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법
샤르코-마리-투스병 : 2500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운동 및 감각신경 이상 질환
윌슨씨병 : 3만명~10만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뇌에 구리가 축적되는 질환
코핀-로우리 증후군 : 5만명~10만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과 정신지체를 동반하는 질환
...위 질환들 중에 하나를 자신이 앓고 있다거나 가족, 혹은 주위 사람 중에서 앓고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2500명 당 1명 발생하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은 그 빈도로 볼 때 비교적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주위에서 구경 한 번 하기 힘들다. 이것이 수의 마법, 아니 확률의 마법 같은 것일까?
마트에서 3만원 이상을 산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1명을 추첨해 상품을 준다고 해도 그 1명이 내가 되기는 쉽지 않다.
2500명 당 1명도 주변에서 구경하기 힘든데 10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윌슨씨병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산발적으로 인구 100만명 당 1명 발생하는 정말 희귀병이다.
...‘인간광우병’이라 불리우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어떨까?
영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병한 해가 1999년인데 29명이 발병했다. 인구 200만명 당 1명 꼴이다.
아예 발생하지 않은 2007년은 제외하고 2006년은 인구 2,000만명 당 1명의 발병율이다.
좀 더 영역을 넓혀보자.
광우병에 대한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EU 5억명, 미국 3억명, 일본 1억 3천명, 총 9억 3천명 가운데
2006년 인간광우병 발생자를 9명으로 잡으면 1억명 당 1명 꼴이다.
물론 2007년, 2008년은 이 비율보다 형편없이 떨어진다.
다시 돌아와서 2500명 당 1명 발생하는 이름도 생소한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도
주위에서 보기 힘든데 그보다 더 희귀한 인간광우병을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법은
어떤 마법일까?...
2)우리나라에서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
우리나라의 소 사육 규모가 216만 두 정도 된다고 하니 여기서 일단
100만명 당 1명인 사람에게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발병율을 소에게도 적용해보겠습니다.
그럼 1년에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에 걸리는 소가 2마리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 발생치는 아마 이보다도 훨씬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의 경우 2001년 10월 18일에서 2007년 8월 4일까지 715만 9909마리의 소를 검사했는데
그 중 34마리가 광우병으로 진단받았고 그 중 순수한 일본 발생 예는 2마리 밖에 되지않습니다. )
하여튼 되도록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숫자를 몰아가 볼 예정이니 1백만 두 당 하나씩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칩시다.
미국이 현재 1억두 가량을 사육하고 있다고 하니 연간 광우병 발생 소는 100마리가 되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조사된 예측 발병 수치보다 몇 배 높게 책정된 숫자입니다만).
이 100마리가 우연히, 또는 한민족을 말살하려는 미제의 악랄한 의도에 의해 도축과정에서 제외되지 않고
죄다 한국으로만 유통된다고 해 보겠습니다.
한국 자체 발병 2마리와 미국 발병 100마리 총 102마리분의 소고기가 한국 시장에서 유통되게 됩니다.
영국이 특정소내장육(SBO, Specified Bovine Offal)을 식용으로 금지시킨 1989년 이전에 식용으로 사용된 광우병 소가
40여만 마리 정도로 추정됩니다. 당시 영국 인구를 5000만으로 잡고 처음 발견된 소를 기점으로 하여 5년 동안 광우병 소고기를 멋모르고 먹었다고 치겠습니다(실제로는 10년 정도 먹은 것으로 추정).
영국에서 5000만이 5년 동안 40만 마리의 광우병 소고기에 제한없이 노출되었을 때 16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늘려잡아서 영국 환자수를 200명으로 하기로 하고, 우리 인구도 얼추 5000만이 되니 향후 5년 동안 우리가 먹게 될 광우병 소를 510마리로 해서 비교해보면 되겠습니다 (연간 102마리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므로).
