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에 들어선다. 서늘하다. 사박사박 댓잎 밟는 소리에 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바람이 지나갈 때면 나무는 향기로운 냄새로 숲을 뒤덮는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바람 따라 서걱거리며 흐느끼는 숲 울음소리가 가슴을 적신다. 대숲에 들면 절로 숨을 죽이게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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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이라 했던가. 비온 후 대숲에 들어 조금만 서 있으면 죽순 자라는 소리 들을 수 있다. 조금만 바라보고 섰으면 죽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죽순을 오래 들여다보면 죽순이 먹고 싶다는 노모를 위해 눈 덮인 대밭에서 흘린 맹종의 눈물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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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낮은 차나무 대숲에 자리 잡았다. 댓잎 사이로 조각나는 햇빛과 그늘을 함께 받으며 느리게 느리게 자란다. 대숲 노래 소리 들으며, 대나무 이슬을 먹으며, 가끔은 죽순과 자리다툼을 하며 연한 잎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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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따른다. 연하고 투명한 술이 찰랑인다. 잔을 들어 한 모금 입에 담는다. 쇳내 같기도 하고 잿내 같기도 한 묘한 맛이 난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이 부드럽기 그지없다. 그 묘한 맛이 대숲바람처럼 입안을 휙 감아 돌더니 이내 사라진다.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진다. 언제 먹었는가 싶다. 아쉬운 마음에 침을 삼키면, 어느새 입안에 대숲향이 돈다. 댓잎에 머문 바람 같다. 짧으면서 길고, 연하면서도 강하다. 코끝을 찡하게 하지는 않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은은한 대나무숲 냄새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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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약이다. 열을 내리고 혈압을 내리는데 주로 쓰여왔다. 솜대의 얇은 속껍질인 죽여(竹茹)는 해열제에 이용된다. 댓잎과 석고를 물에 달이고 웃물을 따라 멥쌀을 넣어 끓인 죽엽죽은 열을 다스리는 데 효험이 있다. 대나무 토막을 불에 구워 흘러나오는 진액 죽력(竹瀝)은 열담이나 번갈을 다스릴 때 주로 쓰였다. 병든 대나무 속에 생긴 누런 흙 같은 물질인 죽황은 어린아이 경풍을 다스리는 데 쓰였다. 『동의보감』에서 대나무를 성분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소갈을 치료하고 단석의 독을 풀어준다고 했다. |
첫댓글 죽통밥이랑 죽순나물 머꼬잡따아냠냠
들사랑도 먹고파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