천지내요...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일단 조니뎁 주연의 네버랜드를 찾아서, 찰리 초콜렛공장이랑 이터널 선샤인, 신데렐라 맨, 레이, 에비에이터, 사이드웨이 클로저 이정도...
우주 전쟁 ^-^ !! 엘렉트라는 -_- 갖다버리는게;
클로저~
콘스탄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