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한국학중앙연구원 정헌목 교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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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예식문화, 어떻게 변화하는가: '작은 결혼식'의 대두 배경과 의미
결혼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작은 결혼식’의 등장
과거에 비해 혼인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혼례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례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 사회의 결혼식이 과도한 상업화와 획일화로 인해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 역시 많은 공감을 얻어왔다. 젊은 예비부부가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운 비용과 획일적인 형식 탓에 혼례를 치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조사결과를 보면, 1인당 결혼 비용은 주택마련 자금을 제외하고도 평균 수천 만 원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한 결혼 컨설팅 업체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예식장 마련에 소요되는 비용만 평균 1,324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한국의 혼례에서 양가 간에 오가는 예단(1,457만 원)과 예물(1,429만 원), 혼수용품(1,200만 원) 등을 포함하면 비용이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혼례에 관한 또 다른 부정적 인식은 몰개성적이고 획일적인 예식 스타일과 관련된다. 특히 한두 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예식과 폐백, 하객 인사 등 일체의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하는 일반 예식장에서의 결혼식은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의례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된다. 젊은 층이 느끼는 반감은 더욱 심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중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17.3%가 결혼문화의 문제점으로 ‘틀에 박힌 결혼식’을 들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결혼식이 계속해서 치러지는 것은 남부끄럽지 않도록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야 결혼식을 제대로 치르는 것이라는 의식이 그만큼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적인 결혼의 형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작은 결혼식’(스몰 웨딩)이다. 작은 결혼식은 “경제적 부담이 적고 결혼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예물·예단 부담 없는 결혼식”2을 가리킨다. 기존의 획일적인 형태를 벗어나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결혼식을 올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작은 결혼식에 대한 수요가 생기며 웨딩 업계도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언론과 업계의 주목, 그리고 정부의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예식의 규모만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달라졌을 뿐, 비용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결혼 자체가 감소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비용이 더 들어도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예식장을 많이 찾게 된다. 규모만 작고 비용은 적지 않은, ‘작지 않은 작은 결혼식’인 셈이다. 그리고 축의금 전달이 중요한 한국의 결혼문화에서 작은 결혼식은 하객 수의 제약 탓에 비용을 보전하지 못한다는 점도 작은 결혼식의 확산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이나 한계가 곧 작은 결혼식 자체를 선호하지 않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남들과 차별화된 특색 있는 결혼식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으며, 기존의 일반적인 예식 형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안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까? 이를 논하기에 앞서, 기존 결혼식의 특성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적 예식의 혼종성
현대 한국 사회의 결혼식은 전통적 특성, 서양의 영향, 상업화 등이 결합하여 한국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형성되어 왔다. 결혼식을 전문으로 거행하는 공간인 예식장에서 진행되는 현대식 결혼은 서구 스타일에 대한 모방 욕구와 의례의 상업화 등을 바탕으로 한 외형에 한국의 전통적인 혼례 관습이 합쳐져 탄생한 문화적 혼종물(cultural hybrid)이다. 한국에서의 신식 결혼은 19세기 말 개신교의 전파와 더불어 등장했고, 1930년대 들어 신식 결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결혼식만을 위한 전용 공간, 즉 전문 예식장이 생겼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이 지닌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 강해졌는데, 서구화를 향한 욕망이 혼례 형식의 변화를 통해서도 추구되기 시작했다.
서양의 영향을 받아 결혼식의 외양은 서구식으로 바뀌었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요소는 의례로서의 결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인류학자 로렐 켄달(Laurel Kendall)은 한국 사회의 현대식 결혼이 서구에서 기인한 근대적 이미지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주의 사이에서 모순적 관계를 재생산한다고 보았다.3 또한 자녀의 결혼식을 본인의 사회적 성공을 과시하는 장으로 여기는 부모 세대의 의식 탓에 예식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주의가 혼례의 상업화를 가속화하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예식장과 예식 절차를 구성하는 요소들 역시 독특한 혼종성(hibridity)을 보여준다. 의례 공간으로서의 예식장에 주목한 인류학자 송도영은 현대 한국의 일반적인 결혼식에서 ‘정통’이라는 것은 “그 본래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가상의 원전’에 대한 끝없는 추종이요 모방”이라고 지적한다.4 그에 따르면, 예식장 안팎의 화려한 장식과 연출 기법들은 일종의 ‘키치’(kitsch) 형식일 뿐이다. 여기서 ‘키치’란 “맥락들이 다른, 대개 다른 나라 문화의 다분히 ‘귀족적’인 요소들을 여기저기서 무차별로 따오고, 거기에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본래의 맥락과는 무관하게 ‘고급화’된 미학적 요소”를 뜻한다. 국적 불명의 혼종적 요소들이 예식장을 장악한 셈이다.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이러한 예식장의 ‘키치’화와 그에 대한 최근 젊은 층의 반감은 ‘작은 결혼식’을 추구하는 주된 배경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결혼식이 지닌 혼종적 특성은 예식의 구성 요소가 전시(展示) 영역과 비전시(非展示) 영역으로 구분된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5 이는 예식장에서 하객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전시 영역에서는 서구식 근대화의 산물인 ‘낭만적 사랑’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각본이 작동하는 반면, 친족 관계가 작용하는 비전시 영역에서는 전통적인 유교 이데올로기에 기인하는 각본이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신랑 측 친족만을 대상으로 부부가 인사를 올리는 폐백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식의 비전시 영역에 해당한다.