물론 이게 무슨 돼먹지 않은 비교냐고 따지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광우병 의심 소의 식용 도축이 금지되어 있고 월령별로 구분해서 SRM을 제거하고 있는데 당시 영국 상황은 아무 제한도 없는 상태였으니 단순 비교는 솔직히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광우병 위험도를 최대로 과장되게 잡아보기로 했으니 그냥 계산하겠습니다.
우리 국민 5000만이 5년 동안 약 500마리의 광우병 소고기에 노출될 경우, 40만 마리에 노출된 영국에 2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비율로 보면 500마리일 경우 약 0.25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5년에 0.25명 발생이니까 20년이 지나면 1명 정도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MM형 유전자가 영국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을 고려해서 넣는다고 하더라도 그 반대로 육식을 주로 하는 식습관에 따른 소비량 차이 등을 감안하면 거기에서 거기일 것입니다.
하여간 우리가 인간광우병 환자 1명을 구경하려면 최소한 얼추 20년 정도의 기간을 기다려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계산법은 광우병 소 숫자를 실제보다 늘려잡고, 미국 광우병 소가 모두 한국에만 들어올 것이라는 우격다짐식의 가정 등을 통해 과다 계상된 숫자입니다.
지금 학자들은 다우너 식용 도축 금지와 SRM 제거로 90% 이상 인간광우병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감안할 때 20년의 10배 정도인 200년에 1명 꼴로 인간광우병 환자를 구경할 수 있게 됩니다.
3)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 정도 되면 모두들 한마디 씩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뭐냐고 말입니다. 20년에서 200년 사이에 한 번 볼까말까한 병을 가지고, 1억명 중에 1명 정도 발생하는 병을 가지고 지금 이 난리냐고들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방송을 통해 4형제 중 3형제가 전사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아들을 기다리는 라이언 부인의 모습이 알려진 이상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가는 다른 병사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다소 모순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구하러 떠나야합니다.
지금 현재 OIE에서 광우병 통제국 기준을 정하고 소고기 도축 규정을 엄격히 하고 사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성격과 비슷합니다.
광우병보다도 훨씬 위험 확률이 높은 수많은 일들(놀이기구 타기, 비행기 타기, 떡 먹기 기타 등등)이 아무렇지 않게 다 수행되고 있지만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그리고 주식거리인 소고기를 통해, 뇌에 구멍이 뚫려 어떤 치료도 소용이 없는 특수성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져 대중의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30개월이니 SRM이니 하는 규정들을 그거 조금이라도 안지키면 닭 폐사하듯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려 픽픽 쓰러지는 개념으로 봐야할 것이 아니라 20년에서 200년 사이에 한 번 볼까말까한 병, 1억명 중에 1명 정도 발생하는 병인데 그 1명이라도 어떻게 구해보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로 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치들을 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통해 변형프리온단백질 소량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과 발생 가능성을 섞어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어는 위험합니다. 하지만 지금 집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 악어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도심 한가운데 살면서 악어가 나타나 나를 물어죽일 가능성을 항상 걱정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밀림 지역이나 아프리카에 갔을 때 걱정해도 충분합니다.
인간광우병이란 우리가 주의를 해야할만큼 충분히 위험하지만 현 시스템에서 발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4)변형프리온으로 오염된 소고기를 얼마나 먹어야 광우병에 걸리나?
물론 건강한 소의 고기만 식탁에 오르게 된다면 이런 고민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재수없게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를 섭취하게 되었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는 안전한 것일까?
100g? 아니면 1kg? 1톤? 아니면 1g? 1mg? 0.00000001mg?...
한 젖소 농장에서 ‘존퀼’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소가 주저앉으면서부터 시작된 광우병 비극은 막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1985년 4월부터 시작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1991년에는 25,359마리, 1992년에는 37,280마리, 1993년에는 24,438마리가 새로 발병하여 최고의 피크를 형성하던 1994년 9월, 더욱 암울한 소식이 영국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전해졌습니다.
'축우에서의 BSE 공격률에 있어서의 경구접종 용량과 잠복기의 효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992년 1월 시작된 실험 결과; 100g을 투여한 소는 물론이고 단 1g을 1회만 투여한 소에서도 광우병 발병이 확실하다는 보고였기 때문입니다.
