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에 따른 매수세 위축으로 서울 집값이 약세를 보이자 아파트 경매 투자 열기도 한풀 꺾였다.
경매 응찰자 수도 줄고 낙찰가율(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금액)도 하락세다. 하지만 지역별로는 낙찰가율이 등락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중순 이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세가 주춤하다.
이번 조사 기간(7월10~23일) 동안 서울에서 경매 진행된 아파트는 총 129건으로 이 중 66건이 낙찰됐다. 51.2%의 낙찰률을 기록한 것이다. 낙찰가율은 88.3%로 한 달 전(89.1%)보다 0.8%포인트 내렸다. 평균 응찰자 수도 물건당 4.7명으로 1개월 전(6.8명)보다 2.1명이 줄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입찰 경쟁도 줄고 낙찰가율도 내리는 등 아파트 경매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일반 거래시장에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아파트 경매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온도 차는 여전…강북·도심권 '상승', 강남권 '하락'
하지만 권역별로 온도 차는 여전하다. 강동·강북·도심권은 빌라 낙찰가율이 상승한 반면 강남·강서권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강동권(강동·광진·동대문·성동·중랑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3.8%로 1개월 전(84.6%)보다 9.2%포인트 올랐다. 강북권(강북·노원·도봉·성북·은평구)도 낙찰가율이 90.1%로 한달 전(90.1%)보다 19% 포인트 뛰었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도 이들 지역에선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고가 낙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달 15일 경매 진행된 노원구 월계동 월계3단지(2층, 전용면적 39.6㎡)의 경우 19명이 응찰해 감정가(1억1000만원)의 153%에 해당하는 1억6850만원을 써낸 사람에게 돌아갔다. 14일 경매에 부쳐진 노원구 공릉동 공릉3단지(6층,전용면적 34.4㎡)는 17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1억3000만원)보다 127% 높은 1억6510만원에 낙찰됐다.
도심권(마포·서대문·용산·종로·중구) 아파트 역시 낙찰가율이 93.2%로 1개월 전(91.2%)보다 2% 포인트 올랐다. 아파트값이 올 상반기에 비해서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으나, 그렇다고 매물도 구하기 쉽지 않자 경매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가 늘면서 낙찰가율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81%로 1개월 전(82.9%)보다 1.9% 포인트 빠졌다. 지난 17일 경매 진행된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20층,전용면적 205.1㎡)는 최초 감정가 30억원에서 두 번 유찰된 뒤 단 1명이 응찰해 감정가보다 10억이나 싼 20억212만원 (감정가 대비 67%)에 낙찰됐다.
지지옥션 박갑현 매니저는 "일반 거래시장에서 강남권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되자 경매 수요자들도 강남권 아파트 경매물건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권(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도 낙찰가율이 90.4%로 한달 전(90.6%)보다 0.2% 포인트 내렸다.
인천 '나홀로 상승세' 이어져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도 지역별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낙찰가율에서 경기지역은 '약세', 인천은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조사 기간 동안 경기지역에서 진행된 아파트 수는 총 333건으로 이 중 147건이 낙찰됐다.
낙찰률 44.1%를 기록한 것. 낙찰가율은 83%로 1개월 전 88%보다는 5% 포인트 내렸다. 평균 응찰자 수도 물건 당 6.2명으로 1개월 전 8.5명보다 2.3명 줄었다.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도 아파트 낙찰가율이 80.2%로 1개월 전(82.9%)보다 2.7% 포인트 내렸다. 입찰 경쟁률 역시 하락세다. 이번 조사 기간 물건 당 6.4명이 응찰해 한달 전(8.8대 1)보다 2.4명이 줄었다.
인천지역은 낙찰가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 들어 아파트 낙찰가율은 105.6%로 한달 전(100.9%)보다 4.7% 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입찰 경쟁은 다소 주춤했다.
물건 당 평균 응찰자 수는 11.3명으로 1개월 전(12.4명)보다 1.1명 줄었다.
고가 낙찰 사례도 잇따른다. 재개발과 교통 여건 개선 등 호재를 안고 있으면서 감정가 1억원 안팎의 소액 물건엔 수요가 몰리면서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선에서 새 주인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22일 경매에 부쳐진 인천 중구 신흥동 풍림아파트(12층, 전용면적 84.8㎡)의 경우 24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1억6000만원)의 119%에 해당하는 1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경매된 인천 연수구 청학동 S아파트(8층, 전용면적 49.6㎡)의 경우 20명이 응찰해 감정가(9500만원)를 훨씬 웃도는 1억3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산하 강은현 실장은 "인천지역엔 각종 개발 호재가 많아 집값 상승의 여지가 많지만 묻지만 입찰로 인한 고가 낙찰은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