이런 요소들을 바탕으로 기존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예식은 대체로 정형화된 틀을 따랐다. 양가 간에 서로 예단과 예물, 혼수 등을 먼저 주고받고, 전문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지인 가운데 권위 있는 인물을 주례로 세워 신랑이 먼저 입장한 뒤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형태는 일종의 표준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예식이 시작되기 전에 신랑은 밖에서 하객을 맞는 반면, 신부는 신부대기실에 앉아 손님을 맞는 것이 통상적 형태로 여겨진다.
하지만 앞서 살핀 것처럼 이렇게 결혼 당사자인 신랑·신부와 혼주, 그리고 하객들이 서로 분리된 전형적인 한국의 예식 절차를 불편하게 느끼는 이들의 비중이 최근 점차 늘어나고 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형처럼 간주되는 신부, 웨딩홀 중앙에 연단(演壇) 형태로 배치된 주례석, 불필요하게 웅장한 인테리어 등 한국적 예식의 많은 특성을 ‘일생의 로망’보다는 부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상업 공간과 종교 예식이 어중간하게 뒤섞인 혼종물인 한국적 결혼식을 벗어나려는 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예식의 탈정형화 추구가 갖는 의미
기존의 예식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작은 결혼식은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상업화되고 획일적인 고비용의 결혼문화가 문제라는 사실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그에 대한 대안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누가 보아도 인정할 만한 작은 결혼식의 형식을 택한 사례뿐만 아니라, 기존의 틀을 벗어난 여러 가지 시도 역시 ‘예식의 탈정형화 추구’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전문 예식장이나 호텔이 아닌 다른 공간을 결혼 장소로 활용하거나, 혹은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더라도 주례를 없애거나 신랑과 신부가 함께 등장하는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 변주를 가하는 사례들이 그에 해당한다.
사실 많은 이들이 기존 예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신의 결혼식에서 직접 그 틀을 깨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온전히 개성 있는 예식을 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선택권이 자녀 세대로 상당 부분 넘어와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부조금이나 예물, 예단과 같이 부모 세대의 이해관계가 밀접히 연관된 의례인 탓에 자녀 세대가 주도권을 쥐기는 어렵다. 게다가 신혼집과 살림을 비롯하여 결혼식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도 상당 부분 부모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기에 부모 세대의 의중이 결혼 준비 과정 전반에 크게 반영된다. 너무 튀지 않기를 원하는 대다수 부모들의 성향으로 인해 예식의 여러 요소에 변주를 가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 보니 자녀 세대의 양보로 일반적인 형식의 결혼식을 행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수적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본인의 뜻을 온전히 반영한 예식을 행하기 힘든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결혼식을 둘러싼 현대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양가의 체면과 자존심 등으로 인해 자녀 세대가 쉽게 개입하기 힘든 예물과 예단 등과 달리, 예식 당일의 절차는 그래도 크고 작은 변화를 가미하기 쉬운 요소이다. 그렇다면 대안적인 예식문화, 혹은 작은 결혼식에 대한 양식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나름의 방식으로 예식의 탈정형화를 추구하는 시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지구화(globalization)의 영향으로 서구 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적인 예식장에서 연출되는 ‘키치’화된 한국의 예식 형태를 부자연스럽고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서구식 예식을 접해온 최근의 젊은 세대는 한국의 전문 예식장에서 연출되는 요소들을 이도 저도 아닌 괴상한 혼종으로 받아들여 거부한다. 물론 실제로 서양의 결혼식에 어떤 ‘원전’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 예식장에서 연출되는 혼종적 요소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서양식의 ‘원전’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실제 진행되는 서구식 예식을 접해온 젊은 세대가 지금껏 한국의 예식장에서 진행된 결혼식이 얼마나 ‘키치’적인지 파악해내는 문화적 감수성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젊은 세대에게 지금의 예식 절차는 굳이 따라야 할 문화적 전통이 아니다. 과거 산업화 시기와 ‘세계화’ 초창기를 거치면서 서양 스타일에 대한 모방 욕구를 바탕으로 현대 한국의 예식이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키치’를 넘어 자신의 뜻을 반영한 결혼식을 치르고자 하는 욕망이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주례 없는 결혼식’의 증가와 신부대기실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도 살필 수 있다. 한국의 현대적 예식이 모방한 서양의 기독교식 결혼 의례에서 주례는 본래 종교적 절대자의 대리인으로서 혼례를 집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결혼 당사자가 종교인이 아닌 경우에도 주례자를 세우는 한국의 일반적인 예식에서 주례는 다소 애매한 요소가 된다. 주례뿐 아니라 신랑이 먼저 입장하고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천천히 입장하는 행위를 포함한 예식 절차 중 상당수 요소들도 어떤 ‘원전’에 의한 것이 아니다. 다수의 젊은 세대는 이런 ‘키치’적인 요소들을 부자연스럽게 여긴다.