1g이라는 적은 양을 섭취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실험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1g 뿐 아니라 그 이하의 용량에서도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며 그 한도가 0.01g인지 0.000001g인지 알 수 없다는데서 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은 용량으로도 광우병이 전파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1988년 5월 처음으로 반추동물 사료에 양고기 사용금지 조치를 시행했었습니다.
이를 필두로 같은 해 7월에 반추동물 사료 사용금지, 1989년 11월 식용으로 특정 소 내장육 사용금지,
1990년 9월 동물에게 역시 특정 소 내장육 사용금지,
1994년 6월 반추동물에게 포유류 조직에서 유래한 단백질 급여 전면금지 등
광우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 숨가쁘게 고강도의 조치 등을 연이어 시행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료공장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가축들에게 가는 사료가 섞였을 때 교차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을 막지 못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도축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1995년 8월 ‘특정 소 내장육 시행령’(SBO order)을 발효시켰습니다.
주된 내용은 소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고 소 머리고기를 떼어낸 후
뇌와 두개골 전체는 폐기처분하도록 하는 극단의 조치였습니다.
이 와중에 실험은 계속 진행되어 1996년 2월, 1g을 투여받은 소의 광우병 감염이 확진이 되었고 1999년 10월, 모든 실험이 마무리가 되었는데
100g 투여한 경우는 모든 소가 광우병에 걸렸고 10g과 1g을 투여한 경우는 70%가 광우병에 걸렸습니다.
1g 투여한 경우는 잠복기가 45~71개월로 100g 투여한 경우(34~42개월)보다 길었습니다.
그리고 실험이 채 끝나기 이전인 1998년 2월, 정말 궁금한, 어느 정도의 용량까지 감염이 되는지, 하한선이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1g에서 0.001g까지를 투여하는 새로운 실험을 출발시켰습니다.
최대의 관심사였던 이 실험의 결과는 1mg까지도 걸릴 가능성이 있다 였습니다.
다행인 것은 1g 미만은 감염률이 확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1g을 먹였을 때 10마리 중 7마리가 걸렸다면, 0.1g을 먹였을 때는 15마리 중 3마리가 걸렸습니다(20%).
10mg과 1mg에서는 각각 15마리 중 1마리(7%)가 걸렸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1mg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감염소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하의 용량에서는 감염력이 없다고 추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용량은 그렇다치고 사람이 걸리는 용량은 어떻게 될까? 같은 정도일까? 아니면 많을까?
사람과 유전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관계에 있는 원숭이는 감염된 소고기를 먹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연구자들은 원숭이 중에서도 우리와 소화기 구조 및 기능이 비슷하고 프리온단백질 129번째 코돈에서 M/M형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 원숭이(cynomolgus macaques)를 실험 대상으로 뇌에 접종하는 방식뿐 아니라 먹어서 감염되는지를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2005년에 발표되었는데 원숭이를 50% 정도 감염시킬 수 있는 양은 광우병 소의 뇌조직 5g이었습니다.
이 이하의 용량을 주는 실험은 최소 50mg까지로 디자인되어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결론은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뇌조직을 먹었을 때 반절이 감염되는 양이 소는 0.5g, 원숭이는 5g입니다.
5)‘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퇴장
그동안 꽤 많은 자료와 논문을 살펴보면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는 광우병의 유행,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광우병의 유행이 불가능한 것은 확실합한데, 한 단계 더 나아가 유행은 고사하고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 인간에게 옮겨지는 광우병이란 것이 도대체 우리가 의식하고 살아가야 할 정도로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냐 하는 의문을 품어볼 만도 합니다.
우너 소의 식용 도축 금지 및 SRM(특정광우병위험물질) 제거, 30개월령 이상 소에 대한 조치들은 아주 희박한 광우병 발병율을 기본으로 하고 취해지는 조치들입니다. 그러니까, 10명 중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정도로 만드는 조치가 아니라, 1억 명 당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걸리게 만드는 조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즉,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다면... 정말 0.00000001%의 가능성이라도 없애고 싶다면, 100년에 1명 있을까말까한 병이라도 꼭 그 1명이 ‘나’일 것 같다라고 생각된다면
그 가능성마저도 상당 부분 차단시키는 다우너의 식용도축 금지’와 ‘월령별 SRM 제거’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도 못 믿겠다 싶으면 그 다음에는 제가 보기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어미에게서 태어나자마자, 그러니까 아무 것도 외부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탯줄 달린 채로 잡아먹든지 아니면 채식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결과를 소개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돼지도 변형프리온단백질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류는 아직 아니지만 역시 정상 프리온단백질이 존재하니까 언젠가는 또 다른 종류의 변형프리온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0.00000001%를 생각한다면 육식은 무조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안전하겠지하고 채식 열심히 하다보면 또 그놈의 연구결과가 등장해 괴롭힐 것입니다. 토양 및 그 땅을 흐르는 물에서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꽤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채식도 안전성을 완벽히 담보하지 못하고 일부 연구결과에 의하면 공기 중에도 떠다닐 수 있으니 다 피하자고 한다면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알약과 링거,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 밖에요...
6)SRM의 의미와 30개월의 의미
광우병은 평균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30개월 이하면 광우병이 없으니까 먹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덜 퍼졌으니까 먹어도 죽을 확률이 좀 적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근육, 살코기에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됩니다. 신경과 림프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변형프리온은 증식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변형프리온 1분자라도 목구멍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또한 거기에 공포심이 있는 분들은 하루빨리 알약과 링거로 연명하면서 이번 논란에서 벗어나셔서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진지하게 소고기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가...
바로 1억 명 중 1명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좀 더 노력해서 10억 명 중에 1명 걸릴 정도의 확률로 낮추고 싶다,
변형프리온이 내 몸에 들어오더라도 감염되지 않을 정도의 양만 들어오도록 특정 부위는 피하고 먹고 싶다,
뭐 희귀병 중에 희귀병인 인간광우병을 가지고 뭐하러 그런 것까지 일일이 따지면서 먹느냐 그냥 평소 먹던 대로 먹다가 죽게 내버려둬라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SRM의 의미와 30개월의 의미를 따져볼 예정입니다.
‘양’을 가지고 실험한 내용을 살펴보면,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주된 전파 경로가 신경의 주행 경로이어서 회장 원위부 임파조직에서 흡수되므로 회장의 파이어스 패취에서 먼저 축적되고, 그 후로 장에 분포된 신경을 타고 신경들의 집합소로, 그러니까 한 쪽은 뇌로, 한 쪽은 척수로 진출하는데..
변형프리온단백질 섭취 후 6개월, 처음으로 편도와 회장의 파이어스 패취에서 극소수의 변형프리온의 축적이 발견.
9개월 째, 장과 연관된 임파조직(GALT, Gut-associated lymphoid tissue)과 비장(spleen)에 출현.
또한 장에 분포된 신경조직(ENS, GMCC)과 그 신경을 타고 올라가 신경세포들의 핵이 있는 뇌간부(DMNV)와 척 수 의 일부분인 흉수 부위(IMLC)에 출현
섭취 후 12~13개월, 뇌와 척수 부위에 도착한 부위를 기점으로 해서 양방향으로 점차적으로 퍼져나가는데
하루에 1mm 정도의 속도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 계산에 따르면 1년이면 365mm, 척수의 36.5cm가 감염되겠습니 다.
17개월 째 부터는 뇌간에서 대뇌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섭취 후 19개월이 넘어서는 시점, 대뇌와 소뇌 전체로 병변이 확장되는 시점에 ‘양 광우병’ 임상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양의 경우 섭취 후 20개월을 전후로 해서 임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소는 그보다 훨씬 더 걸립니다.