결혼식이 거행되기 직전 약 30분 동안 신부대기실이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신부가 머무르는 절차에 관한 부정적 인식도 유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예식 전반에서 양가 친족 간에 이뤄지는 일종의 교환 대상이자 대상화된 존재로서 신부가 다루어지는 방식은 “결혼식의 주인으로서 신랑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측면이 있음과 동시에, 신부 자체를 신비화, 물신화하는 의미”6를 지닌다. 특히 기존의 전형적인 예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젊은 여성들은 신부를 마치 바비인형 놓아두듯 신부대기실에 앉혀놓고 결혼식 내내 신부가 하객들의 평가 대상이 되는 예식 형태에 매우 부정적이다.
여기서 하나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의 양상 가운데서도 작은 결혼식의 대두를 야기한 본래 취지인 비용 절감이나 규모 축소라는 요인은 크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여전히 결혼에 ‘체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다. 특히 결혼식에서 혼주 역할에 서는 부모 입장에서 예식에 초청하는 하객의 범위는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작은 결혼식을 모색하는 예비부부라면 반드시 겪게 되는 예식장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다. 여전히 결혼을 개인의 일이기 이전에 집안의 큰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 장소는 친족을 비롯한 손님들이 어렵지 않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신랑신부의 견해를 고려해 선정한, 작은 결혼식을 위한 소규모 예식장은 부모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 된다. 이렇듯 개인과 가족 간의 감정적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점에서 자녀 세대는 양보할 수밖에 없고, 주례의 생략이나 신랑·신부의 동시입장 등 상대적으로 충돌이 작은 지점에서 변화를 꾀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작은 결혼식의 본래 취지인 비용 절감은 실제 준비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지적한 것처럼 작은 결혼식을 치르는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잦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경제적 비용에 초점을 맞춰 작은 결혼식에 접근하는 기존의 정책 담론 역시 한계를 가짐을 알 수 있다. 결혼을 둘러싼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작은 결혼식 내지 예식의 탈정형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예식을 통해 신랑신부 당사자가 결혼의 의미를 얼마만큼 살릴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한편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획일적이고 주류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회적 흐름의 등장도 고려해봄 직하다. 한국 사회에 등장한 반(反)획일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추구는 결혼이라는 의례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차피 하게 될 예식이라면 자기 뜻대로 치르고자 하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포함한 삶의 방식 전반에서 탈정형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등장과 관련하여 학력이나 경제적 계급과 같은 요인의 작용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조건이 작용한 결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은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결혼 자체를 꼭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현실에서, 어떤 형태의 결혼식을 치를 것인가는 선택의 영역에 속한다. 기왕 결혼을 한다면 ‘내 결혼식만큼은 다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닌 젊은 세대와 여전히 전통을 강조하는 기성세대 간의 갈등과 타협이 앞으로 더욱 잦아지리라 보는 이유이다.
주(註)
1 이명선·이선민·김신희,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 위한 ‘작은 결혼식’ 국민인식 및 실태”, 「KWDI Brief」 제36호(2015): 2. 참고로 이 조사에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응답한 항목은 “형편에 맞지 않는 과다한 혼수”(44.8%)였으며,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차지한 항목은 “남만큼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의식”(17.2%)이었다.
2 이명선·이선민·김신희, 위의 글, 6.
3 Laurel Kendall, Getting Married in Korea: Of Gender, Morality, and Modernity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6).
4 송도영, “의례공간 소비의 ‘키치’화: 예식장”, 「한국문화인류학」 28집(1995): 319-350.
5 김수아·이소연, “결혼 의례의 기호학적 분석: 낭만적 사랑의 신화와 성 역할 이데올로기”, 「한국언론정보학보」 28집(2005): 43-76.
6 김수아·이소연, 위의 글, 57.
정헌목 |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도시화를 비롯해 현대 한국의 사회적 변동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문화 현상을 연구해왔다. 저서로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마르크 오제, 비장소』가 있으며, 역서로 『나이 없는 시간』 등이 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