당연히 몸집에 차이가 있으니 뇌와 척수에 도달하는 시간 및 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퍼지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또한 종의 특성상 양과 달리 경로에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역시 동일한 형태의 실험을 통해 소의 경우 섭취 후 27-30개월에 뇌의 연수 부위에서 처음 감염성이 확인되고, 33개월 쯤에 감염성이 월등히 증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까지는 첫 감염 시점으로부터 보통 4~6년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실제 역학 조사에서 소들이 광우병 인자에 감염되는 시기는 태어나서 평균 6개월 정도부터 18개월까지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다우너를 식탁에 오르게 해서는 안되는 이유;
첫 감염 시점과 잠복기를 합산하면 6개월+48개월~72개월 정도가 광우병 증상이 나타나는, 즉 다우너가 되는 시점이 되겠습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이 뇌에서 발견되는 최초의 시점을 계산해 보더라도 6개월+27~30개월, 즉 33개월에서 36개월이 되기 때문에 OIE에서 30개월을 기준으로 SRM을 구분하는 것도 상당히 엄격한 기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물론 유럽은 이보다 더 엄격한 SRM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광우병 소에게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다른 조직들을 대상으로 감염성 정도를 측정한 결과
편도, 회장 원위부, 뇌, 척수를 제외하고는 감염성이 없는 것으로(일부 말초신경에서 미약한 감염성 보임)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즉, 살코기를 먹었을 경우 설사 그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 하더라도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감염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왜 다우너 소를 식용으로 써서 안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다우너’라는 것은 이미 뇌 및 척수 조직 전체에 변형프리온단백질이 퍼져있는 상태임을 의미하고 심한 경우 말초신경까지 타고 내려와 근육 일부에도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검출되는 상태입니다. ‘다우너’가 되는 수많은 원인이 있지만 혹시 그 중에 하나가 광우병이라면 감염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물론 실수로 또는 의도적으로 다우너 소가 식용으로 도축되어 올라온다고 해도 살코기만 먹을 경우에는 상당한 양을 섭취해야만 감염되기 때문에 위험성은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논외로 하고,
하여간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를 먹게 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고
40개월 이전이라면 뇌 부위를 먹더라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적습니다(아직 뇌에 변형프리온이 감염력을 소유할 정도로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임상 증상이 나타난 다우너 소를 식용으로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광우병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축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확고한 체제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걸린 소가 도축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식탁에 오른 경우;
전에 언급했던 필리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5g의 감염된 뇌조직을 먹였을 때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실험결과를 상기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염된 근육에서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양은 뇌조직보다 10,000배에서 20,000배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뇌조직 5g이 50% 정도의 대상자를 감염시킬 수 있는 양이라면 근육조직은 50kg에서 100kg,
즉, 광우병 걸려서 만땅으로 퍼져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가 우연히, 재수없게 내가 간 식당에서 저녁식사로 나왔을 경우
그 고기를 두 사람이 먹었을 때 1사람 정도가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양이 살코기로 50kg에서 100kg 정도가 됩니다
(한 번 먹을 때 1kg을 먹는다고 쳐도 우연히 먹을 때마다 100만 두 이상에서 하나씩 생긴다는 그 광우병 소를 50~100번 만나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종의 장벽’을 계산하면 이보다 감염 요구량은 더 증가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코기만을 먹었을 경우 그게 설사 광우병 소, 특히 임상증상이 갈 때까지 간 다우너 소라고 해도(물론 안 먹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인간광우병에 걸리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단, 광우병이 대규모로 유행하고 있다면 소량씩 조금씩 체내에 축적이 될 수 있으므로 그 때에는 해당이 되지 않음).
살코기를 통한 광우병 감염의 극도의 비효율성이 바로 영국 국민들이 수십에서 수백만 마리의 광우병 소를 먹고도
200명 밖에 사상자가 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살코기는 안심한다고 쳐도 뇌 부위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발표된 수많은 광우병 관련 실험 논문들이 대부분 소 신체 중 가장 변형프리온단백질 함량이 높고
(근육의 10,000에서 20,000배, 혀의 5000배) 가장 감염성이 높은 뇌의 연수-빗장 부위를 실험 재료로 썼기 때문입니다.
실험 대상자의 50%를 감염시킬수 있는 이 뇌조직의 양이 마우스가 0.5mg, 소가 0.5g, 원숭이가 5g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 조직을 떼어내서 얻는 시기가 이미 광우병이 진행되어 증상이 발현된 이후 시점이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때는 변형프리온의 축적이 최대로 일어나는 시점입니다. 그러니까 이 용량을 살코기의 양과 혼동하면 안됩니다
(인터넷 상에 퍼져있는 문서들은 여기서 결정적 혼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0.001g으로도 감염된다
식의 문구들인데 마치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소의 살코기 0.001g으로 감염되는 것처럼 정보에 혼란을 줍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로의 변화가 뇌에 발생하는 시점이 섭취 후 30개월 전후이므로 이 시기의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상당 부분 위험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혹시 임상 증상이 아직 발생하기 전의 뇌를 모르고 섭취하게 된다면 인간광우병 발병에 어느 정도의 양이 필요할까?
연구자들은 150g 정도의 뇌를 먹어야 인간광우병에 걸릴 것으로 보았습니다. 실제로 억지로 먹지 않는 한 이 정도의 뇌를 먹기는 힘듭니다.
결국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체내 진행과정과 원숭이 실험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우너 소 도축 금지’와 ‘30개월 이상 및 이하에 따른 각각의 SRM 제거’로, 그나마 희박한 확률로 존재할 광우병 감염소를 섭취함으로써 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미래의 인간광우병 감염자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7)그외..
영국 정부는 광우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사료 규제 및 광우병 위험 물질의 식용 금지, 도축 위생 강화 조치 등을 숨가쁘게 시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치가 아니라 실제 목장, 사료 공장, 도축장 등에서 이런 조치대로 시행이 되고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정부 실사단이 전국을 돌며 실태 파악을 하면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부들은 소의 뇌가 위험하므로 제거해야 된다는 규칙에 따라 두개골을 열어서 뇌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안에 있던 뇌 조직들이 삐져나오고 여기저기 튀고 소의 얼굴에 뒤범벅이 되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소의 안면에 있는 고기들을 발라내 식용으로 유통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규칙만 번드르하고 관리 및 실행은 엉망이었던 셈으로 규제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1995년 8월에는 ‘특정 소 내장육 시행령’(SBO order)을 발효시켜 소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고 소 머리고기를 떼어낸 후 뇌와 두개골 전체는 폐기처분하도록 하였습니다.
‘기계골발육’(Mechanically Recovered Meat, MRM)이란 고기가 붙어있는 소, 양, 돼지, 닭의 뼈나 찌꺼기에서 발라낸 고기를 말하며, MRM의 대상이 되는 뼈는 이미 대부분의 육질을 떼어낸 상태의 뼈로서 주로 척추, 갈비뼈, 어깨뼈, 엉덩이뼈 등이 이용되었습니다. 이 중 특히 척추는 많은 종류의 기계들이 피스톤을 이용하여 뼈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고기를 떼어내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척수 등의 신경조직이 같이 빨려들어갈 확률이 높았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MRM은 고기파이, 소세지, 버거 등 여러 가지 육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즉, 얇게 저미거나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어디든지 이용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의 중요성을 알게 된 영국 정부는 1995년 12월 15일 척추뼈로부터 MRM을 얻지못하도록 금지조치를 취합니다.
‘한미소고기협정의 수입위생조건’ 첫머리에도 다음과 같이 MRM에 대해 명시되어 있습니다.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다만,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s, SRM); 모든 기계적 회수육(mechanically recovered meat, MRM)/기계적 분리육(mechanically separated meat, MSM) 및 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advanced meat recovery product, AMR)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서 제외된다.
특정위험물질 또는 중추신경계 조직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 회수육은 허용된다.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글쓴이 피카소님은 신경과 개원의로 광우병에 대해 많은 문헌들을 섭렵하여 정리해서 남겨주신 분으로,
브릭에 있는 글인데 그중 일부를 임의로 발췌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